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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세상을 조망하는 마틴 맥도나의 시선이 경이롭다 <이니셰린의 밴시> [신작 영화 리뷰] 1923년 4월 1일, 아일랜드 외딴섬 이니셰린에 소소한 사건 아닌 사건이 일어난다. 섬마을 사람 모두가 잘 아는 절친 사이 파우릭과 콜름이 멀어진 것이다. 아니 콜름이 일방적으로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파우릭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을 두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섬에 유일하다시피 한 유흥거리인 펍에서 맥주 한잔을 하며 수다를 나눴더랬다. 콜름을 몇 번이고 찾아가니 그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파우릭이 그냥 싫어졌다며,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니 이름을 남길 뭔가라고 하려면 쓸데없이 수다 떠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콜름에겐 파우릭과 수다 떠는 게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고, 이젠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을 붙잡고 있지 않으려 한다. 본토에서 음대.. 더보기
짙은 슬픔이 묻어나는, 이런 사건이 또 없습니다 <소피>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96년 12월 23일, 아일랜드 좌남단 코크주의 웨스트코크 지방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 사건이야 일상다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일일 텐데, 이 사건은 남달랐다. 작고 한적한 해변 마을 스컬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살인 사건이었고, 살해당한 이가 '소피 토스캉 뒤 플랑티에'로 프랑스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남편 다니엘은 유명 영화 제작자였고, 그녀 자신도 작가이자 제작자였다. 소피는 스컬의 해변가 언덕에 별장을 구입하고 해마다 찾았다고 하는데, 불과 30대 후반의 나이에 살해당하고 만 것이다. 집 앞에서 둔기로 머리를 강타당한 채 이미 시신이 된 후 발견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과학 수사가 초창기였기에 DNA는 무용지물이었다. 현장엔 범인을 특정지을 만한 어떤.. 더보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봄날의 영화 <브루클린> [리뷰]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여성의 삶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무료한 일상을 뒤로 한 채 막연하게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났거니와 집과 가족과 일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겠지만, 거기에 인생을 건 절박함과 필사적인 모습이 비춰지지 않을 것이기에 쉽게 공감하기 힘들지 않을까. 영화 은 대략 그런 정도의 단펵적인 정보를 얻은 후에 본다면, 훨씬 큰 재미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눈물을 짜내는 절박함 대신 공감 어린 성장 스토리가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놀음과 고민 대신 가족과 집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정한 휴먼 스토리가 존재한다. 큰 갈등 없이 잔잔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우울하지 않은, 하지만 눈물샘을 자극하며 미소까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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