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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이 작품은 결코 슈퍼스타의 철없는 자서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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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로비 윌리엄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로비 윌리엄스> 포스터.

 

1980년대 중반 미국을 뒤흔든 아이돌 그룹이 등장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뉴 키즈 온 더 블록'. 데뷔 후 몇 년 뒤엔 미국을 넘어 전지구급 인기를 구가한다. 이에 불과 20여 년 전 비틀즈 등이 주도한 '브리티시 인베이전'으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던 영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1990년 '테이크 댓'으로 응수한다. 오래지 않아 크게 성공하며 비틀즈 이후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보이그룹으로 우뚝 선다.

테이크 댓은 게리 발로우를 중심으로 굴러갔다. 그가 리더이자 메인보컬이었으며 작곡도 도맡았다. 다른 멤버들은 비주얼, 댄스 정도를 담당했다. 와중에 막내 로비 윌리엄스가 리드보컬과 비주얼, 막내미(?)를 도맡았다. 하지만 그룹이 크게 성공할수록 로비는 게리를 향한 적개심을 대놓고 드러냈다. 그렇게 분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로비 자신이 약물과 알콜 등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로비 윌리엄스>는 영국의 전설적인 보이그룹인 테이크 댓 출신으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영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솔로 아티스트이자 영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록스타로 거듭난 '로비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건넨다. 다른 인터뷰이 없이 오직 로비가 건네는 이야기에는 의외로 짙은 '우울'이 깔려 있다. 무슨 연유가 있었던 걸까.

 

역대급 슈퍼스타의 기구한 자기고백

 

최근 정국이 솔로로 6곡째를 빌보드 'hot 100'에 진입시키며 모그룹인 BTS의 아성을 넘어서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세계를 뒤흔들 뿐만 아니라 역사에 길이남을 슈퍼스타 반열에 오르겠다는 포부인데, 아무래도 그의 롤모델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아닐까 싶다. 전설적인 보이그룹 엔싱크에서 활약한 후 솔로로 데뷔해 모그룹의 명성을 아득히 뛰어넘어 버렸으니 말이다. 데스티니 차일드 출신의 비욘세나 잭슨 파이브 출신의 마이클 잭슨도 떠오른다.

테이크 댓 출신의 로비 윌리엄스가 빠지면 섭섭할 것이다. 로비야말로 그룹에서 불명예스럽게 탈퇴한 후 2년이 지나 솔로로 데뷔했지만 처음엔 잘 되지 않았고 자전적인 노래 <Angels>가 대박 난 후 꾸준히 자리를 공고히 하며 지금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잘은 모르지만) 다른 그룹 출신 솔로들의 성공은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었으리라. 더욱이 로비는 테이크 댓 때부터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그는 말한다. 16살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큰 성공을 맛본 것이 독이었다고. 실상 어린아이에 불과했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어른들 세계에 내던져졌고 뭣도 모른 채 어른 행세를 했다고. 충분한 자아 탐구와 성장의 시간을 갖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고. 아침에 눈을 뜨기 힘들었고 죽을 자리만 찾고 있었다고. 역대급 성공을 이룩한 슈퍼스타의 기구한 자기고백이다.

 

성공, 술과 약물, 그리고 우울까지

 

로비 윌리엄스는 무대 체질이었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무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무대 위에선 최선을 다하려 했던 반면 무대에 서는 걸 극도로 불안해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팬들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는데, 정작 무대에 오르기까지 또는 무대에 내려와서 너무 힘들어했다. '감히 내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는 불안과 두려움, 힘듦을 술과 약물로 이겨내려 했다. 아니, 회피하고 도망치려 했다. 테이크 댓에서 불명예스럽게 탈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되는 짓을 되풀이했다. 그것들이 아닌 그 무엇도 그의 삶을 지탱하고 그로 하여금 무대에 올려놓지 못할 것 같았다. 로비는 전례없는 성공을 이어가고 더 불안에 떤다. 전국의 언론이 그에게 관심을 갖고 그는 힘들어한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언론이었다. 특히 영국을 대표하는 타블로이드지들이 그의 성공을 헐뜯었다. 사생활 폭로와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행실이 바르지 않은 기행의 아이콘이기도 했기 때문일 테다. 로비가 옛 시절을 돌아보며 마냥 좋아하긴커녕 오히려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이유다. 슈퍼스타로서 최정점이었을 그때야말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였다고 한다.

 

트라우마를 대면하니, 혼자가 아니었다

 

로비 윌리엄스의 가수 인생 최정점은 유럽투어였을 때라고 한다. 악랄한 언론이 버티고 있는 영국을 떠나 전 유럽을 돌며 파격적인 무대 매너로 중무장한 채 최소 수만 명 이상씩을 동원했다. 이보다 더 인기를 끌기 힘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로비는 무너지고 있었다. 매번 하얗게 불태웠고 심신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다시피 했다. 이후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그 전후로 그를 다잡아준 이들이 있다. 지금의 아내가 있고 다시 뭉쳐 옛 영광을 되찾았던 테이크 댓 멤버들이 있다. 아내는 그의 모든 뒷 이야기까지 알면서도 오롯이 품어줬고, 테이크 댓 멤버들은 무대 안팎에서 그의 방패막이가 되어줬다. 스스로를 어른들 세계에 혼자 덩그러니 내팽개쳐진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는데,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챙기고 보살펴야 할 어린아이들도 생겼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갔다.

이 작품은 결코 역대급 슈퍼스타가 잘 나갔던 옛 시절을 돌아보는 전형적인 자서전이 아니다. 최정점에서 화려하게 빛났지만 그때 진짜 자신은 어땠는지 알고 있는 로비가 차마 볼 수 없고 보기 싫다고 하는 것처럼 불안, 초조, 두려움, 우울 등의 감정이 뒤섞여 한 치 앞도 바라보기 힘들어하는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또는 그래서 심리 치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더 이상 돌아볼 필요 없는 트라우마를 다시 직접 대면하는 것 자체로 이미 대단한 일이다.

<로비 윌리엄스>는 두 가지를 건넸다. 그의 노래들을 다시금 꺼내 들어 들을 수 있게 했고 나의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며 트라우마를 대면하게끔 했다. 여러모로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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