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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선덜랜드 전체가 바라 마지않은 2부 리그 승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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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3>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3> 포스터.

 

<F1, 본능의 질주> 이전 최고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포츠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명성을 떨친 <죽어도 선덜랜드>는 2018년과 2020년 두 시즌을 방영했다. 시즌 1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부 리그로 강등된 선덜랜드 FC의 2017-2018 시즌 EPL 복귀 사투를 담으려 했으나 오히려 3부 리그로의 처참한 백투백 강등을 그렸다. 이후 시즌 2로 2018-2019 3부 리그에서의 처절한 생존기를 담았다.

잉글랜드 1부 리그(EPL 이전) 6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의 강호이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생존왕’이라는 타이틀로 주로 하위권에서 전전했던 선덜랜드는 2018-2019 시즌부터 4년 동안이나 2부 리그로 승격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죽어도 선덜랜드> 세 번째 시즌이 제작되지 못했는데 2021-2022 시즌에 드디어 챔피언십, 즉 2부 리그로 승격하면서 당시 이야기를 시즌 3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3>이 우리를 찾아왔다.

이 시리즈의 특장점이라고 하면, 축구를 아무리 좋아하고 또 잘 안다고 해도 들여다보기 힘든 축구팀의 스텝들과 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점이다. 물론 선수들과 경기 이야기도 들려줬지만. 장장 8화나 보여준 시즌 1은 모든 면에서 균형을 이뤘다. 시즌 1의 주인공이 팬이었다면 시즌 2의 주인공은 바뀐 구단주라고 할 만했는데, 그 또한 일찍이 본 적 없는 이야기라 재밌었다.

시즌 3에 이르러 3화 분량으로 급격히 줄었고 승격 스토리를 제외한 팬, 스텝, 선수, 구단주, 경기 등의 이야기는 그다지 임팩트 있는 편은 아니었다. 모든 이의 열의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지만 여러 모로 제작 여건이 좋지 못했을 테다. 아울러 이 시리즈가 제작을 이어가지 못하는 사이 <F1, 본능의 질주> <브레이크 포인트> <풀 스윙> 같은 명작 스포츠 다큐멘터리들이 쏟아진 영향이 컸을 것이다.

 

이번엔 무조건 승격해야 한다

 

2021-2022 EFL 리그 원(잉글랜드 3부 리그), 선덜랜드는 시즌 반환점을 막 돌며 20여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챔피언십 직행의 2위 자리를 넘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고꾸라지기 시작한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는 6위 밖으로 밀려나기까지 한 것이다. 골을 먹히고 골을 못 넣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구단 입장에선 칼을 빼들어야 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2021년 초 새로이 구단주에 부임한 키릴 루이드레퓌스는 리 존슨 감독을 경질한다. 하지만 감독 공석 상황에서 3연패를 당하고 만다. 빠르게 신임 감독을 데려오는데, 승격 경험이 있는 알렉스 닐이었다. 그럼에도 드라마틱한 반등은 없었다. 현실적으로 2위가 아닌 6위 안에 드는 걸 목표로 할 수밖에 없었다.

구단주와 감독으로선 한 경기 한 경기가 가시밭길이자 결승전,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떨어진다는 심정으로 임한다. 선수들과 스텝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3부 리그에서 머무는 시간이 오래일수록 팀의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관계된 모두가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것이다.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선덜랜드라는 도시 전체가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작디 작은 도시, 중노동으로 일구는 산업이 중심인 도시, 여흥거리이자 마음 쏟을 만한 게 선덜랜드 축구팀밖에 없는 도시. 그러니 선덜랜드의 성적에 따라 도시 전체가 함께 오르내린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실질적 경제 지표도 말이다.

 

선덜랜드 전체가 들썩일 만한 결과

 

모두의 염원이 가닿았는지 선덜랜드는 정규 시즌을 5위로 마친다. 그렇게 펼쳐진 승강 플레이오프 준결승전, 셰필드 웬즈데이를 상대했다. 셰필드 웬즈데이는 어마어마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편 선덜랜드에는 인생에 축구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둘다 여러모로 보아 3부 리그에는 어울리지 않는 팀이었다. 누가 올라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1차전 1:0 승, 2차전 2:0 승으로 선덜랜드는 다시 한 번 승강 플레이오프 결승에 오른다. 온 도시가 열광으로 가득 찬 가운데 결승 상대는 위컴 원더러스, 1부 리그 경험은 전무하고 2부 리그에서도 한 시즌만 있었던 팀으로 무서울 것도 잃을 것도 없었다. 그에 비하면 선덜랜드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강팀.

선덜랜드는 위협적으로 직선적인 공격을 펼치는 상대를 맞아 2:0으로 승리하며 염원에 마지않던 챔피언십 승격에 성공한다. 모르긴 몰라도 도시 전체가 들썩여 지축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싶다. 덕분에 구단주, 감독, 스텝, 선수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팬들은 살아가는 데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각종 결승전에서 번번이 역전패 당한 기억을 말끔히 씻어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3>은 명작 시리즈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알차게 잡았다. 이제 2부 리그로 뛰어 올랐으니 1부 리그로 복귀했을 때 시즌 4로 돌아오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빠르게 복귀해 경기로 재미를 선사해 주는 한편 다큐멘터리로 감동을 선사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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