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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남의 쓰레기를 주워 파헤치는 이유 <너를 줍다> [신작 영화 리뷰] 한지수는 오늘도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를 뒤진다. 쓰레기를 통째로 집에 가져와선 하나하나 분류하곤 컴퓨터에 정리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단지 내 사람들을 하나하나 속속들이 파악한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한 명 보인다. 그녀는 그가 바로 옆집인 705호 사람이라는 걸 파악한 후 곧 쓰레기를 수집해 파악에 들어간다. 그녀가 파악한 그, 강우재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 물고기 하나 죽었을 뿐인데 마치 선물을 포장하듯 곱게 포장했으니 말이다. 이후 지수는 우재의 주위를 맴돌며 그가 관심을 가질 만한 행동을 정확히 한다. 우재로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지수는 밀키트 판매 회사에 다니는데 고객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선임인데도 컴플레인을 도맡아 처리한다. 지수와 우재 모두 마.. 더보기
"진정으로 소중한 건 쉽게 얻을 수 없어" <피그> [신작 영화 리뷰] 슬럼프는 누구에게 언제든지 어떤 모습으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소위 '잘나간' 사람일수록 슬럼프의 파동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상업 영화배우의 경우, 잘 나가는 것도 한순간이지만 슬럼프에 빠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세상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어느새 아무도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 것이다. 여기, 아주 적절한 배우가 한 명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 할리우드 최고의 로얄패밀리라고 할 만한 '코폴라' 가문 출신으로 1980년대 영화계에 얼굴을 내민 뒤 오래지 않아 스타덤에 오른다. 1990년대 중반 로 골든글로브와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연기파 배우로도 우뚝 선다. 이후 액션,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족족 흥행에 성공하며 광폭 행.. 더보기
40대 네 친구의 녹록치 않은 삶, '그래도 괜찮아' <클래스메이트 마이너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17년 대만 최고의 영화로 명성을 드높인 ,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얼굴을 비췄는데 큰 관심을 얻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대만 현지에선 가히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제54회 금마장에서 5개 부문을 석권한 바 있다. 황 신 야오 감독의 데뷔작이었는데 말이다. 그런가 하면 토론토영화제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얼굴을 비췄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황 감독은 에서 직접 영화 속으로 뛰어들어 내레이션을 맡아 '전지적 작가(감독) 시점' 혹은 '1인칭 관찰자적 시점'의 특이하고도 특별한 연출 스타일을 선보인 바 있는데, 두 번째 영화 에서도 이어간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지난 2월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었다. 최근 연이어 소.. 더보기
주저 앉은 찬실이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이들의 위로와 용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신작 영화 리뷰] 2019년은 한국 독립영화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해외 수많은 영화제에서 선을 보이고 뒤늦게 한국에 상륙해 신드롬급 관심을 얻어 흥행까지 이어진 를 비롯 까지.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까지 갖춘 독립영화들이 이어졌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출중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따라와 주지 않은 대다수 작품들이 존재했지만 말이다. 하여, 2020년은 한국 독립영화계의 진정한 부흥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로 영화계 전체가 주저앉았다. 큰 영화도 버티지 못하는 마당에 작은 영화는 설 자리가 없었다. 와중에 용감하게 무모하게 혹은 전략적으로 개봉을 밀어부친 한국 독립영화들이 몇몇 있다. 등이 2~3월에 개봉을 강행했지만, 득을 보지 못했다. 그리.. 더보기
모든 엄마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헌사, 하지만 끔찍한 현실 <툴리> [리뷰] 마를로(샤를리즈 테론 분)는 두 아이를 키우는 임산부다. 큰딸은 의젓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리기에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하고 챙겨주어야 한다. 둘째 아들은 조금 특별하다, 조금 다르다. 예민한 게 정도를 지나칠 때가 많다. 와중에 그녀는 이제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될 운명이다. 육아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셋째가 태어나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쟁에 돌입한다. 큰딸을 최소한으로 챙기고 둘째 아들에게는 여전한 관심을 쏟는 와중에, 정녕 밤낮 없이 셋째 키우기가 계속된다. 와중에 남편은 아이들과 적당히 놀아주고는 게임 삼매경이다. 끝이 없을 것 같고 변함도 없을 것 같다. 사소한 것부터 큼직한 것까지 모든 게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 '나'라는 존재는 없다. 마를로의 오빠는 자신들이 야간 보모의 .. 더보기
죽음 사회 한 모퉁이를 책임지고 있는 이가 있어 든든하다 <심야식당> [리뷰] 신주쿠 뒷골목, 남들은 퇴근해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 잠자리에 들 때쯤인 12시에 문을 여는 곳이 있다. 이름하야 '심야식당'. 7시까지 문을 여는데 은근히 사람이 많다.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는 뭐든 만들어주기 때문일까? 음식이 맛있기 때문일까? 이성이 잠들고 감성이 깨어나는 새벽녘 시간이기 때문일까? 안 가봐서 안 먹어봐서 알 순 없지만, 매력 하나는 철철 넘치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이런 식당이 있는 걸로 아닌데,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술장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 새벽에 집이 아닌 밖에 있으면 술밖에 찾을 게 더 있겠나. 요즘엔 24시간 하는 가게들도 많던데, 그런 곳에는 어떤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겠다. 반면 '심야식당'은 정확히 12시부터 7시까지 '음식'을 만들어준다. 언제나 사람이 있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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