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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지배자의 폭력과 피지배자의 폭력은 같지 않다 <필론의 돼지> [한국 대표 소설 읽기] "필론이 한번은 배를 타고 여행을 했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큰 폭풍우를 만나자 사람들은 우왕좌왕 배 안은 곧 수라장이 됐다. 울부짖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뗏목을 엮는 사람… 필론은 현자인 자기가 거기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도무지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배 선창에는 돼지 한 마리가 사람들의 소동에는 아랑곳없이 편안하게 잠자고 있었다. 결국 필론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돼지의 흉내를 내는 것 뿐이었다." (본문 58~59쪽 중에서) 많은 사람의 정곡을 찌를 우화이다. 굳이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가게 마련이다. 관성의 법칙도 있지 않은가? 세상은 제자리로 돌아오게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조급하게 나서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니, 현자가 보.. 더보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자기 몫을 뺏기고도 분노 없던 이들이 만든 세상 [지나간 책 다시읽기] 이문열의 영화배우 홍경인은 20대가 되기 전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인물 두 사람을 훌륭히 연기한 바 있다. 1992년 의 '엄석대', 1995년 의 '전태일'이다. 앞의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고, 뒤의 인물은 실존 인물이다. 이 두 영화는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유효하다. 이 중 '엄석대'라는 인물은 작가 이문열이 만든 캐릭터이다. 소설 의 주인공으로, 한국 현대사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소설에는 엄석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다. 모두가 확실한 캐릭터로, 그들이 갖는 상징성은 확고하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 이문열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알 .. 더보기
등단 3년차인 이문열에 <삼국지> 제안한 이는 누구? [서평] '박맹호' 이름 석 자가 주는 힘... 띠끌 자옥한 이땅 위의 일을 한바탕 긴 봄꿈이라 이를 수 있다면, 그 한바탕 꿈을 꾸미고 보태 이야기함 또한 부질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같은 냇물에 두번 발을 담글 수 없고, 때의 흐름은 다만 나아갈 뿐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새삼 지나간 날 스러진 삶을 돌이켜 길게 적어나감도, 마찬가지로 헛되이 값진 종이를 버려 남의 눈만 어지럽히는 일이 되리라. (경향신문 1983.10.24) 이문열 작가의 1988년 작 (민음사)의 출간 전 연재 당시, 1회 첫 소절이다. "지금까지 모두 합쳐서 1800만 부가량 필린 슈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185쪽)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한테 읽힌 만큼, 많은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저자 이문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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