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학교에 내던져진 아이들의 이야기 <플레이그라운드> [신작 영화 리뷰] 일곱 살 노라는 막 입학한 낯선 학교가 두렵기만 하다. 입학 첫날 아빠의 손을 떼기가 무섭고, 오빠 아벨이 함께 입학해 종종 볼 수 있다고 해도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 선생님이 돌아가며 이름을 말해 보라고 해도 잘 대답하지 않는다. 체조, 수영 등 체육 시간도 무섭다. 점심 때는 오빠한테 가서 밥을 같이 먹으려고도 한다.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다. 어느새 학교에서 웃고 있는 노라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가는 모양새다. 그런데 오빠를 보러 가니 누군가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처음엔 선생님이 와서 말렸고 두 번째엔 선생님한테 가서 말했더니 와서 말렸다. 그런데 세 번째엔 선생님한테 가서 말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괴롭힘이 끝나고 아벨은 동생에게 .. 더보기
예리하게 그려 낸, 가려진 진실의 파국 <빛과 철> [신작 영화 리뷰] 희주는 2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고려필터' 공장에서 다시 일을 시작한다. 오빠 내외가 근처에 살고 있지만 그녀는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한다. 과장으로 일하는 기원은 사장의 특별 지시에 따라 희주를 챙기려 한다. 마음을 다잡고 지내려는 희주 앞에 영남이 나타난다. 그녀는, 2년 전 희주의 남편이 사고를 내 혼수 상태가 된 사람의 부인이었다. 비록 희주의 남편은 죽었지만, 희주로선 그녀에게 한없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둘이 같은 회사를 다니니, 희주는 더 이상 못 다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영남이 희주에게 아는 체를 한다. 희주는 도망가고 만다. 힘든 마음을 부여잡고 퇴근하는데, 어떤 여자 아이가 따라온다. 배를 부여잡고 주저앉길래 희주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 더보기
마침내 시작되었지만 금세 끝나 버린, 나의 전쟁 <자헤드> [오래된 리뷰] 20년 연출 경력의 샘 멘데스 감독 여덟 작품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정식 개봉되지 않은 작품이 있다. 탄탄한 필모로 소문난 그이기에 의아할 수 있겠으나, 처럼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좋지 못한 적도 있기 때문에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2005년에 개봉된 그 작품은 (이하, "자헤드")으로, 샘 멘데스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보면 제이크 질렌할, 제이미 폭스, 피터 사스가드 등 출연자들도 괜찮다 못해 화려하다. 걸프전 소재의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전쟁 이야기라는 점이 조금 생뚱맞기는 하나, 당시에도 이미 드높았던 감독의 이름값으로 충분히 기대가 가고도 남음이지 않은가. 한 번쯤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재미를 찾는다기보단 의미를 찾아 보려 한다. 영화 는 전쟁.. 더보기
따뜻함을 잃지 않고 사회와 개인 문제를 녹여낸 연극 <2호선 세입자> [연극 리뷰] 이호선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관사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현실은 겨우 얻은 2호선 역무원 인턴, 간신히 취업을 했지만 여자친구가 떠나간다. 술에 취해 잠들어 차고지까지 가게 된 호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아무도 없어야 하는 늦은 새벽 전동차 안에서 한 명 두 명씩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그들은 그곳에서 노숙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선은 역장에게 알린다. 역장은 확인 후 본사에게 보고해야 하건만, 그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이나 호선 모두 무사하지 못할 거라며, 호선에게 제안/명령한다. 2호선 노숙자들을 쫓아내고나서 본사에 알리면 호선의 능력을 높이 사 정규직의 길이 열릴 거라고 말이다. 호선은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2호선 노숙자들을 쫓아낼 계획을 세운다... 더보기
고고히 홀로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될, 영화 <조커> [영화 리뷰] 미국 코믹북 시장의 양대 산맥 DC와 마블, '마블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탠리가 1960년대 '판타스틱 4'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을 하기 전까진 DC가 앞섰다고 한다. 영화 판권 시장 역시 슈퍼맨과 배트맨을 앞세운 DC가 앞섰다가, 200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시작한 마블이 완전히 앞서게 되었다. DC도 뒤늦게 유니버스를 창조했지만 역부족,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본래, 마블이 캐릭터를 앞세웠다면 DC는 스토리를 앞세웠다. 그런 기조는 영화로도 이어져, 역대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로 DC의 가 손꼽히게 된 것이리라. 감독의 역량이 크게 좌지우지하겠지만 제작사의 입김이 없을 리 없다. 와중에 DC에겐 절대적 무기가 있으니, 역대 최고의 슈퍼히어로 캐릭터 '조.. 더보기
어느 중년 부부의 난임 해결 고군분투 이야기, 그리고 사사로운 삶 <프라이빗 라이프>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 사는 40대 예술가 부부, 극연출가 리차드(폴 지아마티 분)와 극작가 레이첼(캐서린 한 분)은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아이를 가져보려 애쓴다. 체외수정까지 온갖 방법을 다 써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입양도 쉽지 않다. 관심 끌어보려는 어린 친구의 사기 행각에 몸과 마음만 다쳤을 뿐이다. 의사는 최후의 방법이자 최고의 가능성이 점처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난자를 기증받는 것. 레이첼은 극구 반대하고 리차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득한다. 결국 난자를 기증받기로 한 부부, 하지만 생판 모르는 여자의 난자를 기증받아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차마 못할 짓 같다. 차라리 아는 사람이나 친척의 난자라면 모를까. 그때 마침 리차드의 형 찰리의 의붓딸 .. 더보기
'개인과 시대와 역사'라는 영화의 큰 목적을 완벽히 이룬 영화 <로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알폰소 쿠아론의 1950년대 이후 컬러영화가 대중화되었다지만, 사실 최초의 컬러영화는 19세기 말경에 시작되었다. 그 역사가 100년이 훌쩍 넘은 셈. 이제는 당연한 컬러영화 시대에 종종 고개를 내미는 흑백영화는 자못 새롭게 다가온다. 눈이 호강하다 못해 피곤해지게 만드는 화려한 색감의 '요즘'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왠만한 화려함에는 성에 차지 않게 된 조류의 반대적 개념이라 하겠다. 영화를 위해 흑백을 수단으로 했던가, 흑백 자체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집약적으로 들어 있던가. 최근 들어서도 1년에 한 번은 흑백영화 또는 흑백과 컬러가 교차로 나오는 명작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아니, 현대 흑백영화는 대부분 명작인 것인가. 우리나라 영화로는 등이 생각나고, 외국 영화로는.. 더보기
조각난 관계들을 포옹으로 형성시켜라, 영화 <오 루시!> [리뷰] 일본 도쿄,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중년 여성 세츠코(테라지마 시노부 분)는 조카 미카(쿠츠나 시오리 분)의 부탁으로 영어 회화 교실을 다니게 된다. 일단 무료체험을 하겠다고 나선 길, 수상하기 짝이 없는 학원 내부의 한 교실로 안내된 세츠코는 그곳에서 선생님 존(조쉬 하트넷 분)을 만난다. 그는 미국식 영어를 알려주겠다고 하며 별 거 없는 영어와 함께 과장된 몸짓과 포옹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녀는 루시(lucy)라는 영어이름으로 불린다. 금발머리 가발과 함께. 가발을 돌려주러 갔을 때 다케시(야쿠쇼 코지 분) 즉, 톰을 만난다. 존에게 영어를 배우러 온 그였다. 루시는 그때 존과 깊은 포옹을 하고 남다른 기분을 느낀다. 사랑? 정식으로 등록하러 갔을 때 존은 떠나고 없었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