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썸네일형 리스트형 세상을 조망하는 마틴 맥도나의 시선이 경이롭다 <이니셰린의 밴시> [신작 영화 리뷰] 1923년 4월 1일, 아일랜드 외딴섬 이니셰린에 소소한 사건 아닌 사건이 일어난다. 섬마을 사람 모두가 잘 아는 절친 사이 파우릭과 콜름이 멀어진 것이다. 아니 콜름이 일방적으로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파우릭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을 두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섬에 유일하다시피 한 유흥거리인 펍에서 맥주 한잔을 하며 수다를 나눴더랬다. 콜름을 몇 번이고 찾아가니 그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파우릭이 그냥 싫어졌다며,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니 이름을 남길 뭔가라고 하려면 쓸데없이 수다 떠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콜름에겐 파우릭과 수다 떠는 게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고, 이젠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을 붙잡고 있지 않으려 한다. 본토에서 음대.. 더보기 반지의 제왕 세계에 불시착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던전 앤 드래곤> [신작 영화 리뷰] 에드긴은 한때 '하퍼스'라는 조직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기 한몸 사라지 않고 싸웠다. 보수도 받지 않았기에 더없이 영예로웠다. 하지만 아내와 딸을 건사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레드 위저드에게 아내가 죽임을 당하고 하퍼스의 명예를 저버린다. 홀로 딸을 키우는 도중에 홀가를 만났고 합심해 도적단을 꾸린다.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부활의 서판을 훔치려다가 다른 멤버들은 탈출하지만 에드긴과 홀가는 붙잡히고 만다. 2년간의 옥살이 끝에 탈옥에 성공하는 에드긴과 홀가, 붙잡히기 직전 딸을 부탁한 포지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 사이에 포지는 도적단의 동료였던 위저드 소피나를 자문에 두고 네버윈터 영주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에드긴의 딸에겐 부활의 서판을 재물의 서판이라고 세뇌해선 아빠를.. 더보기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어머니의 그곳을 봐야 한다? <세상의 기원>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아내 발레리와 섹스 후 불 끄고 하는 것도 지겹다느니 왜 오르가즘을 연기하냐느니 불만을 표출하는 남편 장루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선 나가 피아노를 치더니 밖으로 나가 버린다. 오밤중에 산책을 하다가 낯선 이와 섹스를 하는데,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 다음 날 친한 친구 미셸과 점심을 먹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심장이 뛰질 않는다. 사무실로 돌아와 팔굽혀펴기를 해 봐도 심장은 뛰지 않는다. 수의사로 일하는 미셸에게 전화해 와 줄 것을 부탁한다. 미셸의 진단도 똑같다. 심장이 뛰질 않으니 병원에 가야겠지만, 심장이 뛰지 않는데도 버젓이 살아 있으니 병원에 가면 우선 제세동기로 심장에 충격을 주곤 삽관을 하고 산소 호흡기를 달아 줄 것이었다. 그는 의학적 개.. 더보기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현재 <세라비, 이것이 인생!> [리뷰] 영화의 시작은 프랑스에서였다. 19세기 말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의 대중영화를 상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아니 한참 전부터 전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는 건 단연 미국이다. 마치 영화의 진정한 시작은 프랑스가 아닌 미국이라고 다시금 천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뤼미에르 형제 이전에 미국의 에디슨과 딕슨이 이미 영화용 카메라와 활동사진 감상 기구를 발명하였고 영화 스튜디오와 영화 제작사를 차렸다. 하지만 시네필이라면 미국 아닌 프랑스를 동경한다. 세상이 자본주의로 획일화되어 영화 또한 그에 흡수되기 전에는 프랑스 영화야말로 '진정한' 영화의 기준이자 척도였기 때문이다.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던 프랑스였다. 프랑스가 그 답을 더 이상 줄 수 없게 된 건 한참 전이다. 프랑스 영.. 더보기 전쟁의 끔찍함 속 유머, 그보다 더한 원칙과 시스템의 황망함 <어 퍼펙트 데이> [리뷰] 1992년부터 시작된 보스니아 내전이 끝난 1995년 발칸반도의 어느 곳, 내부인과 외부인 콤비가 차를 이용해 우물에 빠진 시체를 끌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시체의 육중한 무게로 밧줄이 끊어지면서 실패한다. 이내 동료들이 당도하는데, 그들도 밧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밧줄이 없으면 시체를 건지지 못하고, 24시간 안에 시체를 건져 우물을 청소하지 못하면 마을의 유일한 식수가 완전히 오염될 것이었다. 그들은 튼튼한 밧줄이 필요하다. 한편, 더 이상의 오염을 막기 위해 시체를 건져낼 때까지 우물을 막아야 한다. 그건 UN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4명인 그들은 2명씩 짝지어 각각 밧줄을 구하기 위해, UN의 도움을 얻기 위해 길을 나선다. 사실 하등 어려울 것 없는 일들이다. 튼튼한 밧줄 하나 없을.. 더보기 이보다 더 '재미'있는 제인 오스틴 원작 영화는 없을 듯 <레이디 수잔> [리뷰] 2017년 사후 200주년을 맞는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 그녀의 작품들은 정전으로 추대되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거의 접해보지 않았다. 18~19세기 영국 귀족의 청춘 연애담을 위주로 하기에 성향 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일 테지만, 그게 하나의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을 테다. 왠지 그렇고 그런 연애 이야기일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당연히 그녀의 작품을 영화한 것들도 거의 접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살아생전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고 많은 인기를 끌었거나 좋은 평을 듣지도 않았다. 20세기 들어서야 대대적으로 재조명 되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그녀의 작품뿐 아니라 처럼 그녀의 인생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정도임에도 거의 접하지 않았다는 건 어지간히도 관심이 없.. 더보기 비쥬얼 쇼크와 적재적소의 묘미, 그리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닥터 스트레인지>를 살리다 [리뷰] 몇 년 전에 이미 개봉일이 잡혀 체계적으로 사전 마케팅을 해오며 기대감을 한층 부풀어 올렸던 영화 가 대망의 막을 올렸다. 가 포문을 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3'의 두 번째 타자로, 2016년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다. MCU의 14번째 영화이기도 한 바, 현재 22번째까지 예정되어 있는 MCU의 주요 연결고리이자 새로운 세계관의 시작이기도 하다. 즉, '멀티 버스'의 시작이다. 어벤져스와는 다른 차원의 적에 대항하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그들은 현실에서 온 '마법사'다. 그렇다는 건 누구나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 되는데, 영화는 거기까지 제대로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대신, 아이들이라면 정녕 넋을 놓고 황홀하게 바라볼 장면들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키.. 더보기 계속되는 인재, 무너지는 대한민국, 꿋꿋이 버텨 낸 두 인간 <터널> [리뷰] 재난은 해마다 반복된다.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은 인간의 손으론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될 뿐 피해를 생략할 수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도 없다. '인재'라 불리는 재난이 있다. 이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도 피해를 생략할 수도 있다. 물론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 실수가 없을 수 없고 완벽할 수도 없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인재'는 하나같이 너무도 어이 없는 실수나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다. 문제는 인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인재가 계속된다는 데 있다. 태초의 원인이 되는 인재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인재가 일어나기도 한다. 차라리 이런 건 양반이다. 종종 인재를 양산시키기도 하니, 새삼 인간이 참으로 대단한 존재구나 싶다. 계속되는 인재, 무너..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