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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의 주요 길목길목들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2018.12.03
  • '비틀즈'라는 당연한 그 이름을 다시 부르게 해주는 책 <비틀즈 100>(1) 2014.06.23
  • <더 기타리스트> 기타리스트에 대한 모든 걸 알려줄 단 한 권의 책(6) 2013.10.30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의 주요 길목길목들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8. 12. 3. 08:00



[서평]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표지 ⓒ시트롱마카롱



얼마전 회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었다. 시작과 끝은 어김없이 식탁이다. 우리 회사 대표님만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점심 시간엔 밥을 함께 하며, 저녁 시간엔 술을 함께 하며 그렇게 결정된다. 회사가 오래 살아남아 역사라고 칭할 만한 게 만들어진다면, 주요 길목길목마다 역사가 식탁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식탁에서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자 고로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의식주 중 없으면 절대적으로 안 되는 게 바로 '식'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얼 왜 어떻게 하든 인간은 먹어야 한다.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했든 인간의 역사 속에 먹는 거야말로 가장 깊게 아로새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훑어본다. 아내와의 결혼 전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했던 식사 시간, 군입대를 몇 시간 앞두고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함께 한 식사 시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와중의 점심 시간, 초중고등학교를 마친 졸업식 부모님과의 점심 시간들, 기억날리는 없지만 행복했을 돌잔치 시간...


하찮을 나의 역사조차 중요할 때면 어김없이 식탁이, 요리가 함께 했다. 앞으로도 어김없이 그러하여 나의 역사적 역사는 언제나 요리와 식탁과 함께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하찮지 않을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요리와 식탁이 궁금해진다. 인류의 역사적 순간과 함께 한 요리 50가지를 소개한다는 책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시트롱마카롱)를 들여다보면 궁금증이 한껏 풀리지 않을까 싶다. 


식탁에서 이뤄진 역사들


샌드위치의 탄생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1718년 출생한 샌드위치 4대 백작 존 몬태규는 당대 많은 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카드 게임 마니아였다. 그는 몇 시간 동안 테이블에 앉아 게임에 집중하곤 해서 어떤 이유에서든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했는데, 그 때문에 빵 두 장 사이에 찬 고기와 치지를 넣은 음식을 고안했다고 한다. 그러자 같이 카드를 하던 사람들이 '우리에게도 샌드위치와 같은 것을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정말 싫지만, 종종 하는 게 '회의를 겸한 식사' 또는 '식사를 겸한 회의'이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이 퍼졌다. 기존의 왕조 시대에서는 출판, 보도 등의 여론 소통 방식이 정권에 통제를 받았지만, 이젠 공개 연회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선동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변한 세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연회와 식사모임은 여러 계에서 중요한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에 대항하는 세계 3대 강국 러시아, 영국, 미국엔 스탈린, 처칠, 루스벨트(트루먼)의 수장이 있었다. 이들은 공고한 동맹을 위해, 세계 균형을 위해, 자기 나라를 위해 만나곤 했다. 루스벨트가 주최한 만찬은 항상 기억에 남을 만한 요소가 없었던 반면, 처칠이 주최한 만찬은 개성 있는 우아함으로 기억된다. 그가 제공한 메뉴에는 회담 현지 분위기를 고려한 현지 음식들과 상대의 입맛을 고려한 상대 고향 특산물들이 있었다. 한편 스탈린의 메뉴에는 그의 독불장군식 눈치 있는 안하무인 캐릭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950년대 록의 제왕이자 로큰롤의 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4년 첫 번째 미국 공연을 필두로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시전한 비틀즈를 초대한다. 때는 1965년, 늦은 시간 젊은 4인조는 엘비스의 집으로 가 노래를 함께 연주하고 부른다. 곧 출출해진 그들이지만 늦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지는 않은 법, 요리사가 그들에게 해준 건 베이컨으로 말아 구운 닭 간, 미트볼, 미모사 에그, 게, 햄과 콜드컷, 치즈, 과일 등이다. 그야말로 시골 역 간이식당에서나 나올 법한 메뉴였다. 


'식탁의 역사' '역사의 식탁'과 어울리는 회담들


여기 46년의 시간을 두고 묘하게 겹치는 두 모습이 있다. 그야말로 '식탁의 역사' 또는 '역사의 식탁'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들이다. 하나는 1972년 2월 21일 중국의 자금성 앞 톈안먼 광장의 인민대회당, 하나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프랑스에서 2016년에 나온 이 책에는 당연히 앞엣것은 소개되었지만 뒤엣것은 소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두 회담은 분명 시공간을 초월해 하나로 뭉친다. 


1960년대 후반 전 세계는 여러 국가적 분쟁과 여러 신생 국가들의 대두에 따라 이데올로기보다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시대를 연다. 이에 발맞춰 동서를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중국)이 데탕트 국면으로 접어든다. 


긴밀한 물밑 작업 끝에 1972년 2월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 측은 최고의 예우를 갖춰 맞이한다. 국빈 만찬은 가장 중요한 의식, 중국 측 요리사들은 새우 요리와 빵, 버터 등의 서양 요리에 오리 내장 볶음, 목이버섯 등의 베이징 요리를 내놓는다. 아울러 마오타이주가 나왔는데, 닉슨은 외교관의 권유를 무시하곤 주저 없이 마셔버렸다. 미중 데탕트의 상징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촛불 혁명 여파로 탄핵 당한 박근혜, 조기 대선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불통이었던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선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이 호의적으로 나와주었다. 


역시 긴밀한 물밑 작업 끝에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만남을 가진다. 11년 만의 길지 않은 텀의 남북정상회담이지만, 흐르는 기류는 완전히 달랐다. 역시 만찬 메뉴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되었을 터, 역사적 인물의 교향 식재료, 양 정상과 남북 교류를 상징하는 콘셉트로 구성되었다. 


김대중 대통령 고향인 전남 신안 가거도의 민어 해삼 편수, 노무현 대통령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 수확한 쌀로 지은 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에서 착안한 충남 서산 한우 숯불구이,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인 경남 남해 산 문어 냉채가 한 콘셉트였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 시절을 보낸 부산의 달고기구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한 것을 고려해 스위스 감자요리 뢰스티의 우리식 조리 감자전이 한 콘셉트였다. 만찬주로는 면천 두견주와 문배술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미를 장식했던 남북교류의 상징 음식으로 평양 옥류관 냉명과 DMZ 산나물 비빔밥이 메뉴에 올랐다. 옥류관 냉면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평양 옥류관 수석요리사를 파견하고 옥류관의 제면기를 그대로 가져와 판문점 통일각에 설치했다. 이후 평양냉면은 공히 남북 모두에게 화제의 음식이 된 건 물론, 비둘기를 대체할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미중 데탕트의 상징이 마오타이주였다면 남북 데탕트의 상징은 평양냉면이라 하겠다. 


2018 남북정상회담은 곧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확고히 장식했다. 서양식을 기본으로 싱가포르 현지 중식과 한식을 두루 고려한 북미정상회담 만찬도 화제를 뿌렸는데 '식탁'이란, '요리'란, '음식'이란 인류의 가장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단순히 수단으로서 장식품처럼 있는 게 아닌 목적까진 아니겠지만 실질적인 상징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어 왔던 것이다. 앞으로의 역사에서도 어김없이 그 몫을 다할 게 분명하다.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 10점
마리옹 고드프르와.자비에 덱토 지음, 강현정 옮김/시트롱마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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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미중정상회담, 비틀즈, 샌드위치, 식사, 엘비스 프레슬리,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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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라는 당연한 그 이름을 다시 부르게 해주는 책 <비틀즈 100>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6. 23. 07:00




[서평] <비틀즈 100>


<비틀즈 100> ⓒ아트북스

'비틀즈'라는 그룹. 추측하건대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아울러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네 멤버도. 비록 그들이 약 50년 여 전에 채 10년도 활동하지 않은 그룹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 이름이 주는 '당연함'에는 참으로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사실 비틀즈를 거의 모르면서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예를 들자면, 비틀즈를 조금이라도 알려고 노력했던 사람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비틀즈는 공식으로 데뷔하기 전에 링고 스타가 포함되지 않았었다. 링고 스타는 공식 데뷔를 불과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기존의 멤버 대신으로 새로 영입된 인물이었다. 그래서 비틀즈의 진정한 출범 해인 1959년부터를 다룰 때 링고 스타는 나오지 않는다. 


얼마 전 '폴 매카트니'의 내한 공연이 취소되었다. 사실 그전부터 비틀즈 특수를 겨냥해 비틀즈 관련 책들이 거의 동시에 몇 권이 나왔다. <비틀즈 100>(아트북스), <폴 매카트니>(안나푸르나), 

<더 비틀즈 솔로>(시그마북스), <더 비틀즈 디스코그래피>(형설라이프) 등이다. 그야말로 출판사들이 합심해서 비틀즈의 모든 것을 다루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 중 <비틀즈 100>은 비틀즈를 아주 잘 알고 있는 팬들에겐 기가 막힌 선물이 될 테고, 비틀즈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거나 이름만 들어본 정도의 사람들에겐 훌륭한 안내서가 될 테다. 필자의 경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비틀즈를 약 5%정도 알고 있었다고 하면,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최소 50% 이상을 알게 된 것 같다. 나머지 50%가 이미 알고 있는 50%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게 흠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디 가서 비틀즈에 대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다. 


이 책은 제목처럼 비틀즈에 관련된 100가지 물건으로 비틀즈를 알아 보는 기획이다. 그러며 연대기에 가깝게 시간 순서로 되어 있다. 저자는 EMI의 홍보 및 언론을 담당하며 비틀즈와 30년간 함께 일했다고 한다. 비록 주로 비틀즈가 해체된 뒤에 전 비틀즈 멤버들의 다양한 솔로 음반을 함께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비틀즈를 잘 안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저자 또한 비틀즈의 확고한 팬으로써 이 책에 누구보다 많은 공력을 쏟고 관심과 애정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비틀즈의 중대한 성취와 기념비적 순간들을 기념하는 중요한 물건들은 무엇이 있을까? 대략적으로 악기, 음반, 계약서, 티켓, 기념품과 개인적 물품들이 있을 것이다.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존 레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그의 특이한 안경이다. 파란색의 둥근 테 안경. 그가 이 안경을 쓴 이유는 시력이 몹시 나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명한 브릿 팝 밴드 오아시스의 멤버 노엘 갤러거는 레논이 쓴 것과 비슷한 색안경을 써서 특별한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폴 매카트니의 트레이드마크는 무엇이 있을까? 폴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그룹의 베이시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그는 기타리스트였다. 하지만 비틀즈가 공식 데뷔를 하기 전 베이시스트 서트클리프가 그룹을 떠나면서 레논의 부탁으로 폴이 베이시스트가 된 것이다. 그는 서트클리프의 호프너 베이스를 연주했는데, 마침내 같은 호프너 기타 중에서 자신에 맞는 걸 찾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30파운드를 주고 바이올린 모양의 호프너 500/1 일레트릭 베이스 기타를 샀다. 이후 1963년 매카트니는 호프너사에서 두 번째 500/1 베이트 기타를 받았으며, 이 기타는 비틀즈가 라이브 공연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모든 순회공연에 함께하며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다음은 조지 해리슨이다. 기타를 소개해야 마땅하지만, 가죽 재킷을 소개해 본다. 1961년 비틀즈는 검은색 가죽 바지와 가죽 재킷 그리고 검은색 티셔츠라는 무대 의상을 선보인다. 당시 로커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가죽 패션이 비틀즈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이리라. 하지만 1962년 비틀즈의 매니저를 맡게 된 엡스타인은 가죽 패션을 재검토하기 시작한다. 리버풀 남쪽으로 가면 환영받지 못한 다는 이유였다. 비틀즈가 돈을 더 많이 벌고 공연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는 가죽옷을 벗고 양복을 입어야 했다. 결국 비틀즈는 '하드한' 이미지를 버리고 '소프트한'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그렇다면 링고 스타는? 아무래도 드럼이 되어야겠지만, 재떨이가 더 유명하다. 비틀즈의 녹음 기간 동안 애비 로드 제2스튜디오에서 녹음 기간 내내 링고 스타의 드럼 세트 옆에 서 있던 스탠드형 재떨이 말이다. 1960년대에 스튜디오에서의 흡연은 관행이었고 멤버 모두 흡연자였기 때문에 재떨이는 필수품이었다. 사실 이 재떨이는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한다. 1931년에 문을 연 스튜디오에서 활동한 드러머와 피아니스트들의 재떨이로 쓰인 것이다. 


이들의 뒤에는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있었다. NEMS라는 이름의 가게를 하던 그는, 비틀즈의 공연을 보고 열의를 불태웠고 마침내 비틀즈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협상 끝에 비틀즈의 매니저가 된다. 이후 그는 비틀즈가 가장 성공적이었던 나날들에 비틀즈의 역사를 열고 인도한다. 그 자신 또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룹을 관리하는 세계적인 사업가가 되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물건들을 소개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아쉽다. 그 물건들 하나하나에 비틀즈의 숨겨진 이야기부터 아프고 즐겁고 슬프고 재밌는 이야기까지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 물건들을 보는 순간, 나만의 물건들을 다시 돌아보고 싶어 지기도 한다. 물건에 얽힌 한 사람의 역사는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비틀즈의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 충분히 그들의 팬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을 넘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들의 역사를 그들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지는 게 인지상정이겠다. 이 책은 그런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도 남음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유산이 된 비틀즈. 너무나 큰 성공에 가려진 그들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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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스타, 브라이언 엡스타인, 비틀즈, 비틀즈 100, 조지 해리슨, 존 레논, 폴 매카트니
  • BlogIcon 아잇
    2014.06.23 11:13 신고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 놀러 왔다가 세세한 정보까지 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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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타리스트> 기타리스트에 대한 모든 걸 알려줄 단 한 권의 책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3. 10. 30. 07:08




[서평] <더 기타리스트>


<더 기타리스트> ⓒ어바웃어북

손재주 많은 삼촌이 통기타를 치는 걸 어릴 때 본 기억이 난다. 코드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를 만지작 거리시더니 이내 멋지게 한 소절 뽑으셨다. 연주가 시작되자, 삼촌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삼촌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기타리스트'가 되어 있었다. 굉장히 멋있었고, 사람 자체가 달리 보였다. 그렇게 나에게 기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악기가 아닌, 기타리스트가 연주해야만 의미있는 악기로 남았다. 


우리집에는 일렉트릭 기타와 증폭기, 스피커가 구비되어 있다. 몇 년 전에 동생이 구입했던 것인데, 지금은 먼지에 쌓여 방 한구석에 놓여 있다. 일렉트릭 기타는 비주택가의 지하실에서 방음장치를 해놓지 않은 이상, 쉽게 연주될 수 없는 비운의 악기이다. 하지만 분명 기타는 오늘날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는 대표적 악기 중에 하나로,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부터 악기로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서게 되자 기존 기타의 작은 소리로는 좌중을 압도할 수 없었고, 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해 기계 기타가 발명되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좌중을 압도하는 엄청난 힘의 음악이 락앤롤이 탄생했다. 흑인들의 음악인 블루스에서 태동한 이 음악 조류는 기타리스트에게 완벽하게 맞춰졌다. 비로소 기타리스트들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완벽히 정리한 근현대 음악의 '기타사'


책 <더 기타리스트>(어바웃어북)은 블루스부터 락앤롤에 이르기까지 약 50~60년의 역사를 장식한 105명의 기타리스트들을 한 권으로 정리하였다. 사진들을 곁들여 그들의 개인 약력을 간단히 정리하였고, 근현대 음악사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비교적 상세히 조명하였다. 105명이나 되는 기타리스트들이기에 솔직히 모르는 인물이 태반이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근현대 음악의 '기타사'를 완벽하게 정리해가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기타리스트들은 모르지만, 락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유명 그룹들은 많이 알고 있다. 비틀즈와 레드 제플린을 시작으로 롤링 스톤스, 딥 퍼플, 퀸, AC/DC, 메탈리카, 본 조비, U2, 너바나, 라디오헤드, 콜드 플레이, 오아시스, 뮤즈 등. 책에서는 이 모든 유명 락그룹의 기타리스트들 또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큰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그룹의 음악을 다시 찾아 들어보면서, 기타의 선율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아울러 그동안 듣지 않았던 다른 악기들까지도. 보컬리스트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락 그룹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그런 생각을 대표적인 그룹이 존재한다. 1963년도에 결성된 '야드버즈'이다. 흔히들 이 그룹을 두고 "기타리스트의 위치를 재정립 시켜준 그룹"이라 한다. 다른 그룹들이 보컬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면, 이 그룹은 기타리스트들을 포함해 연주자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그룹에서 3명의 위대한 기타리스트들을 배출한 것이다. '에릭 클립튼', '제프 벡', '지미 페이지' 이 중에서 '지미 페이지'는 후에 '레드 제플린'을 결성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 명은 책에서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프린스가 위대한 기타리스트?


한편, 책으로 보다가 특이한 이름을 발견했다. '프린스' 프린스라면 1980년대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유일한 라이벌이었던 가수가 아닌가? 그런 그의 이름 앞에 걸출한 기타리스트라는 칭호가 붙어 있다니 낯설지 않을 수 없다. 그를 단순히 섹시한 팝스타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는 비범한 아티스트였다. 


2011년「롤링 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 100'에서 33위에 올랐고, 'www.guitar.com'의 순위에서도 30위에 올라있다고 한다. 또한「롤링 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100' 순위에서도 27위에 올라있다. 위대한 기타리스트이자 아티스트라고 아니할 수 없겠다. 그래서인지 이 천재적인 기타리스트는 2007년「롤링 스톤」에서 발표한 '가장 저평가된 기타리스트'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참고로「롤링 스톤」은 미국의 잡지로, 대중 문화(대중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의 세계 최고 음악 잡지이다.)


단 한 명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여기, 기타의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단 한 명의 기타리스트가 있다. 그 이름만 들어도 온몸에 전율이 이는, 사실상 내가 아는 유일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그는 30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죽고 말았지만, 락의 역사에서는 가장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미 헨드릭스는 죽기 3년 전인 1967년 영국에서 정식으로 데뷔했다. 데뷔 즉시 열광적인 환호를 받고 절대적인 지지를 획득했다고 한다. 이후 미국으로 금의환향한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오래가지 못한다. 1970년 사망하고 말았다. 


"기타리스트로서 지미 헨드릭스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에 있어서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혁신적인 연주력에 있다... 스테이지 매너와 쇼맨수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미 헨드릭스는 의심의 여지없이 당대 사이키델릭 록 기타의 최고봉이었으며 이후 등장한 하드 록과 헤비메탈 기타리스트들의 선구자적 존재였다. 더 나아가 1960년대 후반 이후 대거 등장하게 되는 록과 재즈의 만남, 그러니까 재즈 록 혹은 퓨전 재즈의 발전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거의 모든 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의 자리는 오직  한 사람(지미 헨드릭스)의 차지다." (본문 중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


이 책은 한 명 한 명 천천히 그 삶을 음미하며 읽기에 부담이 없다. 혹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만 골라서 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관심이 없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람 이름, 그룹 이름, 악기 이름, 음악 이름, 노래 이름 등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이름들이 끝도 없이 나열되기에 지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이 모든 걸 너무나 잘 아는 저자는 신들린 듯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처럼 조사하고 공부하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썼을 것이 자명하다. 


또한 계속 읽다보면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105명의 기타리스트들이 모두 거장이고 전설이고 최고이고 중요하고 중심이고 가장 유명하고 가장 기타를 잘 친다는 것이다. 물론 수백 수천 명의 기타리스트들 중에서 뽑고 뽑은 것이겠지만, 그래도 이런 천편일률적인 수식어를 계속해서 보기에는 조금 거북하고 민망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여기서 소개되는 거의 모든 기타리스트들이「롤링 스톤」에서 발표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100'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500', 그리고 'www.guitar.com'에서 선정한 기타리스트에 올라가 있다는 점이다. 책을 덮고 나니, '위대'에 대해 재정립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저자의 열정에는 박수를 쳐주지 않을 수 없다. 편집자의 권유에 따라 1년여동안 준비를 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토록 꼼꼼하고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느끼는 또 하나의 감정, 그들의 기타가 조용히 흐느끼기 사작한다. (그리고 책 표지에 대해 한 마디, 왜 기타의 4번째 줄이 오른쪽으로 휘어졌을까?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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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Hansik's Drink
    2013.10.30 10:34 신고

    좋은책 잘 알아 갑니다 ^^
    행복 가득한 하루를 보내세요~

    • BlogIcon singenv
      2013.10.30 18:52 신고

      감사합니다.
      하루 마무리 잘 하세요~

  • BlogIcon 에스델 ♥
    2013.10.30 13:33 신고

    기타리스트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수요일 보내세요!

    • BlogIcon singenv
      2013.10.30 18:53 신고

      정보와 함께 지혜도 드릴 수 있게 해볼게요!
      하루 마무리 잘 하시길~

  • BlogIcon 초록손이
    2013.10.31 11:08

    아들내미가 기타를 하도 좋아해서..열심히 읽고 갑니다..역시, 갸는 갸의 취미를, 저는 저의 취미를..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0.31 17:59 신고

      아, 그러면 이 책 하나면 기타리스트들에 대한 모든 걸 알려주실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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