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알라딘에는 다른 서점에는 없는 특별한 게 있다. 출간되기 전 가제본 정도만 나와있는 책에 투자하는 코너이다. 일명 '독자 북펀드' 1장 당 10000원하는 티켓 구입을 통해 본인 인증된 일반 알라딘 국내 회원만 참여할 수 있다. 5장까지 구입이 가능한대, 필자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알라딘 인터넷서점 홈페이지 갈무리
이 코너를 이용하는 출판사는 대부분 중소 출판사로, 출간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적보다는 사전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용하는 듯하다. 어차피 펀딩으로 들어온 금액은 출간 한 달 이후 정산되어 다시 독자들에게 돌아가니까. 또한 출판사 측에서 제시한 일정 판매 지수를 달성하면 소정의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알라딘에서는 쿠폰과 적립금 등을 지급한다.
2012년 5월부터 시작된 독자 북펀드는 지금까지 약 80여권의 책을 진행되었다. 또한 그 규모는 약 1억 7천만원으로 평균 약 200만원 정도이다. 책 출간에 약 10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간다고 가정한다면, 약 20%의 돈을 단기 금액으로 받아 쓰고 책이 출간된 후 들어오는 돈을 다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출판사와 독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출간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독자 입장에서는 독자 북펀드로 인해 어떤 의미를 가져볼 수 있다. 책 출간에 참여했다는 의미이다. 더 이상 소비자로써만 머무르지 않고 생산자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출판사에서는 독자 북펀드에 참여한 인원들의 아이디 또는 이름을 책의 판권란에 기입하고 있다. 후원 개념의 펀딩이 아니라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고, 일정 이상의 판매만 이루어지면 100% 돌려받으면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괜찮다는 느낌이 든다.
1년 5개월 동안 진행되는 중에 송곳처럼 툭 튀어나온 책이 있는데 지난 7월에 진행했던 '허영만' 화백의 <허허 동의보감 1 : 죽을래 살래?>(시루)이다. 역대 평균의 약 6배에 달하는 1200만원의 금액이 모였었다. 아무래도 유명한 저자의 인지도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런 유명한 저자가 아닌 이상에 큰 돈을 모으긴 힘들다는 씁쓸한 현실의 단면이다.
그런데 이번 10월에 또 다른 책이 1000만원 가량의 북펀드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지성계의 대모이자 전천후 문화평론가이기도 한 '수전 손택'의 유고 일기집 <다시 태어나다>(이후). 비록 저자(책의 실 저자는 수전 손택의 아들이다)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책의 성격상 많은 인기를 얻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정도의 규모가 되면 위에서 말했던 것 처럼 단순 마케팅의 개념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실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북펀드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알라딘 측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볼 수 있겠다. 책과 출판사에 관한 믿음.
출판사 입장에서 거대 서점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지 못한 유통 채널을 지닌 채 터무니 없는 매입률로 책을 가지고 가는 유통업자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출판계에 종사하는 운명공동체와 같다. 알라딘에 운영하는 독자 북펀드와 같은 프로젝트는 꼭 운영되어야 하고, 더욱 그 파이를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출판계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알라딘 북펀드 참여방법(독자편)
알라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곳곳에서 북펀드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클릭해본다. (오른쪽 위에 작은 글씨로 '작은출판사' 내지 '작은도서관'이라고 나와있는 곳에 커서를 가져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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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북펀드 메인에 들어가면 '스페셜 북펀드', '진행 중 프로젝트', '출간 예정 프로젝트', '출간된 프로젝트', '정산 대기 프로젝트', '정산된 프로젝트' 순으로 지금까지 진행된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모든 책들이 보일 것이다. 그 중에서 '스페셜 북펀드'와 '진행 중 프로젝트'의 책에 펀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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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에 들어가면 목표금액과 함께 펀딩기간과 출간 목표일이 나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출간 목표일이 제일 중요할 텐데, 출간일에 따라 리워드 정산일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리워드 정산일은 출간 30일 후이다. 티켓은 한 장당 1만원이며, 5장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판매목표별 리워드는 책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직접 보고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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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펀드 참여방법(출판사편)
알라딘 북펀드에 의뢰하려는 출판사는 손쉽게 이를 이용할 수 있다.(직접 해봐서 안다. 느낌 아니까) 맨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 아래 부분에 조그마한 글씨로 '북펀드 의뢰하기(출판사용)'이 보일 것이다.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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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을 빠짐없이 정성껏 채워주시고 '북펀드 의뢰하기'를 클릭한다. 그럼 끝난다. 혹시 모르니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MD에게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전달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SNS 등으로 알라딘 독자 북펀드 진행 시작과 함께 펀딩에 참여를 독려한다.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소개는 계속됩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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