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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죗값을 치른 이 살인 가해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보이 A> [신작 공연 리뷰] 모종의 죄를 지어 '보이 A'라는 이름으로 교도소에서 10년 넘게 복역한 에릭, 24살이 되어 모범 복역수로 보호관찰관 테리의 도움을 받아 가석방되어 세상 밖으로 나간다. '잭'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잭은 새로운 직장에서 동료이자 친구 크리스를 만나고 월급으로 저축도 하면서 사람답게 살고자 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그를 찾아오는 건 A, 잭이 어린 시절 함께 범죄를 저지른 친구이자 당시 그의 분신과도 같은 사람. 잭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A가 나타날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와 함께 놀러 갔다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어린아이를 구해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잭에게로 향하니, 머지않아 그의 과거가 드러난다. 동급생을 잔.. 더보기
위대한 소설을 잘 살리지 못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 [오래된 리뷰]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다시피 한 저 유명한 '예술 작품' 영화 를 내놓은 바즈 루어만 감독, 일찍이 1992년 로 크게 성공하며 데뷔했지만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내놓은 작품은 5편에 불과하다. 일면 믿기 힘든 과작(寡作)의 주인공인데 그의 스타일 때문인 것 같다. 하나같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그의 영화들, 에서 정점을 찍고 에서 바닥을 찍었다. 그리고 가장 최신작이지만 6년 전에 내놓은 도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수많은 위대한 소설들이 영화로 재탄생 되는 과정에서 그 가치가 명멸했다. 소설과 영화가 훌륭한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함께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간 케이스도 있고, 여전히 소설만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영화는 나락으로 떨어진 케이스도 있다. 반면, 소설 본연의 지위가 떨어진 경우는.. 더보기
'스콧 피츠제럴드의 정신이상자 아내'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빛나는 여성'으로 <젤다> [서평] 영미 문학사의 빛나는 그 이름 'F. 스콧 피츠제럴드', 읽지는 않았어도 그 이름 들어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인 소설 의 저자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의 원작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미국의 황금기인 1920년 이른바 '재즈시대' 상징이다. 사교적이고 소비 지향적이며 주체적인 여성들, 즉 '플래퍼'를 다룬 소설로 뉴욕의 유명 인사가 된 그, 그에겐 소설 주인공의 대상이 되는 뮤즈가 있었는데 아내 '젤다 피츠제럴드'였다. 잘 나가는 집안의 말괄량이 젤다는 1920년대 황금기를 스콧과 함께 흥청망정 보낸다. 뉴욕은 물론 유럽을 수없이 오가며 진정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볼 때, 스콧은 젤다를 거의 있는 그대로 소설에 옮겨 재즈시대의 상징이 된 것이라 하겠다. 문제는, 젤.. 더보기
지금 이곳은 스크린셀러 천국 [책으로 책하다] 지금 이곳은 스크린셀러 천국 영화 '스크린'과 책 '베스트셀러'의 합성어로, 영화화된 소설 원작이 다시금 주목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을 '스크린셀러'라 한다. 2000~2010년대 등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가 대대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는데, 사실 그 기원은 족히 수십 년 전으로 올라간다. 1990년대에도 '스크린서 새옷 입는 베스트셀러'(경향신문)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고, 일찍이 1960년대에도 '영화화된 헤밍웨이 작품'(동아일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심지어는 1930년대에 굉장히 의미있는 기사가 있는데, '문학과 영화'(동아일보)라는 기사이다. 첫단락부터 80년 후의 2017년 모습과 기묘하게 겹친다. "베스트셀러가 영화화되던 시대.. 더보기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건 선한 이웃의 악이다 <선한 이웃> [서평] 민주화 30주년의 2017년 6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이 시점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올해 6월 참으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민주화 영령들이 불려 나왔다. 그중엔 당연히 소설도 있는 바, 이정명 작가의 (은행나무)도 그중 하나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선과 악의 대립 또는 선과 악의 모호함 등의 소재, 이정명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픽션적 뒷이야기들. 세종의 한글 창제 뒷이야기를 집현전 학자 연쇄살인 사건으로 풀어내고,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과 관계의 뒷이야기를 추리적 기법으로 풀어냈으며, 윤동주와 검열관 스기야마 도잔의 뒷이야기를 검열관 죽음과 미스터리로 풀어내는 등 이정명의 소설은 구미를 당기는 무엇이 있다. 나는 앞의 두 책 와 은 재밌.. 더보기
위대한 소설가 발자크의 창작 도구, 음식. 당신은? <발자크의 식탁> [서평] 이런 책, 좋다. 치열한 연구, 오타쿠적이기까지 한 관심과 열정, 종횡무진 오가며 확대재생산시키는 와일드함으로 무장한 책. 일단 뿌리 부분을 완벽히 꿰고 있어야 하겠다. 그에 못지 않게 가지나 잎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바, 보는 입장에선 얻을 게 무궁무진하다. 지식은 물론, 앎에서 오는 재미도 한가득이다. 앙카 멀스타인의 (이야기나무)이라는 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뿌리 부분은 다름 아닌 '발자크'다. 19세기 초중반 프랑스 소설가,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 말이다. 90편이 넘는 개별 소설들을 통해 당대를 완벽히 그려낸 방대한 소설 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소설 세계는 으로 집약되어 있다고 봐야 하겠다. 여기에 '식탁'이라니. 발자크의 음식 사랑을 탐구하는 책인가, 싶다. 막상 읽.. 더보기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의 경각심을 깨워라! <천공의 벌> [서평] 히가시노 게이고의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8 지진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걱정이었던 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케 하는 '원전 사고' 여부였다. 이번 대지진의 진앙지인 경주에서 불과 27km 떨어진 곳에 월성 원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월성 원전은 이번 지진으로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생한 사건이다. 월성 원전은 규모 6.5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5.8 정도의 지진이 일어날 거라는 건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설계라 할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일이 터지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원전 사고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995년 일본 고베에 규모 7.0을 넘어서는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일본 .. 더보기
문예 서평 잡지 <AXT> 톺아보기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의 유명한 구절을 모토로 삼아 격월간으로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출간하는 잡지 '소설을 위한, 소설독자를 위한, 소설가들에 의한 잡지'라고 당당하게 천명하며 지난 7월 시작했다. 시작부터가 가히 파격이었다. 원래 무료 배포로 기획했다는데,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놀라지 마시라, 2900원이다. 10% 할인된 가격으론 2610원이고. 페이지는 평균적으로 270쪽을 상회한다. 잡지에 실리는 글만 해도 20편이 넘는다. 모두 소설에 관한 글이다. 예전에 비해 소설 시장이 터무니 없이 침체되었다. 개중에서도 한국 소설은 거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책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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