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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슈퍼히어로'에 해당되는 글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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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과 정의에 대해 재고하는 범죄 스릴러 <다크 나이트> 2019.10.12
  • 독이 든 성배를 든 제임스 완, 기대와 걱정을 희망으로 <아쿠아맨> 2018.12.31
  • 가족을 일깨우는, 으뜸 슈퍼히어로 영화 <인크레더블> 2018.07.13

영웅과 정의에 대해 재고하는 범죄 스릴러 <다크 나이트>

오래된 리뷰 2019. 10.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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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다크 나이트>


영화 <다크 나이트>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토드 필립스가 연출한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 <조커>가 전 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찬사와 함께 논란까지 일으키는 등 <아쿠아맨> 이후 워너/DC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와중에 논란 없는 찬사의 주인공이 있으니 '조커'로 분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다. <배트맨> 시리즈 최악·최고의 악당 조커가 주인공이지만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별개인 범죄스릴러 영화인 <조커>로 단독적인 조커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자연스레 역대 조커들이 소환되었다. 1960년대 시저 로메로, 1980년대 잭 니콜슨, 2000년대 히스 레저, 2010년대 자레드 레토,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까지. 잭 갈리피아니키스가 목소리로 분한 애니메이션 <레고 배트맨 무비> 속 조커는 제외한다. 대체로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건 잭 니콜슨부터일 것이다. 자레드 레토는 연기는 잘했으나 영화가 너무 부실했다. 히스 레저가 이 시대의 조커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주로 소환하는 이는 <다크 나이트> 히스 레저의 조커이다. 11년 전 영화가 개봉하기 한참 전 젊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난 히스 레저, 미국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포함 수많은 영화제에서 고인이 된 그에게 남우조연상을 수여했다. <다크 나이트> 사실상의 주인공이 배트맨 아닌 조커인 것과 더불어, 그런 조커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커로 연기해냈기로서니 당연한 결과이겠다. 


배트맨, 조커, 하비 덴트


백주대낮의 고담시, 광대 가면을 쓴 강도들이 은행을 턴다. 중요한 순간에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와중 마지막에 가면을 벗은 조커가 등장하곤 유유히 사라진다. 당일 밤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에 가짜 배트맨 민병대가 출몰한다. 싸움이 시작되고 가짜 배트맨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진짜 배트맨이 나타나 해결한다. 그는 정의와 맞서려는 의도가 시민들에게 잘못 전달된 걸 고민한다. 그러며 고담시의 새로운 검사 하비 덴트를 눈여겨 보게 된다. 


밤엔 배트맨인 낮의 브루스 웨인은 그룹 차원에서 라우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사실 그는 하비가 잡아넣지 못한 유일한 마피아 돈세탁자였고 웨인은 라우의 거래목록을 살피기 위해 가짜로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제임스 고든에게 알려 경찰이 출동하지만 라우는 이미 홍콩으로 도망가버리고 난 후였다. 이후 라우는 거래하는 마피아 조직들을 모이게 해 알리는데, 그 자리에 조커가 나타나 하비가 아니라 법 따위 무시하는 배트맨이 진짜 적이라며 그를 죽여야 한다고 설득 협박한다. 


배트맨이 직접 홍콩으로 가 라우를 데려와선 고든에게 넘기고 라우가 마피아 조직 명단을 넘겨 하비가 일망타진한다. 일단락난 듯, 웨인은 자신의 소임을 믿을 만한 정의의 검사 하비에게 넘기려 하면서 그의 후원회를 거나하게 개최한다. 하지만 그 사이 살아남은 마피아가 조커와 함께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판사와 청장과 하비를 동시에 죽이려 하는데...


<다크 나이트>는 슈퍼히어로 액션 영화로서 영웅을 재정의하고자 하고, 범죄 스릴러 영화로서 완벽한 연출을 선보이며, 철학 영화로서 정의란 무엇인지 묻는다. 이미 수없이 나왔던 분석과 해석의 정리밖에 안 될 테지만, <조커>가 개봉하며 조커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는 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봐주시면 좋겠다. 


슈퍼히어로


흔히 생각하는 슈퍼히어로는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명백한 악당에 대항하고 물리쳐 평화를 되찾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힘 센 자를 말한다. 악당에게도 슈퍼히어로에게도 사연이 있겠지만, 관계는 단순하고 명명백백해 생각할 필요도 여지도 없다. <다크 나이트>에서도 슈퍼히어로라 하면 외관상 배트맨이다. 하지만, 배트맨 민병대와 하비 덴트와 조커의 출현 이후 급변하는 것이다. 


배트맨은 궁극의 선(善)을 지향하며 자유자재로 선(線)을 넘는다. 정의와 맞닿은 선을 지키기만 하면 사회적 울타리나 규범 따위는 알 바 아닌 것이다. 무법지대 고담시에서 그게 무슨 대수랴. 하지만 민병대가 출현해 위험하고도 의미 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걸 보고 깨닫는다. 사회적 울타리나 규범 안에서 선을 지향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하비 덴트라는 새롭지만 전통적인 선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영웅 배트맨을 흔들리게 하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무런 배경도, 아무런 욕망도,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한 조커의 출현이다. 그가 원하는 건, 배트맨의 진짜 모습과 혼돈이다. 자신처럼 배트맨 또한 선 밖의 무법자라는 걸 알아차린 조커는, 무법자이자 궁극의 선 배트맨과 정확히 반대에 서 있는 궁극의 악(惡)이다. 배트맨이 배트맨다운 슈퍼히어로로 있는 한 조커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무시무시한 충고와 다름 없다. 


범죄 스릴러


영화는 슈퍼히어로 액션을 표방하지만 범죄 스릴러로서의 장점이 훨씬 더 부각된다. 혼란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슈퍼히어로의 이면과 일부러인지 능력 밖인지 모를 투박하고 느린 맨투맨 액션 등이 단점 아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시선이 범죄 스릴러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속 캐릭터와 상징과 메시지와 해석의 여지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고 그의 손 안에 있다. 


2시간 30분에 육박하는 긴 러닝타임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반적인 서사의 기승전결을 대신하는 롱테이크 없이 짧지만 굵은 숏들의 향연이 이채롭다. 단 한순간에도 단 하나의 캐릭터에도 단 하나의 대사에도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시간과 장소와 사건이 점진적으로 거대해져가는 대서사시가 아닌, 시작부터 끝까지 스릴과 스펙터클의 중과 강을 유지하는 대서사시인 것이다. 


숨 쉴 구멍 하나 없을 것 같은 이 대서사시에는 철학적이면서 스토리를 이어주는 명대사들과 눈길을 사로잡는 명장면이 함께 한다. 그것들이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그조차 몇몇만 제외하곤 극히 무미건조하게 그려내 매우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가 압도시키는 방법이 화려함이나 장대함이나 거룩함이 아닌, 무미건조함이라는 게 압도적이다. 한편 놀란 감독 영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이 영화에도 등장하니, 배경음악 되시겠다. 캐릭터들이 가진 의미까지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음악의 놀라운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철학 영화: 정의


<다크 나이트>는 매우 철학적이다. 무법지대 고담시라는 판타지적이면서도 현실감 있는 배경에서 정의와 선을 두고 인간군상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정의를 두고, 배트맨은 소크라테스의 '선한 본성'을 하비 덴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평등'을 가장 앞에 두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조커는 비록 변질되었지만 롤스의 '다른 사람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한에서 가장 광범위한 자유'를 앞에 두었겠다. 


고로, 고담시는 온갖 것들의 각축장이다. 무법지대인 만큼 판을 치는 범죄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무법자 자경단 배트맨이 잡으면 경찰이 체포하고 검사가 재판장에 세워 감옥에 가둔다. 누가 봐도 배트맨이 껴 있는 게 이상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하지만 무법을 효율적으로 또 완벽히 다룰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무법밖에 없다는 걸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말한다. 영화 속에선 하비 덴트가 고담시를 위해서 영웅이 되어 정의의 가장 앞에 서야 하지만, 영화 밖 우리는 알고 있듯이 배트맨이 맞다고 말이다. 선한 본성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적확하고 위대하고 거룩한 정의라고 말이다. 정의라는 게 정의가 주가 되어 자체론 변질의 우려가 있지만, 정의 앞에 인간이 추구하고 실현한다면 본질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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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배트맨, 범죄 스릴러, 선악, 슈퍼히어로, 정의,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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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를 든 제임스 완, 기대와 걱정을 희망으로 <아쿠아맨>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8. 12. 3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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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DC의 마지막 희망 <아쿠아맨>


영화 <아쿠아맨> 포스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슈퍼히어로 영화계를 넘어 영화계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파워를 얻게 되었다. 마블 코믹스 원작은 이전에도 계속 영화로 만들어져 왔는데, <판타스틱 4> <데어데블> <엘렉트라>처럼 완전히 망해버린 영화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무렴 DC만 하랴. 


2013년 <맨 오브 스틸>로 시작된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DCEU)는 시작부터 삐그덕거려 이후 2년 동안 영화가 나오지 못했고 2017년 <원더우먼>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망작으로 분류되는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유니버스를 만들기 이전엔 슈퍼맨과 배트맨만을 앞세워도 마블보다 훨씬 인지도가 높았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DCEU는 단순히 절망의 수준을 넘어 존폐 위기로 몰렸고 '마지막 희망'으로 제임스 완을 불러들여 <아쿠아맨>을 만든다. 사실 <아쿠아맨>은 잘 알지도 못하는 캐릭터와 세계관일 뿐더러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제임스 완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공존했다. 


제임스 완이 누구인가. <쏘우> 시리즈, <인시디어스> 시리즈, '컨저링' 유니버스를 창조하고 모조리 성공시킨 공포영화의 귀재이자, '분노의 질주' 최고의 흥행작이자 수작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연출한 차세대 명감독이 아닌가. 그가 만든 <아쿠아맨>은 어떨까. 


괜찮은 슈퍼히어로 오락영화


DC로선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할 괜찮은 슈퍼히어로 영화 <아쿠아맨>. 영화 <아쿠아맨>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은' DC치고는 '굉장한' 오락영화였다. 영화사적으로나 영화 내적으로 논할 가치는 없다고 해도, 그럴 바엔 차라리 재밌게 즐길 만하면 되지 않겠나 싶은 마음을 대변해줬다 하겠다. 스토리라고 해봐야 역시 별 말 할 게 없지만 소소한 소구점은 있다. 


아틀란티스 왕국의 공주 아틀라나(니콜 키드만 분)는 정략결혼을 피해 육지로 온다. 평범한 등대지기 토마스에 의해 발견되어 이후 둘은 사랑에 빠지고 아이 커리가 태어난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아틀라나는 아틀란티스로 돌아가 정략결혼을 하고 옴을 낳지만 결국 쫓겨난다. 


이 세계와 저 세계, 바다와 육지를 잇는 유일한 다리 커리는 커서 근육질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분)이 된다. 무지막지한 힘과 함께, 바다와 육지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 한편, 육지의 공격에 옴(패트릭 윌슨 분)은 아틀란티스 7왕국을 모아 육지와의 전쟁을 치르려 한다. 


이에 옴의 약혼녀이자 동맹국 제벨의 공주 메라(앰버 허드 분)는 아쿠아맨을 찾아와 옴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라 육지와의 전쟁을 멈출 것을 간청한다. 아쿠아맨은 옴의 최측근이지만 사실은 아틀라나와 아쿠아맨의 최측근인 벌코(윌렘 대포 분)에게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러기 싫다고 거절한다. 하지만 옴의 야망이 도를 지나쳐 수많은 이들이 죽고 다칠 게 분명하기에, 아쿠아맨은 메라와 함께 벌코의 지원을 받으며 육지와의 전쟁을 멈춘다는 명분을 앞세워 왕위를 찬탈하기 위한 먼 여행을 떠난다. 


볼 거리 반석 위에서 순혈주의 비판


화려한 액션과 볼 거리를 장착하곤 순혈주의 비판에 힘을 기울인다. 영화 <아쿠아맨>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쿠아맨>은 가장 걱정거리이자 가장 기대되기도 하는 바닷속 화려한 액션과 전투를 기본 장착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내비친다. 바닷속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랄까. 바닷속 액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 반석 위에 영화는 하고픈 얘기를 마음껏 펼치고 보여주고 싶은 소소한 장면들을 마음껏 내보인다. 좋고 말고 할 것 없이 '짬뽕'이라고 해두자. 시작부터 다른 세계, 다른 계층의 두 남녀가 결혼하여 낳은 혼혈이 주인공이 되어 왕위에 오르려 하고 나아가 영웅이 되려 한다니. 


제임스 완 감독 본인이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의 말레이시아 태생 호주인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해야 될 말도 많았을 것이다. 더욱이 그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 미국은 트럼트가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이른바 순혈주의 노선이 주가 되었다. 순혈주의는 국수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난민 문제가 괘를 같이 한다. 


영화 시종일관 대사와 행동과 캐릭터를 통해 순혈주의를 비판하고, 정녕 장면장면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영화 말고도 <아바타>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심지어 <타이타닉> 등 온갖 영화들이 생각나는 건 또는 생각나게 하는 건 전부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걸 스토리와 따로 또 같이 노골적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건 감독의 능력이라 하겠다. 


후속편, 명배우, DC의 희망


후속편을 염두에 둔 점, 명배우들이 출연한 점, DC의 희망으로 작용한 점 등 할 얘기가 많은 영화다. 영화 <아쿠아맨>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는 후속편을 염두해두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옴의 야망을 실현시킬 명분이자 아쿠아맨이 왕위에 오를 명분이기도 한 육지와의 전쟁이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던 점이다. 이를 어떤 식으로 풀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육지의 공격 양상이 현재 인간이 자행하는 자연을 향한 수많은 만행과 다름 아니고 이에 바다가 대항하는 양상이 인간이 말하는 자연재해와 다름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2편이 만들어진다면, 1편에선 '그들'과 '우리'의 좁은 의미로 순혈과 혼혈이 싸우는 양상이었다면 2편은 보다 넓은 의미로 인간과 자연이 싸우는 양상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큰 희생을 막기 위한 작은 희생,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작은 전쟁,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평화를 위한 전쟁을 어떤 식으로 내보일지도 궁금하다. 


2010년대 들어서 영화계를 뒤흔드는 슈퍼 히어로 영화, 단순히 무지막지한 자본을 앞세워 화려한 볼거리와 수많은 흥밋거리로 관객들을 불러오는 게 아니다. 명감독과 명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아쿠아맨>에도 명배우들이 함께 했다. 


아카데미, 골든글러브, 베를린를 석권한 명배우 니콜 키드만과 베를린, 베니스를 석권한 명배우 윌렘 대포가 아쿠아맨과 메라와 옴을 보필한다. 물론 옴을 분한 패트릭 윌슨은 연극과 뮤지컬과 드라마 부문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연기파 배우이기도 하다. 


<아쿠아맨>은 DCEU 이전부터 꾸준히 DC가 추구했던 특유의 '진지함'을 한껏 몰아내고 명품 오락영화 감독에게 전권을 주어 보다 대중친화적으로 세계관 자체를 살려낸 케이스이다. 한편 씁쓸하지만, 한편 이후 마블과의 훌륭한 라이벌 관계로 보다 건설적인 앙상블이 기대된다. 관객으로선 볼 거리가 많아져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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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명배우, 순혈주의, 슈퍼히어로, 아쿠아맨, 제임스 완, 후속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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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일깨우는, 으뜸 슈퍼히어로 영화 <인크레더블>

오래된 리뷰 2018. 7.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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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인크레더블>


<인크레더블>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 세계 영화판을 뒤흔들며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이한 '슈퍼히어로', 1930년대 대공황 때 시대적 탈출구로서의 영웅으로 처음 만들어진 후 80년 동안 사랑받고 있다. 1970년대 후반의 슈퍼맨과 1980년대 후반의 배트맨이 크게 성공한 후 1990년대까지 슈퍼히어로는 DC가 책임졌다고 보면 되겠다. 


2000년대 들어서 마블이 득세한다. 2000년대 초 엑스맨과 스파이더맨, 2000년대 후반 아이언맨, 2010년대 어벤져스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매우 공고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슈퍼히어로도 부침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다. 사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슈퍼히어로는 존재의 이유가 크게 있지 않았다. 


주지했다시피 영웅은 혼란스러운 암흑기에 탄생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는 대체적으로 활황기였다. 위기가 와도 오래지 않아 자가재생이 가능했다. 영웅이 필요치 않았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후 거짓말처럼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를 위시해 수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니다. 2004년에 나온 픽사의 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은 슈퍼히어로가 필요치 않은 시대의 슈퍼히어로 이야기이다. 은퇴 후 일반인처럼 살아가야 하는 슈퍼히어로 가족이 주요 소재다. 


슈퍼히어로 인크레더블과 평범한 직장인 밥


<인크레더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크레더블은 세상 모든 이에게 존경받는 슈퍼히어로다. 사소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부터 국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까지 모든 곳에 나타나 해결해준다.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일이 연달아 생긴다. 그 날은 그가 엘라스티걸과 결혼하는 날이었는데, 자살하려는 사람을 살려주고 인크레디보이라는 꼬마팬을 살리려다가 밤 보이지를 놓친 것도 모자라 기차선로를 부셔먹는 바람에 기차를 억지로 세워야 했다. 


근데 자살하려던 사람이 인크레더블을 고소한다. 살고 싶지 않았는데 살려놓았고 부상까지 당했다고 말이다. 또 기차 사고 부상자들도 그를 고소한다. 이를 시발점으로 슈퍼히어로를 상대로 한 소송이 쏟아지고 결국 정부는 그들에게 히어로 일을 그만둔다는 맹세를 받기에 이른다.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인크레더블은 밥이라는 본래 이름으로 보험일을 하고 엘라스티걸은 헬렌이라는 본래 이름으로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들은 세 아이를 기른다. 그중 두 아이는 그들처럼 초능력이 있다. 막내는 아직 알 수 없고. 밥은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힘들 뿐 아니라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어느 날, 정부기밀기관에서 일한다는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그에게 많은 돈을 주고 슈퍼히어로의 힘으로 처리해주었으면 하는 일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회사를 때려치고 당장 그 일에 착수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15년 전 그에게 가차 없이 퇴짜를 받았던 인크레디보이가 슈퍼히어로를 척살하고 그 자리를 본인이 차지하려는 수작의 일환이었으니... 인크레더블의 앞날은? 그리고 그의 가족들은?


슈퍼히어로를 향해


<인크레더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크레더블>은 대체로 슈퍼히어로 영화의 범주에 속하진 않는 것 같다. 그저 픽사에서 만든, 그것도 아주 잘 만든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치부하는 인상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 다시 시작된 슈퍼히어로 전성 시대, 그 초창기에 큰 역할을 했거니와 지금까지 수없이 나온 슈퍼히어로 영화들 중 단연 으뜸으로 쳐야 마땅하다. 


이 영화는 독특하다. 대다수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슈퍼히어로에 의한' 것인데 반해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를 향한'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보다 그들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슈퍼히어로라는 '일'을 하지 않을 때 우리와 다름 없이 밥 먹고 싸고 씻고 자는 것 아닌가. 행동주체로서가 아닌 대상주체로서의 슈퍼히어로라고 해야 할까. 


원작으론 '최고'라는 수식어가 영원히 따라다닐 것이지만 영화로선 혹평과 흥행실패를 면치 못했던 <왓치맨>이 어른 거린다. 반면 흔치 않은 소재와 주제를 코믹과 진중함의 탄탄한 조화로 내보인 이 영화는 호평과 흥행성공을 쟁취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슈퍼히어로를 들이대는 건 각종 위기에 봉착한 전 세계의 일원으로서 알게 모르게 탈출구를 찾고 있는 심리를 이용하려는 수작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가 슈퍼히어로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도 있을 텐데,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다름 아닌 내가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은 마음의 발로인 것이다. 평범한(?) 슈퍼히어로 가족이 주인공인 <인크레더블>은 그 지점까지도 나아갔다. 


가족의 의미, 가족의 소중함, 가족과 함께 


<인크레더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정작 이 영화의 미덕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편이 나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팬들의 바람도 '슈퍼히어로'의 그것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른다. '가족'이다. 영화 시종 일관 내보이고 있는 '가족의 의미'. 밥이 다시금 슈퍼히어로라는 '꿈'이자 '지나간 영광'이자 '위험한 짓'을 꿀 때 헬렌이 말하는 '가족의 소중함'.


영화는 얼핏 헬렌을 두둔하고 있는 듯하지만 밥의 행동을 폄하하지 않는다. 그의 허황된 꿈은 남을 돕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꿈을 꾸지 말고 살아가라는 말 또한 일면 허황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꿈은 옳고 그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양자택일의 범주에 들어갈 테지만 그리 되면 너무 가혹하지 않는가...


'가족과 함께' 꿈을 꾸면 어떨까. 당연히, 다함께 망하자는 건가 하는 말이 나올 테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힘을 얕잡아보는 것이다. 헬렌이 말하는 가족의 소중함이 '돈 많이 벌어 오세요'가 아닌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마세요'로 들리는 건 나뿐일까. 가족이란 건 그런 게 아닐까.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가는 길, 강력한 적을 맞아 밥은 헬렌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홀로 가려 한다. 헬렌은 당신은 내 남편이니 죽으나 사나 같이 있을 거라 말한다. 밥은 자신이 강하지 않다고 얼버무리더니 "당신을 또 잃기 싫어. 다신... 절대! 난 그걸 견딜 만큼 강하지 못해."라고 고백한다. 이 대화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가족의 소중함,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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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디즈니, 슈퍼히어로, 영광, 위기, 인크레더블, 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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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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