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서글프고 악랄한 부조리를 보여주다 <D·P-개의 날>
[서평] <D·P-개의 날>
매달 전국적으로 60여 명의 탈영병이 발생한다. 매년 700여 명의 숫자인데, 군인의 수를 대략 60만 명이라고 한다면 1년에 약 900명 당 한 명 꼴로 탈영을 하는 것이다. 1개 대대가 약 500명, 여기에 예비군 등까지 합하면 900명에 거의 육박할 텐데 이 중 한 명이 탈영을 한다. 모르긴 몰라도 보고되지 않은 탈영병은 '훨씬' 많을 것이다.
군대 내 경찰인 헌병, 헌병 중에서도 이런 탈영병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일명 '군무이탈체포전담조' DP. 헌병이 밀리터리 폴리스(MP)라면 DP는 뭘까? 어원을 알 수 없지만, 흔히 '더티 플레이'라고 불린 단다. 그들은 군복 대신 사복을 입고 주로 활동하는데, 일반 헌병과는 다른 그런 군인 같지 않은 모습 때문이지 않나 싶다. 그들이 궁금하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탈영을 생각했고 주위에서 탈영했다는 소문 내지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는데, 근무를 서는 중 눈앞에서 탈영하려는 이를 잡아온 적이 있다. 그러곤 묻는다. "왜 탈영하려고 했어?" 그러면 답한다. "너무 힘들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여지없이 돌아오는 대답. "너만 힘들어? 다 힘들어. 그러니 견뎌야 해."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탈영병을 쫓는 이야기이며, 누군가의 아들, 형제, 연인을 찾아가는 이야기
웹툰 <D·P-개의 날>(씨네21북스)이 책으로 나왔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것이 주업무인 군무이탈체포전담조 DP의 이야기를 다룬다. 군인이 아니라면, 아니 군인조차도 사실 큰 관심이 없는 탈영병. 그런 탈영병을 잡는 군인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 더군다나 그들 DP는 군복 대신 사복까지 입고 머리까지 길으면서 밖에선 관등성명도 대지 않으며 경례도 붙이지 않는다. 탈영병을 잡기 위해 그들이 군인이라는 걸 알아채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으로 상당히 흥미가 동한다. 군대 관련 콘텐츠라면 빠짐없이 접하려고 하는 바, 이런 작품은 횡재에 속할 정도이다. 내가 모르는 것도 있었나? 하는 그런 느낌. 이 작품을 통해 군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10년이, 20년이, 30년이 지나도 그럴 것이다. 군대에 있었던 2년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그 시간을, 내가 아니면 누가 되새기고 '추억'할까.
'내가 탈영병을 쫓는 이야기이며 누군가의 아들을, 형제를, 연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라고 말하는 이 만화에는 두 명의 DP조 준호와 성준이 나온다. 그들은 부대에 붙어 있을 새가 없다. 상사가 시켜서 나가고, 속보가 떠서 나가고, 선임한테 괴롭힘을 당하기 싫어서 탈영병이 생겼다는 거짓말을 하고 나간다. 내무반에 있을 수도 없거니와 있기도 싫은 것이다.
그가 탈영한 이유
앞서 말한 그들이 나가는 이유 중 하나가 '선임한테 괴롭힘을 당하기 싫어서' 라고 했다. 즉, 그들은 선임한테 괴롭힘을 당하기 싫어서 탈영한 군인들을 역시 선임한테 괴롭힘을 당하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고 나가서 잡아 오는 것이다. 여기서 그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그들은 피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누구들은 피할 수 없다. 그들도 같은 군인이며, 어찌 보면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들이 잡은 장기군탈자 중 한 명인 최창식은 선임한테 심한 괴롭힘을 당해 탈영을 결심했다. 탈영병의 연내 검거율이 95%가 넘는다고 하는데, 체포되지 않는 이들은 철저하게 신분을 숨기고 살아간다고 한다. 최창식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그는 잘 때 코를 골았다. 선임은 그런 그에게 방독면을 뒤집어 쓰게 하고는 총기함에서 자게 했다. 방독면을 쓰고 총기함에서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총기함이 아니었다. 방독면을 쓰고는 침상에서 잘 수도 없었다. 자연 그는 근무 시간에 졸았다. 어김없이 선임의 손찌검이 날아왔다. 그는 더 이상 그대로 살 수 없었다. 죽이거나, 죽거나,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군대의 서글프고 악랄한 부조리를 보여주는 또 다른 창
저자는 만화를 통해 그런 그를 옹호하려 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보여줄 뿐이다. 실제보다 부풀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에 가까울 것이다. 아니, 실제에 가깝다. 저자가 실제로 DP 출신이고 자연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썼다는 걸 감안하고 라도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만화의 정치적 방향 설정 대신 디테일에 쏟아부었다. 결과적으로 훨씬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한편 저자는 군인 경찰이지만 여하튼 '경찰'이라는 소재를 살려 두 DP조를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처럼 그렸다. '증거'를 최우선으로 하는 셜록 홈즈와는 다르지만, 선임인 상병 준호는 특별한 '감'과 '집요함'을 무기로 탈영병의 소재를 추적한다. 후임인 일병 성준은 그런 준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충실히 보조 한다. 이 둘의 서글픈 활약상은 군대의 서글프고 악랄한 부조리를 보여주는 또 다른 창이다.
궁금하다. 그들이 잡은 탈영병의 훗날이. 잡혀 들어온 탈영병은 군법에 의해 처리될 것이다. 죗값에 맞는 형량을 살고 '다시' 군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는 형량만큼 군복무를 더 할 것이 분명하다. 전과는 다르게 직접적으로 괴롭히지는 않겠지만,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멸시와 조롱을 받으면서.
"그때 생각했지. 아, 언젠간 잡히겠구나. 탈영은 공소시효도 없다고 하던데. 다시 또 파리를 먹이진 않겠지만. 결국 돌아가겠구나. 그래서 결심한 거야. 쫓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치기로."
"그래서, 다시 또 군대로 돌아가는 게 싫어서. 그래서 죽은 거야?"
![]() | DP 개의 날 1 - ![]() 김보통 지음/씨네21북스 |
2015.07.20 10:05 신고
흥미가 있는 내용이군요
소설,영화로 나와도 흥미가 있을것 같네요
2015.07.26 16:07 신고
말씀하신 대로 영화로 나오면 재밌을 것 같아요~
2015.07.20 23:12 신고
탈영병의 징계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이긴 해요. 진짜 정신분열증같은 심각한 정신병에 걸려서 탈옥한 것일 수도 있어서 더더욱... 이런 사람은 징계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데 말이죠.
2015.07.26 16:08 신고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이 생각나네요.
2015.07.27 20:02
2000년에 DP(실제로는 DP조라고 부릅니다.) 체포기록 우수상(헌병최고 상부인 헌병감수상)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저희는 사복근무에 머리염색에 핸드폰소지에 외부에서 생활을 합니다만. 편한줄아는분이 많으신데 군대에서 그렇게 대우를 해주는 만큼 빡시게 감시합니다.물론 이 얘기를 하려던건 아니구요
위에 설명 만큼 많은 사람들이 탈영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장기 군탈자(2년이상)은 무수히 존재합니다. 저는 실제로 그런 장기 군탈자만 전문으로 했던 사람인데 알고 보면 그 사람들은 위 내용처럼 가벼운 내용으로 탈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주검(자살)으로 발견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그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언론이 발달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우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는 만나면 험하게 상대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군탈자가 도주우려가 있기때문입니다.
군생활이 힘들다고 생각합니까? 장기군탈자의 대부분이 오랜도피와 경제적 궁핍으로 쓰레기 같은 생활을 합니다
게다가 저희를 만나면 목숨만 부지 할 정도로 살아납니다.
탈영하지 마세요 저희는 다 잡아 냅니다. 그리고 나머지 군생활 보다 더 긴 기간을 다시 육군교도소에서 수감생활로 보내고 반신 불구가 된다고 생각하세요. 열심히 군생활 하시고 나와서 더 나은 자유를 만끽 하시길 바랍니다.
2015.07.27 21:57
1997에 DP였습니다. 위에분의 선배되겠네요. 근무기간에 전사단 유일의 미포자(미 체포자) 0명을 달성하고 육본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윗분말대로 장기 군탈자의 상태가 당시에는 비슷비슷합니다. 사망자로 찾아내는게 더 많았을 정도지만. 참고로 제가 있던곳이라기 보단 대체적으로 탈영은 거진 현역보다 상근예비역의 비중이 아주 많습니다. 현역분들 오해읍기를 (물론 대부분 체포되거나 자수합니다만)
정신분열증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하고 싶네요.
분열증의 경우 탈영보다는 더 극단적인 경우가 많거든요. 항시 첩보를 받아서 군내 사고나 사건은 항상 알 수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DP를 더티플레이는 아닙니다. Desert Police 어원이 제 기억인지 몰라도 사막의 또다른 뜻이 군탈이거든요.
사막하면 외인부대가 생각나시는분 많을 듯하네요. 탈영병도 많았으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