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기괴한 판타지 동화', 팀 버튼만이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장르다. 이번 작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조금씩 사그라드는 듯한 팀 버튼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천재 감독 '팀 버튼', 1982년에 데뷔해 어언 30년을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현역이고 인기 감독이다. 신이 내린 재능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팀 버튼의 영화라는, <배트맨> 시리즈와 <가위손>으로 전 세계에 알린 그만의 명확한 스타일도 여전히 그의 영화들에 도장처럼 새겨져 있다. 기괴한 판타지 동화, 전 지구상에서 그만이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장르이다. 


그렇지만 종종 오명을 쓰기도 한다. 그런 장르밖에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의 필모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비슷한 장르, 기과한 판타지로 구성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그와 8작품을 함께 한 페르소나 조니 뎁이 비슷한 류의 캐릭터로 인기를 유지하려다가 폭망의 길에 발을 걸친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특히 그들은 2000년대 이후 5작품을 함께 했는데, 이는 팀 버튼 연출 작품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다 비슷한 느낌의 작품으로, 조니 뎁만이 소화할 수 있는 영화이자 캐릭터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흥행과 비평 면에서도 정점을 찍었지만, 조니 뎁이 먼저 가고(?) 팀 버튼이 뒤따라갈 폼을 잡고 있었다. 


팀 버튼의 뒷걸음질에 제동을 걸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그런 팀 버튼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여전히 그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내놓은 작품들에 날아갔던 화살을 환호로 돌려놨고 조니 뎁을 뒤따라갈 폼을 복구시켜놨다. '과도함'을 최대한 제쳐두고 대신 '상상력'을 넣었다. 상상력이 과도함을 불러일으키는 주범일 수 있지만, 의미 있는 메시지와 함께 한다면 끝모를 긍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공간을 오가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평범하지만 반드시 특별할 것이 분명한 제이크가 모험을 헤쳐나간다.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팀 버튼 특유의 스타일을 기대해본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이크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학생이다. 사실은 유약하지만 그게 특별한 건 아니기에 평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이상한 경험을 한다. 논이 뽑힌 할아버지가 죽어가면서 어딘가로 찾아가 누군가를 만나라고 하질 않나, 어릴 때 할아버지가 자주 들려주시던 이야기 속의 괴물을 직접 보질 않나. 결국 그는 정신감정을 받고 급기야는 아버지와 함께 그곳으로 떠난다. 할아버지가 해주곤 했던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현실과 이야기의 구분을 확실히 짓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그곳에서 실제로 만난다. 할아버지 이야기 속의 그들을, 할아버지가 직접 체험했다는 그곳의 그들을, 1934년에 독일군의 폭격으로 죽었다는 그들을 말이다. 거기에는 미스 페레그린과 아이들이 있었다. 페레그린을 비롯한 그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 특별한 능력 때문에 그곳에 숨어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페레그린은 새로 변신하는 능력과 타임루프 능력으로 매번 폭격 바로 24시간 전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지켜냈다. 제이크는 시공간을 오가며 그들에게, 그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헤쳐나간다. 


영화 제목을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정확히는 원작의 제목이겠다. 생각하기에 따라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원제의 'peculiar'는 '불쾌하거나 걱정스러울 정도로 이상한'이 주된 뜻이란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붙이기엔 너무 가혹한 형용사가 아닌가 싶다. 혐오스럽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들을 '괴물'이라 표현해도 이상할 게 없겠다. 


그들은 대다수의 '정상'이 보기엔 분명 '이상'하다. 그렇지만 '다수'와 '소수'가 어울려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그저 '소수'에 속해 있는 부류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위험'할수야 있겠다. 그들 중 몇몇은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능력이 없는 이들을 쉽게 해할 수 있을 테니까. 그건 그들을 내몰 이유가 되지 안된다는 건 따로 말할 가치도 없다. 사회의 시스템이 페레그린 한 명의 보살핌만도 못하다는 말인가?


특별함 또는 이상함과 평범함의 경계를 허물다


영화는 얼핏 <엑스맨>을 떠올리게 한다. 히어로물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 갖가지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 적에 맞서 적재적소에 능력을 발휘하니까. 그러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갈 길을 개척해 나가니까. 여러모로 히어로물의 한 방면을 충실히 따랐다. 


그건 팀 버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슈퍼맨' 따위의 히어로와는 달리 요즘 히어로물의 히어로들은 엄청난 능력을 지닌 건 사실이지만 혼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갖가지 능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야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이상한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상한 것과 특별한 것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팀 버튼은 그들을 평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특별함 또는 이상함과 평범함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려 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팀 버튼은 그걸 극대화시켜 이들도 '평범'하다고 말한다. 이 특별한 이들을 평범한 이들로 '격하'시킨다. 이들도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일 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상과 이상, 특별함과 평범함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이는 팀 버튼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일 테다. 그는 그동안 천재 감독으로 불리며 대다수 사람들이 보기에 굉장히 특이한 작업을 많이 해왔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특이하고 이상한 것들이었을까? 그 안에는 분명 팀 버튼이 전하고자 하는 '보편'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사람들은 보편은 그냥 지나치고 특이한 것에만 눈이 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다름 아닌 그 특이한 것들을 손가락질하곤 한다. 팀 버튼은 이 영화를 통해 특이한 사람의 대표(?)로서 그런 경계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범 보편의 영토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건?


보편과 특이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그 경계를 없애고 '범 보편'의 영토를 세우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 아무래도 보편에 해당하는 그 무엇일 테다. 팀 버튼은 '사랑'이라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보평타당한 인류의 핵심을 택했다. 사실 사랑은 팀 버튼 영화를 꿰뚫는 핵심이다. 


특별함과 평범함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자 팀 버튼이 택한 결정적 핵심은 단연 '사랑'이다. 사랑 말고 다른 게 없지 않을까?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자신이 지극히 정상이고 평범하다고 알고 있는 제이크는 특별하고 이상한 아이들 중 또래의 한 아이를 좋아하게 된다. 다름 아닌 옛날 할아버지가 그곳에 있을 때 좋아했던 아이다. 결국 할아버지는 떠나가 그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지만, 제이크는 어떨까? 사랑의 힘으로 이겨낼까?


사랑의 힘이 나이도 초월하고 국경도 초월하고 성별도 초월하고 심지어 '종'도 초월한다지만 시공간을 초월하는 건 말 그대로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나라는 존재 자체를 걸고 행하는 모험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팀 버튼은 보편과 특이의 경계를 허무는 데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 그와 같은 무모한 모험을 강행할까? 장담하기 힘들다. 자칫 '팀 버튼 류'의 과도함의 함정에 빠지는 우를 범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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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팀 버튼'하면 기괴하고 매력적이며 풍부한 상상력과 판타지가 넘치는 영화들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그가 '천재'라는 타이틀을 넘어서 '대가'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그 속에서도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죠. 단지 표현하는 방법이 특이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표현의 한 가운데에는 그만이 창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물론 평범하지 않은, 아니 엄청 특이한 캐릭터일 것입니다. 


'조니 뎁'은 팀 버튼이 원했던 특이한 캐릭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표정과 행동이 딱 들어맞죠. 예를 들어보자면, 이들이 합작한 영화는 아니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보시면 대략 알 수 있습니다. 익살스럽고 장난끼 가득한 표정에,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면서 깐족거리는 잭 스패로우 선장 캐릭터 말입니다. 딱 그 캐릭터죠. 사실 조니 뎁의 잭 스패로우 선장은 팀 버튼과의 수많은 합작에서 탄생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니 뎁(왼쪽)과 팀 버튼(오른쪽). 이름조차도 잘 어울립니다.



이 둘은 5살 차이 나는 콤비인데요. 팀 버튼이 1958년생이고, 조니 뎁이 1963년생입니다. 그렇지만 데뷔년도는 비슷했습니다. 팀 버튼이 1982년, 조니 뎁이 1984년이죠. 그렇게 탈없이 자신들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던 그들은 1990년에 조우해 <가위손>을 만들어 냅니다. 가히 전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죠. 


팀 버튼의 경우는 데뷔부터 자신만의 독특하지만 확고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조니 뎁의 경우는 아주 색다르고 신기한 경험이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잘 헤쳐나간 듯 보입니다. 이후 이들은 1990년대에만 <가위손>을 비롯해 3편을 합작했고, 2000년대에도 3편을 합작합니다. 그리고 2010년대에만 벌써 2편을 같이 했죠. 과연 이들이 같이 작업한 영화들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가위손(1990년, 폭스)





에드 우드(1994년, 디즈니)





슬리피 할로우(1999, 파라마운트)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년, 워너브라더스)





유령 신부(2005년, 워너브라더스)





스위니 토드(2008년, 파라마운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년, 디즈니)





다크 섀도우(2012년, 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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