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 16대 황제이자 '5현세 시대'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는 위대한 통치자이자 뛰어난 군인으로, 수많은 전쟁과 반란에서 승리하여 내정을 다졌다. 또한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이기도 했는데, 그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책이 바로 <명상록>이다.
원제인 'Ta eis heauton'은 '자기 자신에게 전하는'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앞으로 계속될 '<명상록>이 전해주는 메시지, 자기 자신에게 전하는 메시지' 기대해 주시길.
1. 우리는 우리 생명이 하루하루 소비되며 줄어든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어떤 사람이 남보다 더 장수하는 경우, 과연 사물을 파악하는 충분한 이해력도 그만큼 지속되고 신과 인간에 대한 관조의 힘도 그만큼 보존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사람은 노망을 부리기 시작하더라도 호흡, 소화, 상상력, 욕구, 그 밖의 여러 가지 일에는 이상이 없다. 그러나 자신을 선용하고 자신의 의무를 남김없이 헤아리며 모든 현상을 명백히 가려 내고 지금이 목숨을 버려야 할 때인가를 분별하는 능력과, 그밖에 훈련된 이성이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여러 가지 일은 쇠퇴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물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제일 먼저 소멸하기 때문이다.
2. 또한 우리는 자연에 따라 만들어진 사물에 부수(附隨)하는 것에도 즐거움과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빵을 구울 때 어떤 부분이 갈라지는데, 이렇게 갈라진 부분도 빵 굽는 사람의 의도와는 어긋나지만 일정한 모양을 갖추게 되어 이 부분도 일종의 아름다움을 갖고 특수한 방법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또한 무화과나무 열매는 익으면 터지고, 다 자란 올리브나무도 썩기 직전이 되었을 때 그 열매는 각별한 아름다움을 갖는다. 고개 숙인 벼 이삭, 사자의 눈썹, 맷돼지 입에서 흘러내리는 거품, 그 밖의 여러 가지 것-이러한 것들을 따로 떼어 내서 살펴본다면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은 자연에 의해 형성된 사물에 부수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에 의해 형성된 사물을 돋보이게 하고 그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우주 안에 생긴 사물들에 대해 감수성과 깊은 통찰력을 갖는다면, 부수적으로 생긴 사물로서 다소간의 즐거움도 주지 않는 것은 거의 얿으리라. 따라서 그는 야수가 실제로 입을 크게 벌린 것도 화가나 조각가가 상상에 의해 그려 놓은 것과 다름없이 즐겁게 바라볼 수 있으리라. 또한 그는 늙은 부인이나 늙은 남자에게서도 일종의 성숙감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리라. 또한 그는 어린이들의 귀여운 매력을 순결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은 만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그 작품에 진실로 친밀감을 갖는 자에게만 자신을 드러내리라.
3. 정진과 정화를 게을리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부패나 불결, 그 밖의 숨겨진 상처를 찾아낼 수 없다. 또한 그의 생애는 운명이 닥쳐왔을 때, 연극도 끝나지 않고 막도 내리기 전에 무대를 떠나는 배우처럼 불완전하지도 않다. 게다가 그에게는 비굴함과 허영심, 다른 일에 집착하거나 다른 일을 멀리하는 마음, 비난할 만한 일, 피신처를 찾아야 할 일은 없다.
4. 의견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존중하라. 당신의 지배적 부분에 자연과 이성적 동물의 본질에 어긋나는 의견이 생기는가, 생기지 않는가 하는 것은 이 능력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능력은 신중한 판단, 이간에 대한 우정, 신에의 순종을 약속한다.
5. 공연히 방황하지 말라. 당신 자신의 비망록이든, 로마·그리스 선인들의 자서전이든, 혹은 노후를 생각해서 책에서 뽑아 놓은 발췌록이든 이를 읽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목전의 목적을 서둘러서 성취하라. 당신 자신을 돌보려고 한다면, 공연한 희망을 버리고 당신의 힘이 남아 있는 동안에 당신 자신을 도와라.
올재 클래식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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