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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모두 '용서받지 못할 자'임을 인지해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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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D.P.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2> 포스터.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D.P.>는 절대적 수치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진 못했으나 한국 사회를 흔들 정도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대한민국 육군 군사경찰인 군탈체포조 D.P.(Deserter Pursuit)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도 많고 또 다양한 탈영병이 있었는 줄은 몰랐다.

뿐만 아니라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201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요즘 군대 참 좋아졌어' '요즘 군대가 군대야?'라는 비아냥을 뒤로하고 여전히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군대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은 PTSD를 겪으면서도 옛 생각하며 즐겼을 테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탈영병 잡는 과정에서 보다 흥미를 느꼈을 테다.

뛰어난 작품성과 웬만한 흥행력을 갖췄던 <D.P.>는 제58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에서 드라마 작품상과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유수의 어워즈에서 남자배우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드높이더니 빠르게 시즌 2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채 2년이 되지 않아 <D.P.> 시즌 2가 공개되었다. 서사가 그대로 이어지니 '시즌'이라는 말을 빼도 무방하겠다.

 

생활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막장스러운 성적, 신체적 가혹행위 끝에 무장탈영해 끝내 자살 시도로 끝난 조석봉의 절친으로 그와 동반입대했던 103사단 18기갑여단 정비대 김루리 일병은 경계근무를 끝내고 생활관에 돌아와 TV로 멍하니 친구의 소식을 듣다가 불현듯 총을 들어 난사한다. 그러곤 무장탈영한다. 전군 비상, 국군본부는 특별수사단을 꾸려 김루리 일병 총기 난사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특별수사단의 부단장 서은 중령은 김루리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그가 반사회적 정신질환에 시달린 관심병사였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간다. 군대의 잘못이 아니라 김루리 개인의 잘못이라고 말이다. 그러며 슬며시 김루리 어머니의 신상을 공개해 김루리로 하여금 어머니를 찾아오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특별수사단은 김루리를 사살해 모든 잘못을 그에게로 돌리며 사건을 마무리짓고자 했다.

한편 한호열 병장과 안준호 일병은 여전하다. 탈영병을 잡아야 하는 D.P.조로, 무장탈영병 김루리 일병 체포 또는 처리 작전에도 투입된다. 그들은 임지섭 대위, 박범구 중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김루리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특별수사단과 반대되는 작전을 짠다. 과연 김루리 일병의 미래는? 한호열과 안준호 그리고 임지섭과 박범구는?

 

바뀐 게 없다, 뭐라도 해야지

 

<D.P. 2>는 6부작이지만, 앞의 2 에피소드가 탈영병 김루리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완전하게 이전 시즌의 서사를 따르고 뒤의 4 에피소드가 핵심적인 듯하다. '뭐라도 해야지' '정부 그리고 군대의 책임도 막중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물론 탈영병 추적하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소소하기 이를 데 없어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중요한 건 정부(군대)와 개인의 대치 구도다.

정부는 군대 내에서 일어난 온갖 악행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작품에도 나오지만 비무장지대 안의 감시초소인 GP에서 일어난 일은 마음만 먹으면 일절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수 있다. 그건 대한민국의 전군 역시 마찬가지다. 숨기자고 하면 숨길 수 있다. 그러니 믿기 힘든 가혹행위를 일삼아도 들키지 않고 행여 들켰다고 해도 영창 다녀오면 그만이다. 구속까지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정부에게도 방조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방조 정도가 아니라 가혹행위를 독려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점점 해이해지는 군대에서 기강을 바로잡으려면 어쩔 수 없이 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가혹행위만 사라져도 탈영병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D.P.가 피땀 나게 탈영병들을 쫓아다닐 이유도 없을 테고 작품에서처럼 일개 사병이 뭐라도 해 보겠다고 자신의 안위와 미래를 담보로 무모하지만 정의로워 보이는 짓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용서받지 못할 자

 

생활관 내에서 비무장의 동료들에게 무장 상태로 총을 난사해 죽고 다치게 한 김루리 일병은 '용서받지 못할 자'다. 너무나도 명명백백하다. 하지만 행간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그는 정부의 발표대로 반사회성 장애를 가진 심각한 관심병사일 뿐인가? 일련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정황을 살펴보면 그는 끊임없이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와중에 역시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끔찍한 선택을 한 동기의 소식을 전해 듣고 정신이 나가 버렸다.

정신이 나가 총을 난사한 게 현상이라면 지독한 가혹행위에 시달린 걸 본질이라고 봐도 되겠다. 극단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어떤 식으로든 가혹행위를 당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순간의 속마음은 비슷하다. '내가 죽거나 내가 죽이거나'. 무슨 수를 쓰든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럼에도 누군 참고 또 참는 반면 누군 참아 내지 못하고 일을 저지르니, 그 부분에선 변호의 여지가 없다. 극 중에서 김루리는 잘못을 뉘우치는 것과 별개로 참작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가혹행위 피해자의 극단적 예시인 김루리에게만 잘못이 있냐는 것이다. 용서받지 못할 자가 김루리 말고도 또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 그에게 가혹행위를 일삼은 이들, 가혹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한 군대, 그리고 그들을 군대로 오게 한 정부. 그들 모두에게 잘못이 있고 또 그들 모두 용서받지 못할 자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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