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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 없는 세상' 꿈꾼 그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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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 20세기 폭스



평소 SF 장르에 관심이 없거나 필립 K. 딕을 모르더라도, 심지어 영화를 잘 보지 않더라도 영화 <매트릭스>, <토탈 리콜> 등을 들어는 보았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이퀄리브리엄>,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영화까지, 모두 필립 K. 딕의 SF 장·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다. 이들 영화는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의 작품들로, 그의 소설은 꾸준히 사랑받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의 소설들은 SF 장르가 갖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결코 킬링타임 용으로 읽을 수 만은 없다. 생전(1928~1982)에는 마니아층에서만 사랑을 받은 작가에 불과하였다고 전해지지만, 20세기 후반에 와서 포스트모더니즘 비평가들에게 재평가를 받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대표격이 영화인 것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또한 그의 단편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2054년 미국 워싱턴. 범죄를 예측해 사전에 막는다는 설정. 이는 세 명의 예지자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프리크라임(precrime)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하다.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이 시스템을 관장하는 예방범죄국(프리크라임)의 반장이다. 그는 6년 전 유괴로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수사관이 되었고, 천부적 감각과 능력으로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완벽함에 일조한다.

 

존 앤더튼이 예지자들의 영상을 보며 열심히 작업하고 있을 때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긴박한 넘치는 액션과 스릴의 SF 특성과는 맞지 않을 듯한 클래식 음악이지만, ‘미완성’ 교향곡은 이 영화의 주제에 잘 부합되는 듯하다. 완벽하다고 믿고 신봉하다시피 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미완성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어김없이 세 명의 예지자들이 범죄를 예측한 어느 날, 앤더튼은 뜻밖의 예상 범죄자를 본다. 그 예상 범죄자는 바로 그 자신인 존 앤더튼. 그는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도망치기에 이른다. 그의 앞을 막는 연방정보국 수사관 대니 워트워(콜린 파렐 분). 앤더튼은 워트워가 꾸민 함정이라고 굳게 믿고 그의 미래를 위한 여정을 떠난다.

 

앤더튼은 동료였던 수사관들의 끈질긴 추격을 겨우 물리치고, 프리크라임 시스템을 만든 아이리스 하인먼을 찾아간다. 그녀에게서 여러 가지 충격적인 사실들을 접하고, 예방범죄국 안으로 잠입해 세 예지자 중 한 명인 아가사를 데려와 그녀 안의 내재된 앤더튼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영화는 곳곳에 예상치 못한 웃음 코드를 장착시켜 놓았다.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아이디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뜻밖의 행동으로 몇몇 장면에서 웃음이 뿜어져 나왔다. 주로 앤더튼의 행동에서 비롯되는데, 완벽함을 추구하는 앤더튼에게도 불완전한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그래서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완벽함을 믿고 신봉하기까지 했던 앤더튼의 불완전한 모습과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불완전함을 대치 시키려 했던 의도일까. 아니면 SF 특유의 진지함과 무게감을 유머로 풀어보려 했던 것일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 20세기 폭스


 

앤더튼이 아이리스 하인먼에게서 들었던 프리크라임 시스템에 대한 충격적인 내용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존재였다. 즉, 하나의 범죄에 대해 세 명의 예지자가 모두 동일한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떨 때는 다른 예측들을 한다는 것이다. 고위층은 이를 알고 있음에도 시스템의 완벽함을 지키기 위해 무시한다는 것이었다. 앤더튼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도 해보려고 했던 적도 없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영화는 앤더튼이 자신의 미래를 보기 위해서 예지자가 예측한 대로의 범죄 현장까지 가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앤더튼의 예상 범죄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6년 전에 잃었던 아들을 유괴했다는 거짓말로 앤더튼으로 하여금 가짜 유괴범을 죽이게끔 한 것이다.

 

이후 영화의 전개는 급변한다. 이때부턴 원작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의 전개를 띠기 시작한다. 또한 원작이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상징하는 ‘소수의 의견’에 더 중점을 둔 반면, 영화는 어느 정도의 액션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적 기법을 차용한 심리 싸움에 치중한다. SF를 위시한 범죄액션스릴러에 가깝다.

 

과연 앤더튼은 무서운 진실에 맞닥뜨려 무릎을 꿇을 것인가. 이겨낼 것인가. 완벽할 것만 같았던 프리크라임 시스템. ‘범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좋은 취지로 시작한 시스템의 추악한 인간의 ‘오류’ 내지 ‘결점’이 침투하여 상처를 내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인가.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더해 더욱 많은 걸 담아내려 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피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은 조금 과한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영화를 보다 보면 생각할 거리들이 너무 많아짐을 느낀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답까지 해야 하고, 액션과 범죄 스릴러의 범위까지 아울러야 했으니, 욕심이 지나쳤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큰 결점 없이 군더더기 없는 전개에,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구나 하는 말이 나온다. 한 번 보고 또 보고 싶어지는, 그리고 또 봐야 이해가 될 것 같은 영화였다.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주연 배우인 톰 크루즈에 있어, 큰 영광도 그렇다고 큰 해악도 끼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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