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하다/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프레시안 books, 오마이뉴스 책동네

반응형




2000년대 들어서 인터넷은 본격적으로 우리들 삶에 깊숙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후 모든 것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울었던 이들 중 대표적인 이가 '신문사'와 '잡지'였다. 온갖 정보와 잡다한 지식의 집합체. 본래 이들은 최신의 정보를 무엇보다 빠르게 전달하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지식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정보의 블랙홀 인터넷이 출현하자 이들은 급격히 쇠퇴하고 인터넷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이들이 기존에 해오던 일들의 파워 또한 급격히 쇠퇴한다. 책 서평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본래 언론 서평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고 한다. 유력 출판사인 사계절 출판사 강맑실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2000년대 초까지 언론 서평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종합 일간지 서평 섹션의 머리기사로 실리면 한 달 만에 2쇄에 들어가는 책이 많았을 정도니까. 그때는 언론 서평 외에는 책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독자도 언론 서평을 통해서 책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욕구가 강했다. 또 언론도 서평에 그만큼 신경을 썼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건 "책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라는 사실이다. 당시는 아직 인터넷이 활발해지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이후 인터넷의 막강한 위력 앞에 신문과 잡지는 물론이고, 책까지 그 위력이 급전직하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활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발빠르게 인터넷언론들이 출현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중 대표적인 두 곳이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이다. 각각 2001년과 2000년에 설립된 이 두 인터넷언론은 공교롭게도 진보 성향의 매체이다. 그리고 당시 또한 공교롭게도 진보 정권이었다. 이후 각종 부침과 악재, 성장을 거치며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안타깝게도 '프레시안'의 경우, 믿을만한 콘텐츠가 그리도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경영상의 이유로 올해 2013년에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다. 


이 두 매체의 공통점은 또 있다. 그리고 이 공통점이 오늘의 주제인 것이다. 바로 '책'에 대한 애정. 정확히는 '책 서평'에 대한 이해와 애정. 이 두 매체는 방법은 다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적 '책 서평'을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프레시안 books


프레시안 books 1호 갈무리 ⓒ프레시안


먼저 프레시안을 살펴보자. 오래전의 프레시안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정확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중적 '책 서평' 중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것. '프레시안 books'는 프레시안의 주요 챕터 7가지(뉴스, books, English, 협동경제사회, 이미지프레시안, 키워드가이드, 조합원커뮤니티) 중 하나로, 사실상 프레시안에서 제일 중요시 여기는 콘텐츠 중 하나이다. 


프레시안 books는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데, 2010년 7월 말에 시작해 2013년 10월 현재 161회로 만 4년째가 되었다. 현재 레이아웃은 기본적으로 8개의 서평과 2개의 특별 서평 내지 대담, 그리고 연재 4개에 특별 코너 2개이다. 초창기에는 블로거, 편집자들의 글도 소개하였는데 폐지되었다. 


프레시안 books를 믿고 볼 수 있는 건, 누가 뭐래도 최고를 자랑하는 서평가들의 퀄리티이다. 평균적으로 교수급이 배치되며, 단순히 책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강의급의 내용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대학신문>에서나 볼 수 있는 퀄리티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물같이 생각하며 챙겨보는 글들이다. 1년, 2년 퀄리티에서 오는 신뢰가 쌓이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런데 한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도 있다고 한다. 퀄리티에만 신경을 쓰느냐고 대중성을 너무 무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즉, 너무 어렵다는 뜻이다. 또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서평보다 훨씬 길다. 서평이란 것이 독자로 하여금 책을 보게 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일진데 자칫 독자를 쫓아낼 수도 있다니,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그래도 그 퀄리티만은 유지해줬으면 한다. '책 서평'의 최후의 보루와도 같으니까. 


오마이뉴스 책동네


오마이뉴스 책동네 갈무리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책동네'의 경우, '프레시안 books'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프레시안 books는 언론사에서 서평에 적합한 전문가를 직접 뽑는 형태인데 반해, 오마이뉴스 책동네는 오마이뉴스가 지향하는 바와 같이 어느 누구라도 서평 기사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오마이뉴스 편집진의 날카로운 눈을 통과해야만 한다. 필자의 경우 작년 2012년 10월부터 주로 서평기사를 올려 1년째가 되었는데, 새어보니 200개의 원고를 보내 170개가 기사로 채택되었다. 


오마이뉴스 책동네야말로 출판계를 살릴 수 있는 많은 대안 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을 읽고 손수 서평을 써서 올린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결코 수준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주지했듯이 편집진들의 손이 거쳐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썼다고 자부해도 편집진들이 봐서 '서평 기사'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탈락하고 마는 것이다. 프레시안 books가 내용상에서의 퀄리티를 자랑한다면, 오마이뉴스 책동네는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겠다. '독자'이자 '기자'의 입장으로 쓴 서평이기에.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용면에서의 퀄리티가 완벽하지는 못하다는 것. 거기에는 부족한 희소성도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지고, 어떤 사람은 매일 같이 서평을 쓴다. 어찌 책을 하루만에 읽고 매일 서평을 쓸 수 있겠는가? 또한 좋은 책을 소개한다는 의미보다, 이슈가 될만한 책을 소개한다는 느낌도 강하다. 어쩔 수 없다는 면도 이해가 가지만, 사실 책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주지했듯이 '서평'이란 것이 1차적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보게 만드는 다리 역할에 그 목적이 있지 않겠는가. 



'프레시안 books'와 '오마이뉴스 책동네'는 현재 최고의 '책 서평' 코너들이지만,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극화되어 있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그 접점을 찾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이 둘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출판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최소한 축소되거나 사라지지만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