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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계엄령 시대의 지옥 같은 학교를 공포로 빗대다 <반교: 디텐션> 2020.08.27
  • 호불호가 갈릴, 혁신적 인터랙티브 방식의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2019.01.25
  •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그래도 2편은 보고싶다, 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2016.07.18

대만 계엄령 시대의 지옥 같은 학교를 공포로 빗대다 <반교: 디텐션>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8. 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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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반교: 디텐션>


영화 <반교: 디텐션> 포스터. ⓒ찬란/(주)팝엔터테인먼트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거의 매년 꾸준히 관객을 찾았다. 비록,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관객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받은 작품은 찾기 힘들지만 말이다. 그 시작은 1990년대이다. 최초는 아니지만 시작점에서 유명한 건 <모탈 컴뱃> 시리즈가 있을 테고, 2000년대 들어 <툼 레이더> 시리즈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있을 테다. 이중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15여 년간 6탄까지 나오며 나름의 인기를 끌었다. 2010년대 들어 <페르시아의 왕자> <잉그리버드 더 무비>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명탐정 피카츄> 등이 쏟아져 나왔다. 


2020년대를 시작하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는데, 2월의 <수퍼 소닉>이 그 작품이다. '전설'이라고 이름 붙여도 충분한 게임 원작을 바탕으로 했지만, 내부 시사에서 반려 당해 다시 만들다 시피 하여 뒤늦게 개봉했지만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올리는 등 파란만장한 제작·개봉 역사를 자랑(?)한다. 한편, 이번 8월에도 명작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반교: 디텐션>이 찾아왔다. 흔히 접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대만 게임을 원작으로, 대만에서 실사화했다.  


영화 <반교: 디텐션>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었고, 대만의 흑역사라고 할 만한 20세기 계엄령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무엇보다 공포 장르이다. 2019년 제56회 금마장 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아호, 나의 아들>과 양분하다시피 했기로서니, 신인 감독의 작품으로 쾌거를 이룩한 것이리라. 그런가 하면 제22회 타이베이 영화제에서는 대상과 최우수영화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개봉 직후 대만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2019년 개봉한 대만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대만 영화계를 뒤짚어 놓은 게 확실하다. 


비 내리는 지옥 같은 학교,,, 탈출할 수 있을까


비가 매섭게 내리는 밤, 텅비고 음산한 교실에서 잠이 깬 팡루이신은 영문을 모른 채 헤매다가 한 학년 후배 웨이충팅과 마주친다. 그들은얼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선생님과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얼굴 없는 여학생과 마주치기도 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는데, 거대한 유령의 모습을 한 경찰이 간첩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죽여 버렸다. 


간신히 유령에게서 도망친 팡루이신과 웨이충팅, 여전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헤맨다. 밖은 매섭게 내리는 비 때문에 홍수가 나 학교에서 탈출하긴 요원하니, 어떡하든 학교 안에서 버티며 사람들을 찾아야 했다. 그들 앞에 나타나는 친구들 덕분에 그들은 하나하나 기억을 되찾지만,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 뿐이다. 이건 현실이 아닌 꿈, 악몽이 분명하다. 


때는 1962년 서슬 퍼런 계엄령이 한창인 때 대만의 취화고급중학교, 장 교사와 인 교사는 웨이충팅을 비롯한 몇몇 학생들과 지하 독서부를 이끌고 있다. 그들은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는 서적을 몰래 들여 공부했는데, 누군가의 밀고로 한순간에 와해되어 모조리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정황상 팡루이신과 웨이충팅이 연류된 것으로 보이는데... 팡루이신과 웨이충팅은 지옥 같은 학교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지하 독서부가 와해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밀고자는 누구일까? 


대만 계엄령 시대의 아픔과 슬픔


영화 <반교: 디텐션>은 악몽의 공포와 그보다 더한 현실의 공포를 따로 또 같이 적절하게 보여 주며 대만 계엄령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자연스레 그려 낸 수작이라 할 만하다. 다만, 일반적인 호러 영화를 대할 때 바라게 되는 심장까지 쫄깃한 공포를 만끽하긴 힘들다. 눈에 보이는 공포의 요소보다 현실 상황의 공포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공포가 훨씬 더 공포스러운 시대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1962년이라고 하면, 비단 대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냉전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대다수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 정부를 비롯 위정자·권력자들은 공산주의 세력 또는 자본주의 세력에 대한 대항을 빌미로 독재를 펼치곤 했다. 대만의 경우, 1949년 말 공산당과의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본거지를 옮기면서 국민당 일당 독재가 시작되고 전국적으로 살벌하고도 강력한 반(反) 공산화·민주화 정책을 펼쳤다. 같은 해 5월부터 계엄령이 실시되었는데 자그마치 87년까지 40여 년간 계속되었다. 


이와 같은 시대에, 학생은 가장 살펴봐야 하는 대상 중 하나이다. 삶의 기조가 형성되는 시기이기에, 학교의 방침과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계엄령을 바탕으로 용공분자와 간첩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붙잡아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저 금지 서적을 몰래 들여와 공부한 죄밖에 없는 독서부 멤버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들 입장에서 금지 서적이란 보다 넓은 세상에의 순수한 앎을 의미할 수 있겠지만, 정부 입장에서 금지 서적이란 곧 친(親) 공산화·민주화를 의미했다.


그 어떤 공포보다 삶을 옥죄고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제 막 10대 중반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삶이란 게 무엇인지 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죽음의 공포부터 먼저 알아야 했으니, 그 알 수 없고 손도 닿지 않는 공포란 상상하기 힘든 무엇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영화를 보며 호러 영화에서 흔히 가 닿기 힘든 종류의 생각이 스멀스멀 끝없이 올라왔다. 


현실과 악몽을 오가는, 빠져나가기 힘든 공포


영화는 현실과 악몽(이라고 생각되는)을 오가는데, 현실은 상당히 밝은 반면 악몽은 말할 수 없이 기괴하다. 이는 주인공 팡루이신의 상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바, 현실에서의 로맨스가 어느 정도 빛을 발하고 있는 반면 그의 의식은 황폐하기 이를 데 없다는 반증이다. 이 영화의 공포가, 현실이 주는 죽음에의 공포와 함께 주인공 팡루이신의 피폐하기 이를 데 없는 내면을 비추는 악몽 속 공포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비할 바 없이 탄탄해 보이는 이유이다. 빠져나가기 힘든 이중, 삼중의 공포. 


그런가 하면, 영화는 공포를 유발하기까지 또 공포 이후에도 계속되는 아픔과 슬픔을 다루었다. 공포는 나를 해치고 누군가를 해치게 한다는 명제를 대입해 보면, 계엄령 공포 정치가 계속될 때 국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아픔을 겪고 슬픔까지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지하 독서부가 누군가의 밀고로 와해되고 잡혀 가고 또 죽음을 면치 못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밀고자 또한 피해자일 뿐이다. 


이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살아남는 자가 있다면, 아픔과 슬픔을 오롯이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죽고 없는 수많은 이의 삶도 짊어져야 할 것이다. 비록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 그 시절 공포의 근원은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공포들이 우리를 짓누른다. 인간은 정녕 공포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인가. 아픔과 슬픔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영화는 거기에까지 생각이 가 닿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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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갈릴, 혁신적 인터랙티브 방식의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1.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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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포스터.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 등과 함께 넷플릭스 전성시대를 열어젖히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드라마 <블랙 미러>, 시즌 4까지 나온 현재 1, 2는 영국 channel 4를 통해 방영되었고 3, 4는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었다. 


미디어와 정보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SF 옴니버니 드라마 시리즈인 이 작품은, 시즌 3의 네 번째와 시즌 4의 첫 번째가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에미상 TV영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한다. 


2011년 처음 공개된 <블랙 미러>는 2년, 3년, 1년마다 다음 시즌을 공개했는데 시즌 5는 다시 시즌 4 이후 최소 2년 이후인 올해 또는 내년에 공개될 것 같다. 그 공백을 메우려는지 시즌 2와 3 사이인 2014년 말에 화이트 크리스마스 스페셜 단편을 공개한 적이 있고, 이번 2018년 말엔 영화를 공개했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가 그것이다. 


우선, 이 작품은 드라마 <블랙 미러>를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블랙 미러> 시리즈가 애초에 옴니버스식으로 서로 연관 없는 단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띄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 영화가 드라마 <블랙 미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어린 프로그래머의 게임화 작업


때는 1984년 6월 미국, 엄마 없이 아빠하고만 사는 어린 프로그래머 스테판 버틀러는 제롬 F. 데이비스라는 작가가 쓴 인터랙티브 판타지 게임 소설 <밴더스내치>를 게임화하고자 한다. 그는 잘 나가는 신흥 게임회사 터커 소프트를 찾아간다. 


사장 모함 터커와 현존 최고의 프로그래머이자 터커 소프트 수석 프로그래머 콜린 리트먼을 만나 자신의 뜻을 전하는 스테판, 그들은 이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인터랙티브 게임에 관심을 갖고 그 자리에서 게임화를 수락한다. 


스테판은 이 방대하고 촘촘한 스토리가 모조리 머릿속에 있다고 하며 혼자서 작업을 완료해 납기일에 맞추겠다고 하며 집으로 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와중에도 어린 시절 엄마와 관련된 충격적 기억으로 상담을 다니기도 한다.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던 어느 날엔 길에서 콜린을 만나 그의 집으로 함께 간다. 콜린은 스테판에게 마약을 권하며 그것이 작업을 도와줄거라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설파한다. 시간은 구조물이며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죽고 다른 선택을 하러 돌아갈 수 있다, 누구도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지 못한다, 거울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다, 정부는 음식에 약을 넣고 사람들을 감시한다 등. 


이후 스테판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다고 믿게 되며 모든 걸 의심하기 시작한다. 상담사가 주는 약, 아버지가 잠가놓은 문. 그런가 하면 작업 도중 자신도 모르게 컴퓨터를 부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는데...


혁신적 '인터랙티브'


시청자가 영화의 주요 길목에서 직접 선택한다는 '인터랙티브' 방식, 정녕 신선하고 혁신적이다.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의 한 장면. ⓒ넷플릭스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뉠 게 분명하다. 우선, 영화 내적으론 볼 만한 것도 생각할 만한 것도 없다. 스토리, 사건, 캐릭터 그 어느 면에서도 봐줄 만한 게 없다. 완전히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가 내놓은 지극히 실험적인 이벤트성 영화이다. 이 사실을 반드시 숙지하고 영화를 봐야 한다. 그리고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넷플릭스'를 통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영화가 초점을 맞춘 건 '인터랙티브'다. 영화의 외적 방식과 내적 주제 모두와 관련이 있다. 영화 속 주요 소재인 게임북 <밴더스내치>의 게임화와 일맥상통하는데, 제공자인 넷플릭스와 사용자인 시청자들의 상호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이다. 즉, 사용자의 직접적인 참여 선택에 따라 영화의 주요 스토리라인이 바뀌며 자연스레 결말까지 바뀐다. 


어릴 때 종종 했던 인터랙티브 게임북이나 "그래, 결심했어!"로 유명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TV인생극장'이 생각나게 하는 이 콘텐츠는, 사용자가 직접 참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창작자와 제공자만의 고유한 전유물인 '신'이 되는 경험을 사용자도 일정 정도 이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여러 면에서 혁신적이다. 


미디어와 정보기술적 질문들


이 영화를 내적 아닌 위와 같은 외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하면 일찍이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면, 우린 영화 콘텐츠 방식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극중 콜린이 설파하는 말들 중, '시간은 구조물이며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죽고 다른 선택을 하러 돌아갈 수 있다, 누구도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지 못한다'는 생각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상당한 철학을 함유하고 있는 명제이기도 하다. 시간과 차원에 관한 관한 과학적, 자유의지에 관한 정치적 질문과 그에 대한 하나의 정답이기도 하다. 


이 모든 철학, 과학, 정치적 질문을 현대로 옮기면 드라마 <블랙 미러>의 주요 소재이자 주제인 미디어와 정보기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삶은 미디어에 의해 지배 당하고 정보기술은 시간을 구조화하여 수많은 선택지를 주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게 한다. 그런 반석 위에 이 영화는 실험적이지만, 이벤트성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평균 러닝타임은 90여 분이고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 될 수 있고 두 시간이 넘을 수도 있다. 제공된 총 러닝타임은 다섯 시간이 넘는다 하고, 공식적인 엔딩만 다섯 가지라고 하며, 비공식적 엔딩은 열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필자는 외적 방식에 한껏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보았고 60% 정도 만족을 했다. 최초의 엔딩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보았는데, 중간의 중요 분기점으로부터 다양하게 퍼지는 내용과 결말을 몇 개 더 보는 데도 몇 십 분 정도 걸렸을 뿐이다. 짧고 굵게 신선한 경험을 해보았는데 전혀 후회는 없고 앞으로 보다 괜찮은 인터랙티브 영상 콘텐츠들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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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그래도 2편은 보고싶다, 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6. 7.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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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역사상 최고의 게임 중 하나인 '워크래프트'가 드디어 영화로 나오다. 여러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을 텐데, 개봉을 강행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게임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안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였을까.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UPI코리아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아직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지 않아 PC방도 없었던 그때, 친구들 사이에서 '워크래프트 2 해봤냐, 엄청 재밌다'는 말이 돌았다. '워크래프트'의 존재도 몰랐는데 2가 나왔다니 어리둥절했지만,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실시간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스타크래프트로 옮겨 갔지만, 어린 시절 받았던 그 충격적인 영상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에게 '워크래프트 2'는 최고의 게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는 3이 나온 지도 오래고 4번째 시리즈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나온 지도 오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세계 온라인 게임의 절대강자다. 


1억 명 이상의 엄청난 팬을 거느린 이 게임을 영화계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출시되고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인기를 끌자, 2006년 영화화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10년이 지나 개봉했다. 인기를 가늠해본 것일까, 작업 자체가 힘들었던 것일까. 그 사이 워크래프트의 인기는 미국, 한국 등에서 중국으로 넘어가 있었다. 


원작 게임에 충실한 게임 영화 


영화적으로 스토리 전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전개가 너무 빠르고 불진철했다. 게임을 아는 이는 빨려들듯 영화에 열중할 수 있었지만, 게임을 모르는 이는 시작부터 삐그덕 댔을 것이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의 한 장면. ⓒUPI코리아



지금에 와서 개봉하는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팬서비스 차원이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마니아 층만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가 봐도 미국, 한국 등에서는 흥행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당연한 듯 흥행에 참패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흥행하게 되어 있었다. 당연한 듯 흥행에 대성공했다. 어떤 내용일까. 


영화 콘텐츠는 나날이 하향 평준화 되고 있는 듯하다. 더 이상 새로운 걸 내놓기가 힘들다. 리메이크와 속편이 점점 많아 지고 있는 이유다. 그 와중에 소설, 만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들은 예전부터 많았고 상당수가 잘 되었다. 게임도 시대를 선도하는 콘텐츠 중에 하나이기에 영화계에서 눈독을 들여왔는데, 잘 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기억나는 게 <툼 레이더>나 <레이던트 이블> 정도? 그만큼 불모지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였을까.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다른 게임 원작 영화보다 더 게임에 충실했다. 게임 자체의 방대한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많은 위험을 감수했을 건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빨랐다. 게임을 아는 이는 빨려들듯 영화에 열중할 수 있었지만, 게임을 모르는 이는 시작부터 삐그덕 댔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게임은 자주했지만 스토리는 잘 몰랐음에도 빠른 전개가 나쁘지 않았다. 감히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판타지 시리즈인 <반지의 제왕>와 비교하자면, <반지의 제왕> 같이 느리고 진중한 전개보다 차라리 더 좋았다. '아는 사람끼리 왜 이래'라고 하면 알까?


기대하지 않고 봤기에 의외로 괜찮은 스토리


은근히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들이 의외로 복잡하다.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든 와중에 괜찮았다. 그나마 건진 수확이라 하겠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UPI코리아



'드레노어'에 사는 오크 종족, 그 정예부대는 행성이 황폐해지자 차원의 문을 열어 인간을 비롯한 얼라이언스의 땅 '아제로스'로 쳐들어간다. 오크 종족의 대마법사이자 여러 부족장들 위에 군림하는 굴단의 사악한 지옥 마법에 의해서였다.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의 7종족이 어울려 사는 '아제로스'에서 오직 인간만이 오크 종족을 상대한다. '전쟁의 서막'답지 않은 빠른 전개, 그리고 '전쟁의 서막'다운 소규모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종족의 린 왕, 수호자 메디브와 사령관 로서는 전쟁을 진두지휘한다. 그 와중에 수호자의 제자 카드가와 오크의 노예에서 로서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가로나가 큰 역할을 한다. 한편, 오크 종족은 내분에 휩싸인다. 정예부대를 이루고 있는 3종족 중에서 비교적 약한 축에 속하는 서리늑대 부족의 장인 듀로탄이 굴단의 지옥 마법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생명력으로 시전되는 지옥 마법으로 자신의 고향이 황폐화된 걸 깨닫고 인간 종족과 연결을 시도한다. 과연 성공할까. 


여기에 수호자와 제자, 듀로탄과 그의 절친 그리고 아내와 자식, 가로나와 로서 그리고 굴단, 은근히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들이 의외로 복잡하다.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든 와중에 괜찮은 설정이다. 또한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연상케 하는, 뜻밖의 죽음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마무리도 '전쟁의 서막'의 선을 지켰다. '이 영화는 시리즈의 1탄입니다. 곧 2탄이 나옵니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보았기에 그나마 건진 수확이라 하겠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욕하면서 보고 싶었다.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 기대를 하고 봤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엑스맨: 아포칼립스>이 하나같이 실망스러웠기에, 훨씬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은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앞엣것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한 게 없었다. 어줍잖은 철학을 넣는 것보다 넣지 않는 게 낫다. 


여러 부분에서 괜찮았지만,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특히 스토리 전개와 화면 전환의 유기성에서 상당히 형편 없었다. <반지의 제왕>의 친절함이 새삼 그리웠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UPI코리아



그렇다고 이 영화를 치켜세울 마음은 없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계속되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중국을 제외한) 1편의 흥행 참패로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일반 대중이 챙겨보진 않을 듯하니 이대로의 느낌으로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스토리 전개와 화면 전환의 유기성은 어떤가. 가장 거슬리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몇 마디 말로 대신하는 주요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크와 인간의 '전쟁'인데, 전쟁은 나오지 않고 '전투'만 나왔다. '얼라이언스'의 아제로스인데, 인간만 나온 건 애교로 봐줄 정도다. 시리즈의 1편이라는 걸 강하게 인지하고 캐릭터 각각에 지나치게 생명력을 불어넣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반지의 제왕>의 친절함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증의 시리즈 <반지의 제왕>이다.


중국의 존재로 아마 시리즈는 이어질 것 같다. 1편을 본 입장에서 2편도 보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공부할 필요성을 약간 느낀다. 그러며 '게임'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뭔지 모를 포근함까지 느껴진다. 고맙다고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또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는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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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반지의 제왕, 불친절, 스토리, 오크,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인간, 중국,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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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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