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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매혹적이고 황홀한 심해로 빨려 들어가듯 내려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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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가장 깊은 호흡>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가장 깊은 호흡> 포스터.

 

2017년 버티컬 블루 프리다이빙 대회, 세계 전역에서 온 42명의 선수가 10개의 국가별 신기록에 도전했다. '버티컬 블루'는 바하마의 딘스 블루홀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프리다이빙 대회로, 2008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왔다. 세계 최고 중 최고들만 초청되는 가운데, 남자부보다 여자부에 이목이 쏠렸다. 일본의 히로세 하나코와 이탈리아의 알레시아 체키니 덕분이었다.

하나코가 먼저 기록 경신을 위해 나섰다. 러시아 출신의 위대한 프리다이버 나탈리아 몰차노바 이후 처음으로 수심  100m에 도달한 여성 다이버가 되고자 도전한 것이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무호흡으로 목표 수심에 설치된 플레이트에서 티켓을 떼어 와 심사위원에게 화이트 카드를 받아야 했다. 수면으로 나왔다 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통제력을 잃으면 레드카드를 받아 실격이다. 2주에 걸친 기간 동안 총 6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가장 깊이 잠수하는 다이버가 우승한다.

하나코는 위대한 기록에 도전해 기록을 경신했을까? 한편 알레시아는 명성에 맞는 기록 달성에 성공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가장 깊은 호흡>은 '알레시아 체키니' 그리고 버티컬 블루 2017에서 안전팀의 팀장이었고 알레시아를 훈련시켜 각성에 이르게 한 '스티븐 키넌'을 따라간다. 그들은 어떻게 또 왜 그 자리에서 조우했을까?

 

황홀한 만큼 위험한 심해 프리다이빙

 

알레시아 체키니는 어린 시절 조금 특별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물이 너무 좋았고 물 안에서 노니는 게 행복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호흡으로 물 안에 있는 게 편안했다. 그녀는 프리다이버가 되고 싶었다. 수영장에 강습을 받으러 가면 남자들밖에 없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린 소녀였지만 웬만한 어른 남자를 압도했다. 이탈리아 챔피언 기록에 비견될 만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협회에서 18세 이하의 공식 대회 출전을 막아 버렸다.

알레시아는 몇 년간 대회에 출전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훈련을 이어갔다. 그리고 18세가 된 직후 대회에 나가 강적을 꺾고 우승했다. 수영장에선 적수가 없는 알레시아, 바다로 나간다. 수평으로 나아가는 수영장과 다르게 바다에선 수직으로 내려갔다 올라와야 했으니, 차원이 다른 프리다이빙이었다. 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가고 또 건강을 해친 악마의 스포츠라고 할까.

하지만 영상에서도 황홀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심해를 직접 체험한다고 생각하면 짜릿할 것 같다. 단 한 번이라도 해 보고 나면 또다시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알레시아는 말한다. "꼭 하늘을 나는 기분이죠. 그때의 정적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어요.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고요한 곳 같아요. 하지만 심해의 명상에서 깨어나야 하죠.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하니까요."

 

사랑 이상의,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사이

 

스티븐 키넌은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대자연 속에 있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가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이빠가 떠나니 방황했다. 오래지 않아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스티븐은 오늘을 살자는 생각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한동안 돌아다닌 스티븐은 집으로 돌아와 평범한 삶을 살기로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다이버들의 성지라 불리는 이집트 다합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하며 눌러앉은 스티븐, 곧 프리다이빙의 매력에 빠져 엄청난 노력 끝에 아일랜드 기록을 세운다. 하지만 이후 한계에 도전하다가 심각한 블랙아웃을 겪는다. 그야말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것이다. 살아 돌아온 스티븐은 다른 사람들이 같은 사고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세이프티 다이버가 되기로 결심한다. 얼마 후 2013년 칼라마타 대회 안전팀으로 들어간 스티븐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나탈리아의 아들 알렉세이 몰차노프를 살려내 명성을 떨친다.

주지했다시피 2017년에는 버티컬 블루 대회에 안전팀장으로 투입되어 안전을 책임진다. 알레시아도 몇 번이나 블랙아웃을 겪었는데, 그녀의 문제점을 캐치한 스티븐이 맞춤 훈련을 시켰다. 그러며 그녀와 가까워졌고 곧 각별한 사이로 발전한다. 사랑 이상의, 오롯이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사이, 이보다 더 특별한 사이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들은 사랑 이상의 사랑을 이어간다.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프리다이버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알레시아 체키니는 나탈리아 몰차노프 이후 최고의 여성 프리다이버다. 당연한 듯 수많은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2017년 버티컬 블루 대회는 나탈리아 이후 최초로 수심 100m에 도달한 한편 여성 세계 신기록이 수차례 경신되었고 알레시아가 각성한 대회로 길이남아 있다. 알레시아와 스티븐이 만나 특별한 관계로 발전한 계기가 된 대회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얼마 안 가 큰 사고가 그들을 덮쳤으니 말이다.

프리다이빙은 인류가 낳은 극한의 스포츠들 중에서도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물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이 빨아 당기는데 그 유혹의 손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도 있고, 물 밖으로 나오려 할 때 힘에 부치는 가운데 몸을 움직여야 하니 더 힘들어져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기능을 정지시켜 버리는 블랙아웃을 겪는 게 다반사다. 전설적인 나탈리아조차 프리다이빙 도중 실종되어 찾지 못했을 정도로, 모든 프리다이버는 누구보다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

영상으로 완전하게 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해는 매혹적이고 황홀하다. 다이버가 빨려 들어가듯 심해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 같이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지금 당장이라도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다. 호흡을 할 수 없지만, 가장 깊게 호흡하는 것 같다. 모순적이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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