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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가장 사랑하는 것도 가족, 가장 증오하는 것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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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파밀리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밀리아> 포스터.

 

대규모 올리브 농장을 소유한 가족,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모여 회포를 푼다. 농장에 딸린 집에는 레오와 막내아들 베니가 살고 있다. 레오의 아내는 6년 전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레오는 여자친구 클라라와 잘 지내고 있는 편이다. 레오에게 중국 거대 식품 회사가 제안을 한다. 집을 포함해 농장 전체를 매각하라고 말이다. 이번 모임의 주제가 될 것이었다.

레오에겐 베니 위로 세 자매가 있다. 첫째 레베카는 승승장구하며 잘살고 있다. 남편, 아들 딸과도 화목해 보인다. 반면 둘째 줄리아는 이혼 위기에 처해 있다. 다름 아닌 줄리아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셋째 마리아나는 여자친구 모니카를 데려왔다. 그런데 임신 중으로 보인다. 다들 궁금해하지만 마리아나는 극구 입을 다문다.

농장을 팔면 꽤 큰돈이 들어와 각자 배분해 요긴하게 쓰이겠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거니와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곳이기에 꺼려진다. 레오와 그의 딸들인 세 자매가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레오가 불같이 화를 낸다.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거냐!" 하고 말이다. 이 가족의 이번 모임은 잘 마무리될까? 레오는 농장을 팔까?

 

여느 가족의 평범하지만 이상한 자화상

 

가족, 그러니까 부모님이나 형제를 생각하면 애틋하다. 그 정체가 뭔지도 모르겠고 왜 그러는지도 모르겠지만, 가슴 한편이 찡하다. 그런데 증오가 일기도 한다. 나한테 왜 그랬었는지, 이렇게밖에 키울 수 없었는지, 왜 그러고 살고 있는지 억울하고 답답하다. 극과 극을 오가는 애증의 감정, 모르긴 몰라도 많은 이가 가족을 향해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밀리아>는 제목처럼 '가족'에 관해 이야기한다. 감독의 정체와 이력이 특이하다.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들 로드리고 가르시아다. 2000년에 데뷔 후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흥행 배우 할 것 없이 수많은 이와 함께 작업했다. 그런 와중에 이 멕시코 영화는 특이한 행보라 하겠다.

오랜만에, 그래도 주기적으로 고향에 모인 어느 가족이 여느 때처럼 근황 토크를 이어가며 농장 매각이라는 중요한 의제를 두고 토론하기도 한다. 쉴 새 없이 오가는 눈길 사이로 말 없는 설전이 쌓이다가 이내 폭발한다. 그러곤 다시 풀려 한자리에 모인다. 짜증 내고 몰아세우면서도 또 축하해 줄 땐 진심을 다한다. 여느 가족의 자화상이다.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만드는 이 가족

 

영화 속 화목해 보이는 레오네 가족을 들여다보면, 그러나 잘 맞물려 있지만은 않다. 서로 얼싸안고 스킨십을 나누며 끝없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말이다. 레오는 여자친구를 사랑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에 없는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런가 하면 그는 다혈질 성향으로 소리 지르기 다반사고, 세 자매의 말에 따르면 자식들을 컨트롤하려 한다.

함께 살고 있는 막내 베니는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첫째 레베카는 누구보다 고향과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증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나서 누리고 살고 있는 만큼 기대가 많고 책임도 많다. 둘째 줄리아는 모든 게 혼란스럽다. 되는 일이 없다. 그래서 더 이상 가족을 보고 싶지 않다.

셋째 마리아나는 가장 할 말 없게 만든다. 임신 중인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극구 숨기려 하는데, 종국엔 밝혀지니 가히 충격적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욕하면서도 걱정하고 챙겨 주지만 남이었다면 혀만 차며 인간 취급도 안 했을 것이다. 여자친구 모니카와 함께 키우려고 하는 듯한데, 제3자 입장에서 '모니카가 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여느 가족이 아닌 어느 가족의 초상이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가족

 

혹자는 굉장히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는 이야기다. 드라마틱한 순간이 없거니와 하룻나절 동안 가족이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는 게 전부니 말이다. 그러나 혹자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캐릭터들은 움직이지 않지만 오가는 말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결코 정적이지만은 않다.

고향이 사라지고 가족이 해체되고 다시 고향이 만들어지고 가족이 생기고, 반복되는 굴레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인생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모종의 이유로 극구 잘라내 버리지 않은 이상 가족은 영원히 함께해야 하니 말이다.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이 가족의 일원인 게 싫지만, 내 뿌리이자 근원인 이 가족을 사랑할 이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가족이다. 그 어떤 인간관계도 어느 정도는 배울 수 있지만, 가족과의 관계는 그 누구도 알려줄 수 없고 그 누구한테도 배울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장 소중한 대상이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 가깝기에 막 대하기 일쑤이기도 하다.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사의 가장 큰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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