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 봐도 재밌고 또 봐도 감동적인 콘텐츠들이 있다. 드라마, 영화, 책, 만화, 음악 등. 퇴색되지 않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이고,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건 아마도 볼 때마다 환경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필자가 살아가면서 보고 또보고 계속봤던,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콘텐츠들을 나름 엄선해 간단히 리뷰해본다. 이 시리즈는 계속될 예정이다.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 소설②[세계 3대 추리 소설]20살로 들어선 초입, 우연한 계기로 추리소설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특이하게도 역사소설에 심취해서 주로 중국과 일본의 장편 역사소설을 보곤 했다. 그런 중에 <장미의 이름>(열린책들)의 명성을 듣고 처음 추리소설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어려웠다. 프롤로그를 이해하는 데만 한 달여가 걸렸던 기억이 난다. 겨우겨우 끝을 보고 다른 추리소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추리소설이 어렵기만 하면 누가 보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킬링타임'용으로 생각하는 추리소설인데. 그러다가 흔히들 말하는 세계 10대 추리소설, 세계 3대 추리소설('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Y의 비극', '환상의 여인')의 정체(?)를 알게 된다. 10대 추리소설은 말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서 완전한 신뢰가 가지 않았던 반면, 세계 3대 추리소설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또 이 세 작품은 10대 추리소설에 항상 포함되었다. 누가 뽑든지 간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세 작품의 우열을 가릴 순 없을 듯하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다른 사건을 다르게 풀어간다. 그나마 그 중에서 작가의 이름이 제일 유명한 것은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이다. 그 동안 수많은 콘텐츠들로 리메이크된 바 있는 이 소설은, 추리보다 공포에 가깝다. 8명의 사람들이 인디언섬의 영문모를 산장으로 초대받는다. 하지만 초대한 사람은 없다. 2명의 하인만이 있을 뿐. 사실 초대된 8명은 모두 죄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 사람씩 죽어간다. 그러며 식탁 위에 놓인 인디언 인형도 한 개씩 사라진다. 그들의 죽음은 인디언 동요의 가사대로이다. 결국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죽고만다. 하지만 범인은 없다. 이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점차 이성을 잃어간다. 고립된 섬의 존재는 더더욱 그들로 하여금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그들은 어떻게 한 곳으로 초대되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것일까?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기괴한 분위기에 맞는 완벽한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이 추리소설은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문학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Y의 비극>
추리소설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께는 생소하게 다가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명색이 세계 3대 추리소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너무나도 유명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겠다. 위의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가 영국을 대표하는 추리 작가라면, 이 추리소설 <Y의 비극>은 미국을 대표하는 추리 작가'들'인 앨러리 퀸의 작품이다. 소설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발견된 시체로부터 시작된다. 그 시체는 미치광이 집안의 주인이었다. 시체에서 발견된 쪽지, 쪽지와 거대한 유산을 둘러싼 사건들. 집안의 기괴한 사람들.이후 이 가문을 노리는 독살 미수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급기야는 안주인마저 시체로 발견된다. 이에 명탐정 드루리 레인이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즉, 이 소설은 전형적인 탐정 소설이다. 거기에 앨러리 퀸 특유의 추리 스타일을 선보인다. 그냥 지나가도 이상할 것 없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을 지나치지 않고 단서를 모아 서 범인을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재미만을 따져보면, 가히 최고의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완벽하게 짜여진 탐정 추리 소설의 전형이자 정석이다. 처음 추리소설을 접하는 분들은 이 소설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환상의 여인>
아내와 싸우고 집을 나선 남편은 술집에 들어가 충동적으로 낯선 여인과의 시간을 보낸다. 이후 집에 돌아간 남편은 아연실색한다. 낯선 남자들이 기다리고 있고, 아내는 넥타이로 목이 졸려 변사체로 발견된 상태였다. 살인자로 몰린 남편은 낯선 여인을 찾아 완벽한 알리바이를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여인은 온데간데 없고, 아무도 그 여인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유령과 함께 있었던 것인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 소설은 추리보다 스릴러에 가깝다.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굉장히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거기에 잊지 못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사형선고를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에, 남편은 과연 '환상의 여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과 스릴감은 어느 추리소설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추리소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아마도 '셜록 홈즈' 또는 '아르센 뤼팽'일 것이다. 추리소설을 접해보았든 아니했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그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듯하다. 그래서 사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니 하는 순위 매기기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단지 이 세 작품이 추리소설의 큰 세 줄기(공포, 범죄, 스릴러)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생각할 때 타이틀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점점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 밤, 등꼴을 오싹하게 해주는 추리소설을 접해봄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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