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중쇄 미정>


<중쇄 미정> 표지 ⓒ그리조아



지난해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대대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중쇄를 찍자!>, 일본 만화 매거진 업계 2위를 달리는 대형 출판사에 입사해 고군분투를 마다 않고 성장해가는 신입 편집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로서는 알 길 없는 일본만화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고 '편집자'라는 더더욱 알 길 없는 직업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그 새로움이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문학계간지와 단행본을 양립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지라, 접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새로움보다 일종의 동료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며 한편으론 자괴감이나 자격지심도 느꼈으니... 나는 출판계의 99%를 차지하는 소형출판사의 일원이고, <중쇄를 찍자!>의 주인공는 굴지의 대형출판사의 일원이 아니겠는가. 재미와 공감과는 별개로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편집자의 소소하지만 피말리는 일상


이런 99%의 사정을 눈치챘는지 출판계의 99%를 차지하는 소형출판사의 이야기가 만화로 나왔다. 제목은 '중쇄를 찍을지 정하지 못했다'라는 뜻의 <중쇄 미정>(그리조아). <중쇄를 찍자!> 원작이 만화이거니와 중쇄를 찍자는 얘기이니, 다분히 노리고 나온 작품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다. 


만화는 굉장히 얇은 분량에 대사도 거의 없고 배경도 거의 없으며 스토리라 할 것도 없다시피 하다. 대신 소형출판사의 막내 편집자가 겪는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거의 없는 대사도 거의 출판계에서만 쓰는 전문 용어이기에, 초반엔 각주만 읽으며 지나간다. 그 자체로 편집자의 소소하지만 피말리는 일상이다. 


책 한 권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편집자의 일, 말그대로 피말린다. 잘 팔릴 것 같은 책 기획, 밤새 작업해도 마감에 맞추기 힘든 일상, 3번이나 꼼꼼히 살펴도 보이지 않던 오자는 꼭 인쇄가 마무리되어 책으로 나와야 보이고, 서점이나 유통업체는 절대 굽히지 않을 고압적인 자세로 자존감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고민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책은 팔리지 않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중쇄 미정>에 나오는 표류출판사보다 더더욱 작은 출판사에서 온갖 잡일부터 시작해 대형 진행까지 도맡아 한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3교'를 볼 시간도, 저자 관리나 서점 관리를 할 시간도, 오자 하나에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자문도 할 시간이 없다. 그렇지만 공통적인 게 있다면, '팔리지 않는 책'에 대한 고민은 항상 따라 다닌다는 것이다. 


'책 팔아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씁쓸하고 충격적인 깨달음


만화에 나오는 표류출판사는 지난 한 해 '중쇄'를 찍은 책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중쇄를 찍는다는 건 비로소 '본전 치기'를 했다는 뜻(중쇄를 찍으면서도 돈이 들기에 완전한 본전은 한참 멀었지만). 초판 1쇄를 찍을 때 총제작비에 맞춰 부수를 산정하기 때문인데, 사실 99%의 출판사들이 중쇄 찍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도 시간이 갈수록 초반 부수가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2000부를 찍으면 많이 찍은 거라고 봐야할 정도이다. 그 수치는 앞으로 점점 더 작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는 중쇄를 찍어도 본전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소형출판사의 앞날에 희망이 있기는 한 것일까. 


표류출판사의 편집장은 참으로 멋지다. 아니면 의지가 박약하거나 내려놓았거나. 주인공인 막내 편집자에게 조언하길, '천 권만 팔리는 책도 만들어야 해. 만 권이 팔리는 책의 독자는 천 권만 팔리는 책을 안 볼 테니까. 우리는 그런 독자들이 책을 보게 해야 할 의무가 있어.' 혹자에겐 자본주의 시대에 적자만 늘어나는 소형출판사 편집장이 늘어놓는 궤변이자 자기 위안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공감이 가는 건 사실이다. 


자력으론 절대적으로 만 권 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천 권만 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젠 '책 팔아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깨달음, 책을 펴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사명감밖에 안 남았다는 깨달음. 이 쓸씁하고 충격적인 깨달음을 만화는 담담하게 전한다. 심지어 아기자기까지 하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출판이란 무엇인가


매일 매순간에 편집자의 일에 대한 자괴감이 따라온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뒤따른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사명감으로도 지탱할 수 없을 때가 올 텐데. 표류출판사의 사장처럼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어지면 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 텐데. 그때 회사 식구들은? 내 가족들은? 우리 출판계는? 독자는?


경력이 조금 쌓인 지금은 덜하지만, 혼자 끙끙대며 밤새 두려움에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초판 부수를 만 단위로 고민하는 출판사의 이야기인 <중쇄를 찍자!>는 이런 나의 고민과 두려움에 절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어줄 수 없었다. 반면 <중쇄 미정>은 비록 고민과 두려움을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오게 했지만 상당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심지어 강 건너 일본에서도 하는구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열심히 책을 만들고 어떻게든 팔아보겠다고 이것저것 해보는 수밖에. 하지만 그건 모든 출판사에서 나보다 훨씬 열심히 치열하게 하고 있을 일이다. 그러니 어쩌면 '버틴다'는 표현은 맞지 않을지 모른다. 지극히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의 일이니. 그저 '나아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게 맞는 말 같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이다. 요즘 들어 책에 관한 책이나 출판사에 관한 책, 편집자에 관한 책에 전보다 많아진 것도 그 일환이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욕망의 표출이 아닌가.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창'에 불과한 편집자, 책의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편집자의 이야기를 말이다. 여기까지 왔다. 아니,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기에 여기까지 온 게 당연할지 모른다. 


이 책은 '소형출판사'의 편집자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소형출판사의 '편집자' 이야기이기도 하다. 출판사 관계자는 물론, 일반 독자분들도 한번 보시면 좋을 듯하다. 이 책 또한 작디작은 출판사에서 홀로 옮기고,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영업하고, 펴낸 이가 작업한 책이니만큼, 보는 것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은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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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서평] <조국과 민족>


<조국과 민족-상> 표지 ⓒ비아북



아직도 한 단어도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다. 국기에 대한 맹세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은 굳게 다짐합니다." 2007년에 수정되었다고 하는데, 여하튼 고등학교 때까지 아침 조례 시간이면 빠짐 없이 행하던 그 맹세. 군인이었을 땐 국기 게양 음악이 나오면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동작을 멈추고 그곳을 향해 몸을 돌려 엄숙한 자세로 경례를 하였다. 지금도 그 음악이 어디선가 들리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조국과 민족을 향한 몸에 봰 동작이자 감성이다. 


그땐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내가 충성을 다짐한 '조국과 민족'이 무엇인지. 깨우쳐서 알게 된 건 아니라서 '알았다'는 말이 정확한 수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알았다.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나아가 '(나는) 나라를 사랑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나라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도 당연했다.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학생의 본분, 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건, 나라를 위해 학생이 할 수 있는 최선. 


머리가 크니 조국과 민족이 국가를 위해 본분을 다하는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지켜주기는커녕 국민이 낸 혈세로 개인의 잇속을 챙기질 않나,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사업을 역사에 길이남을 만한 돈을 쓰며 밀어부치지 않나, 급기야 국민 몰래 나라를 통째로 넘기려들지 않나... 국가라는 게 무엇인지,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지. 국가라는 이름 하에 거행되는 짓거리가 한심하고 어이없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런 짓거리는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드러내 놓고 거행되었다. 


<조국과 민족-하> 표지 ⓒ비아북


국가라는 이름 하에 거행된 '조국과 민족'을 위한 짓거리의 가해자


만화 <조국과 민족>(비아북)은 국가라는 이름 하에 거행된, '조국과 민족'을 위한 짓거리를 색다른 시각으로 조명했다. 바로 '가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가 주인공이 되어, 서술된 이야기이다. 자칫 감화될까봐 알고 싶지 않았고, 차마 그 짓거리들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궁금한 건 사실. 왜 그들은 그러했을까, 어째서 그들은 그런 생각과 행동을 했을까.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때는 1987년. 안기부로 유추되는 정보기관에서 고문기술자로 명성을 떨치는 젊은 청년 박도훈, 그는 장실장의 인도 하에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행하고 특이한 어린 시절을 장실장 덕분에 잘 보내왔다고 믿는 도훈은, 장실장이 멘토이자 롤모델이다. 도훈은 일본과 금괴 밀수를 추진하다가 고정간첩 '광명산'의 마약 밀수를 돕게 된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이중간첩 아닌 이중간첩이 된다. 하지만 장실장과 가깝게 지내는 이중고정간첩 '량강 1호'의 첩보로 광명산이 잡히게 되고 도훈은 위기에 처한다. 도훈의 앞날은?


도훈과 함께 일하는 김대한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굴지의 건설사 회장 자리에 오른 김판구의 아들이다. 그는 '빨갱이'를 잡아 족치며 여기까지 왔다는 자부심이 대단한대, 대한은 다름 아닌 그가 조총련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조국과 민족'에 대한 대단한 신념을 지닌 대한은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김판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한다. 그러는 한편, 장실장의 명령을 받아 홍콩에서 한 남자가 아내를 죽인 사건을 파헤친다. 그런데 그 사건을 간첩의 짓으로 둔갑시키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이 이어진다. 대한은 어떤 선택을 할까? 


만화는 여러 실제 사건과 인물을 참조한 것 같다. '악의 축' 장실장은 장세동을, '고문기술자' 박도훈은 이근안을, 홍콩간첩조작사건은 '수지킴간첩조작사건'을 참조했다. 이밖에도 당시 전두환 정권 하에서 벌어진 기상천외하고 황당무계하고 무시무시한 조작 사건들을 다뤘다. 저자가 만든 이야기에 실제에서 빌린 인물과 사건을 곳곳에 배치하니 멋진 첩보물이 탄생했다. 기시감을 줄이고 생생함을 더했다. 


'보통 사람'의 조국과 민족을 위한 진심


작가는 만화를 통해서 말한다. 이 가해자들이 조국을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그러했다고 말이다.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를 짓거리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게 이 작품의 노림수인 것 같다. 여기서 더욱 무서운 건 뭐냐고? 그들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라는 것. 특수하게 길러졌거나 훈련받은 게 아니다. 또한 그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 체계를 통해 '진심으로' 조국과 민족을 생각했다는 것. 마약을 상시 복용해서 정신이 돌아버렸거나 애초에 이상이 있는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만화를 보며 그림체, 말투, 배경 등 모든 면에서 느낄 수 있다. 적어도 실무자들은 그들이 행하는 끔찍한 일을 그저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에서 영화 <박하사탕>을 보고 받은 충격을 다시 한 번 받았고, 그 눈쌀 지뿌려지고 가슴이 오므라들게 하는 잔인함은 영화 <남영동 1985>와 <변호인>을 생각나게 했다. 그들 모두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했다. '일했다고 믿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했다'고 하는 게 가해자의 진심이다. 


이쯤 되면 혼란이 찾아오지 않을 수 없다. 방법이 잔인했을 뿐 진심으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을 했다는 그들, 그들도 또 다른 피해자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더군다나 평범하다 못해 귀엽기까지(?)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더 이상 잔인하지도 끔찍하지도 않게 느껴질 때가 온다. 장난처럼 느껴지는 거다. 


작가는 왜 그런 그림체로 가해자의 입장에서 한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그려냈을까. 아이히만으로 상징되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하려는 의도일까. 홀로코스트가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말하는 개념이다. 유대인 말살을 저지른 아이히만은 그저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 여기에 <조국과 민족>의 주인공 가해자들은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진심이 얹혀 있다. 


'악의 평범성'과 차원을 달리하는, 계속되는 반인륜적인 짓


이슬람의 꾸란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는 '고의적인 살인'과 '고의적이지 않은 살인'의 구분. 고의적인 살인에는 사형을 내렸고, 그렇지 않은 살인에는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든 지시에 충실히 따르든 그들이 저지른 반인륜적인 짓거리는 고의일까 고의적이지 않은 걸까. 자기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생길 것을 인식하면서 그 행위를 하는 짓임이 분명하기에 '고의'라고 하겠다.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행동이 나라에 충성하는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조국과 민족>이 내포하고 있는 바는,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시무시하다. '악의 평범성'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거기에는 상명하복에서 오는 복종과 갈등 없는 기술적 임무만이 존재해 틀이 깨지면 일순간에 무너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맹목적 사랑과 충성이 도사리고 있기에, 틀이 깨져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아주 오래도록 암약하며 다른 형태로 계속된다. 


우리나라가 수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고문도 예술'이라는 망언 중에 망언도 서슴지 않았던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하나의 사례가 될 텐데, 그는 김근태 의원을 고문하고 납북어부 김성학 씨를 감금한 혐의로 지명수배된 후 10여 년의 도피생활 끝에 자수해 감옥살이를 하는 도중 목사 안수를 받기도 했다. 2011년 말에 김근태 의원이 사망하고는 2012년 2월에 책을 펴냈는데, '그 당시에는 애국으로 한 일. 그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똑같을 것이다'라며 사죄를 회피했다. 또한 '정치형태가 바뀌니 역적이 됐다. 멍에를 내가 지고 가고 있다'며 변명하기도 했다. 이 행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근안을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참으로 가져다 붙이기 쉬운 수식어다. 누구라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게 만드는 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국가의 명을 받는 사람임과 동시에 국가가 무엇을 원하는지 예측하고 행동하기도 하는 바 누군가에게는 국가 그 자체로 비치기도 할 것이다.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진심어린 마음에서 충성과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다고 해서, 그렇게 저지른 반인륜적인 짓을 용서해야 할까. 용서할 수 있을까.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땐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그것이 애국의 길이었다고 말이다. 그에게도 그들에게도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분명 어떤 사연이 있을 거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애국'이지만 '나쁜 짓', 조국과 민족이라는 대의를 위해선 소수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당위 또는 자기 합리화. 그 시대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더 다양한 시각으로, 더 깊이 있게, 더 활발하게. <조국과 민족>은 이 세 층위를 고루 만족시킨 수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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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 표지 ⓒ책세상



어처구니 없는 일이 몇 번 있었다. 언젠가 동네를 한번 산책하고자 집을 나섰다. 생각해보니 30여 년을 산 동네를 제대로 돌아다본 적이 없었다. 동네 산책이니만큼 여기저기 구경도 하며 쉬엄 쉬엄 걸어보려 했다. 오래지 않아 당황과 황당이 한꺼번에 몰려 왔다. 여기가 어딘지, 우리 동네가 맞는지, 집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결국 산책의 묘미는 온데 간데 없고 2시간 만에 겨우겨우 집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매일 단조로운 패턴으로 다니다보니 겪게 된 황당한 일이었다. 


황당한 일은 또 있었다. 이건 내가 기본적으로 길치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길치 또한 과도한 단조로움으로부터 잉태된 기형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난 단조로움의 화신인 듯하다. 강남역 근처에서 일할 때였는데, 매달 한 번씩 퇴근 후 10분 거리에 있는 치과에 정기검진을 갔어야 했다. 그곳을 찾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대체로 바둑판처럼 생긴 강남역 거리니 만큼, 한 번 잘 숙지만 해놓으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난 갈 때마다 1시간 동안 찾지 못해 해맸다. 그곳이 그곳 같고, 그 거리가 그 거리 같았다. 단조로움의 공간인 강남을 단조로움의 화신이 이겨내지 못한 것일까. 


판에 박힌듯 메마르고 단조로운 세상살이


에드윈 애벗의 소설 <플랫랜드>에는 미치광이 정사각형이 나온다. 모든 것이 납작한 2차원의 세계인 플랫랜드를 떠나 여러 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점, 선, 3차원, 이후의 고차원까지 경험하고서 플랫랜드로 돌아와 주민들에게 다른 차원의 존재 사실을 알리는 데 시간을 바친다. 에드윈 애벗이 활동할 당시인 빅토리아 시대의 판에 박힌듯 메마르고 단조로운 세상살이를 풍자한 것이다.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책세상)에서 저자는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플랫랜드 주민들과 다름 없다고 설파한다. 오늘날 인간은 스스로 제한된 틀을 만들어 좁디좁은 곳에 스스로를 가두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결국 똑같은 존재가 되고 말 거라고 경고하면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닫히고 협소하고 감소되고 활기를 잃고 단조로운 존재가 되어 버린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넓은 안목으로 춤추듯 줄달음질치며 수많은 가능성으로 활기 넘치던 시야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방법은 낯설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 수단은 문자와 이미지를 동등하게 활용한 '만화'이다. 특히 이미지로 낯설게 보기와 다르게 생각하기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 자신이 직접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책은 하버드대 최초로 철학 교재로 채택되었다고 하는데, 위에서 말한 '문자'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철학을 비롯한 인류의 모든 지식이라 할 만한 것들이고 이미지는 그 모든 것을 표현하고 그 자체가 지식 중의 하나가 되며 동시에 훌륭한 아트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모든 이에게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적 전환이 필요하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지금도 알게 모르게 인간의 사유를 지배하는 개념이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실로 옮겨가기 위해선 그야말로 철저한 전복과 반역과도 같은 혁명적 주장이 필요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위대함은 그래서 인류 역사상 그 무엇과도 비할 데 없는 것이다. 1500년 간 이어져 내려온 인류와 지구의 진리를 부정하고 올바른 곳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한낱 미물에도 미치지 못하는 존재라는 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이는 마치 플랫랜드의 미치광이 정사각형이 여러 차원의 세계를 여행하고 와서 주민들에게 다른 차원의 존재를 알리는 것과 다름 없다. 생각해보라. 당연히 '미치광이' 취급을 당할 게 아닌가. '이단아' 취급을 당할 게 아닌가. 곧 그 자신의 인생을 건 싸움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는 누구나에게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보는 행위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하는 색다른 관점의 발견, 끊임없이 시야 너머의 존재를 추구하는 호기심,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을 재구성해 상식을 틀을 벗어나며 보다 높은 차원의 시각의 제공, 예술에 조예가 깊은 과학자들의 폭넓은 시야를 통한 새로운 발견, 너머의 공간을 유추할 수 있는 괌점의 무한한 가능성의 상상력 등이 혁명적 전환에 필요한 것들이겠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유의 전환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언플래트닝의 방법들, 새로운 경험과 상상력과 호기심


너무도 어려운 일일 거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는다. 방법론이야 이 책 하나에도 무수히 많이 존재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거야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 그래서 저자는 일상에서 손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이야말로 인문으로서의 철학이 아닐까. 탁상공론식의 사유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행할 수 있고, 결국 도움이 되는 것 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건 단순하다. 매번 다른 길로 출퇴근을 해보는 거다. 인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시시각각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출퇴근길이 여행이 된다.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걸어보는 시도만으로 그렇지 않다면 보지 못했을 다른 차원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도 있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을 반복하다 보면 그 일에 능숙해지고 곧 습관이 되어 편하겠지만 '유연성'을 잃어갈 것이다. 위에 제시한 것들만 해도 우린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상상력과 호기심은 가장 강력한 '언플래트닝'의 방법들이다. 익숙한 두 공간을 낯선 방식으로 연결하는 사이의 공간이 바로 상상력이다. 우리는 주위에 있는 수많은 익숙한 것들을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 벽을 통과할 수 있는 이, 부엌 찬장에 있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린 새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호기심은 상상력과 같은 맥락이다.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호기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호기심이 없이는 상상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들다. 벽이나 부엌과 같이 평범하고 익숙한 것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끊임없이 너머의 무엇을 추구하려 해야 하는 것이다. 너머의 무엇을 보고 싶어 해야 하는 것이다. 이후에나 그 무엇이 구체성을 띤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어우러짐이 필요하다


이 모든 사유를 표현하는 주요 수단을 텍스트가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그래왔을 것이다. 이미지보다 텍스트가 가지는 힘이 훨씬 컸다. 저자는 그 '습관'에 대해 전복을 시도한다. 텍스트에만 의존하면 언어의 선형적 구조 바깥에 있는 것들은 무시된다고 본 것이다. 이미 그의 머릿속엔 텍스트와 이미지는 동등하다. 


시각적인 것은 문자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놓쳐왔을까? 대상에 대한 사유뿐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보려고 할 때 무엇이 시각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이미지의 존재가 부각된다. 그렇지만 이미지만으로도 부족하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어우러짐이 필요하다. 그건 만화로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만화라는 순차적이고 동시적인 생태계에 삽입된 문자와 그림들은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이제야 비로소 공존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두 요소가 결합하면서 시각과 언어는 섞인다. 서로를 침투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서로 섞이면서도 다른 표현 방식 사이에 일어나는 굴절 현상은 공명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읽고 보는, 또 보고 읽는 역동적인 순환 과정을 만들어낸다. 텍스트와 그림은 동등한 파트너로서 상호 의존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본문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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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서평] <지구빙해사기>


<지구빙해사기> 표지 ⓒ미우



먼 미래의 지구, 제8기 빙하기 시대는 전 지구가 얼어붙었다. 어비스 메갈로폴리스 가넷 지역 지하에 시블 자원 개발 공사 석탄 채굴 기지 털파가 있다. 석탄 매장량이 거의 바닥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고장나 기지를 통째로 바꾸지 않는 한 다람쥐 쳇바퀴 같은 나날이 이어질 뿐이다. 


타케루는 시블 자원 개발 공사 사장의 서자다. 꼬이고 꼬인 그의 성향은, 어비스에서 쫓겨나게 했고 털파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하다. 와중에 사고로 털파의 소장이 죽고 타케루가 소장이 된다. 하지만 타케루는 술에 쩔어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한편, 자연이 선사하는 대재앙이 눈앞에 왔다. 한 달이나 빨리 한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털파는 식량도 다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자칫 갇혀버릴 위험에 처하는데...


빙하기, 간빙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SF 만화


<고독한 미식가>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만화가 '타니구치 지로'의 유일무이한 SF 만화 <지구빙해사기>다. 일반 만화책보다 큰 판형에 조금 많은 페이지까지, 방대한 SF 세계를 그리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스펙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하게끔 만드는 그다. 또한 <투모로우> <설국열차>로 대표되는 빙하기 SF 또는 빙하기 재난 영화의 면면도 믿음을 갖게 하는 이유다. 


만화의 배경은 먼 미래의 빙하기, 간빙기 시대다. 언젠가는 반드시 빙하기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만드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어떤 시대일까? 학생 때 지구과학 시간에 많이 배웠을 텐데, 우리는 신생대 제4기 후빙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신생대의 마지막 빙기가 종료된 약 1만 년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지질시대다. 


하지만 오늘날 지구의 기온 상승 추세는 예사롭지 않다. 북극 빙하의 감소가 그 대표적 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후빙기가 아닌 간빙기라고 추측할 수 있는 강력한 이유다. 만약 그렇다면 빙하기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 간빙기를 짧게 유지하다 빙하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화를 보면 빙하기에서 순식간에 간빙기로 진입한다. 타케루를 한결 같이 지지해주던 이들의 죽음으로 정신을 차리고 각성한 타케루가 지상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지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엄청난 재난이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긴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다시 찾아오는 바로 그 시기, 지구는 요동치고 지구의 온갖 생물이 다음 종을 형성한다. 왠지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 듯하다. 


'전형적'으로 훌륭한 고전적인 이야기


상, 하로 나눠 진행되는 <지구빙해사기>는 상권이 빙하기 시대의 털파 기지를 다루고, 하권이 간빙기 시대의 타케루 일행 모험을 다룬다. 스케일은 하권의 내용이 크지만, 상권의 내용이 훨씬 더 잘 짜여져 있고 재밌고 흥미롭다. SF 치고 절대적인 양에서 부족한 것이 뒤로 갈수록 힘이 부치는 결과를 낳은 것 같다. 작가도 후기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바, 그런 부분이 상당히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볼 만 하다. 


만화는 인간이 만들어 낸 기계문명과 자연의 대립, 그리고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구원자의 출현과 성장이 주를 이룬다.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인데, 이 만화가 만들어진 때가 1990년 전후인 만큼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 스토리 라인의 짜임새는 훌륭하다. 죽음과 그에 따른 눈물로 인간이란 존재가 천진함의 마지막 잔재를 씻어내는, 즉 성장하는 모양새를 잘 이끌어냈다. 거기에 성장해 구원자가 된 그를 매개자이자 현자 또는 멘토가 나와 도와주는 것도 '전형적'으로 훌륭하다. 


작화(그림) 솜씨는 뛰어날 대로 뛰어나 SF에 제격이다. 스토리에 아쉬움이 남아도, 만화인 만큼 작화를 감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하겠다. 특히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 장면을 대하다 보면, 요즘 만화들에선 찾아보기 힘든 90년대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만화의 전성기라고도 할 수 있는 그때인데, 실험 정신 넘치는 대범함과 자신감으로 중무장한 채 그리고자 하는 세계를 거침없이 만들어낸 사례의 수혜자가 아닐까.


공상은 공상으로만 그치길...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구상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엔 다 이유가 있을 거다. 그중 단연 압권은 '자연과 인간'일 거다. '대립'일 때도 있고, '조화'일 때도 있고, '공존'일 때도 있다. 인간사를 보면, 18세기에 본격적으로 기계 문명을 일으키며 자연과의 대립을 시작했다. 기계 문명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자연은 파괴될 때로 파괴되었다. 그러고나선 보란듯이 재난·재해가 인간 사회를 덮쳤다. 오롯이 '인재'인 경우도 있었고, '자연 재해'인 경우도 있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인간은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을 꿈꾸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구빙해사기>는 상권에서 빙하기를 배경으로 자연의 무차별 공습에 기계로 연명하는 인간을 그렸고, 하권에서는 간빙기를 배경으로 폭주하는 기계에 대응해 자연과 인간이 연합하는 모습을 그렸다. 일반적인 일대일 구도와는 조금 다른, 반 기계·반 문명의 다층적인 면을 지향한다. 기계와 자연의 조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인간과 자연의 연합이라는, 생소한 모습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어느덧 5년이 지난, 인류사에 길이 남을 대재앙 '동일본 대지진'. 대지진이야 인류사에 수없이 많았지만, 동일본 대지진이 특별한 이유는 '원전 사고' 때문이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낸 문명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바, 자연의 일격에 한순간 무너졌다. 그리고 5년이 지나 그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미쳐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을 선사했다. 정녕 거짓말 같은 시나리오가 아닌가. 그렇지만 눈앞에서 이루어졌다. 


공상은 공상으로 그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수많은 이들의 예상과 예측이 빗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흘러가면 공상은 반드시 현실이 되고, 예상과 예측은 여지 없이 적중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언젠가 들이닥칠 그 무엇을 어렴풋이 생각하며 살아가면 되는 걸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아무도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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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책 다시 읽기] <마스터 키튼>


어른이 되고서야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접했고, 나의 모든 콘텐츠 리스트 중 최상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중에 특히 <마스터 키튼>은 특별하게 남아 있다. <마스터 키튼> 표지 ⓒ대원씨아이



만화책을 처음 보기 시작했던 중학교 2학년, <미스터 초밥왕> <더 파이팅> 등이 주는 '노력이 모든 걸 압도한다' 식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드래곤볼> 류의 비현실적인 소년 만화는 조금 뒤에 받아들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콘텐츠를 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재미'와 '감동'이 된 게 말이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나를 이입할 수 있는 걸 원하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지금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만화가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는, 오랫동안 나의 만화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심각하고 우울하며 재미와 감동과는 거리가 먼 듯한 그의 만화에 관심을 둘리 만무했다. 다 때가 있는 걸까. 어른이 되고서야 그의 만화를 접했고, 나의 모든 콘텐츠 리스트 중 최상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마스터 키튼> <몬스터> <20세기 소년> <플루토> 등 영화도 이런 영화가 없었고, 소설도 이런 소설을 접하기 힘들었다. 그중에 특히 <마스터 키튼>은 특별하게 남아 있다. 


최고의 자리에 있던 그에게도 '꿈'이 있다


<마스터 키튼>은 히라가 키튼이라는 영국인과 일본인 혼혈 보험조사원의 활극을 다룬다. 세계 최고의 보험사인 로이드에서 일하면서, 파트너 다니엘 오코넬과 자체적으로 보험조사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 매 에피소드마다 완결성을 갖는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로, 심리 추리 스릴러가 주를 이루는 그의 만화 중에서 그나마 가볍게 볼 수 있다. 


키튼은 굉장히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데, 세계적인 명문 옥스퍼드 대학교 고고학과를 졸업했다. 학생 시절에 옥스퍼드 최고의 미인과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파경을 맞아 이혼하고 만다. 그는 군대로 도망간다. 다름 아닌 SAS(영국육군특공대), 세계 최고 최악의 특수부대다. 키튼은 그곳에서 서바이벌 교관으로 있었다. 한편 포클랜드 전쟁과 이란대사관 점거사건에서 부사관으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그야말로 '전투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최고'의 자리에 있던 그이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다. 고고학자. 그것도 학계에서 이단 취급을 받을 정도로 비주류인 '유럽 문명의 도나우 강 기원설'을 지지하는. 그가 위험한 보험조사원 일을 계속하는 것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할 게 뻔한 유적 발굴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대학교에 강사 자리를 얻는 게 어렵거니와, 얻는다 해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키튼의 고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나의 현실과 꿈을 되새김질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가 현실을 멀리하고 있지도 않은 바, 그동안의 경력을 살리며 목숨까지 내놓고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불가능을 꿈꾸는 리얼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 체 게바라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허구와 진실, 현실과 비현실의 조화


만화는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1989년에 시작되었거니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보험조사원 일을 하는 히라가 키튼을 주인공을 내세웠기에 그야말로 스케일이 크다. 더욱이 당대 세계 정세와 유럽 역사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취재가 엄청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여서, 단순한 만화 읽기로 완전히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세계 정세와 유럽 역사만 보면 대하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만화라는 장르 특성상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것도 이 만화를 읽는 큰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주인공의 활약을 보면 누가 보아도 만화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무슨 일을 하든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헤쳐 나간다. 


그 중심이 아주 잘 잡혀 있다. 허구와 진실, 현실과 비현실이 서로의 자리를 아주 잘 커버한다. 궁금할 필요 없이 그냥 키튼을 따라 가면 된다. 정 궁금하면 찾아 봐도 되고 직접 해봐도 된다. 그것도 이 만화를 읽는 한 방법일 터, 작가가 의도했을 법하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학력과 이력, 경험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것들을 크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비현실과 현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가 히라가 키튼이다. 정녕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 만화를 계속 다시 보는 이유


20년이 훌쩍 지났으며, 당시의 시대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만화. 거기에 진지하고 때때로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제 아무리 고증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만화이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굳이 만화로 이런 내용을 들여다볼 이유는 하등 없어 보인다. 역사를 좋아하고, 진지한 리얼극을 좋아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이 만화에는 여타 어느 콘텐츠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주인공 '키튼',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 어느새 극을 이끌고 있는, 허술한 듯 허당인 듯 행동으로 믿음을 안기는, 모르는 게 없고 못하는 게 없지만 굉장히 여린 마음을 가진 캐릭터다. 특히 아이들에게 '멋진' 사람인 그다. 


3대 째 이혼의 아픔이 있지만, 그가 대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불행에 비해서 더 하다고 할 수가 없다.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픈 거다. 멋진 사람이지만 잘못도 많이 저지르고 후회도 많이 하고 아픔도 많이 있다. 이 시대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지만 키튼은 현대인에게서 점점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고 있다. 꿈, 이상, 동심 따위들이다.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이 만화를 계속 다시 보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거다. 어느 콘텐츠에서도 찾아 보기가 힘들다. 지독한 현실을 헤쳐나가면서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는 캐릭터가 말이다. 아마 중심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욕 먹기 딱 좋기 때문일 텐데, <마스터 키튼>은 참으로 적절하다.


얼마 전에 <마스터 키튼> '리마스터'가 출간되었다고 한다. <마스터 키튼>이 끝나고 20년 후가 배경인데, 그가 지켜왔던 것들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20년이면 모든 게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모든 게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일깨워줬으면 좋겠다. 그걸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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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휴가를 위한 책 5]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지난주 7월 말과 이번주 8월 초에 여름 휴가를 많이 다녀오실 테지요. 2주 정도 전에 포스팅을 했어야 했는데 늦어졌습니다. 그래도 휴가를 조금 늦게 가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남들 다 가는 성수기에는 아무래도 비싸고 사람도 많잖아요? 무엇보다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오히려 그 더위를 피해서 휴가를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각설하고 이제 휴가를 떠날 분들을 위해 책 몇 권을 준비해 봤습니다. 물론 여름 휴가를 다녀왔거나 못 가는 분들께도 여름 나기에 유용할 책이 될 거예요. 그래서 그에 맞게 나름의 기준을 세워봤습니다. 속도감 있게 빨리 읽혀야 되고, 유쾌상쾌통쾌하거나 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정도로 재밌어야 하겠지요. 머리 싸매지 않게 어려운 책이면 안 되겠습니다. 더우니까 너무 가슴을 따뜻하게 하거나 열불(?)나게 하거나 어떤 열정에 불타오르게 해도 안 됩니다. 한마디로 '킬링 타임'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단, 작품성만은 좋아야 하겠습니다. 흠... 쓰고 보니 선정하는 게 만만치 않겠네요.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하게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입소문이 좋고 인기도 좋고 많이 찾는 대중적인 책들이요. 저야말로 이 책들을 이번 여름 휴가 때 한번 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웬만하면 2015년에 출간된 책들을 선정하고자 했고요. 분야가 겹치지 않게 총 5권을 선정해 봤습니다. 한번 훑어보시죠~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분야: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입니다. 

속도감, 문장력과 구성력, 흡인력, 복선과 반전을 두루 갖춘 소설이라고 하네요. 

오쿠다 히데오가 처음 선보이는 서스펜스 스타일로, 두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에요. 

그녀들은 남편의 폭력에 대항해서 '남편 실종 계획'을 세워 남편을 살해하여 실종으로 처리하려 합니다. 

하지만 과연 잘 될까요? 마지막 한 줄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소문!




씨네 21

씨네 21 편집부 엮음

(분야: 잡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죠? 영화 잡지 부분에서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는 <씨네 21>입니다. 

휴가에서 책 읽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요즘엔 태블릿 pc 챙겨가서 영화, 드라마, 예능 많이 봅니다. 

그래도 읽을 거리가 없으면 섭섭해요~ 참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땐 단연 영화 잡지죠! 읽을 거리와 볼 거리를 두루 챙길 수 있어요^^

비싸지 않고 얇고 재밌고. 모르긴 몰라도 휴가를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을 거라 생각해요~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분야: 만화)



전통적으로 휴가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만화'죠! 최고입니다ㅋ

그런데 요즘엔 웹툰이 있어서 굳이 만화책을 가져가진 않는 것 같아요. 

참 편리하죠. 웬만한 웹툰이 퀄리티가 높아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이 작품 앞에서는 쉽게 명암을 내밀진 못하겠죠?

<심야식당>입니다. 얼마 전 영화로도 개봉했고, 한국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을 정도로 

한일 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아시아 베스트셀러라고 하네요. 

자그마치 14권까지 나왔는데, 부담스러우시다면 몇 권만 보아도 좋습니다~ 옴니버스식이니까요!

해가 떨어지고 돌아와 편안하게 한 편 한 편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이용한 지음

(분야: 에세이)



제목이 특이하고 귀엽죠? 뭔가 고양이스러워요ㅋ 

요즘 들어 고양이를 정말 키우고 싶어지네요. 너무 귀여운 것 같아요. 

일단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게 막 엔돌핀이 돌지요~ 저 표지에 나온 고양이들을 보세요! 꺅!

예상하셨다시피 이 책에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페이지마다 나옵니다. 한없이 예쁜 고양이들이죠. 

더 이상 무슨 힐링이 필요하겠습니까? 이 아이들만 보고 있으면 되지요~

(고양이들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죄송합니다.)




잠시멈춤, 세계여행

오빛나 지음, 배용연 사진

(분야: 여행)



여행을 왔는데 무슨 여행 책이냐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여행 와서 여행 책을 보면 그 재미가 2배 이상이 되지 않을까요!

가진 자(?)의 여유도 부려보고요~ 다음 여행도 생각해 보고요~

그렇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세계 여행'이기 때문이죠. 

다른 누구와도 아닌 부부가 함께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636일 간 52개국을 여행했다고 해요. 

정말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가고 싶어요. 63일 간 5개국이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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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책] '앵무새 죽이기' '그해 여름'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

열린책들의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 지음/김욱동 옮김)

이숲의 <그해 여름>(마리코 타마키 글/질리안 타마키 그림/심혜경 옮김)

<앵무새 죽이기>는 소설, <그해 여름>은 만화네요. 


<앵무새 죽이기>는 일찍이 1999년에 한겨레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큰 사랑을 받았죠. 2010년에는 문예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요. 이번 2015년에 열린책들에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자그마치 55년 전인 1960년에 출간되어 역사적인 사랑을 받았고 저자인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55년 만에 하퍼 리의 두 번째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파수꾼>이라는 소설로, <앵무새 죽이기>의 프리퀄로 알려지면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더군요.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 <앵무새 죽이기>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봐야겠습니다. 아울러 <파수꾼>이라는 소설도요. 얼마 만큼의 대작품인지, 대작가인지. 


<그해 여름>은 2014년에 출간되어 미국의 주요 상이란 상은 전부 휩쓸다시피 한 만화입니다. 만화란 형식을 띈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철없던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앓아야 할 성장통, 이성에 눈뜬 소녀가 겪어야 할 풋사랑의 아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기 힘으로 세상에 맞서야 할 청소년이 치러야 할 통과의례를 섬세하고 감동적인 필치로 그려낸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하네요. 어마어마한 찬사인데요. 너무 기대를 부풀려 놨기 때문일까요? 한 시간 만에 다 봤는데, 임팩트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여운도 남을까 말까한 느낌이고요. 전 여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특히 그 부분이 아쉽네요. 


<앵무새 죽이기>는 반드시 서평을 쓰고 싶은데요. 상당히 호흡이 긴 소설이라 당장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잘 읽힐 것 같으니 노력해보겠습니다~


두 책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요

 앵무새 죽이기

그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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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책] 'DP-개의 날'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 

씨네21북스의 <DP-개의 날>(김보통 지음)

창비의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박태균 지음)

<DP-개의 날>은 만화이고,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는 한국사네요. 


<DP-개의 날>은 육군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 DP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입니다. 저자가 군대에 있을 때 DP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인지 아무도 모를 만한 소재를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상당히 수준 높은 만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탈영을 하는 이유가 참 많겠지요. 군 내 가혹행위가 제일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부분의 탈영병들이 우발적으로 탈영을 한다고 해요. 저도 군대 있을 때 옆 사단 무장 탈영병 때문에 고생한 기억도 있고... 그 밖에도 관련해서 수없이 많은 이슈들이 있었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는 객관적이지 않은 한국사의 진짜 모습을, 정치화된 신화를 넘어서는 한국사의 균형 잡힌 모습을 10가지 이슈로 읽는 작업의 일환입니다. 유명하죠? CBS 라디오의 정혜윤 PD의 제의로 2014년도에 진행한 프로그램을 기초로 나왔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데, 특히 이런 식으로 새롭게 보는 역사를 굉장히 좋아라 하지요. 12년 동안 교과서에 있는 역사를 배웠으면, 대학생이 되어서는 사회에 나와서는 제대로 된 역사를 보려고 노력을 해야겠지요^^ 교과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말이 많은 건 사실이지요?


두 책 다 재밌고 서평 쓸 가치가 있는 책들이네요. 우선 <DP-개의 날> 서평을 다음 주에 올리고,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는 생각해 보겠습니다~


두 책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요!

 DP-개의 날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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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씨스터즈'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

부키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 지음//김희정 옮김)

돋을새김의 '씨스터즈'(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권혁 옮김)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인문, '씨스터즈'는 만화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한번 들춰보려 했는데 어느새 다 읽어버렸네요. 

저자는 막무가내로 생명 연장을 외치며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을 주는 현대 의학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환자와 의사 모두 용기를 가지고 죽음을 직시한 후 존엄한 마지막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읽다가 눈물이 조금 나왔네요. 


<씨스터즈>는 저자의 어린 시절, 여동생과 함께 겪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그 추억을 하나하나 그렸다고 하네요. 

저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지금은 따로 살고 있기도 하고 연락도 잘 안 하고 있어요.

이런 책이 또 재밌기도 하거니와, 은근히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할 텐 데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하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이미 서평이 나갔고요~

<씨스터즈>는 다음 주나 그 다음 주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두 책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씨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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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서평]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표지 ⓒ궁리



잡다한 지식에의 욕구, 역사의 재미를 알고자 하는 욕구는 미술 분야에도 통용되어, 변변치 않은 이름이나 이론들을 알게 되었다. 서양 클래식을 듣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읊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면, 고흐와 고갱이 어떤 관계에 있었고 프리다 칼로가 다름 아닌 멕시코의 여성 화가라는 것 따위의 지식 정도. 


문제는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낄 만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술 앞에서 이성을 총동원하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도 애처롭다. 그래도 어쩌랴. 이리도 인문학적, 아니 잡다한 지식을 주워담을 줄만 아는 것을. 그래도 미술을 대하는 개념이 많이 그리고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어서, 어떻게 접근하든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진짜 문제는 잡다한 지식이나마 어렴풋이,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릴 정도로 빈약하게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아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아예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태.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타파하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일조의 교육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학생 때 줄기차게 외워대던 미술 교과서를 들춰볼 순 없었는데, 안성맞춤 책이 나왔다. 미술사와 이론, 경향 그리고 문제들까지 접할 수 있는 책.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궁리)가 그 책인데, 정확히는 만화이다. 딱딱한 미술을 알리기 위해서는 만화가 제격이라고 판단한 저자이다. 저자는 훌륭한 판단을 했을까. 이 책을 통해 미술을 알고자 한 판단 또한 적절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다'. 말인 즉 좋지도 않다는 뜻이다. 책의 구성이나 진행 방식이 조금 고루해 보인다. 


구성에서는 오히려 기존의 교과서를 답습했다고 보여지기까지 한다. 저자이자 화자인 캐릭터가 나와서 여기저기를 누비며 다양한 그림(저자의 그림)과 미술품들을 통해 글로 설명한다. 결국 그림보다 글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내가 알고자 하는 게 글이긴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완전히 들어맞지 않은 것이다.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극대화 시키고자 했던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진행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무엇이 있을까?


다름 아닌 '생각'이다. 이 책에는 다른 게 아닌 미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들어 있다. 그 점 만은 기존의 교과서적인 책들과 구별된다. 객관적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뭘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잘 모를 때에 뭔가를 배우고자 하면 어떤 명확한 의도나 생각이 들어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처음에 이런 식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견문을 넓히면 또 다른 게 보일 것이다. 한 쪽으로 치우칠 거라는 생각은 기우이다.


비판적인 시각, 그리고 삶과 예술에 대한 포근하고 긍정적 생각


책에서 저자의 치우친 사상이나 전혀 새로운 시각, 또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가 막힌 이론이 들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걸 조금은 바랐지만, 상관은 없었다. 반면 책에는 은근히 체계적인 설명과 해설, 그리고 역시 은근히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 비판적인 시각 한편으로 삶과 예술에 대한 포근하고 긍정적인 암시가 뒤따른다. 


예를 들어, "인간은 한정된 시간 속에 살다 가지만 예술은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라고 말하며 예술의 영원성을 옹호하고, "예술은 삶을 체험하듯 삶은 예술을 체험하듯"이라며 예술과 삶의 적정선을 찾을 것을 주문한다. 나아가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통해 삶에 대한 우호성을 찾고자 한다. 미술로 시작해 삶과 예술로 끝나는 것이다. 


그래도 미술은 멀리 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미술은 멀리 있다. 예술을 이해하기는 요원하다. 그래도 저자가 말했듯이, 예술을 이해하지 말고 체험하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저자에겐 미안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책을 보고 이런 식으로 미술을 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그건 또 뒤집어보면, 이 책이 이런 식으로 미술을 대하는 방법의 최고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제는 2차적으로 미술을 접하는 게 아닌, 직접적으로 보고 느끼는 게 필요해 보인다. 그럴 때 이 책은 더 없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줄 거라 생각한다. 저자가 진짜로 원하는 게 바로 언젠가 이 책이 필요 없어졌을 때가 아닐까. 그 다리 역할을 원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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