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책하다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소설'에 해당되는 글 24건

제목 날짜
  • [내가 고른 책] '네메시스' 그리고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4) 2015.06.17
  • 일본 소설 편독 걱정과 다양성을 위한 중국 소설 부흥에 대해서(2) 2015.06.13
  • 욕망의 충돌과 분출,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 <젓가락여자>(4) 2015.06.05
  • 망치질로 흩트러진 집을 바로 잡고 사람들의 마음을 잇다 <기다리는 집>(6) 2015.06.01
  • <모던 아트 쿡북> 그림 그리고 글과 함께 먹는 음식은 어떠신지?(4) 2015.05.18
  • <소설가의 일> 지금이 글쓰기의 시대라는 걸 보여주는 책(2) 2014.12.08
  • [소설리스트] 내 인생을 책임져야 할 문제적 소설 리스트(2) 2014.11.09
  • [책으로 책하다] 스크린셀러는 영원하라! 2014.11.07
  • <호밀밭의 파수꾼> 위선과 거짓의 가면을 벗기고픈 소년의 방황(6) 2014.11.06
  • [책으로 책하다] 거장들의 반격(4) 2014.09.04

[내가 고른 책] '네메시스' 그리고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

생각하다 2015. 6. 17. 08:00
728x90




[내가 고른 책] '네메시스'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

문학동네의 <네메시스>(필립 로스 지음//정영목 옮김)

한겨레출판의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퀸터 팔틴 지음//김택환 옮김)


'네메시스'는 소설이고,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는 경제인 것 같아요. 


<네메시스>는 현대 미국 소설의 거장이자 한국의 고은,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단골로 오르는 필립 로스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하네요. 한국 나이로 83세 밖에(?) 안 되는 나이에 절필이라니요ㅠ 문학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고 하잖아요? 오히려 나이가 많으면 풍부한 경험으로 인해 더 좋고 깊이 있는 작품이 나올 텐데요. 개인적으로 필립 로스는 그리 즐겨 읽지는 않지만, 안타깝네요. 일전에 읽었던 <로드>는 정말 좋았었죠.(http://singenv.tistory.com/203) 출판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증명된 흥행 카드를 잃어 아프기도 하겠네요.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는 창업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유럽을 배경으로, 어떻게 창업을 하고 어떻게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풀어나간다고 하네요. 그건 알고 계시겠죠? 누구나 창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장사를 하든 회사를 차리든 프리랜서를 하든지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책을 미리 조금씩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가 더 보고 싶지만, 

필립 로스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네메시스>를 지나칠 수 없네요. 


두 책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요~

 네메시스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네메시스, 문학동네, 소설,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 창업, 필립 로스
  • BlogIcon 조아하자
    2015.06.17 23:00 신고

    절필이라니... ㅜㅜ 안타깝네요

    • BlogIcon singenv
      2015.06.28 18:07 신고

      현대 문학의 대가인데 말이죠ㅠ

  • BlogIcon 별밤러
    2015.06.19 16:11 신고

    장르 불문 다양한 책을 읽으시네요..ㅜ 부럽습니다. 저는 문학이나 인문쪽 그나마도 가끔씩 읽는거 말고 다른 장르는 거의 손도 안 대는 편이에요ㅋㅋ
    나름 편협을 타파하고자 칠월부터는 물리학 책 읽는 세미나 신청햇는데 잘할수잇을지 모르겟습니다 ㅋㅋ

    • BlogIcon singenv
      2015.06.28 18:08 신고

      저도 한 때는 문학만 보고, 또 한 때는 인문만 본 적이 있었지요~ 지금은 재밌고 유익한 거라면 어느 것이든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일본 소설 편독 걱정과 다양성을 위한 중국 소설 부흥에 대해서

생각하다 2015. 6. 13. 08:00
728x90






요즘 일본 소설 잘 나가죠? 미스터리 장르에 많이 기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요. 제가 한 번 세어보았어요. 2015년에 나온 일본 소설이 100권을 훌쩍 상회하더군요. 거기엔 유명한 소설가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어요. 역시 베스트셀러에 대거 올라갔고요. 북유럽 소설과 함께 요즘 소설계를 이끌어 나가는 쌍두마차다운 위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의 소설은 어떠할까요? 2015년에 나온 중국 소설은 30여 권 정도이고, 그 중에서 제대로 된 소설은 10권 안팎. 나머지는 고전 소설의 재탕이 많더군요. 뜬금없이 김용 소설이 다시 나오기도 했고요. 이 중에서 베스트셀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몇 년 전에 나온 '위화'의 소설들이 현재 중국 소설을 지탱하고 있더군요.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중국 하면 떠오르는 '촌스러움'이나 '고리타분' 때문일까요? 실제로 중국 소설은 이런 '중국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게 매력이란 말이죠. 이번에 새로 나온 류전윈 소설가의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또한 그래요. 보편적인 인간들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맞지만, 서술이나 서사 방식 그리고 캐릭터들이 여타 잘 나가는 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촌스럽죠. 


그런데 저는 이런 게 좋습니다. 가식 없이, 빠르지 않고, 너무나 무던한. 그럼에도 중국 소설의 부흥은 요원해 보입니다. 비록 중국에서는 100만 권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고 중국 최고의 문학상을 싹쓸이 했다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나라와는 안 맞나 봐요. 


그래도 중국 소설을 응원하렵니다. 제가 중국학부를 나오고 중국을 좋아해서 이기도 하지만,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요즘 잘 나가는 소설들을 예로 들어볼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를 필두로 한 일본 미스터리 소설들, 사실 거의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물론 저도 이 소설들을 종종 읽고 또 거침없이 빠져드는 그 소설들을 좋아해요. 문제는 잘 나가는 소설들이 판박이 같이 비슷하기 때문이지요. 스스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일본 소설 뿐만 아닌 것 같아요. 제작년에 나와서 대박 친 소설 있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보다 유쾌통쾌상쾌하게 잘 읽히는 소설이 없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이와 거의 판박이 소설이 나와서 아주 잘 나가고 있다고 해요. <오베라는 남자>. 같은 북유럽 소설이고, 비슷한 분위기에 따뜻하고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보니, 다양성 운운할 수가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일본 소설이나 북유럽 소설이 각각 하나의 큰 줄기를 형성해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중국 소설도 보면 하나의 큰 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는 건 중국 소설 자체가 시대를 이끌어 가지 못하다는 것일까요? 시대에 뒤떨어져서?





문제가 중국 소설 자체에 있든, 독자에 있든, 여하튼 안타깝습니다. 여기서 또 생각나는 건 고전 재출간 상황이에요. 일본의 경우, 나쓰메 소세키를 필두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자이 오사무, 오에 겐자부로, 요시카와 에이지 같은 근현대 고전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지요. <겐지 이야기>같은 고전도요. 


반면 중국의 경우는? 중국 근현대 고전 중에 루쉰 밖에 모르지 않으신지요? 들춰보면 루쉰을 비롯해 마오둔, 라오서, 바진, 왕멍 등 대문호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소설가들이 많죠. 그런데 이들 소설은 전혀 꾸준히 출간되고 있지 않습니다. 저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제일 큰 이유는 중국 근현대사 때문일 거예요. 굉장히 정치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배경 안에서 대문호로 인정 받고 있어도 다른 나라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것이죠. 소설이라는 게 그 지역과 그 나라와 그 시대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언제쯤이면 중국 소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지 알 수 없어요. 분명한 건 중국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푸대접을 받는다 해도, 해당 소설가들은 신경도 쓰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죠. 중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훨씬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 소설 판권 최고가는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의 소설가 류전윈이 '나는 판진롄이 아니다' 1억 원 이상이고, 한국 소설 판권 최고가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약 8,000만원입니다. 그래서 제가 걱정하는 건 그들이 아닌 우리 독자들이에요. 편식은 몸에 이상을 낳잖아요. 


주저리 주저리 횡설수설 말이 많았습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루쉰, 류전윈, 부흥, 소설, 일본 소설, 중국 소설, 편독
  • BlogIcon 조아하자
    2015.06.13 20:54 신고

    사실 우리나라 소설도 외국에 가면 중국 소설과 비슷한 취급을 받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책 읽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책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 자체가 시원찮죠. 그러니 잘 안될 수밖에... 아예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영어로 아마존에 전자책 내는게 더 낫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나오고있고 이걸 준비하는 모임도 본 적이 잇어요.

    • BlogIcon singenv
      2015.06.15 18:15 신고

      책 수요층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겠군요, 출판사에서.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욕망의 충돌과 분출,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 <젓가락여자>

지나간 책 다시읽기/한국 대표 소설 읽기 2015. 6. 5. 08:00
728x90




[한국 대표 소설 읽기] <젓가락여자>



<젓가락여자> 표지 ⓒ아시아



"예리한 바늘이 정곡을 찔러 육체에 음산하고 정교한 수를 놓으며 살 속에서 맴돌던 언어를 해방시킨다"


소설가 천운영이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바늘>로 당선되었을 당시의 심사평이다. 소설을 읽는 다양한 이유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바로 '재미'와 '감동'이다. 이 둘만 있으면 그 소설은 나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이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재미'를 고르겠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수록 시선이 바뀌었는데, '감동'조차도 큰 틀에서 '재미'의 요소 중 하나로 편입되었다. 이 둘은 더 이상 동등한 입장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보고 흔히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읽자마자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따위의 말을 늘어놓는다. 거기엔 스토리, 캐릭터, 사건, 형식, 문체, 분위기 등의 요소가 자리 잡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녀의 소설은 재미있을 것 같다


천운영 작가의 소설은 접한 적이 없었지만 그 명성과 함께 스타일은 익히 알고 있었다. 누구는 스타일리쉬하다고 하고, 누구는 그로테스트하다고 하며, 누구는 날카롭다고 했으며, 누구는 불편하다고 했다. 종합해서 내 식대로 해석하자면, 그녀의 소설은 '재미있을 것' 같았다. 흔하지 않고 정형화되지 않았으며 식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젓가락여자>. 제목부터 흥미가 돋지 않는가?


소설은 시종일관 화자의 원맨쇼로 진행된다.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는 식이다. 그래서 서술이 일체 없다. 그야말로 한 번 손에 쥐면 물 흐르듯 자연스레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형식도 이러한데, 내용은 더욱 나를 옥죈다. 다음 장을, 아니 끝 장을 보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든다.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소설이 나의 욕망을 부추긴 이유에서 일까?


화자는 조그마한 독서토론회 모임의 회장이다. 그녀는 회원들로부터 서진이라는 유명한 작가를 한 번 초청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힘 좀 써볼 것을 부탁 받는다. 그녀가 다름 아닌 서진 작가의 학교 후배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반신반의하는 회원들에게 서진 작가와의 첫만남을 이야기해준다. 한 마디 붙인다. 서진 작가가 자신한테 빚진 게 좀 있다고. 


서진 작가의 본명은 양영은이었다. 영은과 그녀는 첫만남부터 뭔가 통하는 게 있어 사 년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어울릴 수 있었다. 그녀는 누가 봐도 정말 멋진 사람이었던 영은에게 인간적으로 반했던 것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영은에게는 남의 기운을 자기 쪽으로 끌어모으면서 단번에 잡아 채는 매력이랄지 마력이랄지 아무튼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영은의 별명은 '고물상'이었다. '고민고물상'. 고민을 가지고 가면 들어본 다음에 해결책을 주거나 방향을 제시해주거나 위안을 주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기 그 고물들이 소설의 소재가 된 것이 아닌가? 그 중에서도 그녀와 할머니 사이에서 있었던 '닭 모가지' 이야기를 고스란히 소설로 옮긴 게 아닌가? 그녀는 추억이 소설로 되살아났다고 좋아하면서도 그 경험을 소설로 옮기는 행위를 비꼰다. 


"제 추억을 소설로 쓴 게 미안해서 자꾸 그렇게 생각하시나 본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언니가 그 글을 베껴 쓴 것두 아니구. 나한테 들은 얘기 소설로 쓴 건데. 언니가 진정성 이런 거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까. (중략) 물론 언니가 그거 쓰겠다고 나한테 허락을 받은 건 아니지만. 내 추억을 누구도 쓰면 안 된다고 상표등록 해놓은 것도 아니고. 내가 소유권 주장하겠다고 나설 사람도 아니고." (본문 중에서)


소설을 관통하는 욕망의 충돌


소설의 서사는 별 게 없다. 독서토론회 회장이 학교 선배였던 유명한 작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이다. 거기에 어떤 갈등이나 마찰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녀의 시각으로만 소설이 전개되기 때문에 잘 살피지 않으면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도 없는 것 같다. 다만 그녀의 말투가 지독하리 만치 비꼬아져 있고, 중간 중간 섬뜩한 말 한 마디들이 오고갈 뿐이다. 


그 한 마디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설을 관통하는 욕망의 충돌이 보인다. 독서토론회 회장인 그녀는 사실 익명의 파워 블로거(리뷰어)이기도 하다. 그것도 서진 작가의 안티 행위를 선도하는. 서진 작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 행위들을 모두 다 캡처해 벼르다가 이 만남을 기해 따지려 한 것이다. 이는 그녀 또한 마찬가지이다. 


먼저 어떤 짓을 한 건 서진 작가였다. 대학교를 다닐 당시, 그녀를 학생회도 아닌 운동권도 아닌 철학 공부회 비스무리한 비밀스러운 조직(학생 운동)에 집어 넣고 자신은 아예 졸업을 해 소설가가 되겠다고 전문대에 들어갔던 것이다. 5학년으로 남아서 총여학생회장으로 출마해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어 있던 것도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야말로 '배신'이었다. 


그녀는 이 배신을 잊지 않고 유명 파워 블로거가 되어 서진 작가의 소설 리뷰를 쓴다. 아니 서진 작가의 소설 리뷰를 쓰며 유명해진다. '진정성' 있는 리뷰. 하지만 그 리뷰는 서진 작가에게 만은 '배신'이었다. 자신에게서 체득한 걸로 자신을 공격하는 짓이었던 것이다. 욕망의 충돌은 계속 이어진다. 


그녀는 서진 작가가 타인의 경험을 가지고 소설을 쓰는 걸 두고 계속해서 비꼬면서 말하고, 서진 작가는 그녀의 블로그 대문에 자신이 대학교 때 해준 이야기를 고스란히 올린 것을 두고 비난한다. 이 둘은 이미 폭발한 게 분명한데, 소설의 형식 상으로 보면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녀의 한 마디에서 유추할 수 있다. 


"언니한테서 깃발을 가져온 건 좀 미안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언니도 내 거 가져가셨잖아요. 

내 닭 모가지." (본문 중에서)


누구라도 한 번 생각해 봤을 것 같은


표절에 대한 욕망인가. 더 크게 보면 글쓰기에 대한 욕망인가. 나만 아는 비밀을 폭로하고 싶은 욕망인가. 이는 소설 쓰기 혹은 작가 되기의 욕망으로 까지 이어지는가. 그녀의 입장에서 더 자세히 보자. 소설가가 되지 못하고 대신 파워 블로거 되어, 다른 방면으로 나마 욕망을 분출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욕망. 


그렇다면 서진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행위는 어떤 욕망인가? 이건 소설가가 소설을 짓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도 평생에 걸쳐 해보지 못할 것이니 남의 이야기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던 박경리 소설가가 될 수 없었던 서진 작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 즉, 남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훔치는 '꼼수'로 소설을 지으려는 질 나쁜 욕망의 분출이었나? 


소설을 읽으며 뜨끔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얘기 같고, 아는 사람의 얘기 같고, 누군가의 얘기 같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한 번은 적어도 한 번은 생각해 봤을 것 같다. 바늘로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이 소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확실한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보장한다. 


아시아 출판사에서 후원하는 '한국 대표 소설 읽기'의 일환입니다.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와 함께 앞으로 계속 됩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감동, 글쓰기, 소설, 욕망, 재미, 젓가락여자, 천운영, 표절, 한국 대표 소설 읽기
  • BlogIcon yk법률사무소
    2015.06.05 09:47 신고

    천운영의 소설 정말 좋아해요!
    생강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젓가락 여자도 읽어봐야겠네요!

    • BlogIcon singenv
      2015.06.07 16:44 신고

      이 소설 보니까 천운영 작가의 다른 소설도 보고 싶어 지더라구요 ㅋ 스타일이 좋아요!

  • BlogIcon 조아하자
    2015.06.05 22:01 신고

    흠... 실제 현실에서는 저 소설같이 배신을 하고싶어도 쉽게 하지 못하죠. 유명한 소설가가 되는 것도, 유명한 파워블로거가 되는 것도 생각보다 많이 어렵답니다. 전자는 시도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후자는 시도해본 입장으로써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 BlogIcon singenv
      2015.06.07 16:45 신고

      흠, 유명한 파워블로거 쉽지 않죠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망치질로 흩트러진 집을 바로 잡고 사람들의 마음을 잇다 <기다리는 집>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6. 1. 08:00
728x90




[서평] <기다리는 집>



<기다리는 집> 표지 ⓒ에스티임



동네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집이 있다. 분명 한 때는 사람이 살았을 텐데, 지금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그렇다고 폐가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꿋꿋하게 열매를 맺으며 잘 자라는 감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이 집에 대한 소문은 으레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집에 대한 소문이 그렇듯 무성하다. 이렇게 되기 전까지 할머니 한 분이 살았고, 그 전에는 한 가족이 살았던 건 분명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된 건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자식들이 부모님을 버렸다는 등의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런 집에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 온다. 그는 다짜고짜 집을 가꾸기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을 하고 물어 와도 대답이 없다. 묵묵히 집을 되살리려 할 뿐이다. 동네 터줏대감인 떡집 영감은 이 집을 지근 거리에서 살피고 있다. 그는 이 낯선 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집이 다시 살아나기를. 


어린이에 맞는 감성, 어른도 공감하는 스토리와 짜임새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동화 작가가 된 황선미 작가의 신작이자 또 다른 어른을 위한 동화 <기다리는 집>(에스티임)의 이야기다. 어린이에 맞는 감성을 유지하되,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짜임새를 견지하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마냥 유치한 게 아니라 잔인한 면모까지 지니고 있는데 <기다리는 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흉물스럽게 버려진 집, 그런 집에 찾아온 정체 모를 이방인, 동네에서 그나마 이 집을 잘 알고 관심도 가지고 있는 떡집 영감, 그리고 역시 누군지 알 수 없는 동네 아이들까지. 책은 집과 둘러싼 비밀을 흩뿌려 놓으며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 않게 만든다.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만으로 서스펜스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한편 문체와 감성에서 동화다운 면모를 놓치 않고 있다. 


"감나무 집을 멍하니 바라보는 남자 얼굴에 햇살이 들었어요. 아픈 데가 건드려지기라도 한 듯 찡그리던 남자는 갑자기 켜켜이 쌓여 있던 것들을 마구 흩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허물어지듯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그러나 꾹 다문 입술이며 깊은 눈초리는 그대로였습니다. 꼭 그렇게 만들어진 사람처럼." (본문 중에서)


한편 흉물스러운 집에는 정체 모를 한 남자와 더불어 동네 아이 태오가 드나든다. 태오는 늘상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남자가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때문이었는지 남자가 집을 살리는 작업을 할 때 태오가 도와주곤 한다. 그런 아이가 싫지만은 않은 듯한 남자. 뚝딱 뚝딱. 그들의 마음을 다듬어주는 망치질 소리가 동네에 퍼진다. 


마음을 단단하게 이어주는 '망치질'


망치질은 무엇을 만들 때 쓴다. 집을 만드는 데 쓰는 건 물론이다. 누군가 혼자서 망치질을 하고 있으면 나도 동참하고 싶어진다. 그건 아마도 사람의 영혼을 깨우는 망치질 소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망치질을 행하는 사람 자체에 관심이 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같이 하고 싶다' '함께 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게 한다. 그리고 같이 망치질을 하며 무엇을 만들다 보면 그 무엇과 함께 서로의 마음도 단단하게 이어지는 걸 느낄 것이다. 


작가가 '망치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망치질 소리로 이어지고 단단해지는 마음. 쪼개져 있던 동네 사람들(현대인)의 마음을 잇고자 하는 의도. 흉물스러운 집이 제 모습을 찾아가는 걸 보고 자신도 모르게 그 의도를 따라가게 되는 사람들. 무엇보다 문제아로만 알았던 동네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알게 해준 집과 낯선 남자 그리고 망치질. 


웃으며 뚝딱 뚝딱.

인사 나누며 툭툭 탁탁.

궁금하던 걸 서로 물으며 툭탁 툭탁.


책은 누군가에 의해 불이 난 집과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낯선 남자, 그리고 그 집과 그 남자가 걱정스러운 태오와 떡집 영감, 위기에 처한 집을 되살리려는 동네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어지며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다. 하지만 끝나기 직전까지 흩뿌려 놓은 비밀들은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그 비밀이 풀려지며 곧 작가의 의도가 훅 감동과 함께 몰려온다. 


동화소설류의 최종 진화판 '기다리는 집'


90년대를 강타한 안도현 시인의 <연어>는 단순하고 간결한 문체와 스토리 라인으로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노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반면 이 책은 작가가 지니고 있는 소설적 역량을 투입해 <연어>보다 더 깊이 있는 소설적 기법과 캐릭터를 부여했다. 시종일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와 끝까지 그 비밀을 드러내지 않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유명한 동화 소설을 뽑자면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있다. 지극히 아름다운 언어. 길이 남을 주옥같은 문장. 온갖 상징으로 가득 찬 배경. 이 작품은 오랫 동안 우리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 우리가 놓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연어>와 <어린왕자>는 분명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다. 물론 현실을 빚대어 표현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소설적인 측면보다 동화적인 측면을 강조해 자칫 유치하다는 시각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기다리는 집>은 그야말로 현재까지 나온 동화소설류의 최종 진화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이런 종류의 책의 기준이 될 만하다. 배경과 캐릭터, 사건 등을 모두 현실 세계로 가져오는 동시에 소설적 기법을 도입해서 단점을 커버해주었고, 문체와 감성적인 면모 그리고 메시지에서는 동화적인 측면을 고수해 장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인기는 <어린 왕자>를 비롯해 <연어>, <마당을 나온 암탉> 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아직은 동화소설에서 얻고 싶은 건 동화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성취'는 있겠지만 그만큼의 '성과'는 없을 것이다. 모험 아닌 모험을 감행한 황선미 작가의 신작 <기다리는 집>을 응원한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기다리는 집, 마당을 나온 암탉, 망치질, 소설, 어른 동화, 어린 왕자, 연어, 황선미
  • BlogIcon 空空(공공)
    2015.06.01 11:46 신고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것에 관심이 갑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6.07 16:42 신고

      저도 그래서 이 책을 골라봤답니다~

  • BlogIcon 키작은풀
    2015.06.01 21:07 신고

    아 저는 제목보고 당연히 집 수리에 관한 안내서나 혹은 인테리어 관련된 내용인가 생각했는데~내용이 굉장히 궁금해지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6.07 16:42 신고

      아, '망치질' 때문에 ㅋㅋ

  • BlogIcon 조아하자
    2015.06.02 22:43 신고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저도 언젠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 BlogIcon singenv
      2015.06.07 16:42 신고

      네, 짧지만 꽤 강렬했지요!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모던 아트 쿡북> 그림 그리고 글과 함께 먹는 음식은 어떠신지?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5. 18. 08:00
728x90




[서평] <모던 아트 쿡북>



<모던 아트 쿡북> 표지 ⓒ디자인하우스



경제가 안 좋아지면 제일 먼저 문화 활동을 줄인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독서 활동. 같은 문화 활동인 영화나 TV가 시간 죽이기를 겸한 스트레스 해소로 오히려 수요가 느는 것과는 다르게, 책은 스트레스를 가중 시킨 다는 것이다. 먹고살기도 힘든 데 무슨 책을 보느냐... 그렇다면 먹고살기 힘들 때조차도 줄이지 않는 게 있을까?


있다. 먹고살기 힘들 때도 '먹는' 건 줄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니까. 먹지 않으면 죽고 말 테니까. 그래서 인가? 경제 불황기에는 먹는 사업이 (상대적) 호황이라고 한다. 이를 이용해 역으로 추적해보자면 요즘은 확실한 불황인가 보다. 


수많은 앱 중에서도 음식 관련 앱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CF를 통해 알 수 있다. 배우 류승룡을 앞세운 <배달의 민족>, 배우 차승원을 앞세운 <요기요> 등. 한편 요리 프로그램이 육아 프로그램을 이어 TV를 장악하고 있다. <삼시세끼>를 시작으로 <냉장고를 부탁해>, <수요 미식회>, <오늘 뭐 먹지> 등, 어림 잡아도 10개는 넘을 것 같다. 


음식을 먹되, 그림 또는 글과 함께 하자


그럼 한 발 더 나아가 죽지 못해 먹을 거라면 이왕이면 맛있는 걸 먹어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맛있게 먹는 법은 사람마다 다를 진데, <모던 아트 쿡북>(디자인하우스)이라는 책이 상당히 고상한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되, 그림이나 글과 함께 하라는 것이다. 


단순히 먹을 것을 그린 그림, 음식을 먹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 혹은 재료나 식기를 그린 그림도. 글은 더 다양하다. 물론 음식과 관련된 글이겠지만, 시도 있고, 레시피도 있고, 산문도 있고, 소설도 있고, 노래도 있다. 이렇게 그림 또는 글과 함께하는 요리는 특별할까? 더욱 맛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특별한 질감과 풍미를 더해 주는 것 같다고 한다. 음식에 관한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면 음식에 대해 즐거움을 얻을 테고, 자연스레 음식에 완벽함을 더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번 해보았다. 음식에 대한 기가 막힌 묘사 글을 읽거나, 완벽하게 짜인 레시피를 접하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 본다. 음식을 만들기도 전에 묘사 글에서 이미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어떻게 만드는 지 레시피를 보고 있을 때는, 어서 빨리 요리를 해서 먹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대할 때의 행복함이란...




<모던 아트 쿡북> 중에서 ⓒ디자인하우스



반면 생각과는 다르게 그림을 볼 때는 별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거니와 냄새도 맡을 수 없는 그림에서는 별 느낌이 없다. 오히려 글에서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림 또는 사진의 연사체라고 할 수 있는 TV를 본다.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있으니 본능적으로 참기가 힘들다. 거기에 얼마든지 글을 얹힐 수 있다.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그들이 하는 요리를 따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 또는 글과 함께 하는 음식과 요리는 '특별하다'


이를 테면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바는 정확하다. 그림 또는 글과 함께하는 요리는 특별하며 더욱 맛있게 해준다. 그걸 함께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이 책에는 다른 게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과 글은 누가 그리고 누가 썼겠는가? 당연히 유명한 이들일 테고, 그들은 여지 없이 음식과 요리를 좋아했다. 이 책을 보면 누가 어떤 음식과 요리를 좋아했고 잘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에 나온 레시피 하나만 간단히 소개해본다. 레시피를 쓴 이도, 레시피의 주인공도 너무 유명하다. 피카소의 상그리아다. 냄비에 와인 1병을 붓고 막대 계피 1개를 넣은 다음 센 불에서 가열한다. 와인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오렌지 3개분의 껍질과 정향 3개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어오르게 둔다. 여기에 아카시아 꿀 4큰술과 코냑 2큰술, 끓는 물 반 잔 정도를 넣고, 아주 뜨거운 상태에서 두꺼운 와인 잔에 담아 낸다. 


아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전형적인 상그리아이지만, 피카소의 레시피라고 하니 왠지 특별해 보인다. 그림과 글이 함께 하는 요리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유명한 이의 그림과 글이라는 점도 있지만, 누군가와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누군가도 나와 같은 요리를 하는 구나, 나와 같은 음식을 먹는구나. 



<모던 아트 쿡북> 중에서 ⓒ디자인하우스



참으로 사랑스러운 음식이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한편 저자는 음식에 대한 찬사를 아낌없이 하는데, 소개해본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그런 음식에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이야. 저자는 달걀에게 다음과 같은 찬사를 건넨다. 심히 동의하는 바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문제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둘 다 하루 중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할 뿐이다." (본문 중에서)


그런가 하면 버섯에 대해서는 첼리스트인 필립스의 회고록 <쇼베네 과수원에서 딴 체리>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버섯이 없으면 우리는 척박한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생물이 만들어 내는 온갖 쓰레기를 분해하는 것이 바로 버섯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버섯은 땅속에서 뿐 아니라 땅 밖으로 나와서도 모든 종류의 식물에 영양을 공급하고 키운다는 점이다." (본문 중에서)


참으로 사랑스러운 음식이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저자의 사랑스러운 글과 유명 화가들의 그리 사랑스럽지는 않은 그림, 그리고 유명 작가들의 사랑스러운 글이 한데 어울린다. 결론적으로는 여기에서 사랑이 배어 나온 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한데, 독자 입장에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바이기도 하다. 


이제 음식을 접하기 전에, 요리를 하기 전에 한 번쯤 그림(이건 쉽지 않으니 TV 요리 프로그램으로 대체!)이나 글로 음식의 '사랑스러움'을 느껴보시라 권하고 싶다. 죽지 못해 먹고살아야 하니 이왕이면 맛있는 걸로 맛있게 먹어보자 이 말이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그림, 노래, 레시피, 모던 아트 쿡북, 사랑, 산문, 소설, 시, 요리, 요리 프로그램, 음식, 피카소
  • BlogIcon 空空(공공)
    2015.05.18 10:52 신고

    흥미를 유발합니다 ㅋ

    • BlogIcon singenv
      2015.05.27 18:04 신고

      전 흥미유발자군요! ㅎㅎ

  • BlogIcon 조아하자
    2015.05.18 22:08 신고

    전 먹는것 넘 좋아해서 큰일 이에요 ㅠㅠ

    • BlogIcon singenv
      2015.05.27 18:04 신고

      저도 너무 좋아하는 걸요? 그렇지만 큰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소설가의 일> 지금이 글쓰기의 시대라는 걸 보여주는 책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12. 8. 07:17
728x90




[서평] <소설가의 일>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

바야흐로 글쓰기의 시대다. 자기계발, 힐링, 인문학 열풍을 넘어 글쓰기까지 왔다. 글쓰기는 자기계발 요소, 힐링 요소, 인문학 요소까지 포괄한다. 더군다나 열풍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일 수 있으려면 대중을 상대로 해야만 하는데, 그렇다는 건 일반 대중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책 읽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책을 만들려는 욕구는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다. 


이는 곧 대중들의 시선이 거의 꼭대기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전에는 책에서만 얻을 수 있던 것들을 더 이상 책에서만 얻을 필요가 없어졌고, 이제는 얻은 정보들을 전해주려 한다. 이럴 때 문학과 같은 비실용서는 설 자리를 잃기 십상이다. 소설, 시, 산문 등. 읽는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도움을 얻을 수 없는 책들. 그래서 같은 글쓰기지만 '소설 쓰기', '시 쓰기'와 같이 그 자체는 

실용적이지만 비실용적인 것을 대상으로 한 책은 시장적 가치가 적다. 


산문으로 시작해서 소설 쓰기로 끝나는 글


그런 면에서 김연수 작가의 신작 <소설가의 일>(문학동네)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책이다. 위에서 말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은 산문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가의 일을 담담하고 유머러스하게 자기 비하까지 섞어가며 재밌게 담아냈다. 그런데 이 책의 실제 정체는 '소설 쓰기' 실용서이다. 소설가의 일이란 게 소설 쓰기인 만큼 자연스러운 전개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위치는 애매모호해진다. 짧은 글들이 산문으로 시작했다가 소설 쓰기로 귀결되기 때문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산문이라는 것을, 그 중에서도 에세이라는 것을 수필이라고 했을 때 거기에 어떤 계몽적인 면모가 들어가면 그 가치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고 만다. <소설가의 일>은 자신의 이야기로 자기계발을 시키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소설가는 이런 일들을 합니다. 소설은 이렇게 써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소설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소설은 어떻게 쓰는 지에 대한 정보를 얻으시고, 잔잔한 감동까지 함께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저자는 '펄펄 끓는 얼음에 이르기 위한 5단계' 라는 애매모호하고 오글거리며 다분히 소설가의 문장스러운 장을 통해 소설가의 '쓰기'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설파한다. 그 5단계 제목들만 나열해본다. 이 제목들도 다분히 소설가스럽다. 즉, 에세이답다. 하지만 내용은 자기계발적이고 실용적이다. 


1.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 

2. 쓴다. 토가 나와도 계속 쓴다. 

3. 서술어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토해놓은 걸 치운다. 

4. 어느 정도 깨끗해졌다면 감각적 정보로 문장을 바꾸되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5. 소설을 쓰지 않을 때도 이 세계를 감각하라. 


자기계발인데 계몽적이지 않다, 비호감이 아니다


한편 이런 이유에서 이 책의 장점을 찾을 수 있다. 비록 자기계발적 요소를 다분히 포함 시켰지만 전혀 비호감이 아니라는 것. 자기계발적 요소는 분명 계몽적이지만, 이 책에서는 계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20년 소설가의 내공으로 독자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분명 소설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지만, 소설가가 될 생각이 꿈에도 없는 사람이 읽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저자는 단지 제목대로 자신이 하는 일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시장적 가치까지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록 한 발을 실용에 걸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시대에 산문의 힘을 보여줬다. 


저자는 소설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세 가지 부분이 있다. 먼저 '열정, 동기, 핍진성', 다음으로 '플롯과 캐릭터', 마지막으로 '문장과 시점'이다. 이 책을 보면 제일 많이 보이는 공식(?)이 있는데,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 + 그에게 없는 것) / 세상에 갖은 방해 = 생고생(하는 이야기)'란다. 이것이 저자가 언제나 쓰고자 하는 이야기이고 소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서 꼭 들어가야 할 것이 '핍진성'이다. 핍진성은 뒤에 나오는 플롯과 캐릭터보다 중요한데, 뜻은 '서사적 허구에 사실적인 개연성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수용하는 관습화된 이해의 수준을 충족시키는 소설 창작의 한 방법'이다. 저자는 핀집성이 소설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토대라고 말한다. 


플롯과 캐릭터 파트에서 제일 중요한 건 '표정, 몸짓, 행동'이다. 저자는 소설가가 하는 일이란 바로 이 표정 및 몸짓과 행동을 알아내는 것이 전부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 '절망'과 '좌절' 그리고 '회복'을 붙이면 소설의 플롯과 캐릭터가 완성된다. 이때 이것들이 중요한 이유는, 소설은 하고 싶은 말을 '말'로 표현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대신 표정과 몸짓과 행동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문장과 시점, 그 중에서도 문장은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설가의 일 중에 하나다. 자연스레 소설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문장에 대한 건 저자의 말로 대체한다. 


"소설가는 문장만을 쓴다. 글을 쓰기 위해 앉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다. 거기에 내가 쓸 내용 같은 건 없다고. 오직 문장뿐이라고. 그것도 한 번에 하나의 문장뿐이라고. 내용이야 어떻든 쾌감을 주는 새로운 문장을 쓸 수 있을 뿐이라고. 끝내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잘 고치는 사람, 그러니까 본인이 만족할 정도로 충분하게 많이...... 남들보다 더 많이 고치는 사람, 그게 다다." (본문 중에서)


소설가가 말하는 '소설가의 일'


책을 읽어보니 소설가가 하는 일이 참으로 많다. 일반적으로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는 소설가의 일이란, 어두침침한 방안에서 부수수한 머리를 헝크리면서 담배를 피우고 원고지를 수십 장 찢어버리기도 하고 술까지 마시면서 힘들게 힘들게 한 자 한 자 써서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다지 할 일은 많아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힘들어 보일 뿐이다. 


반면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소설가의 일은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니 그렇게 보인다. 저자는 본래 소설가의 일을 말했을 뿐이다. 저자가 소설가의 일을 쉽고 재밌게 전달했지만 소설가가 되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됐다. 소설가가 어떤 일을 하는 지 어떤 생각을 하는 지 알게 되었으면 족하다. 소설가가 되는 일에 대한 부분은 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소설가의 일 - 10점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김연수, 동기, 문장, 소설, 소설가, 소설가의 일, 시점, 실용서, 열정, 자기계발, 캐릭터, 플롯, 핍진성
  • BlogIcon 노지
    2014.12.08 08:21 신고

    단편 소설을 써서 공모전에 내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늘 쓰다보면 산으로 가서....(...)

    • BlogIcon singenv
      2014.12.09 22:12 신고

      이야.. 그 꿈 꼭 이룰 거예요 ㅋ
      저도 어렸을 땐 작가가 꿈이었는데요.
      이제는 소설 말고 죽기 전에 책 하나 내는 게 꿈입니다^^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소설리스트] 내 인생을 책임져야 할 문제적 소설 리스트

생각하다 2014. 11. 9. 07:01
728x90




내 인생을 책임져야 할 문제적 소설 리스트


책 블로그를 하게 되면 책에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많이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서평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이더군요. 

이번에 한 번 소소한 책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데요. 뭐 별 거는 없을 것 같아요 ㅋ


간단한 리스트 하나 소개해드릴까 해요. 

일명 '내 인생을 책임져야 할 문제적 소설 리스트' 라고. 

말 그대로 제 인생을 책임져야 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친 소설들입니다. 

명색이 책 블로그인데, 이런 리스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깔끔하게 10권을 뽑아봤는데, 어떠신지요?

그래도 최소한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소설은 없지요?

반면 왜 이 소설이 안 들어 갔지 하는 의문은 많이 드실 거라 생각 되요 ㅋ

그냥 한 번 쭉 훑어 보시고, 들어 본 적이 없다 거나 알지만 읽어 보지 못했다 싶으면

먼저 제 블로그에서 서평을 찾아 보시고 인터넷으로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0123456789

(슬라이드로 보시면 됩니다^^ 순서는 상관없이 넣었습니다. 

아래의 순서도 순위가 아닙니다~)


1.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2.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3. 조지 오웰의 <1984> 

4.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 

5.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6.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7.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8.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9.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

10.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소설리스트에 보내면 시간이 좀 지나서 실어주는데요. 한 번 보내보세요~

저도 큰 기대 없이 보내봤는데 뭐 큰 기대 없을 만큼 보내준 그대로 실어 주셨네요. 

sosullst.com/archives/3827


여러분의 소설 리스트는 어떤지요? 궁금하네요^^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1984, 밤으로의 긴 여로, 소설, 소설 리스트, 오늘을 잡아라,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인간실격, 장미의 이름, 향수, 허삼관 매혈기, 호밀밭의 파수꾼
  • BlogIcon 노지
    2014.11.09 08:44 신고

    저는 제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한가득...ㅋ
    무거운 책보다 그래도 역시 즐겁게 읽는 게 좋으니까요~

    • BlogIcon singenv
      2014.11.09 19:24 신고

      그렇죠. 저도 모든 콘텐츠를 대할 때
      '재미'와 '감동'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ㅋ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책으로 책하다] 스크린셀러는 영원하라!

생각하다 2014. 11. 7. 18:10
728x90




[책으로 책하다] 스크린셀러는 영원하라!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친 신조어 '스크린셀러(screenseller)'. 이 말이 통용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리고 2014년 말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도 그 파워는 여전하다. 이번 시간에는 2014년 11월 현재 파워 스크린셀러를 알아본다. 

스크린이 책을 끌어올리든, 책이 스크린을 받쳐주든 서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콘텐츠들이다. 이들 콘텐츠들을 한 번쯤은 접했을 거라 생각된다. 



1. <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다>




유일하게 책과 드라마 모두 보았고 보고 있는 콘텐츠이다. 

그야말로 너무 재밌어서 까무러칠 정도이다 ㅋㅋ

정말 오랜만에 (웹툰 연재 당시에도 그랬고) 본방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고 있는 드라마. 



2. <나를 찾아줘>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할리우드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의 최신작이다. 

개봉한지 2주가 지났건만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ㅠㅠ

내년 아카데미의 가장 유력한 후보이고, 현재 전 세계 흥행력도 그에 못지 않다. 

북미 흥행에서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고 한다. (월드와이드도 조만간)



3.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웨덴 국민의 1/9 가량(100만명 이상)이 봤고 세계적으로 600만명 이상이 봤다는 베스트셀러. 

우리나라에 건너와서도 그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1위를 밥먹듯이 했다. 

족히 몇 십만부는 팔렸을 듯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소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는 

후문이다. 즉, 훨씬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잠재력을 영화가 가로 막았다는 뜻. 

그럼에도 이리 많이 팔렸다니, 뭘 더 아쉬워하랴?



4. <메이즈 러너>





개봉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그 힘을 발휘 중이다. 거즌 300만명. 

북미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 한국이 제일 높은 흥행력을 선보였다고 한다. 

소설은 이에 힘입어 수직 상승했고, 총 3부작이기에 시리즈 전체가 동반 상승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만 조금 흥미가 갈 뿐, 소설은 읽기 싫다. 

여타 비슷한 종류의 영화들이 반짝 흥행을 하는 반면, 

이 영화는 이토록 오래 힘을 발휘 중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나를 찾아줘, 드라마, 메이즈 러너, 소설, 스크린, 스크린셀러, 영화, 웹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호밀밭의 파수꾼> 위선과 거짓의 가면을 벗기고픈 소년의 방황

지나간 책 다시읽기 2014. 11. 6. 07:06
728x90




[지나간 책 다시 읽기]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 ⓒ 문예출판사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고 3학년이 되기 전 애매모호한 시간을 보냈을 무렵, 학교 도서관을 배회했다. 인생에 있어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명저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니, 꼭 그렇진 않았다. 그냥 원래 도서관을 좋아했고,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한량같이 도서관을 휘젓고 있는데, 정말 우연하게 성장 소설 한 편을 발견했다. 제목은 <호밀밭의 파수꾼>. 무슨 이유였는지 지금으로선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 자리에서 그 소설을 훔쳐왔다. 즉, 도서관 대출을 하지 않고 대출 코드 스티커를 떼어버린 채 그냥 가져와 버린 것이다. 이유없는 반항이었을까, 소설에 대한 알 수 없는 끌림때문이었을까. 홀든 콜필드처럼 모든 걸 증오하고 있어서 였을까.


"그래. 난 학교를 증오해. 정말 증오하고 있어. 그것뿐이 아냐. 모든 게 다 그래. 뉴욕에 사는 것도 싫어. 택시, 매디슨 가의 버스들, 뒷문으로 내려달라고 항상 고함치는 운전사들에다 런트 부부를 천사라고 부르는 엉터리에게 소개되어야 하고, 밖에 잠깐 나가려 해도 엘리베이터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하고, 항상 부룩스에 가서 바지를 맞추어 입는 자실들, 항상....."(호밀밭의 파수꾼, 195쪽, 문예출판사 판)


어찌 되었든 이후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호밀밭의 파수꾼>은 내 인생 최고의 소설로 자리매김 중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는 16세 소년인 홀든 콜필드가 네 과목에서 낙제하여 4번째 퇴학을 당한 후 겪는 2박 3일 동안의 일을 1인칭으로 풀어간 소설이다. 부유한 중산층의 자제인 소년은 왜 이리 세상에 불만이 많은 것일까. 


누구나 겪는 사춘기의 모습일 뿐일까? 위에서 언급한 주인공의 말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속물적이고 허위에 가득 찬, 자신이 속한 중산층의 삶을 증오하고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고 말을 갖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생각은, 현대 사회가 가지는 비인간적인 면에 점점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이 소설은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나 헤세의 <데미안>과는 확연히 다른 류의 성장소설이다. 그건 젊은이들만이 가지는 방황과 일탈, 호밀밭에 머물며 꼬마 아이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걸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을 절묘히 파악한 덕분이겠다.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호밀밭의 파수꾼, 256~257쪽, 문예출판사 판)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콜필드는 결국 집에 돌아갔고,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서부로 도피하고 싶다던 콜필드의 꿈은 미성숙한 인간이었던 청춘의 꿈으로 남게 된 것일까.


꿈을 꾸고 좌절하고 성장하고 포용하고 인정하고 성숙하는 인간. 콜필드가 가장 믿고 존경했던 선생님인 엔톨리니 선생님이 한 말을 통해 콜필드는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통과의례를 지난 것이었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 277쪽, 문예출판사 판)


1952년에 소설이 출간되자 미국 사회는 엄청난 논쟁에 휩싸인다. 한 소년의 성장소설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가 말하는 말 하나하나가 당시 미국 중산층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고 사용하는 언어들도 직설적일 뿐만아니라 비속어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 변호사, 목사를 비난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논쟁이 계속될수록 판매는 급증하고, 윌리엄 포크너는 '현대문학의 최고봉'이라는 격찬을 보낸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1500만부 이상이 팔렸고, 세계 굴지의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뽑은 20세기 최고의 소설'과 미국 여대생들이 뽑은 '금세기 100대 소설'에도 뽑혔다. 한편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2010년 타계했다. 이 소설이 세대를 거듭해 계속 읽히고 현대성을 갖는 이유는 아마도 지금 우리가 허위에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필자는 이 소설을 매년마다 한 번씩 읽는다. 혹자는 단순한 성장소설이라는 점을 들어 '피터팬 증후군'이라도 걸렸는지 알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합당한 이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중학생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설을 읽으며 일종의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설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나와 대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세대 간의 불통(不通)은 존재 자체에서 빚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해결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서로를 알고 싶어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있으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한 사람을 소개한다. '존 레논'을 암살한 자 '마크 채프먼'. 그는 존 레논을 암살한 혐의로 체포될 당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여러가지 추측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마크 채프먼이 정신이상자였다는 설이다. 마크 채프먼은 자신을 존 레논이라 생각하고 앞에 있는 존 레논이 가짜, 허위라고 생각해 그를 암살했다는 것이다. 평소 자신을 홀든 콜필드에게 집착했던 그는, 허위와 기만을 극도로 증오했던 홀든 콜필드처럼 행동한 것이었다. <호밀밭의 파수꾼>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1981년 존 레논을 암살한 마크 채프먼은 종신형을 언도받고 지금도 교도소에 복무중이라 한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거짓, 데미안, 데이비드 코퍼필드, 도서관, 마크 채프먼, 성장소설, 소설, 위선, 존 레논, 퇴학, 학교,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 콜필드
  • BlogIcon 여강여호
    2014.11.06 09:25 신고

    역시 진정한 독서가이십니다.
    좋아하는 책을 매년 한번씩 읽을 수 있는 열정.
    저는 그동안 너무 가벼운 독서를 했나 봅니다.

    • BlogIcon singenv
      2014.11.09 19:22 신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진정한 독서가라기보다는,
      <호밀밭의 파수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BlogIcon !sak@
    2014.11.06 23:49 신고

    저도 10녀전 군대가기전에 읽었던 책입니다 군대가기전 사춘기 시절보다 더 자아방황하던 시기였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성장소설에 관심이 많아져서 다른 책들도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다시 한번 읽어야겠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4.11.09 19:23 신고

      언제 읽어도 재밌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소설입니다.
      또 그때 그때 다른 느낌을 주는 참으로 신기한 소설이구요.

  • BlogIcon 모자장인
    2014.11.17 17:30 신고

    고등학생 때 받은 느낌과 대학생 때, 졸업하고 나서 느낌이 항상 다른 이상하면서도 뭉클한 소설인 거 같아요. 다른사람의 리뷰를 보니 또 새롭네요.

    • BlogIcon singenv
      2014.11.19 22:38 신고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니~
      왠지 동지(?)를 만난듯한 느낌입니다!
      평생 곁에 두고 읽을 만한 작품이죠^^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책으로 책하다] 거장들의 반격

생각하다 2014. 9. 4. 12:20
728x90




안녕하세요? '책으로 책하다'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이런 글을 써본 지가 한참 되니 어색하기만 합니다. 

이번에 급작스럽게 [책으로 책하다]라는 코너를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정말 말 그대로 지금 막 생각나서 시작하게 되어서 참 그렇습니다만, 

간략하게 소개해드리면요~


간단한 주제를 골라서 관련된 책을 몇 권 선정해서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리뷰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의견을 전달하였는데요. 

이 코너는 댓글로 소통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도 하고 투표도 하고자 합니다!


첫 타자는 '거장들의 반격'입니다. 

지난 7월과 8월에 신작을 들고 찾아와 반격을 시도한 거장 소설가들입니다. 

과연 누구일까요? 아마 짐작하셨을 텐데요. 3명의 3책을 뽑아 보았습니다. 





순서대로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민음사)-클릭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문학동네)-클릭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문학동네)-클릭


제 개인적인 취향은 '파울로 코엘료'인데요. 

그의 소설, 대체적으로 어렵지 않고 쉬우면서도 재밌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 스타일이 이제 고루해 지기 시작했고요.

'밀란 쿤데라'는 표지에 나와 있는 작가의 모습만큼 멋이 잔뜩 들어가 있는 느낌입니다.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라는 점을 말씀드려요!)


여러분은 어떤 소설을 뽑으시렵니까?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불륜,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책으로 책하다, 파울로 코엘료
  • BlogIcon 음
    2014.09.05 18:19

    쿤데라, 하루키, 코엘료...다들 이름이 있는 작가들이군요. 오늘 서점에 둘러보니, 불륜이란 제목도 보이고, 남자엾는 여자라는 책도 보이더군요.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어보고서 나름 생각의 깊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하루키와 코엘료는 그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아직 읽은 작품이 없네요. 그래서 읽을 작품을 하나 선정하라고 하면, 일단은 하루키의 작품을 뽑아보렵니다. 하루키가 '위대한 개츠비'를 평가한 말을 좋아하거든요.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은 사람은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나요? ^^ 그러나 코엘료에 대해서도 한 번은 읽어 보고 싶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4.09.05 20:05 신고

      코엘료>하루키>쿤데라 순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줄로 알고 있었는데요~
      꼭 그렇지는 않은가 봅니다 ㅋ
      저는 님과 다르게 코엘료의 책만 읽어보았고,
      하루키와 쿤데라의 책은 읽다가 말거나 읽어보려고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했거든요~

  • BlogIcon 여강여호
    2014.09.05 20:14 신고

    하루키와 코엘료의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요.
    그나마 읽었던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대학시절이 마지막이라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아있을 뿐입니다.
    당시에는 꽤 긴장하면서 읽었던 것 같은데......ㅎㅎ..

    • BlogIcon singenv
      2014.09.06 00:16 신고

      그 어렵다는 쿤데라가 이리도 읽히다니요~ ㅋ
      어려워도 재미있고 잘 읽힐 수 있군요!
      나름 신기합니다~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블로그 이미지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by singenv

공지사항

  • 댓글에 대한 공지
  • [책으로 책하다 도서 목록]
  • <오마이뉴스> 서평/리뷰 송고 방침
  • 모든 이미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

    최근...

  • 포스트
  • 댓글
  • 트랙백
  • '삶'이라는 거대한 벽, 풀리지 않⋯
  •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을 살린 그,⋯
  •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
  •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두 거대 인맥⋯
  • 역사에 길이 남을 연쇄 살인마 '요⋯
  • 더 보기
  • 감사합니다~ 시즌3를 기대하고 있⋯
    singenv ㆍ 2020
  • 재미있게 읽었어요 지금 시즌2 보⋯
    개구리 ㆍ 2020
  • 감사합니다! 맞구독합니다~
    singenv ㆍ 2020
  • 구독과 하트 누르고 갑니다 맞구독⋯
    아마추어 리뷰어 ㆍ 2020
  •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래 전 서평⋯
    singenv ㆍ 2020

태그

  • 여성
  • 영화
  • 만화
  • 책으로 책하다
  • 소설
  • 피해자
  • 현실
  • 넷플릭스
  • 인간
  • 아포리즘
  • 욕망
  • 캐릭터
  • 제2차 세계대전
  • 책
  • 청춘
  • 관계
  • 천재
  • 연기
  • 희망
  • 역사
  • 미국
  • 재미
  • 삶
  • 가족
  • 성장
  • 일본
  • 사랑
  • 중국
  • 전쟁
  • 죽음

글 보관함


  • 2021/01
    (9)

  • 2020/12
    (13)

  • 2020/11
    (11)
«   2021/01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링크

카테고리

다양한 시선 (1412)N
신작 열전 (603)N
신작 도서 (303)
신작 영화 (300) N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N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오래된 리뷰 (202)
생각하다 (231)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그대 그리고 나 (17)
서양 음악 사조 (8)
인권 선언 문서 (4)
조선경국전 (5)
중국 영화사 개괄 (5)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카프카의 편지 (6)
팡세 다시읽기 (14)
명상록 다시읽기 (12)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감독과 배우 콤비 (10)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궁극의 리스트 (8)
제9의 예술, 만화 (14)
독립영화의 힘 (4)
생생 스포츠 (10)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첫 문장-아포리즘 (8)

카운터

Total
2,072,012
Today
35
Yesterday
151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singenv's Blog is powered by daumkakao
Skin info material T Mark3 by 뭐하라
favicon

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 태그
  • 링크 추가
  • 방명록

관리자 메뉴

  • 관리자 모드
  • 글쓰기
  • 다양한 시선 (1412) N
    • 신작 열전 (603) N
      • 신작 도서 (303)
      • 신작 영화 (300) N
    •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 N
    •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 오래된 리뷰 (202)
    • 생각하다 (231)
      •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 그대 그리고 나 (17)
      • 서양 음악 사조 (8)
      • 인권 선언 문서 (4)
      • 조선경국전 (5)
      • 중국 영화사 개괄 (5)
      •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 카프카의 편지 (6)
      • 팡세 다시읽기 (14)
      • 명상록 다시읽기 (12)
    •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 감독과 배우 콤비 (10)
      •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 궁극의 리스트 (8)
    • 제9의 예술, 만화 (14)
    • 독립영화의 힘 (4)
    • 생생 스포츠 (10)
    •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 첫 문장-아포리즘 (8)

카테고리

PC화면 보기 티스토리 Daum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