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모를 사람이 없을 유명한 사진 잡지 <라이프>가 폐간되었다. '신문 및 광고시장의 침체'가 이유였다. 즉,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의 범람으로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광고 수익도 하락하여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아직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지 않은 당시에도, 인터넷 때문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70년 역사의 <라이프>가 폐간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2010년 이후는 어떨까.
얼마 전, 영국의 유명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전격적으로 종이 신문 폐간을 결정했다고 한다. 온라인으로만 운영을 한다고. 한때 40만 명의 구독자를 자랑했지만, 5만 명으로 떨어졌고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한다. 잘 나갔던 만큼 고꾸라지는 건 한순간이고, 그만큼 여력은 더 없을 것이다. 자그만치 30년 역사의 신문이었다. 다른 매체들이라고 다를까.
우리나라로 머리를 돌려보자. 그 중에서도 출판사로. 지난 4월 22일자 한국일보 기사 '새 도서정가제발 출판 '빅뱅'... 대형 업체가 흔들린다'를 보면, 대형 출판사들의 매출이 그야말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왔다. 새 도서정가제로 인한 결과라고 하는데, 근 10년 간은 매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외쳐댈 정도로 출판이 내리막길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거기에 새 도서정가제로 구간을 구입량이 현저히 떨어져, 사실 구간 스테디셀러로 먹고사는 전통적 대형 출판사들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문제는 새 도서정가제때문에 대형 출판사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출판업계가 이대로 주저앉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종이 매체가 폐간하고, 종이책으로 주된 수익을 창출하는 출판사의 매출이 급감하는 데에 목을 매고 있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인디펜던트>의 경우 온라인판으로 이미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수요의 방향과 방법이 달라진 것 뿐이다. 반면, 우리나라 출판사의 경우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같은 출판 매체이지만, 종이책으로도 전자책으로도 온라인으로도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이다. 수요의 방향과 방법이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인디펜던트>처럼 종이 대신 인터넷으로 읽는 게 아니다.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것으로 옮겨 갔다는 것.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 범람으로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지만, 반대로 정보 범람으로 인해 제대로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엄선된 정보와 지식 그리고 지혜의 집합체인 책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읽기'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볼 때 책을 읽든 인터넷을 보든 똑같은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읽기' 대신 '보기'로 콘텐츠 소비 방향을 틀었다는 사실이다. 블로그의 시대가 지나고 인스타그램, 유투브의 시대가 온 것이다.
영상 매체를 접하며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건, 활자 매체를 접하며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제작 기술과 능력이 알맞게 갖춰졌고, 수요는 원래 존재하고 있었으며, 유통까지 실행 가능하게 되었으니, 빅뱅과도 같은 변화가 당연히 일어날 것이었다. 그때가 지금이다.
이제와서 종이책을 대체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인터넷 기반으로만 찾으면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중요한 건 영상 매체에 대항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다. 사람들이 '읽기'를 멈추지 않게 하는 게 답이고, 그것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그걸 모르는 것 같다.
종이냐 인터넷이냐 하는 분쟁이 나무라면 읽기냐 보기냐, 활자냐 영상이냐 하는 분쟁은 숲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나무도 보되 숲도 보는 안목을 기르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던지고자 한다. '바보야, 문제는 읽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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