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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어른이 무시하는 아이들의 '관계'와 '권력'의 세상 <우리들> [오래된 리뷰]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두 명이서 가위바위보를 해 함께 하고 싶은 한 명씩을 데려와 편을 가르는 방법을 택한 어느 체육 시간 피구 게임, 선이는 어느 쪽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최후의 일인이 되었다. 왕따는 아닌 듯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외톨이인 듯하다. 키도 크고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는 보라는 그런 선이를 이용해 먹기도 한다. 보라의 부탁으로 방학식 날에 홀로 남아 반 전체를 청소하는 선이, 전학을 왔다는 지아를 우연히 마주친다. 보라의 치졸한 속임수 때문에 다리 위에서 실의에 빠져 있는 선이, 다리를 지나던 지아와 우연히 마주친다. 둘은 금새 친해지고 선이는 보라를 주려던 수제팔찌를 지아에게 준다. 둘은 생애 다시 없을 것만 같은 방학 한때를 보낸다. 지아의.. 더보기
'이게 나라냐'에 대한 영화다운 대답 <더 킹> [리뷰] 지난 2015년 11월 개봉한 부터 시작된 일명 '시국영화'. 사실 이 시국엔 어떤 영화가 나와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시국을 그린 영화든, 시국을 비판한 영화든, 시국을 위로해줄 영화든 말이다. 2017년에도 변함없이 이어나갈 예정인 듯하다. 아니, 그 강도는 그 어느 해보다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한재림 감독의 도 그중 하나로 보면 될 것인데, 가히 그 수위가 어느 영화보다 높다. 블랙 코미디로 무장한 직접적인 실명 거론과 패러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의 몇몇 장면은 '최순실 게이트'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그려내고 있어, 한편으론 무섭기까지 했고 한편으론 영화를 너무 날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 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 건 2017년 1월이지만 영화 촬영이 끝난 건 .. 더보기
명작과 망작 사이에 이 영화가 있다 <여교사> [리뷰] 1987년생, 이제 갓 서른 살이 된 젊은 감독 김태용은 지난 2014년 장편데뷔작 을 내놓았다. 수많은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청룡영화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수상했다. 이 독립영화는 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하며 차기작을 기대케 했다. 가슴 먹먹하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태용 감독, 2년 여만에, 햇수로는 3년 만에 김하늘과 함께 돌아 왔다. 제대로 들여다보기 전에는 의 김태용 감독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스타일 상 이런 류의 영화를 연출할 것 같진 않았기에 다시 보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는 장편상업영화를 연출할 때 각본도 쓰지 않는가. 연출과 각본을 함께 하는 건 젊은 김태용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욱 .. 더보기
<자발적 복종> 복종의 길을 끝내고 자유의 맛을 얻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서평] 세월호, 땅콩회항, 밀양 송전탑, 쌍용차 해고, 제주 해군기지 등 한반도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작년에 일어난 사건도 있고, 몇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사건도 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시작된 이 사건들은, 시간이 갈수록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르게 포메이션 된다. 언론은 그 사건 자체, 대형 사건 자체에 관심이 있을 뿐 더 이상 깊이 들어가 자세한 내막을 들추려 하지 않는다. 그런 언론이 있다 해도, 다른 언론들이 벌떼 같이 달려 들어 장막을 친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사람들 머리에서 지워지고 당사자들만 남아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이.. 더보기
<강남 1970> 폭력과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그곳, 강남 [리뷰] 유하 감독의 거리는 극히 양면적인 면모가 있다. 연인들에게는 팔짱을 끼고 함께 같은 곳을 보며 걸을 수 있는 공간이다. 앞이 탁 뜨인 거리는 걷는 것으로도 힐링이 되곤 한다. 갈 곳을 정해두지 않고 정처 없이 걷는 거리는 낭만적이다.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 쬐는 주말 오후의 거리를 느낌이란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준다. 과연 그러기만 할까? 거리에는 무표정으로 오로지 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누가 쫓아오는 양 빠른 걸음으로. 그럴 때 거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불과하다. 한편 거리는 '무법', '야생'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아무도 없는 으슥한 뒷골목 거리는 누구의 손으로도 통제할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한다.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자란 이들에게 거리는 .. 더보기
<용서 받지 못한 자> 우리 모두는 희생자, 가해자 그리고 용서받지 못한 자 [리뷰] 철없는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된 남자에게 "군대를 갔다 와야지 철도 들고 정신차리지"라는 말은, 마냥 듣기 싫은 말이기 보다 일종의 기대심리가 적용되는 말이다. 말인즉슨, 누구나 군대라는 통과의례를 거치면 세상이 원하는 진정한 남자가 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엔 필수적으로 '변화'가 뒤따른다. 과연 어떤 변화일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한국 특유의 위계질서, 그 중심에 있는 남자들만의 위계질서. 군대를 가기 전의 '무질서'에서 군대를 다녀온 '질서'로의 변화가 이를 주도한다. 군대는 문신을 새기듯 질서를 몸에 체득시킨다. 이는 곧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남자가 되는 길인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수많은 '용서 받지 못한 자'들이 존재한다. 영화 는 군대라는 소재를 .. 더보기
<완장>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지나간 책 다시읽기] 이명박 정부가 물러가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일 년 반이 지나갔다. 5년 임기 중 벌써 1/3 지점에 다다른 것이다.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한시적이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권력의 속성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왜 그리 목을 맸던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왜 그리 휘둘러 댔는가. 권력이란 그물은 언젠가 휘두른 본인을 향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으면 그리 되는 것인가. 누구라도 '완장'을 차면 눈이 뒤집히는 것인가. 글쎄, 모를 일이다. 에서 프로도 배긴스와 친구들은 한낱 완장보다도 훨씬 어마어마한 권력·힘의 근원인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길에 오르지 않았는가. 하지만 완장은 절대반지처럼 유일무이하지 않다. 절대적이지도 않다. 에서 악의.. 더보기
<한국인과 영어> "금일 이후 영어를 알지 못하는 분은 사회의 패잔자요" [서평] 대한민국 역사상 제일 많은 영향을 끼친 세 나라를 뽑자면, 제일 가까운 나라들인 중국과 일본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나라는 공통적으로 우리나라를 통치한 적이 있다. 자연스레 그들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한자는 과거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 언어 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한편 현대 중국의 영향이 과거만큼 크지 않기에, 현대 중국어는 아직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고 있다. 물론 앞으로 거대해질 것이지만. 반면 일본어는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뼛속 깊은 반감 때문에 직접적 통치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그리 많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물론 저도 모르게 많은 단어들을 쓰고 있지만, 그마저도 비속어 취급을 당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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