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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포칼립스

시의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재난물 [신작 영화 리뷰] 보고도 믿기 힘든 대지진이 덮쳐 서울 전역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어 버린다.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 곳곳에 수많은 시체가 있다. 와중에 '황궁아파트 103동' 만이 고고하게 무너지지 않고 서 있다. 소문을 듣고 몰려드는 외부인들, 내부인들이 위협을 느끼는 가운데 1층 어느 집에서 외부인들에 의한 방화가 일어난다. 그때 김영탁이라는 사람이 어디선가 나타나 불을 꺼 버린다. 급하게 주민회의를 개최하는 김금애 부녀회장,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모습을 보인 김영탁을 주민대표로 추대한 후 문제의 외부인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투표를 진행한다. 외부인 대부분이 평소 그들을 무시했던 드림팰리스 입주민이었다며 여론을 몰아갔는데 먹혀들어간 것 같다. 압도적인 표 차이로 외부인을 황궁아파트에서 쫓아내기로 한다.. 더보기
지금 이 시점, 최대한의 즐거움을 만끽하라 <러브 앤 몬스터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세상이 종말의 위기에 처했을 땐 어김없이 일말의 부족함 없는 영웅이 나타났다, 슈퍼맨이 그랬다. 그러다가 부족함이나 결핍이 있는 영웅이 나타났다, 아이언맨이 그랬다. 찌질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영웅도 나타났다, 스파이더맨이 그랬다. 종국엔 여러 영웅들을 한데 모았다, 어벤저스가 그랬다. 이 패턴은 돌고돌 것이다. 여기, 세상이 종말을 맞이한 후 느닷없이 나타난 찌질이가 있다. 그는 당연히 영웅이 아닌데, 그렇다고 평범 이상이거나 평범하지조차 않다. 평균 이하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고 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가 세상의 종말 이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평균 이하의 겁쟁이이자 찌질이라서이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 더보기
문학적 철학적 신화적 질문들을 던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나의 마더>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인류가 완전히 멸망한 다음 날, 인류 재건 시설에서 인간 여자아이 한 명이 태어난다. 시설에는 63,000개의 인간 배아가 있는데, 로봇 하나가 모든 걸 관리한다. 태어난 인간 아이의 양육도 그의 몫, 로봇은 '엄마'가 되고 인간 여자아이는 '딸'이 된다. 시간이 지나 인류가 완전히 멸망하고 13867일이 지났다. 그런데 딸은 10대 중반에 불과한 듯하다. 수십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엄마와 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무엇보다 딸은 엄마의 다방면에 걸친 완벽한 교육으로 모르는 게 없고 못하는 게 없다. 나아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낱낱이 짚고 넘어간다. 이보다 완벽한 인간이 있을 수 없을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딸은 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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