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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졸업해야 하지만 졸업하기 싫은 소녀들의 사랑 또는 아쉬움 [신작 영화 리뷰] 폐교를 앞둔 어느 지방의 남녀공학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싱숭생숭하다. 마나미는 학생회장이 아님에도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재학생에게 답사를 보내게 되었다. 그녀는 졸업식을 앞두고 여느때처럼 남자친구 슌과 함께 몰래 도시락을 까먹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그녀에겐 큰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을까? 여자 농구부 부장 코토는 졸업 후 심리학를 공부하고자 도쿄로 갈 예정이다. 그런데 남자 농구부의 절친 테라다가 걸린다. 그는 이곳에 남아 공부하며 선생님의 꿈을 이어가려 한다. 그들은 서로의 꿈을 얘기하다가 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서먹서먹해졌다. 과연 잘 헤어질 수 있을까? 한편 사쿠타는 교실 대신 도서실에서 평온을 찾는다. 시끌벅적하고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더보기
애정 없는 집의 아이가 부모다운 부부를 만났을 때 [신작 영화 리뷰]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 열 살 소녀 코오트는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말이 없는 이상한 아이로 통한다. 가족은 물론 친구들도 그녀를 고깝지 않게 생각한다. 아빠는 경마와 도박에 빠져 매일같이 집 밖으로 나가 돌고, 엄마는 코오트 말고도 몇 명 더 있는 아이들을 챙기면서 곧 태어날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 부모가 하나같이 코오트에게 애정을 주지 않고 챙기지도 않는다. 코오트는 말을 하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로 한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 코오트는 엄마의 먼 친척 부부에게 보내진다. 엄마의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기도 했기에 겸사겸사 보낸 것이리라. 데려다준 아빠의 말이 가관이다. "얘가 집안 거덜 낼 만큼 엄청 먹어댈 테니, 일 많이 시키쇼." 코오트로선 당연한 듯 받아들이지만 친척.. 더보기
에드거 앨런 포가 조력하는 고딕 미스터리 스릴러의 진수 <페일 블루 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830년, 하얀 눈으로 뒤덮인 미국 뉴욕주 어느 오두막에서 살고 있는 은퇴한 형사 아우구스투스 랜더에게 누군가 찾아온다. 웨스트포인트 미국 육군사관학교 부교장이었다. 그는 전설적인 형사 랜더에게 수사 요청을 하러 온 것인데, 자그마치 주지사의 추천이라고 했다. 랜더는 3년 전에 아내를 잃고 딸은 행방불명인 상황이라 경황이 없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웨스트포인트로 향한다. 시체안치소로 갔더니 목을 매고 죽은 채 발견된 한 생도의 심장이 예리하게 도려내져 있었다. 사건이 확대되면 안 그래도 존망이 위태로운 육사가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었다. 랜더는 술집에서 한 생도를 만나는데, 자신을 예술가라고 소개한 그는 육사의 규율을 경멸하고 소설과 시를 쓰는 자유로운 영혼의 에드거 앨런 포였다.. 더보기
젊은 천재 피아니스트와 중년 괴짜 교수가 만나면? <올드 위키드 송> [신작 연극 리뷰] 미국의 극작가 존 마란스의 대표작 이 국내 사(4)연으로 2년 만에 찾아왔다. 1995년 미국에서 초연했을 당시, 이듬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걸 비롯해 LA 드라마 로그 어워드와 뉴욕 드라마 리그 어워드 그리고 오티스 건지 최고 연극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뿌렸다. 국내에는 미국 초연 이후 20년 만인 2015년에 소개되었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라도 2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단 두 명의 주인공이 채우는데, 지루한 구석을 찾기 힘들고 비어 보이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스토리, 무대 구성, 메시지, 연기 등 작품을 이루는 모든 게 따로 또 같이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했을 테다. 특히 이 연극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음악만 들어도 좋으니.. 더보기
우리네 인생이 담긴, 별 것 없지만 특별한 중고거래 <거래완료> [신작 영화 리뷰] 중고거래가 보편화된 게 어느덧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2003년에 시작한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를 비롯해 2011년에 나란히 시작한 '번개장터'와 '헬로마켓', 그리고 2015년에 출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선 '당근마켓'까지 2022년 현재 중고거래 시장의 거래액은 2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누구나 중고거래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쯤 있을 텐데, 기분 좋게 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유쾌한 사연이 있는가 하면 생각만 해도 표정이 일그러지고 한숨이 푹푹 나오게 하는 불쾌한 사연도 있을 것이다. 사람 살아가는 게 유쾌와 불쾌가 수시로 오가는 만큼 중고거래에 얽힌 이야기가 다방면으로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는 '좋은 거래.. 더보기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철거 직전의 아파트 단지 이야기 <표류단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초등학교 6학년생 코스케, 나츠메는 절친 사이다. 그런데 예전에 같이 산 적이 있어 남매 사이 같기도 하다. 둘도 그런 애매모호한 감정을 느끼는지 만나기만 하면 툴툴 거린다. 그들이 사는 동네에 수십 년 된 아파트가 있는데, 코스케와 나츠메 그리고 코스케의 할아버지가 함께 기거했었다. 이젠 너무 오래 되어서 재건축이 확정되었고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곳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 코스케와 친구들은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을 확인하러 오래된 아파트로 향한다. 나츠메가 숨어 있었다. 자신을 손주처럼 보살펴 줬던 코스케의 할아버지를 잊지 못해서 가끔 찾아왔던 것이다. 일행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닥거리고 있을 때 또 다른 친구들도 합세한다. 와중에 코스케와 나츠메가 실랑이 아닌 실.. 더보기
적절하게 즐길 수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신작 영화 리뷰]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남편 강진봉, 그리고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을 뿐더러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아들과 딸을 뒷바라지하다가 어느 날 암 선고를 받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알게 된 오세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은 평소와 다름 없이 무뚝뚝하고 아이들은 그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와중, 세연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다가 첫사랑의 기억에 다가간다. 죽음이 머지 않은 날에 하필 찾아온 생일, 여느 때처럼 아무도 자신의 생일을 챙겨 주지 않으니 서글픔이 한도를 넘어선 세연이다. 그녀는 마지막 생일 선물로 진봉에게 자신의 첫사랑 박정우를 찾아 줄 것을 요구한다. 평소와 다르게 강경하고 막무가내인 세연, 진봉은 그녀의 요구를 들어 주기로 하고 여지없이 투덜 대며 목포로 향.. 더보기
포커페이스의 짜릿한 액션을 만끽하는 법 <그레이 맨>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오랜 시간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하는 신세에서 CIA의 비밀 암살 요원으로 탈바꿈한 '시에라 식스', 이번에는 국가 기밀을 넘기려는 이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았다. 우여곡절 끝에 제거하는 데 성공하지만, 제거 대상으로부터 알 수 없는 이상한 얘기를 전해 듣는다. 자신이 '시에라 포'라는 사실, 센터장 카마이클이 쓰레기라는 사실, 식스도 머지 않아 당할 거라는 사실. 그리고 중요해 보이는 목걸이까지. 식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으로 알아차리고 센터와 거리를 두는 한편 그를 CIA 요원으로 만든 은퇴한 전 센터장 피츠로이에게 저간의 사정을 알리고 묻는다. 피츠로이는 식스를 보호하려는데, 카마이클이 고용한 전 CIA 요원이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시오패스 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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