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책하다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촬영'에 해당되는 글 3건

제목 날짜
  • 두 졸병의 극악한 여정으로 들여다보는, 개인의 정체성과 위대함 <1917> 2020.02.26
  •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상적 이야기와 치명적인 디스토피아 세상 <인셉션> 2019.08.27
  • 이번엔 오스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버넌트>(2) 2016.01.29

두 졸병의 극악한 여정으로 들여다보는, 개인의 정체성과 위대함 <1917>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2. 26. 08:00
728x90



[실시간 명작 리뷰] <1917>


영화 <1917> 포스터. ⓒ스마일이엔티



샘 멘데스 감독이 20년 만에 일을 냈다. 지난 1999년 세기말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 중산층의 민낯을 정교하게 까발린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는 그다. 당시 미국과 영국의 수많은 영화 시상식들은 모두 샘 멘데스와 <아메리칸 뷰티>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스릴러, 전쟁,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007> 두 편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리고 2019년, 세상에 정식으로 공개되기도 전에 평론의 압도적인, 아니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영화계에 충격을 던진 영화가 있으니 샘 멘데스의 7번째 작품 <1917>이다. 아카데미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골든글러브와 크리스틱초이스에서 각각 작품상, 감독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의 주요 부문을 <기생충>에 넘기고 촬영상, 음악믹싱상, 시각효과상의 비(非)메인 부분에서 수상했다. <기생충>의 기적 같은 행보에 가린 것이다. 그럼에도 그 작품성이 어디 가진 않는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1917>은 제1차 세계대전(1914~18)이 후반기로 접어든 1917년의 어느 전장을 무대로 하고 있다. 영화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쟁영화를 통해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쟁'에 천착하는 수많은 명작들이 우리의 오감을 충분히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가장 최근의 명작 전쟁영화라 기억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만 해도 전쟁영화라기 보다 재난영화에 걸맞지 않는가. 전쟁영화에서 전쟁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된 것이다. 이 영화도 그러할 것인지 궁금하다. 


1600명을 구하러 떠난 두 졸병


1917년 4월 6일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유럽, 아무나 한 명 데리고 오라는 병장의 말을 듣고 블레이크는 함께 쉬고 있던 동기 스코필드와 함께 간다. 그들이 향한 곳은 사령관 에린무어 장군의 막사, 사령관은 그들에게 기가 막힌 임무를 하달한다. 지도를 잘 보는 블레이크로 하여금 동기와 함께 데본즈 2연대로 가서 지휘관 매켄지 대령한테 공격 중지 명령서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2연대 1600여 명이 후퇴하는 독일군을 쫓는다고 하였는데, 사실 독일군은 전략적 후퇴로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었다.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는 블레이크의 형을 포함한 2연대를 살리기 위해 불과 얼마 전까지 적군이 진을 치고 있었던 곳을 통과해 하루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크후와시으 숲에서 2연대와 조우해야 했다. 무인지대를 지나 독일군 진영을 지나 이쿠스트 마을을 지나는 여정이었다. 해가 떨어지면 출발하자는 스코필드의 말을 자르고 블레이크는 호기롭게 한낮에 바로 출발한다. 


무인지대를 무사히 통과한 후 독일군 참호에 들어갔다가 함정에 빠져 다치고 만 스코필드,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바로 다시 출발해 마을에 들어선 그들, 공중전을 구경한다. 곧 독일군 비행기가 추락하는데, 블레이크가 섣불리 도와주려다가 외려 칼을 맞고 만다. 허무하게 죽어버린 블레이크... 이제 스코필드 혼자 말도 되지 않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고 진짜 여정을 떠난다. 그는 과연 2연대를 구할 수 있을까?


영화의 완성도를 책임진 완벽한 '촬영'


영화 <1917>는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와 영화가 내보이는 메시지에서 명백한 특장점을 보인다. 한두 가지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함을 지향하려 했고,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들어맞았다. 특히 바로 눈에 들어오는 건 영화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슈퍼 롱테이크다. 이 정도면 원테이크라고 봐도 무방하다. 롱테이크 기술이 무조건 좋다고만 할 순 없지만, 좋은 롱테이크는 수작, 명작의 충분조건이다. 


이 영화는 더군다나 족히 80% 이상은 외부에서 진행되었다. 영화 촬영에 있어 조명은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요소인데, 자연의 빛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어렵고도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두 촬영 기술을 접목시켜 환상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한 가지 얹히자면, 전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전장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작업 또한 선결되어야 했을 테다. 


이 작업을 완벽하게 완료하여 사실상 영화의 완성도를 책임진 장본인은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이다. 어디서 들어봤음직한 그 이름은, 코엔 형제와 드니 빌뇌브와 샘 멘데스 감독 등 거장들의 작품을 도맡아 한 데서 자연스럽게 들었을 것이다. '빛의 마술사' '무관의 제왕' 등으로 불린 그는, 유독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는데 무려 14번의 노미네이트 끝에 지난 90회 아카데미에서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촬영상을 수상했고 이번 92회에서 <1917>로 수상하였다. 과연, 그가 아니면 안 되는 결과였다. 


개인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개인의 위대함을 상기시키다


<1917>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샘 멘데스가 할아버지의 경험담에서 영감을 얻어 필모 최초로 각본에 참여했다는 하니,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의 이어짐은 없을 거라 생각되지만 메시지는 궤를 같이 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수없이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전장에서 단 한 명을 구하기 위한 희생의 메시지로 인류애를 전하려 했다면, <1917>은 수많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여정을 떠나는 한 명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개인의 위대함을 상기시키려 했다. 


<1917>은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떠앉은 말단 졸병의 힘겨운 여정을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상당히 철학적이다. 전쟁영화이지만 전투나 전쟁의 모습이 거의 비춰지지 않고, 대신 스코필드로 하여금 목적지까지 가게끔 도와주는 인물들과 적군보다 더 문제시되는 환경과 시간이 있을 뿐이다.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앤드류 스캇, 리차드 매든 등 초호화 멤버들이 그야말로 한 시퀀스만을 위해, 즉 영화를 위해 기꺼이 얼굴을 비췄다. 무슨 말인고 하면, 이들은 그 무게감이나 중요도에선 조연급이지만 얼굴을 비춘 시간은 카메오급이란 것이다.


블레이크와 스코필드의 여정이 갖는 철학적 함의는 환경과 시간에서 연유된다. 수천 만의 군인이 생사를 가르는 전쟁(제1차 세계대전은 협상국과 동맹국 도합 7000만 명이 넘는 병력이 동원되었다)에서 개인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할 테다. 더욱이 제1차 세계대전은 보병의 힘이 극대화된 참호전의 양상을 띄었기에, 한낱 보병 개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도구에 불과했다. 


<1917>은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1600명의 연대 병력을 살리는 모습을 내보이며, 개인의 정체성, 중요성, 위대함을 상기시켰다. 우린 영화를 보며 응원하게 된다. 독일군도 영국군도 아닌, 동맹국도 협상국도 아닌,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를 말이다. 블레이크가 죽고 나선 스코필드에게 오롯이 가닿는 시선과 마음의 방향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명작 전쟁영화가 탄생했다. 이래서 전쟁영화는 계속되나 보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1917, 개인, 샘 멘데스, 위대, 정체성, 제1차 세계대전, 졸병, 철학, 촬영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상적 이야기와 치명적인 디스토피아 세상 <인셉션>

오래된 리뷰 2019. 8. 27. 08:00
728x90



[오래된 리뷰] <인셉션>


영화 <인셉션>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2008년 <다크 나이트>라는 슈퍼 히어로 영화로 '천재'에서 '거장'으로 거듭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이 영화의 흥행과 비평 양면 큰 성공을 바탕으로 워너브라더스에서 큰 돈을 투자받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보라는 전언과 함께. 그에 놀란은 10여 년 동안 갈고 닦은 시나리오로 2년 만에 <인셉션>을 들고 와 또 한 번 흥행과 비평 앙면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둔다. 


놀란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 <덩케르크>까지 워너와의 윈윈 작업을 이어나간다. <다크 나이트> 이전, <배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 또한 함께 한 그들이다. 그리고 내년 개봉 예정인 국제 첩보 액션물 <테넷>도 함께 할 예정이다. 15년 여를 함께 한 놀란과 워너의 작업물들 중 최고는 단연 <다크 나이트>일 테지만, 놀란의 독자적인 천재성이 돋보이는 <인셉션>도 또 다른 최고가 아닐까 싶다. 


범죄 및 스릴러 장르에 천착해 온 놀란은, <인셉션>을 기점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를 선보였다. 그러는가 하면, 기획과 제작과 프로듀서 방면으로도 발을 넓히기도 했다. 놀란에게 <인셉션>은, 그의 이름을 알린 <메멘토>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평을 듣는 <다크 나이트> 이상 가는 의미를 지닌 영화라 하겠다. 그 놀라운 이야기의 간략한 줄거리를 살펴보겠다. 


꿈속에 침입해 생각을 주입하는 '인셉션'


코브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과 꿈을 공유하고 타인의 꿈속에 침입해 비밀을 추출해내는 추출자이다. 그는 사이토라는 일본 기업가의 비밀을 추출해내려 하지만 실패해 고용주 코볼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코브의 실력에 감탄한 사이토는 역으로 그에게 협박 및 제안을 한다. 코브는 죽은 아내와 얽힌 사건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처지인데, 사이토가 해결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코브가 해야 할 일은 꿈속에 침입해 비밀을 추출해내는 게 아니라 생각을 주입하는 '인셉션'이었다. 


사이토가 제안한 일은, 사이토 기업의 경쟁 기업이자 세계 에너지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피셔 모로우의 후계자 피셔의 머릿속에 '물려받은 기업을 분할하겠다'는 생각을 심는 것이었다. 코브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위해 드림팀을 조직한다. 기존의 한 팀인 포인트맨 아서와 함께 하고, 교수인 장인에게 설계자 아리아드네를 소개받고, 위조꾼 임스와 약제사 유서프를 물색해 찾아낸다. 사이토는 관광객이지만 직접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함께 한다. 


한편, 코브는 팀원들 몰래 매일 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아내 맬과의 기억을 투영한 꿈의 세계를 유영하며 기억의 최하층에 맬의 무의식을 가둬놓는 실험도 병행하고 있었다. 때문에 맬은 코브가 임무에 임할 때마다 무의식 형태로 등장하며 방해를 했고 그 방식은 점차 대담·대범해졌다. 불가능에 가까운 인셉션 임무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끝없는 난관 위의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절대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 그곳엔 무엇이 있는지. 


꿈과 현실의 환상적 이야기의 이면, 디스토피아


영화 <인셉션>의 주된 내용 자체는 거창하지 않다. 드림팀을 조직해 불가능에 가까운 큰 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나 최동훈 감독의 '케이퍼 무비'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영화 내적으론 팀을 조직해 강탈을 주된 목적으로 활동하고, 영화 외적으론 치밀한 각본과 화려한 촬영 테크닉을 자랑한다. <인셉션> 또한 여기에 거의 완벽히 부합한다. 다만, 그 안에 들어찬 이야기 및 의미가 전혀 다르다. 


영화는 우선 강탈이 아닌 주입이 목적인 점이 다르다. 이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데, 한 사람을 규정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는 생각 자체를 주입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 작업이 가능하다면, 가능하다는 점 자체로 이미 전에도 후에도 없을 디스토피아이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했다손 쳐도, 세상이 아무리 파멸에 가까워진다손 쳐도 꿈속에 침입해 생각을 주입한다는 게 가능할까. 또한, 그건 어떤 세상을 불러올까. 생각하기도 힘들고, 생각하기도 싫다. 


영화는 그러니까 놀란 감독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 세상을 우리 앞에 내보였던 것이다. 큰 범위에서 그가 <인셉션> 이전까지 선보였던 '인간 타락'의 끝이자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나의 것이 아니고, 나의 세상이 나의 것이 아니며, 결국 나의 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는... 끔찍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만다. 우리는 영화의 치밀하게 직조된 각본과 화려하기 그지 없는 촬영 테크닉에 압도되고 '꿈과 현실'이라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환상적 이야기에 경도되어 그 이면을 살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있어 보이는 영화


'영화는 영화다'라는 명제 하에 이 영화를 본다면, 이 만큼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하고 쫄깃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찾기도 힘들다. 영화 외적으로 파고들어도 양파 껍질처럼 한없이 뭔가가 나올 것 같은 이 영화는, 그 반대로 영화 내적으로 즐기고 즐겨도 한없이 즐거울 것 같다. 꿈속에 침입해 비밀을 추출하고 또 생각을 주입하는 과정과 방식과 그에 따른 단어들은 마니아틱한 상상력과 DB력을 불러일으키고,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까지 들어가 찰나의 찰나까지 쥐어짜는 쫄깃함을 맛볼 때는 그야말로 100% 이입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해석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떡밥'들은 그 자체로 영화를 둘러싼 재미요소다. 예를 들어, 작년에 8년 만에 밝혀진 결말 부분의 '꿈과 현실 논쟁'이 그것인데 코브가 꿈과 현실을 구분짓는 토템을 돌려놓고는 끝까지 보지 않고 가버렸고 결말이 나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나버렸다. 사실 별거 아닐 수 있음에도 <인셉션>의 가장 큰 논쟁이 그 부분이었는데, 이 영화의 아우라가 어느 정도인지를 반추하는 결정적 모습이라 하겠다. 


한편 이 영화를 보다 훨씬 '있어 보이게' 한 결정적 요소가 음악이다. 각본에 더해 촬영까지 있어 보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한스 짐머 특유의 웅장하면서도 긴장감 어린 음악이 없었다면 상당히 밋밋했을 게 분명하다.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으로 <덩케르크>까지 짐머는 놀란의 음악적 페르소나로 6편을 함께 했다. <인셉션>은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와 더불어 놀란 보다 짐머가 더 돋보이는 영화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인셉션>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에디트 피아프의 마지막 대히트곡 <아뇨, 전 후회하지 않아요 Non, Je Ne Regrette Rien>이다. 극중 꿈에서 나올 때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던 노래, 그 구슬픈 음색 안의 가사는 코브와 맬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에디트 피아프를 그린 영화 <라 비 앙 로즈>는 물론, 영화 <몽상가들>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청춘의 지난날을 감싸기도 했던 이 곡은 참 절묘하다. <인셉션>과 <몽상가들> 모두 꿈에서 빠져나오는 데 이 곡을 쓰지 않았는가. 그러고 보니, 우리네 인생이 그 옛날 장자가 들여다봤던 것처럼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현실이면 또 어쩌겠는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꿈, 디스토피아, 떡밥, 생각, 음악, 인셉션, 촬영, 크리스토퍼 놀란, 환상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이번엔 오스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버넌트>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6. 1. 29. 09:14
728x90



[리뷰]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영화 <레버넌트>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거짓말 같은 실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으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얼핏 생각나는 작품도 몇 가지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애비에이터>,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그리고 <타이타닉>도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아무래도 기막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주연이면 모든 포커스가 그에게 몰리기 마련이다. 그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약관의 나이 때부터 꽃미남의 원 톱 주연으로 수많은 조명을 받아 왔기에, 어느 정도에 이르러서는 중압감을 넘어서 오히려 원 톱 주연 영화에만 출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물론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의 존재감은 월등했다. 


글래스의 피츠제럴드를 향한 기나긴 복수의 여정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 또한 그에게 지극히 어울리는 그런 영화다. 엄연히 이 영화의 주연은 4명, 아무리 좁혀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 2명이다. 하지만 포스터에 오로지 디카프리오 얼굴만 나온 걸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디카프리오 원 톱 주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더욱이 <레버넌트>는 '거짓말 같은 실화'이다. 디카프리오가 벼르고 벼른 느낌이다. 


영화는 스토리보다 연기와 연출, 촬영에 방점을 찍은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은 이 추운 겨울에 봐도 더할 나위 없는 추위가 느껴지는 개척 시대 이전의 19세기 초중반 아메리카 대륙 서부이다.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아들 호크와 함께 모피 회사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인디언 족의 습격을 받아 큰 타격을 받고 도망 다니던 중, 글래스는 회색곰에게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받는다. 


그 타격으로 인해 글래스는 말도 할 수 없고 앉을 수도 걸어 다닐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멀지 않아 죽을 거라고 누구든 예상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대장 헨리(돔놀 글리슨 분)은 남은 인원들이 힘을 합쳐 그를 이송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지형이 나타나자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와 브리저(윌 폴터 분)에게 그를 잘 돌보고 장례식을 잘 치러줄 것을 명하고 자리를 뜬다. 


피츠제럴드와 브리저, 호크 그리고 글래스. 피츠제럴드는 글래스와 호크에게 악담을 퍼붓는다. 글래스에게는 빨리 죽음을 맞이할 것을, 인디언 엄마에게서 난 자식인 호크에게는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었다. 결국 피츠제럴드는 글래스가 보는 앞에서 호크를 죽이고 글래스를 생매장 시킨다. 브리저에게는 인디언 습격 때문에 빨리 자리를 떠야 한다고 거짓말을 한 후 급히 자리를 뜬다. 영화가 비로소 시작되는 느낌이다. 글래스의 피츠제럴드를 향한 기나긴 복수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레버넌트>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레버넌트>를 만들어낸, 연출과 촬영과 연기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전작 <버드맨>으로 아카데미를 거머쥐었다. 또한 <버드맨>의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은 <그래비티>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아카데미를 거머쥐었다. <레버넌트>는 이 둘이 다시금 뭉쳐 1년 만에 돌아왔다. 현재 아카데미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오랜 숙원(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풀어줌과 동시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회 연속 감독상 수상과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의 3회 연속 촬영상 수상이라는 대업적의 신화를 가시화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 세 명이, 이 세 부분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하겠다. 연출과 촬영과 연기. 이 영화가 추구하는 극사실주의를 위해 오로지 자연조명과 불빛 만을 사용했다는 후문은 이미 전설이다. 당연히 인공조명이 수없이 투입되었다고 알고 있고, 현대 영화 제작에서 그건 너무나 당연하면서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런데 그것 제한했다는 건 하나의 도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도전은 잘하면 칭찬을 받지만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이들의 도전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촬영 기법은 어떠한가. <버드맨>으로 가공할 만한 롱테이크 기법을 선보인 바 있는 그들이 이번에도 동일한 기법을 들고 왔다. 예를 들어, 말하는 인물이 바뀌어 카메라를 비추어야 할 때면 화면이 바뀌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인물이 바뀌어 카메라를 비추어야 할 때면 카메라가 움직이곤 했다. <버드맨>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롱테이크를 구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지만, 광활하고 탁 트인 곳에서 롱테이크를 구사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두 눈으로 보고서도 그 동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영화 <레버넌트>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화룡정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 영화에서 연기야말로 가장 빛나는 화룡정점이라고 생각한다. 회색곰에게 온몸을 찢기는 장면은 두고두고 보고 싶지만, 한편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끔찍한 장면이다. 유일하게 CG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그토록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 냈으니 회색곰에게도 영예를 안기고 싶은 심정이다. 그 한 장면으로도 특수 효과의 최고봉을 맛보았다. 난 그렇게 탄생한 회색곰도 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마지막으로 올리는 건 그에 대한 예의 표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혹자는 톰 하디의 연기,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매드 맥스>에서 얼굴을 가리고 나왔음에도 보여줬던 그의 눈빛 연기를 높게 쳐주고 있지만, 역으로 생각해볼 때 그는 그런 연기에만 특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 영화는 디카프리오를 위한 무대였다. 


목을 다쳐 소리를 내지 못하고 온몸이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의 앞에서 아들이 죽어갈 때 보여준 극도의 분노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관자놀이가 터질 것 같고 이를 악 다물고 손톱으로 피가 날 정도로 손을 꽉 쥐게 만들었다. 그가 조금씩 기력을 되찾으면서도 계속해서 위기에 봉착하고 다시 살아나고를 반복할 때면, 죽지 말고 반드시 살아나 아들의 복수를 할 것을 기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제 꼼짝 없이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함께 한 말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모두 꺼낸 후 발가벗은 채로 그 안에 들어가 체온을 보존해 죽지 않은 장면을 봤을 때는, 실제로 몸이 바르르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히며 손이 차가워지면서 온몸에 소름이 끼쳐 어떤 카타르시스 비슷한 걸 맛보게 해주었다. 디카프리오의 팬이 되었다. 그의 연기가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 적이 몇몇 있었는데, 이 영화 또한 그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왠지 앞으로도 더더욱 정진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영화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본 것 같다. 인간이 생존과 복수라는 본능에 충실할 때, 저리도 위대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간의 고뇌를 얘기하는 영화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작금의 할리우드에서 이런 영화가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니, 감사하다고 할까? 이성의 극단 세계에서 본 본성의 극단은 생각지 못한 선물이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그래비티, 레버넌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롱테이크, 버드맨, 복수, 실화, 연기, 연출, 촬영, 추위
  • BlogIcon 空空(공공)
    2016.01.29 10:21 신고

    디카프리오를 조금 더 아시려면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도
    한번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BlogIcon singenv
      2016.01.29 11:04 신고

      네, 잘 알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올랐는데, 도망자의 토미 리 존스에게 내줬죠~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블로그 이미지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by singenv

공지사항

  • 댓글에 대한 공지
  • [책으로 책하다 도서 목록]
  • <오마이뉴스> 서평/리뷰 송고 방침
  • 모든 이미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

    최근...

  • 포스트
  • 댓글
  • 트랙백
  • '삶'이라는 거대한 벽, 풀리지 않⋯
  •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을 살린 그,⋯
  •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
  •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두 거대 인맥⋯
  • 역사에 길이 남을 연쇄 살인마 '요⋯
  • 더 보기
  • 감사합니다~ 시즌3를 기대하고 있⋯
    singenv ㆍ 2020
  • 재미있게 읽었어요 지금 시즌2 보⋯
    개구리 ㆍ 2020
  • 감사합니다! 맞구독합니다~
    singenv ㆍ 2020
  • 구독과 하트 누르고 갑니다 맞구독⋯
    아마추어 리뷰어 ㆍ 2020
  •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래 전 서평⋯
    singenv ㆍ 2020

태그

  • 아포리즘
  • 소설
  • 여성
  • 제2차 세계대전
  • 재미
  • 죽음
  • 역사
  • 성장
  • 사랑
  • 전쟁
  • 넷플릭스
  • 영화
  • 현실
  • 일본
  • 인간
  • 삶
  • 피해자
  • 욕망
  • 책
  • 책으로 책하다
  • 연기
  • 천재
  • 미국
  • 만화
  • 청춘
  • 관계
  • 중국
  • 가족
  • 캐릭터
  • 희망

글 보관함


  • 2021/01
    (9)

  • 2020/12
    (13)

  • 2020/11
    (11)
«   2021/01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링크

카테고리

다양한 시선 (1412)N
신작 열전 (603)N
신작 도서 (303)
신작 영화 (300) N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N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오래된 리뷰 (202)
생각하다 (231)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그대 그리고 나 (17)
서양 음악 사조 (8)
인권 선언 문서 (4)
조선경국전 (5)
중국 영화사 개괄 (5)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카프카의 편지 (6)
팡세 다시읽기 (14)
명상록 다시읽기 (12)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감독과 배우 콤비 (10)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궁극의 리스트 (8)
제9의 예술, 만화 (14)
독립영화의 힘 (4)
생생 스포츠 (10)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첫 문장-아포리즘 (8)

카운터

Total
2,071,715
Today
59
Yesterday
164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singenv's Blog is powered by daumkakao
Skin info material T Mark3 by 뭐하라
favicon

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 태그
  • 링크 추가
  • 방명록

관리자 메뉴

  • 관리자 모드
  • 글쓰기
  • 다양한 시선 (1412) N
    • 신작 열전 (603) N
      • 신작 도서 (303)
      • 신작 영화 (300) N
    •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 N
    •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 오래된 리뷰 (202)
    • 생각하다 (231)
      •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 그대 그리고 나 (17)
      • 서양 음악 사조 (8)
      • 인권 선언 문서 (4)
      • 조선경국전 (5)
      • 중국 영화사 개괄 (5)
      •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 카프카의 편지 (6)
      • 팡세 다시읽기 (14)
      • 명상록 다시읽기 (12)
    •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 감독과 배우 콤비 (10)
      •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 궁극의 리스트 (8)
    • 제9의 예술, 만화 (14)
    • 독립영화의 힘 (4)
    • 생생 스포츠 (10)
    •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 첫 문장-아포리즘 (8)

카테고리

PC화면 보기 티스토리 Daum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