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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코엔 형제'가 떠오르는 핀란드판 파국의 스릴러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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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리틀 시베리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틀 시베리아> 포스터.

 

핀란드의 작고 한적한 마을 차밍빌리지에 어느 날 사람 주먹보다 조금 큰 크기의 운석이 떨어진다. 운석이 떨어진 곳은 타르바이넨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이었으나 마을 공동의 것으로 간주되어, 런던으로 보내 감정을 받아볼 때까지 박물관에 전시된다. 그리고 운석을 밤새 지키는 임무에 마을 교회의 목사 요엘이 자원한다. 그는 불면증을 앓고 있던 터였다.

한편 요엘은 퇴역한 평화 유지군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할 때 지뢰를 밟아 크게 다친 후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한테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내가 임신을 했다고 하니 의심이 시작된다. 댄스 교실을 운영하며 파티도 자주 하는 아내와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것 같은 남자들을 의심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1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녔다는 운석은 쇠락의 길을 걷는 마을의 미래에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만큼 사람들의 무한한 관심을 끄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도둑이 들기까지 한다. 요엘은 하느님께, 운석을 보고 불안을 떨쳐 줄 기적을 바라는데 기적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 크고 작은 일이 한꺼번에 덮치는데…

 

작은 마을에 떨어진 100만 달러짜리 운석

 

핀란드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틀 시베리아>는 영국의 <더 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된 바 있는 안티 투오마이넨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의 조화가 일품으로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작디작은 눈 덮인 마을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여느 세계, 인간들이 살아가는 곳과 다름없어 보인다.

주인공인 목사 요엘을 비롯해, 항상 술에 취해 위험한 운전을 일삼는 전직 랠리 드라이버 타르바이넨은 극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뭔지 모를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미인 바텐더 카롤리나는 극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무시한 고문과 살인 경험을 풀어놓는 페타르를 보면 무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그들은 조그마한 마을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엄연한 일원이지만 각자 욕망의 모양새가 다르다. 그런 와중에 100만 달러짜리 운석이 떨어지니 욕망이 어떤 식으로든 분출될 수밖에 없다. 요엘은 목사로서 또 운석 지킴이로서 욕망의 분출을 억눌러야 함과 동시에 본인은 오히려 욕망을 분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다. '의심'과 '불신'이라는 욕망.

 

의심과 불신, 기적, 그리고 위기와 불안

 

요엘은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몸소 겪으며 아내를 의심하고 사람을 불신하고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다. 그 자신은 매일같이 신도들에게 믿음과 사랑과 신앙을 설파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이미 불면증을 앓을 정도로 신앙심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에게 온 '기적들'에는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었다.

지구의 많고 많은 곳 중에서 하필 차밍빌리지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 운석으로 뭐라도 해서 마을의 미래가 바뀌는 건 바람이자 희망일 뿐이다. 그 사실을 모르면 불행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편 요엘에게 찾아온 기적은 또 있다. 바로 아내 크리스타의 임신. 그는 자신의 불임 판정 때문에 아기가 올 리 없다고 확신하지만 기적처럼 찾아왔다. 뭘 더 바랄까?

요엘은 이미 신앙에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신앙의 위기'라면 보통의 우리에겐 삶의 근원부터 송두리째 뒤흔드는 '불안'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불안으로 두 발이 땅에 제대로 디디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급기야 몸 전체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육체와 정신이 따로 노는 듯하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지금 이 순간 여기로 돌아올 수 있을까.

 

코엔 형제가 떠오르는 스릴러 블랙 코미디

 

이 영화 <리틀 시베리아>는 주지했듯 핀란드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만큼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핀란드 영화로, 북유럽 특유의 투박하고 시크하고 서늘한 듯 깔끔하고 정감 있다. 그러니 요엘은 결국 관계를 회복하고 믿음을 되찾을 것이며 신앙을 이어갈 것이다. 물론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 그때마다 깊이 고민하며 다시 회복할 수 있게 힘을 기르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영화에서 연상되는 또 다른 영화, 아니 감독이 있다. 작은 마을에서 어딘가 꼬여 있는 등장인물들이 오해가 겹치고 겹쳐 파국으로 치닫는 스릴러 블랙 코미디가 강점인 '코엔 형제'다. <톰 오브 핀란드> <톨킨> 등으로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도메 가루코스키 감독이 전혀 다른 느낌의 <리틀 시베리아>를 연출했다는 게 대단하다. 코엔 형제를 연상하기까지 한 연출력이라니.

요엘에게 일어난 일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일'이라는 게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들이닥치는가에 따라 기적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도 있고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이왕이면 좋은 일이길. 그러자면 적어도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은 지양하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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