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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아무리 강한 무기가 있어도, 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천공의 성 라퓨타> [오래된 리뷰] 일본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거장이 많을 텐데, 소설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화 에서는 고 구라사와 아키라가 있을 거다. 그렇다면 일본이 자랑하는 콘텐츠인 애니메이션에서는 누구나 알 만한 거장에 누가 있을까?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전 세계인들이 알 만해야 하니, 위 세 명에 논란의 여지는 없을 듯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75세 초로의 노 연출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영화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수준을 보여주는 거장이다. 지난 2013년 를 끝으로 '진짜' 은퇴를 선언했지만 2020년 '애벌레 보로'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이후 30년 간 5번의 은퇴를 선언했지만 매번 다시 돌아온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 더보기
'전형적'으로 훌륭한 고전적인 이야기 <지구빙해사기> [서평] 먼 미래의 지구, 제8기 빙하기 시대는 전 지구가 얼어붙었다. 어비스 메갈로폴리스 가넷 지역 지하에 시블 자원 개발 공사 석탄 채굴 기지 털파가 있다. 석탄 매장량이 거의 바닥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고장나 기지를 통째로 바꾸지 않는 한 다람쥐 쳇바퀴 같은 나날이 이어질 뿐이다. 타케루는 시블 자원 개발 공사 사장의 서자다. 꼬이고 꼬인 그의 성향은, 어비스에서 쫓겨나게 했고 털파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하다. 와중에 사고로 털파의 소장이 죽고 타케루가 소장이 된다. 하지만 타케루는 술에 쩔어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한편, 자연이 선사하는 대재앙이 눈앞에 왔다. 한 달이나 빨리 한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털파는 식량도 다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자.. 더보기
파괴된 초대형 생태계의 복원 과정의 기록 <생명의 기억> [서평] 아프리카 남동쪽에 위치한 제법 큰 나라 '모잠비크'. 그곳에 한때 수십만 마리의 동물들이 서식하며 세계 최고의 생태계를 구축했던 고롱고사 국립공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자연'이라는 추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아마도 그곳이었을 테다. 고롱고사 국립공원은 1976년부터 1992년까지 장장 16년에 걸친 모잠비크 내전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다. 내전에 참여하거나 내전으로 피해를 본 사람 할 것 없이 모조리 그곳으로 가서 동물들을 잡아 먹었다. 잡아 먹으려고 포동포동하게 잘 키운 식용 소, 돼지, 닭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인간이 자연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혹한 짓이었다. 인간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공원을 인간이 다시 되.. 더보기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에 연관되어 있는 미생물 <내 몸속의 우주> [서평] 먼지에도 우주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에도 우주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우주'는 universe 자체가 아닌 그 광활함과 복잡함이라고 하겠다. 우주의 시선에서 보자면 인간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겠지만, 그 먼지만도 못한 존재 안에 우주만큼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게 과연 어느 정도일지? 우리는 약 10조 개의 인간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보다 10배 더 많은 무엇이 우리 몸에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그게 무엇일까? 다름 아닌 '미생물'이다. 우리 몸속과 피부에 사는 미생물은 세포 수로 약 100조 개에 이른다고 한다. 종류는 200~2000만 여종, 무게를 다 합치면 1.3킬로그램. 언뜻 이해가 안 되지만, 우리 내부에는 명백히 미생물 공동체들이 존재한.. 더보기
참으로 거대한 이야기, 끝을 잘 맺어야 할 텐데... <하트 오브 더 씨> [리뷰] 어두운 밤, 젊은 남자가 늙은 남자의 집을 찾는다. 젊은 남자는 전재산을 늙은 남자 앞에 내밀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부탁한다. 늙은 남자는 한사코 강하게 거절한다. 이에 젊은 남자도 강하게 밀어붙이지만 결국 거절 당한다. 그때 늙은 남자의 아내가 나선다. 그녀도 평생 듣고 싶었지만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다. 아내의 부탁으로 늙은 남자는 입을 연다. 젊은 남자는 훗날 늙은 남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라는 희대의 걸작을 탄생 시킨다. 젊은 남자는 다름 아닌 '허먼 멜빌'이다. 늙은 남자는 1819년 여름, 미국 낸터킷 섬에서 출항했던 포경선 에식스호에 승선한 21명의 선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에식스호에서 세상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을 그런 일을 겪었고, 그 이야기를 허먼 멜빌에게 해준다...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부르는 합창곡 [서평] 음악, 미술, 문학, 건축, 조형, 무용 등을 총칭하는 '예술'은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이중에서, 건축은 기예를 대표한다. 그야말로 예술로 승화될 정도의 기술, 그 정점에 이른 것이다. 건축은 영어로, '모든 기술의 으뜸' 내지 '큰 기술'이라는 의미이다. 그 나라, 민족, 지역의 전반을 이해하는 데 건축이 크게 작용한다는 말은 정확하다. 서양의 건축은 유럽에 집약되어 있다. 지금이야 여러 나라로 나뉘어 각자의 특성을 구분 짓고 있지만, 그들의 정신은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동양의 건축은 어디에 집약되어 있을까? 단연코 중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동양의 정신을 상당 부분 책임져왔던 중국. 그 중에서도 건축은 한 입으로 베이징의 '.. 더보기
작은 곤충들이 펼치는 <반지의 제왕>? 오히려 더 낫다 [리뷰] 프랑스산 애니메이션 태어나자마자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겨진 무당 벌레(이하 "무당이") 한 마리. 똥파리들의 도발과 위협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혼자 발을 딛게 된다. 하지만 다치게 되어 한쪽 큰 날개를 잃는다. 이후 우연히 흑개미 특공대가 옮기는 각설탕 박스에 탑승하게 된 그는, 도중에 흑개미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특유의 소리를 내어 도마뱀을 쫓아버린 것이다. 흑개미들은 그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동행한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애니메이션 의 시작점이다. 무당 벌레와 흑개미가 본래 공생 관계라는 것을 의식한 구성인지 모르지만, 제법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영화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해서 만들어졌다. 배경의 자연 환경은 실제 프랑스의 유명한 공원이라고 한다. 그 위에 곤충 캐릭터들이 날아다니고 걸.. 더보기
'파이 이야기'가 '노인과 바다'를 넘을 수 없는 이유 [지나간 책 다시읽기]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작가라 칭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후기작 는 자연에 맞서는 한 인간의 사투를 그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불굴의 정신, 포기하지 않는 희망 따위를 얘기한다. 아니, 그렇게 알려져 있고 정설로 굳혀졌다. 굳이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맞는 말이다. 단지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볼 필요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조금 더 시선을 확장해보면, 이 소설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 vs 자연이 아닌 인간 and 인간, 인간 and 자연, 자연 and 자연으로서의 시선. 인간 and 인간 노인 산티아고는 왕년에 잘나갔던 어부였다. 힘이 장사였고, 무지막지하게 큰 물고기를 잡는 것은 식은죽 먹기였다. 당대 최고의 야구 선수 조 디마지오도 그런 물고기를 잡을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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