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주북소리2016' 이근욱 총감독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 북 페스티벌(책 축제)은 어느 때보다 성황이다. 왜 일까. 답은 생각 외로 금방 나온다. 북 페스티벌을 통해서라도 책을 읽히게 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북 페스티벌에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 특히 책을 잘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구경하며,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었으니까. 축제도 축제지만 저렴한 가격의 책 구입이 우선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2014년 10월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저렴한 가격의 책 구입 메리트는 사라졌다. 북 페스티벌은 한순간에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2015년, 그리고 2016년 북 페스티벌은 과도기 또는 혼란기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북 페스티벌 중 하나인 '파주북소리', 2016년에도 열린다. 작년 2015년에는 다녀온 사람의 말을 빌려보면 체감할 만큼 방문자가 떨어졌던 과도기였다는데, 이번엔 어떨까. 프로그램 일면을 보니 큰 결단을 내린 듯하다. 프로그램과 스테이지 체제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계적이다. 그 모든 체제를 기획한, 향후 '파주북소리'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이번 '파주북소리2016'의 이근욱 총감독을 만나보았다. 가히 역사적 중책을 맡게 되어서 일까, 질문도 던지기 전에 '파주출판도시'와 '파주북소리'의 대략적 개요를 설명해주었다. 


'파주북소리2016' 이근욱 총감독 ⓒ최지애



"1997년부터인가 파주출판단지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어요. 논의가 시작된 건 그로부터 10여 년 전으로 알고 있고요. 우리나라 산업단지가 52개인데, 파주출판단지가 유일한 예술산업단지죠. 매우 특별한 곳이에요. 2007년에 사업이 완료되었어요. 1단계, 즉 1단지가 완공된 거죠. 이곳은 출판이 중심이에요. 그 후 바로 그전부터 논의가 되었던 2단계, 즉 2단지 사업이 시작되었어요. 이곳은 영상이 중심이고요. 내년 2017년에 완료되지요. 논의부터 시작해 30년의 사업이 완료된 거예요. 정식 명칭이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인데, 다른 산업단지와 차별을 둬야 한다는 취지 하에 '파주출판도시'라는 가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단지에는 출판사를 비롯해 약 300개의 출판 관련 회사들이 입주했어요. 애당초 건물 하나에 회사 하나가 들어가게끔 추진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출판사가 아무리 커도 건물 하나가 통째로 필요하겠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어린이를 위한 체험장과 어른을 위한 카페로 1층을 썼죠. 그렇게 수많은 출판사가 모였으니 시너지를 일으킬 만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요? 대표적인 게 북 페스티벌이 있겠죠. 올해로 벌써 14회를 맞이하는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가 먼저 테이프를 끊었어요. 아직 1단지가 완공되지 전이었죠. 그로부터 8년 후에 '파주북소리'가 시작되었어요. 다른 북 페스티벌과 차별되는 무엇을 지향하려 했다고 해요."


북 페스티벌 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책 구입하고 여러 유명한 작가들 보고 이것저것 출판사에서 챙겨주는 상품도 받고 이벤트도 참여하고 그러지 않나요? '파주북소리'는 어떤 게 달랐죠?


"파주출판도시에는 출판 관련 회사들이 많이 입주해 있어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출판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죠. 그래서 파주북소리는 출판인과 출판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살 수 있는 메리트를 가지게 기획되었어요. 그럼에도 방문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 오는 건 아무래도 저렴한 가격의 책이었죠."


그런데 2014년 10월부로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책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 수 없게 되지 않았나요? 분명 타격이 있었을 텐데. 


"책 파는 걸 위주로 하는 북 페스티벌은 작년에 직격탄을 맞았을 듯해요. 반면 파주북소리는 도서 판매보다 프로그램에 더 힘을 실어서 괜찮았죠. 그렇지만 방문자분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을지 모르니 속단할 순 없죠. 저도 방문자수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하네요. 일종의 과도기였다는 건 말씀드릴 수 있어요. 올해도 과도기는 이어질 텐데, 그래도 탈바꿈했으니 기대해도 좋을 듯 싶어요."


저를 '코디네이터'라고 불러주세요


아무래도 총감독님께서 모든 걸 기획 하셨을 듯한데, 언제부터 파주북소리에 관여하게 되셨나요? 


"작년에 운영위원으로 파주북소리에 발을 들여놨어요. 제가 본래 하는 일이 출판, 기획, 행사 같은 것들이거든요. 작년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이런 식으론 안 되겠다' 싶었고, 방향을 다잡아줄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맡겨야겠다 하는 찰나, 운영위원 중에서 제가 추대된 거예요. 총감독 체제는 올해 처음 생겼죠."


'파주북소리2016' 이근욱 총감독 ⓒ이근욱



출판, 기획, 행사 일을 하신다고 했는데, 감독님에 대해서 조금 더 알려주세요. 이번 '파주북소리2016'만의 방향성을 아는 데 주요하게 참고가 될 것 같아요.


"저는 성공회대에서 신문방송과 예술경영, 문화기획을 공부했어요.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에 눌러 앉아서 공부를 계속했는데, 그곳의 성격이 공연, 축제, 문화예술교육 이런 거예요. 아, 지금은 모교 겸임교수로 있어요. 한편 저는 출판, 잡지, 전시기획 이런 것들을 했어요. 시간이 가면서 더 많은 것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전자책, 문화콘텐츠에도 관심이 있어서 강의도 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점적으로 스토리텔링과 문학의 접점을 탐색하는 작업을 합니다."


조금 더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왜 그런 일을 하게 되셨어요? 시작이 있을까요? 


"마쓰오카 세이고의 <지의 편집공학>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일본 최고의 독서가인데, 다양한 분야를 연결해 지식의 세계를 재편한 사람이에요. 그 분이 창조한 분야에 영향을 받아서, 그때 하고 있던 출판, 잡지, 전시기획에 편집을 접목시켰죠. 그것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최근에 와서 조금 생각이 바뀐 게 있는데, '원 소스 멀티 유즈'에 관한 거예요. 저는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나 빵 터뜨리는 게 메인이 되서는 안 된다고 본 거죠. 대신 '트렌스 미디어'가 필요해요. 미디어 또는 콘텐츠 간의 경계를 넘어서 서로 결합하고 융합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문화 코디네이터'라고 부르고 싶어요. 이번 '파주북소리2016'도 그 일환이라고 보면 됩니다."


경계를 넘어 결합하고 융합하는 축제


파주북소리2016를 통해 트렌스 미디어를 어떤 식으로 보여주려 하셨나요?


"한번 생각해보죠. 예술 페스티벌이 몇몇 있죠? 영화, 음악을 예로 들어보죠. 영화 페스티벌은 어떤 식이죠? 영화를 상영해주는 건 물론이고 감독이나 배우들이 나와서 관객이랑 소통하죠. 또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지 않나요. 관객몰이를 위한 홍보도 홍보지만, '주체들의 축제'라는 성격이 강해요. 음악 페스티벌은 어떤가요. 그야말로 주체들이 축제의 주체가 되죠. 노래 부르고 연주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에요. 반면 북 페스티벌은 어떤가요? 책 판매가 우선이고, 나머지는 판매를 위한 홍보 수단처럼 되어 버렸어요. 축제라고 하기가 민망하죠. 마켓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북 페스티벌도 좀 바뀌어야 해요. 다른 장르의 축제들처럼요. 그러기 위해선 경계를 허물어 결합·융합·접목·유연·확장의 사고를 하고 방향을 바꿔야 해요."


이를 테면?


"지금까지는 프로그램이 단순했어요. 저자가 나와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질문 받고 사인하고. 저자가 아니더라도, 책 관계자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이젠 책 사러 축제에 올 이유가 없는 마당에, 그렇게 하면 너무 재미도 없을 뿐더러 오지도 않겠죠. 그래서 이번 축제를 계기로, 영상과 음악, 공연 등을 책과 함께 접목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예를 들어, 저자가 나와 책을 단순히 낭독하는 게 아니라 따로 낭독공연팀이 나름대로 해석한 연극으로 보여준다던가, 북트레일러를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준다던가, 디지털북과 3D프린팅 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던가. 영상 중심인 2단지 완공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시기이기 때문에, 콘텐츠를 확장함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제 시작 단계라 많은 걸 보여드리진 못했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축제에서, 주체들이 축제의 주체가 되나요?


"파주북소리는 본래 출판사와 출판인들이 직접 나서서 행사 전반을 소화하기 때문에, 주체들이 축제의 주체가 되는, 그런 축제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엄밀히 말해 출판사와 출판인들은 판매의 주체이지 온전히 책의 주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저자, 창작자, 출판인, 그리고 북센트릭 비즈니스 전문가와 문화 콘텐츠 관계자 분들도 책의 주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들이 조금 더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번에 소소하게나마 실현을 해보려고요. 그들끼리의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어야 더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진다고 봐요."


'파주북소리2016' 포스터 ⓒ이근욱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파주북소리2016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열독열정. 세상을 읽고 사람을 읽는 뜨거운 축제라는 뜻이에요. 책 속에 세상이 있고 사람이 있죠. 한편 세상에 책이 있고 사람이 있어요. 물론 사람은 세상에 속해 있고 책을 읽습니다. 책과 세상과 사람의 경계를 넘어 서로 결합하고 융합한다는 개념이에요."


이번 축제가 가지는 가장 차별화된 구성·운영은 무엇인가요?


"파주출판도시를 크게 3권역으로 나눠 주제별로 구성해 운영합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를 중심으로 책을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인 인문 스테이지가 구성되어 운영하고요, 서축기념관 등의 2단지를 중심으로 책을 느끼는 곳이라는 의미인 문화예술 스테이지를 구성해서 운영합니다. 그리고 책방거리 광인사길을 중심으로 책을 만드는 곳이라는 의미인 출판 스테이지가 구성되어 운영해요. 제가 가진 모든 역량과 현재 격렬하게 고민하고 있는 개념을 쏟아부었죠."


꼭 참여해 즐겼으면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할 3개의 프로그램이 있어요. 먼저 중국의 대표적인 북디자이너 뤼징런과 중국 북디자인을 이끄는 그의 제자 10인의 테마 전시예요. 그분들을 초청, 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규모 특별전 '전승과 창조'를 기획해 지난 9월 24일부터 한 달여 간 전시합니다. 뤼징런의 첫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을 위한 북소리 피크닉을 마련했어요. 자유롭게 책을 보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전용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푸드마켓과 독서의자, 독서텐트가 있고요, 입주사들의 책과 교육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북소리 키트를 만들어 참여자들에게 대여할 예정입니다. 축제 본연의 느낌을 가장 잘 살려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올해 신설된 콘텐츠 엑스포가 있어요. 오직 출판도시의 파주북소리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출판사와 예비 출판인, 창작자와 저자, 북센트릭 비즈니스 전문가 그룹과 문화 콘텐츠 분야 관계자 네트워크 프로그램이에요. 출판 트렌드 및 최신 사례 전시, 출판과 관련 분야 콘텐츠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프로그램, 개인이 기획하고 있는 출판 콘텐츠를 출판 가능한 콘텐츠로 조언해줄 수 있는 전문가 멘토링 프로그램 등으로 실속있게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콘텐츠 엑스포야말로 이번 축제가 추구하는 트렌스 미디어의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화 코디네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파주북소리2016을 찾을 분들께도요. 


"책은 대안을 제시하진 않지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순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접하기 위해 책을 읽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돌이켜 보죠. 그런 의미에서 '파주북소리2016'은 새로움과의 접촉이에요. 책의 세계를 좀 더 깊고 친근하게 접하기 위한 문화놀이터인 거죠. 어느덧 국내 최대의 책잔치로 자리 잡은 파주북소리 축제가 부디 '출판문화인의 축제'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지켜봐주세요."


이근욱 감독은 '도서 정가제'로 어쩔 수 없이 축제의 방향이 바뀐 측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꼭 그것 때문이 아니라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었고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비단 책 축제뿐만 아니라 책 자체를 대함에 있어서도 트렌스 미디어의 개념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고전적인 의미의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슬프게 들려왔다. 


책이 저물면서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소리, 볼 맨 소리, 비판의 소리가 들려온다. 정작 미래를 설계하고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는 이는 많지 않다. 이근욱 문화 코디네이터는 이번 축제로 책이 가야할 방향을 설계하고 제시하고 실행에 옮긴 듯하다. 물론 그의 말처럼 이제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부디 그의 실험이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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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리고 여전히 많은 '도서정가제'가 11월 21일부로 시행된다. 이제 신간이든 구간이든 어떤 책도 15% 이상의 할인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서점, 출판사, 독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이미 시행이 확정된 마당인데, 앞으로 누리지 못할 할인의 단맛을 극도로 맛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현재 서점과 출판사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점 입장에서는 출판사한테 매절로 사뒀지만 팔리지 않는 책들, 출판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팔릴 가능성이 적지만 재고가 많아 창고비만 축내는 책들을 어쩔 수 없이 듣도 보도 못하게 싼 값(최대 90% 할인)으로 내놓는 것이다. 





사실 이 둘은 오랜 앙숙이다. 바로 '공급률' 때문인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서점이 너무 공급률을 낮게 '후려친다'고 생각하고 서점 입장에서는 수많은 출판사의 책들을 받아 '팔아주는데'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출판사들이 완전한 '을'이고, 아주 잘나가는 베스트셀러를 생산해낼 때만 그나마 '갑'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도서정가제가 불러오는 후폭풍은 쉬이 가늠하기가 힘들다. 출판계 전체적으로 일시적인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출판사들이 구간을 30%, 50% 할인으로 소모시키며 자연스레 베스트셀러로 올려 지속적으로 현금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독자들은 오랜 관습으로 굳어진 '할인'이 되지 않는 구간은 거들떠도 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소한 당분간은 말이다. 


이는 서점 또한 마찬가지이다. 특히 '인터넷 서점'. 언젠가부터 오프라인(할인이 되지 않는다.)에서 책을 고르고 온라인에서 싼 값에 사게 되었는데, 이제는 메리트가 없어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다. 이 지점을 들어 다시 오프라인 서점이 즉, 동네 곳곳에 퍼져 있는 중소형의 이름 없는 서점들이 다시금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말이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것 같아 보이지만, 과연?


그리고 또 한 가지 기대하는 지점은 앞엣것과 비슷한 맥락의 중소형 출판사 부활이다. 중소형 출판사들은 30%, 50%씩 할인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할인을 하려면 서점에 그보다 더욱 싸게 공급을 해야 하는데 그 자체로 적자 혹은 본전 치기에 불과하다. 설령 잘 팔려 베스트셀러에 오른다고 할 때도 문제이다. 계속 재쇄를 찍어야 하는데, 어차피 적자 혹은 본전 치기에 불과한 작업을 계속 해보았자 의미가 없는 것이다. 대형 출판사의 경우, 많은 자본을 비롯해 수많은 책들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에 목을 매달 필요가 있다. 그 타이틀을 이용해 마케팅을 해야 한다. 


이렇게 현재의 도서정가제 체제 하에서는 중소형 출판사가 거의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다. 반면 앞으로 시행될 도서정가제에서는 어느 정도의 공평한 경쟁이 기대된다. 물론 이론적인 얘기이다.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이다. 출판계 전체의 상생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독자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가 '단통법'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에 맞게 다양한 값으로 책을 살 수 있었는데, 그것이 높은 값으로 통일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가격 거품' 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그동안에는 사실상 무한대의 할인이 가능했기에 그 할인폭을 책 출간 전에 상정한 후 값을 매긴 측면이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후에 할인 없이 어떻게 그 '비싼' 책을 살 수 있을지 걱정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출판계가 이미 인지하고 있다. 무너져 가는 출판계이기에 누구보다 판매에 예민하다. 할인이 제한되면 매출이 떨어질 거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출판계가 할 일은 책 값의 거품을 빼는 일이다. 물론 이는 출판계 전체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많은 출판사들이 구간인 책들도 파격적인 할인 정책 없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출판사와 서점들은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반드시 책 값을 내릴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 그 사실을 독자들과 공유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개정된 도서정가제에 찬성의 표를 던지고 싶다. 당장은 많은 혼란이 일 것이 분명하다. 떨어져 나가는 독자들을 망연자실 바라보며 망하는 출판사가 속출할 수도 있다. 콘텐츠를 접할 무수히 많은 매체들이 존재하는데 굳이 비싼 책을 사서 볼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무한 할인 경쟁이 계속 되면 출판계 전체가 망할 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무너져가는 출판계의 원인을 무한 할인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독자분들께서는 이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뿌리 깊은 악질적 고름을 짜내기 위해 생살을 찢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비록 그것이 국가가 나서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듯이 비춰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적어도 단통법과 같은 급으로 매도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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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1일, 개정된 '도서정가제' 실시]


책 많이 보시나요? 아니, 많이 '사서' 보시나요? 애초에 책 볼 시간이 없다거나 책 읽기에 관심이 없다는 분이 있을 테고, 책값이 비싸서 못 산다는 분도 계실 테고, 굳이 도서관 놔두고 살 이유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반면 저 같은 경우는 소장가치가 있는 책은 사서 두고두고 보는 편이랍니다^^




자, 그런데 살펴보면 책값이 비싼 만큼 책의 할인도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책 나오고 조금만 기다리면 30~50% 할인은 거의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죠. 그렇죠? 이걸 역으로 생각해보면, 할인율이 엄청나기 때문에 책값이 비싸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한 지 18개월이 안 된 간행물의 경우, 정가의 19%(정가의 10% 이내 가격 할인+정가의 9% 이내 간접 할인)이 가능하고, 신간이라도 실용도서와 초등 학습참고서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3년에 10%로, 2010년에 19%로 개정된 것이죠. 


그리고 문제의 18개월이 지난 간행물의 경우, 사실상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죠. 그래서 출판사들이 이걸 생각해서 BP보다 더 높게 책값을 메기게 되는 것입니다. 일단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기 위한 무분별한 할인은 출판사의 과다출혈로 이어집니다. 이는 곧 소비자에게도 독이 되죠. 


이런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출판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도서정가제의 개정을 논의해 왔습니다. 물론 여러 말들이 오고 갔죠. 개정된 도서정가제로도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고요.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2014년 11월 21일,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됩니다. 그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죠.


개정된 도서정가제에서 제일 주요한 것은 역시나 '할인 범위'이죠. 그래서 이렇게 바뀝니다. 


구분

개정 전 

개정 후 

대상 범위 

실용서, 초등학습참고서를 제외한 도서, 발간한 지 18개월이 안 된 

간행물(신간)

모든 도서, 발간 기간과 무관한 모든 

간행물(신간+구간), 발간한 지 18개월이 

지난 구간은 재정가(약 70% 예상됨)

할인 범위

정가의 10% 가격 할인+

판매가의 9% 간접할인

정가의 15%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가격할인과 간접할인 조합

(단, 가격할인은 최대 10%) 

적용 예외 기관 

도서관, 사회복지시설, 

국가 지자체 등 공공 기관 

사회복지시설 


눈여겨 보실 건 두 가지네요. 이 두 가지를 합하면, 신간 구간을 막론하고 모든 도서를 15% 이내의 할인율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간의 경우 19%에서 15%로 줄인 거라 큰 변화가 없겠지만, 구간(그리고 실용서와 초등학습참고서)의 경우는 무제한 할인에서 단번에 15% 할인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완전한 변신 아니겠습니까?


과연 개정된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 시장은 어떻게 변화 되어 있을까요? 가격 거품이 빠지고, 독자들의 발길을 돌려, 출판계가 살아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우려로 비추어 보아 별로 변한 것도 없이 불신만 남기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개정된 도서정가제를 찬성합니다. 당장은 혼란스럽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해요. 이대로 가다간 출판계 역시 소수의 강자만 살아남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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