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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렐 윌리엄스의 자전적 이야기로 만든 레고 영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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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피스 바이 피스>

 

영화 <피스 바이 피스> 포스터. ⓒUPI 코리아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버니지아 비치에서 태어나 가난하지만 활기차게 자란 퍼렐 윌리엄스는 자신의 터전을 사랑했다. 다방면으로 그리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으나 퍼렐에겐 영감의 원천이었다. 대다수 또래친구들이 길거리 생활을 하며 안 좋은 길로 빠져들어간 것과 다르게 시카고 근방의 명문 노스웨스턴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은 그의 길이 아니었다. 음악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 퍼렐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동네 친구 채드 휴고 그리고 마이크, 셰이와 함께 그룹을 결성한다. '넵튠스'의 탄생, 그들은 1991년 버지니아로 이주해 온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가 개최한 음악 대회에서 우승한 뒤 그에게 스카우트되어 정식 계약한다. 이후 마이크, 셰이가 빠지고 퍼렐과 채드 둘만 남는다.

그들은 함께 대박을 터뜨린다. 단번에 큰돈을 만진 퍼렐, 하지만 10대 후반이었던 그는 단번에 써 버린다. 얼마 되지 않아 스타일 차이의 이유로 테디를 떠난 넵튠스는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그렇게 5년을 골방에서 음악 만들기에 전념한 후 세상에 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무명의 애송이 음악을 거들떠보는 이들은 없었다.

 

퍼렐 윌리엄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레고 영화로

 

21세기 극초반부터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곡을 히트시키며 이른바 '슈퍼 프로듀서'의 반열에 오른 넵튠스, 이후 퍼렐은 가수로서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을 병행해 크나큰 성공을 거뒀고 음악 외적으로 패션 아이콘으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그야말로 안 해 본 게 없으니 다채로운 영감과 에너지가 무궁무진하다.

그가 이번엔 자전적 이야기를 기상천외하게 풀어냈다. 직접 제작, 음악, 주연에 참여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로 <피스 바이 피스>는 모든 게 레고 블록으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몇 번 선보인 바 있는 레고 애니메이션 영화의 스타일을 차용해 자전적 이야기를 전하려 한 것이다. 한 번 더 꼬아서 형식은 픽션이 아닌 다큐멘터리다.

레고 블록이 나오는 진지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애니메이션 자서전 영화라니, 생전 듣도 보도 못했다. 퍼렐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일을 해낸 것이다. <피스 바이 피스>를 통해 들여다보는 슈퍼스타 퍼렐 윌리엄스의 삶은 영화 제목처럼 조금씩, 서서히 진행되진 않았다.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했다고 할까. 아마도 조금씩, 천천히는 그의 바람이지 않을까 싶다.

 

성공과 실패의 반복

 

영화에서 비치는 퍼렐 윌리엄스의 삶을 거칠게 축약해 말하면 좋았다가 나빴다가 좋았다가 나빴다가의 반복이다. 누구나의 삶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인데 그는 보통 사람은 아니니 그 편차가 극심하다. 좋았을 때는 전 세계가 그를 주목하고 좋아하고 따라 한다. 하지만 나빴을 때는 누구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외면하며 멀리한다.

삶의 순간순간 편차가 크니 스스로의 삶에 대해 말할 거리가 많을 것이다. 직접 겪었으니, 이를테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해 주고 싶을 테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고 성공한 사람은 실패와 성공의 이야기를 설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며 뭇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안달이 나 있으니까. 그렇지만 과연 재미는 있을까?

퍼렐의 삶은 여느 대성공한 사람의 삶과 다르지 않다. 주지했듯 성공과 실패의 연속에서 계속 나아가려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가 직접 제작한 것답게 평범하지 않다. 레고 세상으로 삶의 다큐멘터리를 구현했으니 말이다. 솔직히 보통의 자전적 다큐멘터리였으면 안 봤을 것 같은데 형식이 형식인 만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특이하니까.

 

특이하고 재밌는 형식

 

그렇다면 영화는 평범하지 않고 특이한 형식에서 그쳤을까. 보통이 아닌 삶을 구현하는 데 절대적인 조화를 이뤄 특별함으로까지 나아갔을까. <피스 바이 피스>는 분명 순간순간 번뜩였다. 특이한 형식이라 접했고 매우 재밌게 즐겁게 봤다. 레고이니만큼 섬세하게 구현할 순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편안하게 퍼렐의 삶을 일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별함으로까지 나아가긴 무리였던 것 같다. 다름 아닌 퍼렐이 직접 본인의 삶을 각색하고 편집해 말하니 입체적이지 못하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재밌고 특이한 형식에 그의 이야기가 제대로 들어맞진 못했었던 것 같다. 분명 그의 삶은 우여곡절이 많고 편차가 심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고 그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는 특출 났지만, 그 자체로 평범했다.

하여 이 영화는 퍼렐의 삶과 교훈, 메시지 등에 집중하기보다 아이러니하게도 외형에 중점을 두고 즐기는 게 좋을 것이다. 심지어 팀발란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스눕 독, 제이지, 푸샤 티, 켄드릭 라마 등 역사에 길이 남을 음악인들이 대거 목소리로 출연하는데 당연히 모두 레고 블록이라 오히려 재밌다. 오히려 재밌는 그 부분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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