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어

사라질 이름을 복원한 위대하고 위험한 거짓말 <페르시아어 수업> [신작 영화 리뷰]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프랑스, 젊은 남성 유대인 질은 트럭 뒷칸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 옆 남자가 페르시아어로 된 책을 줄 테니 샌드위치를 주라고 한다. 그렇게 페르시아어 책을 챙긴 질은 처형장에서 모두가 총살당하는 와중에 자신은 유대인이 아니라 페르시아인이라고 하여 살아난다. 천우신조로 수용소의 친위대 대위 중대장 코흐가 페르시아어를 배우고자 페르시아인을 찾는다고 했다. 코흐 대위 앞으로 끌려가는 질, 그는 자신을 레자 준이라고 속이고는 그 자리에서 가짜 페르시아어를 만들어 낸다. 코흐는 반신반의하지만 질은 순발력 있게 대처해 살아나 주방에서 일하며 배식하고 일과 후에 시간을 내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기로 한다. 매일 4개씩 단어를 가르쳐서 전쟁이 .. 더보기
스펠링 비 대회를 통해 들여다보는 미국 이민자의 속내 <스펠링 챔피언을 향하여>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19년 미국 '스크립스 스펠링 비' 내셔널 대회에서 대회 역사상 최초로 8인이 공동 우승을 이뤄냈다. 그 사실만으로도 특이할 만한데, 8인 중 7인이 인도계 미국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우승을 도맡아 했다고 한다. 이 대회가 인도계 미국인들이 개최하여 인도계 미국인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스크립스 스펠링 비 대회를 인도계 미국인이 독식하는가? 미국에서 인도계 미국인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1%에 불과하지만,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스크립스 스펠링 비 내셔널 대회 우승을 독식독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전적'인 이유를 내세웠다. 합당한 이유를 들기가 힘들지 않는가. '원래' 스펠링을 잘 아는.. 더보기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언어 자서전 <문맹> [서평] 살아생전 스위스에 거주하며 프랑스어로 창작활동을 했던 헝가리인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우리나라엔 로 번역된 세 권의 시리즈 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녀는 이 세 권을 포함 9권의 책을 썼는데, 우리나라엔 이 세 권을 포함한 5권만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그녀 자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바, 그녀가 쓴 작품들에 그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삶이. 그녀는 어쩌다가 헝가리에서 스위스에 와 살게 되었고, 왜 프랑스어로 창작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그녀는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가. 코스다운 코스를 밟아보지 못했을 것 같지 않은가. 2004년 그녀는 자전적 소설 을 내놓았다. 2000년대 들어 처음 내놓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택한 것이다. 70대에 .. 더보기
옐로 저널리즘의 폐해를 넘어선 그 폭력의 자화상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지나간 책 다시읽기] 미국의 신문왕 조셉 퓰리처에겐 두 가지 얼굴이 있다. 언론과 신문의 최고 명예와 같은 '퓰리처상'이 조셉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제정되어 100년 넘게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반면 언론과 신문의 최악 수치와 같은 '옐로저널리즘'이 퓰리처에 의해 처음 시작되어 역시 100년 넘게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옐로저널리즘은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찌라시로 돈을 벌려는 자들을 일컫는데, 자본주의 팽창의 폐해라고 볼 수도 있다. 자본가들의 언론을 이용한 광고 수집에 언론들이 놀아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론들끼리의 경쟁에서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더 자극적인 기사를 보낼 수밖에 없기도 할 것이다. 옐로저널리즘은 개인을, 사회를, 나라를, 시대를 속절없이 망쳐.. 더보기
이윤기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 여러 모로 괜찮다 <조르바도 춤추게 하는 글쓰기> [지나간 책 다시읽기]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그리스인 조르바』 등의 번역서,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신화서, 그리고 동인문학상을 탄 『숨은 그림 찾기1』와 대산문학상을 탄 『두물머리』까지. 번역과 신화와 소설 어느 한 분야에서도 모난 게 없는 업적을 이룬 이 사람은 누구일까. 지난 2010년 타계한 고 이윤기이다. 그의 저서를 처음 접한 건 대학에 갓 입학해서이다. 다름 아닌 내 인생 최고의 소설 중 하나인 『장미의 이름』. 정말 오랫동안 힘들 게 읽었지만 영원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 이후 접한 게 그의 신화서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내가 알던 그 이윤기 번역가의 저서가 맞는 지 의심이 갈 정도로, 기존과 완전히 다른 지식 세계를 보여주었다. 아쉽게도 그의 소설을 접한..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