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책하다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장예모'에 해당되는 글 2건

제목 날짜
  • <5일의 마중> 페르소나 '공리'와 함께 돌아온 '장예모' 감독의 신작(6) 2015.01.16
  • <황후화> 과도한 화려함으로 감춰진 '막장' 대서사시(2) 2014.08.14

<5일의 마중> 페르소나 '공리'와 함께 돌아온 '장예모' 감독의 신작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5. 1. 16. 08:00




[리뷰] <5일의 마중>



영화 <5일의 마중> 포스터 ⓒ찬란



공리의 데뷔작이기도 한 1988년 <붉은 수수밭>으로 데뷔한 장예모 감독. 그는 이후 중국 영화사에서 5세대라 칭하는 감독군의 중심에 서게 된다. 5세대는 기본적으로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였지만, 엄격한 검열 때문에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하곤 했다. 한편 중국 전통의 '민족의식'을 신비롭게 포장하여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로 하여금 이국적인 정서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그는 이후 1990년대를 완전히 석권한다. 1991년에 나온 <홍등>을 시작으로, 5개의 작품이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탄 것이다. 이미 1988년 데뷔작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 영화제를 제패했던 그다. 거장은 2000년대 들어서 중국형 블록버스터로 눈을 돌린다. 


2002년의 <영웅>, 2004년의 <연인>, 2006년의 <황후화>까지. 2년을 텀으로, 점점 화려해지고 점점 돈은 많이 투입되었으며, 점점 영화는 안 좋아졌다. 물론 그만큼 자본적으로 대성공을 기록했지만 욕을 있는 대로 먹었다. 언론은 '거장의 추락'을 서슴없이 보도했다. 20세기 중국 영화의 거장은 그렇게 2000년대를 넘지 못하는 듯 보였다. 


페르소나 '공리'와 함께 돌아온 '장예모' 감독의 신작


그런 그가 2014년에 그의 페르소나 '공리'와 함께 돌아왔다. 장예모의 20번째 영화이자, 공리와 함께한 9번째 영화 <5일의 마중>이다. 그들은 80, 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지만 <황후화> 이후 오랫동안 같이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8년 만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것도 과거에 2000년대가 아닌 1990년대의 그 느낌으로 말이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장예모의 연출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영화는 정치적인 느낌에서 시작해 지극히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느낌으로 끝난다. 문화대혁명이 한창일 당시 펑안위(공리 분)와 그녀의 딸 단단(장혜문 분)은 루옌스(진도명 분)이 투옥 중 탈출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루옌스는 교수직에 있었지만 반동분자로 내몰려 투옥 중이었다. 탈출해서 갈 곳이라고는 가족 밖에 없으니, 당에서는 펑안위와 단단에게 경고를 내린다. 우물쭈물하는 펑안위와는 달리 신속 명확하게 반동분자 신고를 할 것임을 맹세하는 단단. 그녀에게 루옌스는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다. 



영화 <5일의 마중>의 한 장면. ⓒ찬란



어김없이 가족들을 찾아온 루옌스. 하지만 그는 아내 펑안위는 만나지 못한 채 딸 단단만 만나고, 다음 날 기차역에서 볼 것을 전한 채 돌아선다. 사방에 감시의 눈이 번뜩이고 있음에도 펑안위는 루옌스를 만나러 가고 그 사이 단단은 아버지 루옌스를 신고하기에 이른다. 결국 펑안위와 루옌스는 바로 눈앞에서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만다. 그리고 3년이 흐른 뒤, 문화대혁명은 막을 내리고 루옌스는 공식적으로 감옥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다. 힘들었지만 잘 된 것 같다. 


모든 것을 바꿔버린 '문화대혁명'


여기까지가 정치적인 부분이다. 너무 정확하다 싶을 정도로 딱 잘린다. 이후의 자잘한 사건들의 복선이 전부 여기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후 다시 만날 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위해 극도의 불행하고 안타까운 장면을 넣어 놓았다. 너무나도 영화적인 스토리이지만 그 시대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화대혁명은 1966년부터 10년 간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에 의해 주도 된 극좌적 사회운동이다. 일종의 권력투쟁인데, 중국 공산당 내부의 반대파들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의 대실패로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이 자본주의 정책의 일부를 차용한 정책을 내세워 실효를 거두면서 권력의 실세로 떠오른다. 이에 권력의 위기를 느낀 마오쩌둥이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부르주아 세력 타파'와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면서 전국을 휩쓸어 버린다. 이 격동은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마오쩌둥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었고, 그 법을 지키지 않으면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꼭 신고를 해야 했다. 그렇게 파괴된 개인과 가정이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장예모 감독 또한 이 비극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고 하는데,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루옌스와 펑안위 그리고 그들의 딸 단단. 


루옌스와 펑안위 그리고 딸 단단의 미래는?


20년 만에 돌아와 같이 살게 된 그들. 루옌스와 단단은 용서 없는 화해, 즉 가족 간의 용서가 필요 없는 화해를 하게 된다. 하지만 루옌스와 펑안위는 그러지 못한다. 3년 전 루옌스와 비극적으로 헤어지고 난 후 심리적 기억상실로 많은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필 이면 루옌스의 얼굴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이제나 저제나 루옌스가 돌아올 것을 믿고 있는 펑안위. 그 앞에 이미 와 있는 루옌스. 하지만 펑안위는 루옌스를 알아보지 못한다. 


루옌스와 단단은 온갖 방법을 이용해 펑안위의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당에서 내려와 루옌스의 신분을 확신 시켜 주고, 루옌스의 옛날 사진을 찾아와 펑안위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펑안위와 루옌스 만이 알고 있는 피아노 선율로 펑안위의 기억을 불러오려 한다. 펑안위에게 5일에 돌아올 거라는 편지를 보내고 루옌스가 기차에서 내려와 극적 상봉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펑안위는 그 어떤 것으로도 루옌스의 얼굴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다만 매달 5일이면 기차역으로 나가 루옌스가 오기 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영화 <5일의 마중>의 한 장면. ⓒ찬란



결국 루옌스는 그동안 그녀에게 쓴 부치지 못한 편지를 가져와 읽어주고 최신 편지라며 가지고 와 읽어주기도 했다. 펑안위는 그렇게 얼굴 모를 그와 친해졌는데, 아픈 그녀 곁을 지키기 위한 루옌스의 가슴 아픈 결정이었다. 그는 그 결정을 평생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펑안위의 기억은 돌아올 수 있을까?


영화는 정치적인 부분이 지나간 다음 완전히 다른 장르가 된다. 가슴 아프지만 너무 아름다운 멜로. 기억을 잃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를 위한 희생과 헌신. 시나리오는 얼핏 <내 머리 속의 지우개>나 <노트북>, 심지어는 <첫 키스만 50번째>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이들 영화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앞 부분이다. 


차원이 다른 슬픔과 '멜로' 장르 본연의 맛


다른 영화들이 굉장히 우연적으로 또는 영화적 기법으로 기억을 잃은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이유는 명백하다. 그녀가 병에 걸린 직접적인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병에 걸려 기억을 잃은 게 아니고 말이다. 슬픔의 강도가 차원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5일의 마중>의 한 장면. ⓒ찬란



공리와 진도명이라면 연기가 넘치고 흘러야 마땅한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더할 나위 없었다고 표현하면 알맞을 그런 연기를 펼쳤다. 연출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과도한 연출을 행할 만 한데, 잔잔하게 진행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눈물샘을 쏙 빼놓고는 다시 보기 힘들게 하는 여타 영화와 다르다. 


장예모 감독의 귀환이 반갑다. 현재가 아닌 옛날 얘기이지만 장예모이기에 괜찮다. 과거를 다시금 되새기는 건 자칫 과거 미화, 그것도 현재와 미래를 애써 부정하고 나서의 과거 미화가 되기 십상이다. 반면 과거를 거울 삼아 현재와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하려는 의도는 그 자체로 훌륭하다. <5일의 마중>은 그것을 나름 훌륭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멜로' 장르 본연의 맛을 완벽히 살려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5일의 마중, 공리, 눈물샘, 마오쩌둥, 멜로, 문화대혁명, 슬픔, 연기, 장예모, 정치
  • BlogIcon 참교육
    2015.01.16 10:00

    처음 방문했습니다. 제 블로그에 링크 걸어놓고 갑니다.
    천천히 와서 읽어야겠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1.18 17:55 신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이미 예전에 링크 걸어 놨답니다 ㅎㅎ
      그런데 예전에 몇 번 방문하셔서 댓글 남겨주시곤 하셨는데요~
      좀 오래되어서리;; 자주 방문 부탁드려요!

  • BlogIcon 늙은도령
    2015.01.16 15:34 신고

    공리가 출발 때의 모습으로 돌아온 영화입니다.
    한 동안 허리우드 진출로 망가졌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온 느낌이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1.18 17:56 신고

      네, 맞습니다.
      장예모와 공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나는 영화였어요.
      정말로 좋았습니다, 이 영화.

  • BlogIcon 언젠간날고말거야
    2015.01.17 23:34 신고

    장예모 감독과 공리도 공리지만 필력에 하트 뿅뿅 달겠네요 ^^*

    • BlogIcon singenv
      2015.01.18 17:57 신고

      아이구... 감사드립니다 ㅎㅎ
      사실 제가 진짜 좋아하는 영화는 따로 있는데, 함부로 리뷰를 할 수가 없더군요~ 필력을 더 키워야 겠습니다!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황후화> 과도한 화려함으로 감춰진 '막장' 대서사시

오래된 리뷰 2014. 8. 14. 07:05




[오래된 리뷰]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황후화>


중국은 무협, 역사 영화를 매년 발표해왔다. 1980~90년대에의 무협 영화는 엄연히 ‘홍콩’이 지배해왔고, 홍콩이 반환된 뒤에는 중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전혀 다른 스타일의 무협 영화들을 탄생시킨다. 홍콩 무협 영화가 스토리와 배우의 액션 위주에 조악한 장치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2000년대 이후의 중국 무협 영화는 역사와 조우하며 ‘대작(大作)’의 면모를 풍겼다. 엄청난 물량 공세 앞에 다른 것이 끼어들 수 없었다.


그 뿌리는 장예모 감독의 2002년 작 <영웅>이라 할 수 있다. 그 전 해인 2001년에 나온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굉장히 절제되고 섬세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액션 신으로 기존의 무협 영화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한편으로 수준을 월등히 끌어올렸다면, <영웅>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개인적으로 중국 무협 영화의 정통성 면에서나 스토리, 영화적 측면에서조차 <와호장룡>에 더 높은 평가를 주고 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 이런 스타일은 거의 사장(死藏)되어버리다시피 하였다. 반면 <영웅>의 스타일은 무협역사 장르로 개발되어 중국 무협 영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장예모 감독은 2004년에 <인연>으로 자신 만의 스타일을 공고히 한다. 이어 2005년에 첸카이거 감독이 <무극>, 2006년에 펑샤오강 감독이 <야연>을 선보이며 물량공세 무협역사 영화의 힘을 과시했다. 그리고 2006년에 장예모 감독은 450억 원의 <황후花>로 찾아온다. 1000억 원은 우습게 여기는 할리우드에 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당시까지 중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액수였다. 물론 여기에는 주윤발, 공리, 주걸륜 등 초호화 배우들의 몸값이 상당 부분 차지할 것이다. 


초호화 배우와 명장의 만남... 역대 중국 영화 최대 제작비까지


영화 <황후花>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황후花>는 돈을 들인 만큼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한다. 때는 당나라 후기, 3년간의 국경 수비를 뒤로 하고 황제(주윤발 분)는 둘째 아들 원걸(주걸륜 분)을 데리고 귀환한다. 이에 황후(공리 분)는 황금빛 찬란한 황제 귀환식으로 맞이하려 한다. 하지만 황제는 급작스러운 귀환에도 모자라 급작스러운 귀환식 취소를 단행한다. 뭔지 모를 위화감과 불안감이 팽배하는 황궁.


한편, 황후는 3년 사이에 첫째 아들 원상(루예 분)과 정을 쌓았다. 외로워서일까. 아니면 황제와의 사이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황제가 황실 주치의에게 명해 황후에게 계속 독약을 먹게 해 죽이려는 한다는 사실에서, 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점점 미쳐가는 황후와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원걸. 사실 원걸 만이 그녀의 진짜 아들이었다. 다른 두 명의 왕자 원상과 원성에게는 죽은 생모가 있었다.


어느 날, 황후는 밀정에게 시켜 독약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밀정의 사정과 정체를 알게 된다. 그 밀정의 정체는 원상과 원성의 생모였다. 그녀는 황제에게 배신당해 일가가 몰살당하고 자신만 겨우 살아났던 것이다. 이를 덮으려고 그녀를 죽이려는 황제와 그녀를 살리려는 황후.


결국 그녀는 죽고 말지만, 죽기 전에 황제 가족이 모여 있는 9월 9일 중양절 전야 황궁에서 모든 사실을 폭로한다. 이 폭로로 원상과 원성 형제는 각각 원성과 황제에게 죽임을 당하고, 원걸은 사전에 준비했던 반란을 시도한다. 금빛 찬란한 갑옷으로 무장한 반란군은 황후가 열성을 다해 장만한 국화꽃 모양의 스카프(?)를 메고 황궁으로 돌진한다.


황제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였던 황제의 깃발을 쓰러뜨리는 원걸. 10만 명의 황금빛 갑옷 반란군은 계속 전진한다. 검정빛 갑옷의 황제군은 성(城)과도 같은 엄청난 크기의 방패로 황궁을 막은 후, 빠져나갈 문을 막고 반란군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병사가 활시위를 당긴다. 그 엄청난 기세는 한 순간에 무너진다. 뭔가를 보여줄 것만 같았던 엄청난 대규모 전투신도 속절없이 끝나버리고 만다. 그리고 영화도 곧 끝난다.


<황후花>는 참으로 허무한 영화다. 계속보고 있으면 질릴 정도로 너무나 화려한 배경에 비해, 막장과도 같은 스토리 그리고 너무나 허무한 결말은 실망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장예모 감독은 <영웅>, <연인>으로 이미 색채와 이미지에서 일가견이 있음을 증명했다. <영웅>에서는 장면마다 달라지는 갖가지 색깔로 인물의 심리를 표현했고, <연인>은 주로 자연을 상징하는 초록색의 이미지로 영화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물량공세'밖에 안 보이네... 여운 아닌 아쉬움만 남는 영화


영화 <황후花>의 한 장면. 금빛과 검정의 선명한 대비. ⓒ CJ 엔터테인먼트


<황후花>는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한편으로 대단했던 당나라의 화려함을 상징하듯이, 모든 걸 황금으로 칠해놓았다. 반면 황제군과 황제의 비밀암살단은 검정 일색이다. 이는 무너져가는 당나라 말기를 상징한다 하겠다. 막장 대서사시의 끝을 장식한 건 황금색이 아니라 검정색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장예모 감독은 이 모든 걸 계획한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허무함을 당나라 말기의 국가적 허무함에 치환시키려는 의도인 듯하다. 그 중심엔 황제의 허무함이 있다. 배신을 하여 황제의 자리에 올랐건만 한 시도 편하지 않은 생활. 다시 돌아온 배신의 칼 끝.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아들. 그 어느 것 한 개도 허무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장예모 감독의 패착이다. 허무함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이려 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오히려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어떤 깨달음을 얻기 전에 막장 스토리에 매몰되어 버렸다. 막장 스토리와 더불어, 음악과 연기 등 어느 한 곳에서도 명작의 면모를 풍기지 못했다.


전작과 차별화를 꾀하려 했다는 의도가 보이나 분명 장예모 감독의 스타일에 맞지 않았다. 그의 스타일에 분명 거대한 신과 물량공세적인 면이 있지만, 세밀한 스토리와 색채로 표현되는 그만의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 특유의 여운이 아닌 아쉬움 가득한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현재 무협역사 장르의 영화는 비슷한 스타일로 계속 나오고 있지만, 장예모 감독은 <황후花>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찍지 않고, 또는 찍지 못하고 있다. 영화 내용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공리, 장예모, 장이머우, 주윤발, 황제, 황후화
  • BlogIcon 오렌지수박
    2014.08.14 09:16 신고

    황후화는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화려함의 극치였던 것 같아요. 오랫만에 장예모 감독의 영화들이 떠오르는 군요.

  • BlogIcon 곰돌아재
    2014.09.02 23:38 신고

    동의합니다.
    여러모로 뭔가 아쉬운 영화였어요.
    그나마 물량공세에 약간의
    볼거리는 있었지만...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블로그 이미지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by singenv

공지사항

  • 댓글에 대한 공지
  • [책으로 책하다 도서 목록]
  • <오마이뉴스> 서평/리뷰 송고 방침
  • 모든 이미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

    최근...

  • 포스트
  • 댓글
  • 트랙백
  • 영화계 '왕들'이 귀환해 만든 위대..
  • 결혼에서 이혼으로 가는 선상의 순..
  • 개인 성장, 사회 변화와 함께 하는..
  • 밖은 초대형 허리케인 안은 초대형..
  • 심각한 문제의식을 인상적인 외형으..
  • 더 보기
  • 이 작품이 사랑받지 않을 날이 오길..
    ㅇㅇ ㆍ 10.22
  • 이해하진 않더라도 또는 못하더라도..
    singenv ㆍ 10.01
  • 누구나 한번은 거쳐간 시간이지만..
    여강여호 ㆍ 10.01
  • 결국엔 보는 이들이 느끼는 나름의..
    여강여호 ㆍ 09.20
  • 위기는 항상 생기기 마련인데, 위기..
    singenv ㆍ 07.01

태그

  • 영화
  • 폭력
  • 소설
  • 아포리즘
  • 가족
  • 성장
  • 관계
  • 재미
  • 삶
  • 죽음
  • 역사
  • 만화
  • 욕망
  • 책
  • 미국
  • 희망
  • 중국
  • 피해자
  • 일본
  • 행복
  • 가해자
  • 천재
  • 넷플릭스
  • 여성
  • 인간
  • 현실
  • 연기
  • 전쟁
  • 사랑
  • 책으로 책하다

글 보관함


  • 2019/12
    (4)

  • 2019/11
    (13)

  • 2019/10
    (22)
«   2019/12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링크

카테고리

다양한 시선 (1252)N
신작 열전 (546)
신작 도서 (296)
신작 영화 (250)
넷플릭스 오리지널 (51)N
모모 큐레이터'S PICK (32)N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오래된 리뷰 (184)
생각하다 (231)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그대 그리고 나 (17)
서양 음악 사조 (8)
인권 선언 문서 (4)
조선경국전 (5)
중국 영화사 개괄 (5)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카프카의 편지 (6)
팡세 다시읽기 (14)
명상록 다시읽기 (12)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감독과 배우 콤비 (10)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궁극의 리스트 (8)
제9의 예술, 만화 (14)
독립영화의 힘 (4)
생생 스포츠 (10)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첫 문장-아포리즘 (8)

카운터

Total
1,949,818
Today
170
Yesterday
241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singenv's Blog is powered by daumkakao
Skin info material T Mark3 by 뭐하라
favicon

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 태그
  • 링크 추가
  • 방명록

관리자 메뉴

  • 관리자 모드
  • 글쓰기
  • 다양한 시선 (1252) N
    • 신작 열전 (546)
      • 신작 도서 (296)
      • 신작 영화 (250)
    • 넷플릭스 오리지널 (51) N
    • 모모 큐레이터'S PICK (32) N
    •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 오래된 리뷰 (184)
    • 생각하다 (231)
      •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 그대 그리고 나 (17)
      • 서양 음악 사조 (8)
      • 인권 선언 문서 (4)
      • 조선경국전 (5)
      • 중국 영화사 개괄 (5)
      •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 카프카의 편지 (6)
      • 팡세 다시읽기 (14)
      • 명상록 다시읽기 (12)
    •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 감독과 배우 콤비 (10)
      •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 궁극의 리스트 (8)
    • 제9의 예술, 만화 (14)
    • 독립영화의 힘 (4)
    • 생생 스포츠 (10)
    •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 첫 문장-아포리즘 (8)

카테고리

PC화면 보기 티스토리 Daum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