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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아름다움 <에델과 어니스트> [리뷰] 영화 한 편으로 한 방면이나마 역사를 훑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굉장히 거시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주요 사건들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아야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등이 생각난다. 한 시대를 고스란히 살아온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굉장히 평범하거나 굉장히 특출나다. 하지만 접근 방법은 같다. 이들 모두는 우리와 다름 없는 삶을 살았거나 우리와 함께 살았던 것이다. 우린 이 영화들을 사랑했고 이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대체로 동질감을 느꼈다. 자전적 애니메이션 는 이 범주에 속하는 영화라 하겠다. 1920~60년대 영국의 지극히 평범한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의 20세기 초중반 40년을 훑는 작업 말이다. 우린 이 영화로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끼며 동시에 영국의 20세기 초중반.. 더보기
'사람'이 보이는, 60년 전의 놀라운 파격 로맨스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지나간 책 다시읽기] 프랑수아즈 사강의 종종 시대를 뛰어넘는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을 목격한다. 이 시대에 이런 생각이 가능한 것인가? 그래서 우린 그런 작품을 보고는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라고 평하곤 한다. 가령, 1960년대 만들어진 영화 는 최소 30년 후에 만들어졌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을 만했다. 비쥬얼적 요소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상당한 영화와는 달리 소설은 기시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1960년대가 아닌 16세기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등을 아주 친숙하게 읽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전체에 흐르는 감각이나 생각 등에서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나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 거리감이나 기시감은커녕 현재를 사는 우리보다 더 감각적이고 생동하는 소설이 있다.. 더보기
삶이 삶을 지탱하고, 사람이 사람을 지켜주는 게 아닐까 <하와이언 레시피> [오래된 리뷰] 하와이 섬 북쪽 끝의 작은 마을 호노카아, 나이 지긋한 미국계 일본인들이 모여 산다. 세상 어디에도 그런 곳은 없을 듯하다. 느리고 말 없고 태평하다. 딱히 뭘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곳에 젋디 젊은 청년 레오가 찾아온다. 그 또한 느리고 태평한 듯하기에 큰 무리 없이 스며든다.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영화관에서 일하게 된 레오, 곧 동네사람들과 친해진다. 그들은 하나같이 천하태평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여유롭고 안정된 삶이다. 여자를 밝히지만 파킨슨병에 걸린 아내만을 바라보며 사는 코이치, 팝콘 기계 옆에 앉아 기계가 돌아가기만 하면 잠을 자는 제임스, 먹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 영화관 주인 에델리, 과묵한 레오의 상사 버즈, 딱딱 맞는 말만 .. 더보기
다른 무엇보다 '나'를 위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서평] 족히 10년은 된 듯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얻어 호주를 1년 다녀왔다. 열심히 일하고 영어를 공부한 다음, 열심히 놀려고 했다. 그 모든 게 다 내 평생 다시 없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호주에 온 다음 날, 하늘에 뜬 비행기를 보고 집에 가고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적응도 채 하지 못한 채 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두려웠던 것 같다. 낯선 땅이 아닌, 낯선 자유가. 큰 기억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설픈 느낌만 남았을 뿐이었다. 자유인지 고독인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었다. 2년 뒤 다시 외국에 나갔다. 이번엔 중국으로, 많은 이들과 함께. 오히려 그곳에서 자유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었다. 왜 한국인들과 함께 있는데 자유를 느끼는 것인가. 그것도 자유는 아니..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부르는 합창곡 [서평] 음악, 미술, 문학, 건축, 조형, 무용 등을 총칭하는 '예술'은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이중에서, 건축은 기예를 대표한다. 그야말로 예술로 승화될 정도의 기술, 그 정점에 이른 것이다. 건축은 영어로, '모든 기술의 으뜸' 내지 '큰 기술'이라는 의미이다. 그 나라, 민족, 지역의 전반을 이해하는 데 건축이 크게 작용한다는 말은 정확하다. 서양의 건축은 유럽에 집약되어 있다. 지금이야 여러 나라로 나뉘어 각자의 특성을 구분 짓고 있지만, 그들의 정신은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동양의 건축은 어디에 집약되어 있을까? 단연코 중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동양의 정신을 상당 부분 책임져왔던 중국. 그 중에서도 건축은 한 입으로 베이징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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