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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부정할 수 없는 괴물, 무엇이 그 괴물을 만들었나 <몬스터> [오래된 리뷰] 에일린(샤를리즈 테론 분)은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13살 나이에 창녀가 된다. 그 사실을 안 동생들에게서 쫓겨난 그녀는 고향을 떠나 떠돌며 창녀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마감할 결정을 한 그녀,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러 들어간 바에서 셀비(크리스티나 리치 분)을 만난다. 사랑에 굶주린 에일린과 레즈비언 셀비는 사랑에 빠진다. 에일린은 달라진 게 없다. 그녀가 가야 할 곳은 여지없이 길 위, 그리고 창녀 생활. 어느 날 에일린은 남자 한 명을 죽인다. 그는 에일린을 묶고 학대와 가학적인 섹스를 행했던 것이다. 이후 에일린은 셀비와 함께 일주일만 함께 하자는 말로 하여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인다. 도피 행각 도중 문득 깨달은 에일린은 창녀 생활 아.. 더보기
비틀게 보여주는,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인간 <너는 여기에 없었다> [리뷰] 살인 청부업자 조(호아킨 피닉스 분)는 수시로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수시로 시도를 하는데, 봉지로 얼굴을 덮어 숨을 못 쉬게 하거나 칼을 입속으로 넣어 찌르려 하거나 철로에 떨어질 것처럼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하다 못해 칼로 위험한 장난을 치기도 한다. 모든 건 무표정 위에 어린 복잡한 심정으로 행한다. 그가 자살 충동에 시달릴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기억들이 있다. 어린 시절인 듯 학대의 기억들, 전쟁인 듯 당한 기억과 행한 기억들, 그리고 오래 되지 않은 가해의 기억들까지 그를 괴롭힌다. 그런 그가 자살을 할 수 없는 건 늙은 어머니의 존재 때문이다. 인정사정없는 살인 청부업자이지만 어머니한테는 다정다감한 하나뿐인 아들이다. 그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차기 주지사로 유력한 상원 의원 알버트.. 더보기
장르 폭풍이 전하는 재미와 질문 '누가 진짜 괴물인가' <몬몬몬 몬스터> [리뷰] '대만영화',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해졌다. 2000년대 을 필두로, 2010년대 괜찮은 청춘영화가 우후죽순 우리를 찾아왔다. 등, 우리나라 감성과 맞닿아 있는 대만 감성이 두드러진 작품들이다. 하지만, '진짜' 대만영화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들과 작품들이 있다. 허우 샤오시엔의 , 에드워드 양의 , 리안 감독의 , 차이밍량의 등. 이들은 1980~90년대 대만영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일명 '뉴 웨이브'의 기수들이다. 이들의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경향이 지금의 대만영화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비단 대만청춘영화뿐만 아니라. 최근에 우리를 찾아온 강렬한 영화 또한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2010년대 대만청춘영화의 시작을 알린 의 감독이자 의 원작, 각본, 제작을.. 더보기
아름답게 보여주는 나의 이야기, 현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점 <목소리의 형태> [리뷰] 일본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철학적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방대하고 집요하다. 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린 대우주 서사시 시리즈나 일관되게 자연과 인간의 대결과 화해의 주제를 내놓는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들, 거기에 를 필두로 하는 사이버 펑크 애니메이션의 철학으로의 집요한 접근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일본 애니메는 미국 그래픽 노블이 선보이는 '작화보다 텍스트'를 추구하진 않는다. 대단히 철학적인 주제로 나아가는 만큼 일본이 자랑하는 극도의 비현실적 '예쁜' 작화와 대중적인 소재를 채택한다. 자칫 조화롭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오래 전부터 그토록 상반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기에 정립이 되어 있다고 하겠다. 우린 올해 초에 그 한 정점을 보았다. 신카이 마코토의 이다. 예쁘기 그지 없는 작화.. 더보기
방법과 방향이 틀린 나치독일 잔해 제거 임무 <랜드 오브 마인> [리뷰] 영화 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만큼, 전쟁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다. 정확히는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영화겠다. 거기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세상살이의 도식이 존재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직 피해자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피해자만 양산하는 전쟁 따위를 왜 해야 하는가. 수많은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영화가 미국, 영국, 소련의 손에 만들어졌다. 승전국이자,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패전국이자 가해자인 독일, 일본 입장에서도 만들어졌다. 가해를 정당화하거나 반대로 가해 사실을 공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일본은 종종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여 비난 받아왔다. 많은 경우, 진정한 가해자의 손에 피해를 입은 자국민들이나 성숙하기 전에 전.. 더보기
왜 공주가 도망쳐야 하나,잘못한 게 없는데... <한공주> [오래된 리뷰]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어른들에게 둘러싸인 한 소녀, 꾹꾹 눌러왔던 말 한마디를 애써 웃음 띤 얼굴로 내뱉는다. 그런데 이내 그녀는 선생님과 전학 수속을 밟으러 다른 학교를 찾는다. 잘못한 게 없다는 그녀가 떠나는 것이다. 명백한 모순이 아닌가, 이 상황은. 무서워서 피하는 건가, 더러워서 피하는 건가. 아직까진 알 수 없다. 그녀의 앞날을 지켜보는 수밖에. 그녀의 이름은 '한공주', 하필 공주다. 그녀의 시련은 전 인생에 걸쳐 있다. 부모님은 이혼해서 엄마는 다른 이와 살림을 차렸고 아빠는 일 때문에 몇 달에 한 번 볼까 말까이다. 그래도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녀, 편의점 사장 아들, 딸과 친하게 지내며 의지도 되어준다.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시련이다. 알 .. 더보기
'보통 사람' 가해자들의 '조국과 민족'을 위한 진심어린 짓거리 <조국과 민족> [서평] 아직도 한 단어도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다. 국기에 대한 맹세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은 굳게 다짐합니다." 2007년에 수정되었다고 하는데, 여하튼 고등학교 때까지 아침 조례 시간이면 빠짐 없이 행하던 그 맹세. 군인이었을 땐 국기 게양 음악이 나오면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동작을 멈추고 그곳을 향해 몸을 돌려 엄숙한 자세로 경례를 하였다. 지금도 그 음악이 어디선가 들리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조국과 민족을 향한 몸에 봰 동작이자 감성이다. 그땐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내가 충성을 다짐한 '조국과 민족'이 무엇인지. 깨우쳐서 알게 된 건 아니라서 '알았다'는.. 더보기
나쁜 인간은 범한 죄에 걸맞게 올바르게 심판받고 있는 것입니까? <13계단> [지나간 책 다시읽기] 최고의 데뷔작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도 폐지' 국가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형 판결은 내려지고 있는 바, 유형철, 강호순, 조두순, 김길태 등 최악의 흉악 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사형 제도 존폐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때문이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집행을 하지도 폐지를 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판결은 내리고 집행을 하지 않는 양상이 20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그 와중에 가까운 나라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도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2012년 아베의 재집권 이후 17명의 사형수에게 사형 집행을 내렸다. 당연히 첨예한 논란과 대립이 있지만,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해자의 인권보다 사회 정의 발현 목소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겠다. 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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