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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요즘 대세인 '짧은 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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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단편 소설을 장편 소설만큼 즐기지 않습니다. 소설적 재미에 푹 빠져 읽을만 하면 끝나버리곤 하기 때문이죠. 다 읽은 뒤에 여운이 길지 않을 뿐더러, 생각할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반면 장편 소설은 그 반대의 장점을 갖고 있죠.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집에 단편 소설집이 몇 권 있습니다. 그 이름도 찬란한 러시아의 체호프, 독일의 카프카, 중국의 루쉰, 미국의 리처드 매드슨, 프랑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한국의 김승옥 단편집입니다. 단편 소설을 가까이하지 않는 저이지만, 이런 작가들의 단편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재미있어서 책장 넘기기가 아쉬울 정도죠.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문학동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쌤앤파커스

익히 아시고 있듯이, 요즘 글의 흐름이 점점 단문화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SNS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듯 합니다. 140자까지 밖에 쓸 수 없는 트위터나 짤막하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용도로 많이 쓰는 페이스 북. 심지어 SNS에 올린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그리고 그런 책들을 엄청난 인기를 얻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이 있죠. 혜민 스님이 트워터에 올렸던 짧은 글들을 모아 일러스트와 함께 예쁜 책으로 나와서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었죠. 그 인기는 지금도 식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신경숙 작가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는 '짧은 소설'이라는 부제를 내세워, 210여 쪽의 짧은 분량에 26편이 되는 소설을 담았죠.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가, 이 시대의 주류 문학을 선도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주류에 편승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짧은 글'이 대세인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5 ⓒ현대문학


그런 와중에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을 선보였습니다. 2010년인가, '창작과 비평사'에서 '창비 세계문학 단편선'을 9권 세트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세계문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9나라(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 프랑스, 중국, 일본, 폴란드, 러시아)의 대표 작가와 그들의 문학 작품을 묶는 색다른 시도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큰 반향을 일으킨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문학에서는 여전히 장편 소설이 한 수 위였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번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은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요. 뜬금없다면 뜬금없다고 할 수 있는 '현대문학' 출판사의 이번 단편선 출간은 짧은 글이 대세인 세태에 편승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대실 해밋'이나 '데이먼 러니언'의 경우, 몇몇 작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할 지는 몰라도 작가의 이름은 국내 대중들에게 거의 무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단편집을 출간한 이유는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것입니다. 반면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토마스 만', '윌리엄 포크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문학 역사상 최고의 작가들인데요.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굳이 다시 선보였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의문만 남깁니다. 그 명성에 비해 현재까지의 판매를 보면 실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니, 최근의 짧은 글 열풍은 비단 최근만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대한 작가들 또한 무수한 단편을 썼으니 말이죠. 단편에서 웅혼한 기상이나 찬란한 세계, 인간의 깊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힘듭니다. 반면 반짝이는 아이디어, 번뜩이는 칼날처럼 빛을 발하는 진리들이 이야기되고 있죠. 그 한 순간의 깊이는 오히려 장편 소설의 그것보다 더 깊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단편 소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니, 단편 소설에는 그런 아이디어만 있다고 생각되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죠. 또는 단편조차 길다고 느끼는 독자들의 생각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진득하니 긴 호흡의 장편 소설을 읽고 있으면 뒤쳐지기 일쑤일 것입니다. 혹자는 할 일 없는 한량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긴 호흡은 꼭 필요합니다. 긴 호흡에서 나오는 진지하고 깊은 생각이 올바른 지식 함유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중구난방, 횡설수설의 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셨다면 이미 긴 호흡을 하고 계신거라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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