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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봉준호의, 봉준호에 의한, 봉준호를 위한 <옥자> [리뷰] 봉준호 감독의 봉준호 영화는 대체로 직선적인 스토리 라인을 지닌다. 확실한 목표가 거기에 있고, 우리의 주인공은 그곳에 다다르고자 부단히도 노력한다. 그 자체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대, 영화를 통해 가장 재밌게 대리만족 또는 대리경험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에드벤쳐적 요소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단 관객을 끌어모으고는, 봉준호는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다. 그건 다름 아닌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이야기다. 봉준호처럼 필모에서 흑역사가 없는 감독도 드물 것이다. 2000년의 시작에서 로 시대를 앞서간 실험적인 현실 풍자 코미디를 선보이고는, 에누리 없이 3~4년에 한 번씩 작품을 들고 왔다. 여전히 그는 현실을 그리고, 가감없는 코미디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흩뿌리며, 누군가에게는 실험적일 .. 더보기
사랑, 인간, 문학이라는 가깝지만 먼 개체들의 소용돌이 <은교>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박범신 소녀는 데크의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이적요 시인은 소녀에게 낯선 감정을 느낀다. 그건 저돌적이기 그지 없는 '욕망'. 그는 우주의 비밀을 본 것 같다고 말한다. 소녀의 이름은 '은교', 머지 않은 곳에 사는 17살 아이다. 그 아이는 이적요의 서재를 청소하게 되었다. 소설 (문학동네)의 모든 건 은교의 출현에서 비롯된다. 소설은 이적요 시인이 남긴 노트와 그의 제자 서지우 작가가 남긴 일기, 그리고 시인의 후견인이라 할 수 있는 Q변호사의 현재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은교의 시점은 끝내 비춰지지 않는다. 시작은 '시인이 마지막 남긴 노트'인데, 이곳에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사건 전체가 담겨 있다. 소설은 시작하며 그 모든 걸 .. 더보기
위대한 예술가 쳇 베이커의 불행했지만 빛났던 시절 <본 투 비 블루> [리뷰] 천재 예술가, 천사와 악마가 양 어깨 위에 앉아 삶을 조종한다. 천사는 신을 대리해 그에게 천재적인 능력을 주었다. 어느 누구도 감화되지 않을 수 없는, 예술적 능력이다. 그런데 예술가에겐 단순히 '잘'하는 수준을 넘어선 그 무엇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은 그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평생 계속한다. 천사가 아닌 악마가 그 무엇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천사가 준 능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때 악마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악마가 주는 능력은 너무나도 강력하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감당할 수 없기에 무언가가 필요하다. 술이나 마약, 악마를 대리한 것들이다. 위대한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불행했던 시절 위대한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 그는 재즈 음악 역사상 다시 없을 천재 뮤지션인 바, 외모도 출.. 더보기
화가들 생의 마지막 그림, 그들의 삶과 죽음이 거기에 있다 <화가의 마지막 그림> [서평] 여섯 살 때 찾아온 척수성 소아마비, 18살 때 당한 끔찍한 교통사고로 평생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살았던 프리다 칼로.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에 '삶이여, 만세'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오롯이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었기에 오히려 삶에 집착하였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녀가 쓴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 적혀 있었다 한다. 화가들 생의 마지막 그림으로 삶을 유추하다 가수는 노래로 말하고, 작가는 글로 말하며, 화가는 그림으로 말한다. 화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에는 어떤 특별한 뜻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생각해봄직하다. 처음 그린 그림보다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에 그가 더 많이 담겨져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더보기
미술로 시작해 삶과 예술로 끝나는, 미술 오디세이 [서평] 잡다한 지식에의 욕구, 역사의 재미를 알고자 하는 욕구는 미술 분야에도 통용되어, 변변치 않은 이름이나 이론들을 알게 되었다. 서양 클래식을 듣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읊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면, 고흐와 고갱이 어떤 관계에 있었고 프리다 칼로가 다름 아닌 멕시코의 여성 화가라는 것 따위의 지식 정도. 문제는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낄 만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술 앞에서 이성을 총동원하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도 애처롭다. 그래도 어쩌랴. 이리도 인문학적, 아니 잡다한 지식을 주워담을 줄만 아는 것을. 그래도 미술을 대하는 개념이 많이 그리고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어서, 어떻게 접근하든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더보기
[내가 고른 책]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그리고 '모던 아트 쿡북' [내가 고른 책]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모던 아트 쿡북'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 궁리 출판사의 (장우진 지음)디자인하우스 출판사의 (매리 앤 코즈 지음, 황근하 옮김) 는 만화이고, 은 예술과 요리예요.어쩌다 보니, 둘 다 미술과 관련된 책이네요. 개인적으로 만화라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해서, 각종 지식을 만화로 많이 습득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교양 만화도 좋아하는데요. 가 그런 저의 취향과 맞네요. 은 예술과 요리의 콜라보레이션인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콜라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어렵게 하는 건 싫습니다. 저번 주 와 전하려는 메시지는 거의 비슷한 데, 전하는 방식이 완전 다르군요. 이 둘 중에서 를 다음 주 서평의 주인공으로 뽑았습니다.. 더보기
[내가 고른 책] '음식의 언어' 그리고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내가 고른 책] '음식의 언어' 그리고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 어크로스 출판사의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창비 출판사의 (진중권 지음) 는 인문학이고, 은 예술 분야인 것 같아요. 표지와 제목, 책등과 뒷표지 모두 '음식의 언어'의 압승이네요. 저는 책표지가 꽉 차면서도 오밀조밀한 걸 좋아하는데요. 오필민 디자이너가 그런 표지를 참 잘 만들어요. 좋습니다. 반면 개인적으로 진중권 아저씨를 굉장히 좋아하고, 또 이 책이 나올 수 있게 한 팟캐스트 '진중권의 문화 다방'도 챙겨 듣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실망이 큽니다ㅠㅠ 일단 책 표지에 저자의 반쪽 짜리 얼굴을 넣은 게 최대 패착이라고 보고요. 뒷표지에 이 책에 실린 인터뷰이들의 얼굴들이 실린 것 또한 패착이라.. 더보기
<팝, 경제를 노래하다> 오죽했으면 예술로 까지 경제를 말할까? [서평] 예술은 가치는 무엇인가? 먼저 미적 가치가 있다. (위대한) 음악을 들으면, 그림을 보면, 건축물을 감상하면 거기서 느낄 수 있는 미(美)로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 마냥 기분이 좋아지고, 차분해지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보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다음으로 해석 가치가 있다. 예술 작품을 보고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들여다보고 숨겨진 메시지를 푸는 것이다. 예술의 해석 가치를 더욱 높이 사는 사람들은 예술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깎아내리곤 한다. 어찌 보면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해석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여기서 많이 쓰이는 해석은 시대적 배경과 맥락이다. 그 중에서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경제, 정치 등이 핵심이 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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