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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구원은 스스로 쟁취하는가 타인이 부여하는가 <더 웨일> [신작 영화 리뷰] 대런 애러노프스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너무나도 어둡고 염세주의적이며 자극적이어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앞으로도 그런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는 고통에 신음하는 주인공에게 집착하듯 집중하곤 하는데, 덕분에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하나같이 한계를 뛰어넘는 연기를 펼쳐 보였다.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최신작 도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스타일이 살아 있다. 어둡고 염세주의적이고 자극적이며 주인공에 집착하듯 집중한다. 덕분에 주인공을 맡은 배우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다. 이번엔 '브랜든 프레이저'다. 15년 전 로 미키 루크가 암흑기를 뒤로 하고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듯 브랜든 프레이저도 그럴 거라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죽어가는 272kg의 거구 연.. 더보기
가족을 지킬 건가 인류를 살릴 건가, 그것이 문제로다 <똑똑똑> [신작 영화 리뷰] 어느 외딴 숲의 오두막으로 휴가를 온 가족, 동양계 소녀 웬은 메뚜기를 잡아 일일이 기록하며 연구하고 있다. 그녀에게 덩치 큰 중년 남성이 다가와 자신을 레너드라고 소개하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더니 곧 부모님을 찾아갈 거라고 말한다. 그녀의 눈에 레너드 말고 무기를 든 세 명의 남녀가 보인다. 곧 오두막으로 뛰쳐 들어가 두 아빠한테 알리는 웬이다. 곧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는 웬의 두 아빠 앤드류와 에릭, 이내 '똑똑똑' 하고 누군가 찾아와 문을 열어 달라는 것이었다. 열지 않으면 강제로 열 수밖에 없다면서 말이다. 결국 강제로 열리는 문, 네 남녀 레너드, 레드몬드, 애드리안, 에이드리엔이 무기 같이 보이는 것들을 들고 있다. 웬의 아빠들을 의자에 앉혀 묶어 놓고 자신들이 지극히 평.. 더보기
"가족 간에도 선이 필요하다, 우린 남이니까" <라인> [신작 영화 리뷰] 알프스 산맥이 훤히 보이는 한적한 마을의 어느 집,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기어코 엄마 크리스티나의 빰을 때려 버린 큰딸 마르가레트. 크리스티나는 쓰러지면서 피아노에 왼쪽 귀를 다쳐 청력을 거의 잃는다. 마르가레트는 집에서 쫓겨났고 3개월간 엄마로부터 100미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는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있을까 싶다. 12살짜리 막내딸 마리옹이 중재에 나선다. 막무가내로 엄마를 만나고자 하는 마르가레트에게 엄마의 상태를 말해 주지 않으면서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하고, 확실하게 하고자 파란 페인트로 100미터 선을 긋는다. 그러며 마르가레트에게 영성체 수업을 받는다. 주기적으로 마르가레트와 만나며 살피고 또 정보를 주고받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엄마와.. 더보기
"잘 지내?" "응, 잘 지내"의 대화에서 빚어지는 인생 <컨버세이션> [신작 영화 리뷰] 은영, 명숙, 다혜가 오랜만에 은영네 모였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는 와중 대화의 주제는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이다. 그들은 예전 파리에서 함께 유학을 했더랬다. 지금은 은영만 결혼해 아기를 낳았고 명숙과 다혜는 솔로다. 그럼에도 대화는 구심점 없이 겉도는 것 같다. 이후 시공간이 달라져, 은영이 파리로 떠날 때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의 대화, 파리에서 은영과 다혜의 대화가 등이 이어진다. 승진, 필재, 대명이 대명네 모여 놀고 먹고 마시고 있다. 승진과 필재는 대명의 친한 동생들로 처음 만났다. 서로를 향해 위세를 부리는 건지, 재밌어 하는 건지, 관심이 많은 건지, 티격태격하는 듯 티키타카가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전에 결혼하고 아이도 낳은 승진과 필재의 대화가 있고, 이후 .. 더보기
그녀가 자해까지 하며 관심을 끌려고 했던 이유 <해시태그 시그네> [신작 영화 리뷰]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뼛속 깊이 사회적 동물이 아닌가. 하지만 타임의 관심을 얻기란 쉽지 않다. 내가 그의 관심을 얻고 싶어 하는 만큼 그 또한 나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데, 50 대 50으로 정확히 나눌 수 없다. 딜레마에 직면한 인간은 자아를 만들어 또 다른 내가 나에게 관심을 주게끔 한다. 자존감으로 발전해 단단하고 건강한 나를 만든다. 그런데 어린시절 어떤 연유로 심한 자기도취에 빠질 수도 있다.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또 다른 내가 나에게 관심을 주지 못하고 오직 내가 나에게 관심을 줄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힘들고 상처받을 때다. 그땐 내가 나를 토닥이고 위로해 줄 수 없으니 타인의 관심에 목맬 수밖에 없다. 인터넷 시대를 지나 S.. 더보기
B급인 줄 알았는데 S급인 로맨틱 코미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신작 영화 리뷰] 86년생 동갑, 대학교 미술과 CC로 족히 10년은 넘게 사귀고 있는 커플, 한아영과 이준호. 준호는 30대 중반 나이에도 여전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고 아영은 자신의 집에서 준호와 함께 살며 그를 뒷바라지하고자 부동산 중개인 일을 하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런데 준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루종일 집중해서 공부만 해도 모자른데 동네 마실 가듯 깔짝깔짝 배달일을 하고 친구를 집으로 불러 게임을 하기도 한다. 아영은 마치 엄마처럼 준호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챙긴다. 잔소리하고 조언하고 화도 낸다. 준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다가 폭발해 버린다. 큰소리를 내고 만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고 만.. 더보기
여자로서의 주체적인 삶 vs 황후로서의 객체적인 삶 <코르사주> [신작 영화 리뷰] 유럽 역사를 대표하는 최대 가문으로 유럽을 세계사의 중심으로 이끈 합스부르크 가문은 모습을 드러낸 지가 1000년여 되었다. 그러던 중 1500년대에 최전성기를 지나 합스부르크 제국을 세워 20세기 초까지 400여 년간 이어오는 바, 유럽을 넘어 세계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당사자다. 공식적인 명칭은 아닌 합스부르크 제국은 1800년대 초 ‘오스트리아 제국’이었다가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거듭났다. 그 사이 정국은 오스트리아 제국 제3대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이끌었는데, 곧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제1대 황제이기도 하다. 헝가리 왕국의 왕으로 즉위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복잡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 더보기
천재 감독, 연기 거장, 월드스타가 만나면? <크레이지 컴페티션> [신작 영화 리뷰] 부와 성공을 이룬 거대 기업 회장 움베르토 수아레즈, 80세 생일을 맞아 스스로에게 특별한 선물을 선사하고 싶다. 뭔가를 남겨 다르게 기억되고 싶다는 욕구에, 그의 이름을 딴 다리와 그가 직접 제작한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다리는 그냥 만들면 되는데, 영화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자타공인 최고의 영화를 말이다. 움베르토는 읽지도 않은 노벨문학상 수상작 의 판권을 큰돈 들여 구입해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 롤라 쿠에바스 감독을 데려온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른 두 형제의 신화적인 비극적 서사를 그린 원작을 고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천재인 동시에 괴짜로 유명한 롤라는 두 형제를 완벽하게 맡아 줄 배우를 고른다. 배우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연극..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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