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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반지의 제왕'에 해당되는 글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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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그래도 2편은 보고싶다, 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2016.07.18
  • 작은 곤충들이 펼치는 <반지의 제왕>? 오히려 더 낫다(2) 2014.06.02
  • 지금 한국은 왜 북유럽에 열광하는가?(25) 2013.07.04
  • '위대한 개츠비'에 올인하는 출판계, 이대로 괜찮은가? 2013.06.15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그래도 2편은 보고싶다, 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6. 7.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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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역사상 최고의 게임 중 하나인 '워크래프트'가 드디어 영화로 나오다. 여러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을 텐데, 개봉을 강행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게임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안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였을까.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UPI코리아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아직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지 않아 PC방도 없었던 그때, 친구들 사이에서 '워크래프트 2 해봤냐, 엄청 재밌다'는 말이 돌았다. '워크래프트'의 존재도 몰랐는데 2가 나왔다니 어리둥절했지만,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실시간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스타크래프트로 옮겨 갔지만, 어린 시절 받았던 그 충격적인 영상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에게 '워크래프트 2'는 최고의 게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는 3이 나온 지도 오래고 4번째 시리즈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나온 지도 오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세계 온라인 게임의 절대강자다. 


1억 명 이상의 엄청난 팬을 거느린 이 게임을 영화계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출시되고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인기를 끌자, 2006년 영화화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10년이 지나 개봉했다. 인기를 가늠해본 것일까, 작업 자체가 힘들었던 것일까. 그 사이 워크래프트의 인기는 미국, 한국 등에서 중국으로 넘어가 있었다. 


원작 게임에 충실한 게임 영화 


영화적으로 스토리 전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전개가 너무 빠르고 불진철했다. 게임을 아는 이는 빨려들듯 영화에 열중할 수 있었지만, 게임을 모르는 이는 시작부터 삐그덕 댔을 것이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의 한 장면. ⓒUPI코리아



지금에 와서 개봉하는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팬서비스 차원이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마니아 층만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가 봐도 미국, 한국 등에서는 흥행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당연한 듯 흥행에 참패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흥행하게 되어 있었다. 당연한 듯 흥행에 대성공했다. 어떤 내용일까. 


영화 콘텐츠는 나날이 하향 평준화 되고 있는 듯하다. 더 이상 새로운 걸 내놓기가 힘들다. 리메이크와 속편이 점점 많아 지고 있는 이유다. 그 와중에 소설, 만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들은 예전부터 많았고 상당수가 잘 되었다. 게임도 시대를 선도하는 콘텐츠 중에 하나이기에 영화계에서 눈독을 들여왔는데, 잘 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기억나는 게 <툼 레이더>나 <레이던트 이블> 정도? 그만큼 불모지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였을까.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다른 게임 원작 영화보다 더 게임에 충실했다. 게임 자체의 방대한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많은 위험을 감수했을 건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빨랐다. 게임을 아는 이는 빨려들듯 영화에 열중할 수 있었지만, 게임을 모르는 이는 시작부터 삐그덕 댔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게임은 자주했지만 스토리는 잘 몰랐음에도 빠른 전개가 나쁘지 않았다. 감히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판타지 시리즈인 <반지의 제왕>와 비교하자면, <반지의 제왕> 같이 느리고 진중한 전개보다 차라리 더 좋았다. '아는 사람끼리 왜 이래'라고 하면 알까?


기대하지 않고 봤기에 의외로 괜찮은 스토리


은근히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들이 의외로 복잡하다.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든 와중에 괜찮았다. 그나마 건진 수확이라 하겠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UPI코리아



'드레노어'에 사는 오크 종족, 그 정예부대는 행성이 황폐해지자 차원의 문을 열어 인간을 비롯한 얼라이언스의 땅 '아제로스'로 쳐들어간다. 오크 종족의 대마법사이자 여러 부족장들 위에 군림하는 굴단의 사악한 지옥 마법에 의해서였다.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의 7종족이 어울려 사는 '아제로스'에서 오직 인간만이 오크 종족을 상대한다. '전쟁의 서막'답지 않은 빠른 전개, 그리고 '전쟁의 서막'다운 소규모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종족의 린 왕, 수호자 메디브와 사령관 로서는 전쟁을 진두지휘한다. 그 와중에 수호자의 제자 카드가와 오크의 노예에서 로서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가로나가 큰 역할을 한다. 한편, 오크 종족은 내분에 휩싸인다. 정예부대를 이루고 있는 3종족 중에서 비교적 약한 축에 속하는 서리늑대 부족의 장인 듀로탄이 굴단의 지옥 마법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생명력으로 시전되는 지옥 마법으로 자신의 고향이 황폐화된 걸 깨닫고 인간 종족과 연결을 시도한다. 과연 성공할까. 


여기에 수호자와 제자, 듀로탄과 그의 절친 그리고 아내와 자식, 가로나와 로서 그리고 굴단, 은근히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들이 의외로 복잡하다.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든 와중에 괜찮은 설정이다. 또한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연상케 하는, 뜻밖의 죽음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마무리도 '전쟁의 서막'의 선을 지켰다. '이 영화는 시리즈의 1탄입니다. 곧 2탄이 나옵니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보았기에 그나마 건진 수확이라 하겠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욕하면서 보고 싶었다.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 기대를 하고 봤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엑스맨: 아포칼립스>이 하나같이 실망스러웠기에, 훨씬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은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앞엣것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한 게 없었다. 어줍잖은 철학을 넣는 것보다 넣지 않는 게 낫다. 


여러 부분에서 괜찮았지만,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특히 스토리 전개와 화면 전환의 유기성에서 상당히 형편 없었다. <반지의 제왕>의 친절함이 새삼 그리웠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UPI코리아



그렇다고 이 영화를 치켜세울 마음은 없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계속되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중국을 제외한) 1편의 흥행 참패로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일반 대중이 챙겨보진 않을 듯하니 이대로의 느낌으로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스토리 전개와 화면 전환의 유기성은 어떤가. 가장 거슬리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몇 마디 말로 대신하는 주요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크와 인간의 '전쟁'인데, 전쟁은 나오지 않고 '전투'만 나왔다. '얼라이언스'의 아제로스인데, 인간만 나온 건 애교로 봐줄 정도다. 시리즈의 1편이라는 걸 강하게 인지하고 캐릭터 각각에 지나치게 생명력을 불어넣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반지의 제왕>의 친절함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증의 시리즈 <반지의 제왕>이다.


중국의 존재로 아마 시리즈는 이어질 것 같다. 1편을 본 입장에서 2편도 보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공부할 필요성을 약간 느낀다. 그러며 '게임'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뭔지 모를 포근함까지 느껴진다. 고맙다고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또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는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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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반지의 제왕, 불친절, 스토리, 오크,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인간, 중국,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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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곤충들이 펼치는 <반지의 제왕>? 오히려 더 낫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4. 6. 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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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랑스산 애니메이션 <슈퍼미니>



<슈퍼미니> ⓒ판시네마



태어나자마자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겨진 무당 벌레(이하 "무당이") 한 마리. 똥파리들의 도발과 위협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혼자 발을 딛게 된다. 하지만 다치게 되어 한쪽 큰 날개를 잃는다. 이후 우연히 흑개미 특공대가 옮기는 각설탕 박스에 탑승하게 된 그는, 도중에 흑개미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특유의 소리를 내어 도마뱀을 쫓아버린 것이다. 흑개미들은 그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동행한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애니메이션 <슈퍼미니>의 시작점이다. 무당 벌레와 흑개미가 본래 공생 관계라는 것을 의식한 구성인지 모르지만, 제법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영화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해서 만들어졌다. 배경의 자연 환경은 실제 프랑스의 유명한 공원이라고 한다. 그 위에 곤충 캐릭터들이 날아다니고 걸어다니고 있으니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한다. 그들의 모험을 한 번 따라가 보자. 어떤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흑개미들이 먹이를 옮기는 데 불개미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흑개미 특공대가 먹이를 구해오기 위해 투입되었다면, 불개미는 그 먹이를 강탈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흑개미 대장이 각설탕 한 개로 불개미를 달래려 하지만 오히려 화를 돋울 뿐이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불개미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험난한 절벽, 물살 센 냇물, 무시무시한 폭포, 강력한 물고기의 위협도 피해야만 했다. 온갖 어려움을 뚫고 흑개미 왕국에 도착한 일행. 무당이는 흑개미 특공대를 구한 덕분에 왕국에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끝까지 쫓아온 불개미 특공대 대장. 그는 불개미 왕국으로 돌아가 불개미 여왕으로 하여금 전군 출동의 명령을 내리게 한다. 



<슈퍼미니>의 한 장면. ⓒ판시네마



이 영화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이라는 특수성에 더해, 내레이션과 대사, 자막이 전혀 없다는 특수성까지 지니고 있다.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조합이다. 제일 궁금한 건 역시 스토리 전개와 상황의 이해에 있다. 그런데 영화는 그것들을 음악과 캐릭터들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적절한 편집으로 충분히 해내고 있다. 


물론 조금의 상상력과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것들이 영화를 즐기는 데 많은 재미를 준다. 예를 들어, 무당 벌레의 도움에 흑개미가 고마움을 표시하고 동행하게 되는 과정, 흑개미 대장이 각설탕 한 개로 불개미 특공대를 달래려고 할 때 불개미들의 반응, 흑개미 여왕이 특공대가 가져온 각설탕을 맛보고 나오는 놀라운 반응 등. 그 표현력에 웃음과 감탄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음악 또한 영화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요소이다. 캐릭터들(무당 벌레, 똥파리, 흑개미, 불개미, 물고기, 도마뱀 등)에 따라 테마를 정해 그들의 성격과 성향을 보여주고, 상황에 따른 다양한 음악으로 그 상황을 설명하였다. 이 또한 상상력과 집중력이 요한다. 그리고 오히려 이것들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슈퍼미니>의 한 장면. ⓒ판시네마



한편, 불개미 왕국의 전군 출동은 곧 흑개미 왕국에게 전해진다. 전투 태세를 갖추는 왕국. 그러나 엄청난 대군과 다양한 공성 무기를 장착한 불개미 군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뿐이다. 이에 비책을 생각해내는 흑개미 대장. 왕국의 과학자에게 찾아가 성냥과 폭죽을 얻어 온 것이다. 폭죽을 통해 불개미 군단을 쫓아내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냥은 고작 한 개. 엄청난 대군을 몰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순간 성냥을 봤던 기억(?)을 떠올리는 무당이. 그는 다친 날개임에도 불구하고 훨훨 날아서 성냥이 있던 곳으로 향한다. 그의 귀환 여부에 따라 흑개미 왕국은 생존과 괴멸을 선택 당하게 될 것이었다. 과연 그는 성냥을 구해와 위기에 빠진 흑개미 왕국을 구할 수 있을까? 


스토리의 일면을 따라가다 보면, 피터 잭슨 감독의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이 떠오른다. 원정을 떠나고, 공성전을 펼치며,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거에 승리를 (비록 많은 아픔이 동반되지만) 거둔다는 내용 말이다. 그 안에 우정, 신뢰, 기다림, 그리움, 행복 등이 다양하게 점철되는 것까지도. 그 뿐만이 아니다. 하나하나의 장면을 따로 뽑아 살펴 보면, 이 안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보이곤 하는 것이다. 



<슈퍼미니>의 한 장면. ⓒ판시네마



오히려 이 아기자기하고 귀엽지만 무시 못할 곤충들의 이야기가 더 알차고 재밌고 감동적이다. 그동안 많은 애니메이션을 봐왔지만, 그 중에서도 작고 귀여운 곤충들의 이야기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깔끔하고 심플하면서 상당한 여운을 주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 보고 상당한 감흥을 받았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과 더불어, 프랑스산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높여주는 데 일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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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무당 벌레, 반지의 제왕, 불개미, 상상력, 슈퍼미니,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자연, 집중력, 프랑스 애니메이션, 흑개미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6.02 09:19 신고

    [어네스트와 셀레스틴]과 견줄만하다고 평가한다면 꼭 보고싶은데요ㅎㅎ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너무 흐믓하게 봤거든요

  • BlogIcon mindman
    2014.06.02 10:11 신고

    흐!~ 재밌겠음.
    예전 우리 아이들 어릴 때 무슨 개민가 하는 것, 아마 쟙스녀석이 세운 회사 작품이었던 것 같았는데,
    재밌게 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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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왜 북유럽에 열광하는가?

생각하다 2013. 7. 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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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지금 한국이 북유럽에 열광하고 있다는 전제를 던지며 글을 시작하고 있음에 당황하고 있는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왠 북유럽? 북유럽이 어쨌다고? 열광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동경하고 있을지 모른다. 북유럽의 문화를, 북유럽의 디자인을, 북유럽의 땅을, 북유럽의 교육을, 북유럽의 스타일을. 예전부터 계속되어온 북유럽에 대한 관심사실 북유럽에 대한 수요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대표적으로 북유럽의 복지 국가 체제에 대한 관심이 있다. 북유럽하면 대표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네 나라인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를 가리킨다. 올해 초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 1,2,3위에 각각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을 선정하였고, 7위로 핀란드를 선정하였다. 이에 큰 연관이 있는 것이 바로 이들 나라가 대표적 복지 국가라는 점에 있다.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북유럽의 복지 모델은 강력한 노동조합을 배경으로 사회민주당이 정권을 획득하여 정치개입에 의한 재분배 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왔다. 이런 정책 하에서 시민은 노동 시장에서의 퇴출 문제와 평균적 생활수준의 유지가 보장된다. 이는 노동자가 퇴직을 하고나서도 계속된다. 노동자들의 1인당 GNP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세금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그들이 받는 혜택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이다. 마음 편하고 여유로운 삶의 기준과도 같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 ⓒ뉴라인 시네마

북유럽의 신화에 대한 수요 또한 꾸준히 있어 왔다. 게르만 민족의 신화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와 쌍벽을 이루는 풍부하고 장대한 이야기이다.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킨 바 있는 소설이자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작가가 북유럽 신화를 기초로 창조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영화 <토르>의 배경과 등장인물들은 북유럽 신화와 동일하다. 이는 <어벤저스>에도 어느 정도 이어졌다. 오딘, 토르, 발키리, 로키, 지크프리트 등의 이름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광풍이 되어 돌아온 북유럽에 대한 수요예전부터 기본적으로 있어온 북유럽에 대한 수요에, 요즘의 새로운 관심이 더해져 북유럽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다. 대표적으로 북유럽의 문화, 북유럽의 디자인, 북유럽의 교육 등이 있다. 최근에 나온 책들로 그 내막을 간단히 들여다본다. 

스웨덴 하지 축제 ⓒ북유럽문화원


<살고 싶은 북유럽의 집>(북하우스엔), <북유럽의 집>(한스미디어)을 보면 북유럽의 집 즉, 디자인은 실용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한다.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북유럽이기에 일찍이 자연친화적 구조를 실천하고 있었고, 여기에 심플한 디자인과 높은 실용성을 매개한 것이다. 이는 디자인적 요소에서 국한되는 것이 아닌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 까지 통용된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을 하든 힐링을 찾는 지금, 힐링적인 요소와 기능성까지 갖춰가는 북유럽의 스타일에 매료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스칸디식 교육법>(경향에듀)를 보면, 북유럽 교육법은 높은 자존감과 행복지수를 자랑한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상함과 단호함으로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스칸디맘', '스칸디대디'라 칭한다. 우리나라와는 사회적 환경도, 교육체계도 다르지만 정서적인 부분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웨덴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가구판매 기업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중국, 일본 등지에는 이미 진출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타국보다 자국 물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을 터. 그만큼 북유럽 스타일에 매료된 한국 사람이 많아졌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세계 문화를 이끌어갔던 미국과 서유럽 문화의 위상이 점점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빡빡한 경쟁 위주의 일상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휴일이 계속되는 삶보다, 휴일같은 일상과 휴일같은 휴일이 계속되는 삶을 살고 싶어졌나 보다. 우리의 롤모델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그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삶의 체계를 한 번에 바꾸기에는 무리가 따를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바뀌고 있고, 바뀔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피로사회'의 종말을 기도해본다. 다른 누가 아닌 내가, 당신이 이끌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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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노르웨이, 덴마크, 반지의 제왕, 복지 국가, 북유럽, 북유럽 신화, 스웨덴, 어벤저스, 책으로 책하다, 핀란드
  • BlogIcon 포장지기
    2013.07.04 08:21 신고

    좋은 내용 잘 읽고 갑니다..
    오늘도 신나는 하루 만들어 가세요^^

    • BlogIcon singenv
      2013.07.04 08:49 신고

      감사합니다. 포장지기님^^
      좋은 하루 되시길~

  • BlogIcon 새 날
    2013.07.04 09:46 신고

    북유럽 하면 역시 합리적이며 수수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더군요. 가구를 비롯해 애기용품 등 점차 북유럽 문화가 침투해 들어오는 듯합니다. 다양성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역시나 가격이 문제겠군요.

    • BlogIcon singenv
      2013.07.04 10:11 신고

      예, 맞아요.
      그런 이미지를 앞세워 점차적으로 침투해 들어올 듯 해요.
      이쪽에서 부추기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 BlogIcon 티코햄
    2013.07.04 14:06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에서 역사학 석사 공부하시고 귀국해 낸 박수영(현재 이숲) 작가님의 '스톡홀름, 오후 두시의 기억'을 인상깊게 보고 북구의 사민주의 및 협동조합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1인으로서 위와 같은 글이 참으로 반갑네요. 제가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이 분을 제가 속한 독서모임에 초대해서 다음주에 하게 됩니다. 마침 석사 논문을 보강해 최근 출간한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의 서론에도 "나를 '한국인'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튼튼한 토양으로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떠올리곤 한다"라는 언급이 있을 정도니까요. 이 작가님이 북구 사민주의에 열광하시는 분이시거든요. 시간 되시면 윗 글과 연계해 함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7.04 14:26 신고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얼마 전에 신간 살펴보다가 본 기억이 나네요.
      상당히 독특한 시각과 해석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단편적 지식만 가지고 쓴 글이서 부끄럽네요~
      더욱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아요.
      말씀주신 책도 살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내일로
    2013.07.04 16:21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북유럽에 대한 이미지는 여유로움, 혹은 평온함 정도로 대표되는 것같아요
    아무래도 북유럽이 더 각광을 받는 것은 우리에게 부족한 그 어떤 여유로움이랄지 평온함과 같은 요소들을
    대리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이것은 최근 우리나라가 각박해 져서 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나라 민족 특유의 특성 (어떤 부지런함이랄지 너무 근면한 것, 다소 급한 성격)때문은 아닐 까 생각해 보네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7.04 17:12 신고

      네, 그 말씀도 맞는 것 같네요.
      북유럽 이미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출발해,
      이제는 그 욕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듯 합니다.

  • 이쏀쓰
    2013.08.26 02:45

    북유럽 국가들이 무조건 세금을 많이 걷기때문에 복지국가고 그래서 행복한 것일까요?
    북유럽은 북해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배경으로 소수의 국민들이 복지를 누리는 형편입니다. 북유럽 GDP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건 아시나요? 거의 10만불입니다. 여기서 세금 50%떼가도 5만불남죠.
    이사람들은 세금내도 남는게 많아서 많이 걷어도 하고싶은것 다 할 수 있는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왜 세금을 많이 걷을까요? 단순히 복지때문에? 아니죠. 인구밀도가 정말 낮은국가들입니다. 또한 험준한 산맥과 빙하지형으로 인해 설비에 돈이 많이 드는 등, 세금을 이용한 공공사업부문에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지요.
    저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 여유로움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분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항상 간과하는 것은 실제 벌이에 비해 눈이 상당히 높고 욕심이 많다는 점 입니다. 명품 좋아하고, 유행에 민감하는 등.. 주변시선을 많이 의식하죠. 저사람은 저렇게 부자인데 왜 난 이런가? 이런식이죠.
    제가 서유럽만 가봤어도 빈부의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소박하게 살아도 좀 없이살아도 'so what?'이런 마인드가 자리잡고 오히려 자기가 무슨일을 하던지간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서방국가들이 사회적으로 분배가 잘되고 여유롭고 그런것은 과거에 그들이 세계전쟁의 주도자였다는점.. 기본적인 삶의 태도가 우리나라와 다르다는점.. 이런것을 이해하고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치적뻘글
    2013.08.26 09:42

    하지만 우리나라에 북유럽같이 민주가 들어가는 당이 들어가면 안되 . 개네가 정치하면 망하거든 .김x中 이나 노통 처럼 말이지 .

  • 포장없는적나라함
    2013.08.26 09:50

    그냥 울나라 민족 자체가 좀 못살면 결혼도 못하고 콩가루니 욕하는 조선시대적 사대나 하던 양반제도가 머릿속에 대한민국이란 나라로 바뀌어도 계속 박혀있으니 .그런것이지 솔직히 아래 댓글처럼 근면 성실이 다른 민족에게 비교하자면 그러하긴 하지 .근대 서양애들이 보기엔 빠르고 열심히 보여 좋다 .그런점은 좋은데 .서두르는거 좋은거 아니다 .건물 짓는거 서양애들이 지으면 정말 천천히 지어 .그래서 다른나라 3~4년 걸릴꺼 울나라 사람들 1년이나 1년 반만에 지으니 건물이 급하게 지어져서 오래 안가 .서양 건물 보면 50년 되어도 멀쩡하다 .근데 울나라 50년 이상된 콘크리트건물은 학교같은거 아니면 잘 없다 .빨리빨리 하면 까먹는것도 많고 절대 좋은거 아니다 .좀 여유있게 차분하게 꼼꼼하게 치밀하게 오랫동안 완성도 높게 생활할 필요가 있다 .문화적으로 바뀌어야 하는것이다 .

    • 나그네
      2013.08.26 23:23

      .님이 복지에 대해서 이야기 많이 하는데 한국에서는 결국 안되는거다라는 것을 이야기 하는 건가요. 뭐 그럴지도 모르죠.
      복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선진국적 개념과 의식 입니다.
      국개의원들한테 쓸데 없이 혜택은 많이 주는 것 부터가 잘못 되었어요. 첫 단추가 거지 같은데 뭐가 잘 될까요?
      나라가 돈이 많고 잘 살면 뭐할까요? 국개의원이 지들만 쳐먹을려고 당파싸움만 해재끼는데....

      정치가 투명해져야 복지고 뭐고 나발이고 가능한거에요.

      관광수입이 더 많은 나라들도 저정도 복지 국가 못하는 나라가 줄로 서 있습니다.

      뭔가 열심히 글을 쓰려고는 했는데 진짜 말도 안되는 말 많이 하시네요.

      지지할만한 정당도 없지만 자연은 그대로 둬야 회복이 되는 건 개도알고 소도 알고 아메바도 아는데 4조원씩 들여서 4대강 같은거 안하고 정치가 핀란드의 반만 투명하게 되어도 복지가 조금씩 실현되는 겁니다.


  • 2013.08.26 11:45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8.26 14:34 신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공감에 올라가서요ㅋ
      사인사색이 괘도에 올라가서 다른 분들 공감 콩꼬물만 먹다가
      우연치 않게 되었네요~
      말씀 주신 부분 작업 한 번 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 .
    2013.08.26 13:11

    저런나라는 관광수입이 워낙많아서 국민들에게 세금을 안걷어도 될정도로 국고가 넘쳐납니다
    평일 오전10시에 공원이나 까페에 사람 바글바글 합니다
    개데리고 조깅하고 잔디밭에 누워서 자빠져자고있는사람 천지입니다
    저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일까,,,?
    알고봤더니 예상대로 직업이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헌데, 노르웨이는 실업을당하면 원래받던 급여의 90%를 5년간 지급하더군요
    한마디로,, 예, 맞습니다, 직업이 없어도 됩니다, 백수라도 평생을 풍족하게 살수잇는 나라더군요
    이러한 막강한 복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세금만으로는 안되고, 굴러들어오는 꽁돈, 즉 막대한 관광수입이 있어야합니다
    또한, 인구가 많으면 사회인프라비용이 갑절로 더들어가기 떄문에 적당히 적은인구가 필수구요
    프랑스는 아무리 관광객 많아도 인구 6천만이라 스웨덴식 복지는 불가능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지상낙원같은 목지가 가능합니다

    • ㅁㅁ
      2013.08.26 19:58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그렇다쳐도 핀란드가 무슨 관광수입으로 먹고사는 나라입니까? 거긴 IT관련 산업 비중이 큽니다. 관광산업 활성화는 덜되어있는 나라에요

  • 양주동
    2013.08.26 15:13

    느낌 아니까?
    스웨덴의 어느 국경 근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를 들렸다. 할리데이비슨 같기도 한 남자들의 로망 오토바이 2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헬멧을 벗는다. 앗~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헬멧을 벗는게 아닌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누구의 간섭과 눈치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 그거이 북유럽 스타일 아닐까?

  • momstouch
    2013.08.26 17:13

    저는 공대공부만 10년 넘게 해오면서 너무 공돌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교양과목으로
    "문화인류학"에 관련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이 수업에서 문화 공리라는 것도 대략 들었고.. 뭐 아무튼 굉장히 유익한 수업이었어요.
    수업중에 기억에 남았던 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에 북유럽의 디자인 특히 가구가 왜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가.. 에 대한 내용 이었는데 교수님께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시더라구요.(물론 몇가지 이유는 제시해 주셨지만 결론은 북유럽의 디자인이 특별할 것없다는 것이 결론이었어요.) 그 때 수업을 너무 경청해서인지(?) 한국에 부는 북유럽 바람이 썩 좋아 보이지 않네요.

  • 콜랙터
    2013.08.26 19:20

    북유럽...신화때문에 유명하죠 게임소제라던가소설소재로쓰기딱좋은이야기거리가많으니까

  • ㅇㄹㅇ
    2013.08.26 21:24

    북해유전하고 목재, 철광석 갖다팔아서 돈버는 나라랑 애초에 비교하는자체가 모순

    우리나라같이 지하자원없고 땅좁아서 관광상품없는나라는 그냥 제조업으로 먹고 살아야지

    저런나라하는것처럼 복지타령하면 나라 조지는거

    누구는 저게 안부러운줄아나.

  • 김 똘방
    2013.08.26 21:29

    빈부 없이 경제적으로 잘사는 비법,, 자원이 많아.. 끝.

  • ㅇ;ㅣ이ㅏ;
    2014.01.07 08:52

    한국은 산업구조 정부구조 정치 사법 입부 거의가 부패여서. 어지간희 부패척결은 불가능해보인다. 부패척결 싱가포르와 북유럽 핀란드 복지로 행복한 나라 복지로 국민생존권.. 한국 정치상황은 불가능해 보인다


    핀란드는 재분배. 복지끝내준다 치과보험 공짜다. 완전 뮤료. 대학원 ㅗㄱㅇ짜 생활비 90만 나옴


  • 2014.02.05 16:29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또만났네
    2014.10.07 17:08 신고

    안녕하세요. 블로그 내용이 좋아서♡ 블로그모음 서비스인 블로그앤미(http://blogand.me) 에 등록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BlogIcon singenv
      2014.10.07 18:54 신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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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에 올인하는 출판계, 이대로 괜찮은가?

생각하다 2013. 6. 1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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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셀러를 돌아보며, 출판계를 걱정한다]스크린셀러(Screenseller)는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의 합성어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제작되면서 다시금 주목받는 원작 소설을 가리키는 말이다. 본래 베스트셀러였던 원작이 있는가하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원작이 있다. 원작의 인기와 상관없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면서 원작이 인기를 얻게 된 케이스이다. 엄밀히 말해서 스크린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 때와 빌렸을 때의 인기의 차이가 꽤나 크다. 그리고 이런 양상은 최근들어 더욱 심해졌다. 이는 영화계의 콘텐츠 갈증 현상과 출판계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영화계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 있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스토리 위에서 영상미를 입혀야 하는 영화는, 대중들이 점차 극도의 영상미를 추구함에 따라 기본적 스토리를 등한시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영화만을 위한 각본가는 설 자리를 잃고 만 것이다. 이런 차에 대중들의 눈썰미가 올라가고 탄탄한 스토리까지 찾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탄탄한 콘텐츠를 찾게 되었다. 대표적인 스토리 콘텐츠인 소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사실 영화계는 이미 90년대 들어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소설들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박범신의 <미지의 흰새>, 조정래의 <태백산맥>,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시절에는 원작과 너무나도 똑같은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시너지가 폭발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태백산맥> 원작 소설과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원작 소설과 영화

출판계는 영상과 IT 혁명이 일어나며 콘텐츠의 전통적 강자의 자리를 잃게 되었다. 점점 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자, 영상과 IT 혁명의 수해자인 영상 콘텐츠로 눈을 돌린다. 최대 콘텐츠 산업이자 출판계보다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영화계였다. 애초에 영화 개봉을 겨냥해 신(Scene) 중심의 소설들이 나오는가 하면, 화려한 영상미를 소설에 장착시키기도 하였다. 이들의 앙상블이 빚는 시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좋은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미의 시너지를 넘어, 베스트셀러가 주는 신뢰와 무지막지한 마케팅의 힘이 고스란히 영화로 옮겨갔고 다시금 거꾸로 소설로 돌아왔다. 또한 원작을 틀어 감독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조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주거니받거니하며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경우,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 그리고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크린셀러의 완벽한 아성을 굳혔다. 이어서 <헝거 게임> 시리즈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즉, 스크린과 베스트셀러 간의 합작이 아주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왼쪽부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 원작 소설과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원작 소설과 영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올해도 어김없이 스크린셀러의 힘이 강력하다. 지난 해 박범신의 <은교>,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등에 이어서, 올해도 <라이프 오브 파이>(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고령화 가족(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등의 강세가 이어졌다. 이들 영화는 본래 소설로 충분히 입증이 된 콘텐츠를 영상화 시킨 것이어서, 몇몇은 흥행 돌풍을 일으킬 정도였다. 자연스레 소설 또한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열풍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이다. <위대한 개츠비>(바즈 루어만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가 한국 2013년 5월 16일 개봉에 맞춰, 출판사들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실시한 것이다. 전에 볼 수 없던 대대적인 마케팅이다. 또한 전에 없이 수많은 출판사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재출간하였다. 먼저 거대 출판사 두 곳에서 기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를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각각 위대한 개츠비 미니북과 영화포스터 5종 엽서세트,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영한대역 특별판과 페이크노트를 증정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50% 할인이야 기존에도 수많은 출판사들에서 시행하는 것이지만, 각종 상품 증정 행사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런 대대적 마케팅에 힘입어 국내 주요 서점(yes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알라딘, 반디앤루니스)에서 10위권 내에서 20위권 내까지 포진하고 있다. 어떤 출판사들은 '전략'과 '꼼수'를 쓰기도 하였다. 또 다른 거대 출판사는 영화 개봉에 맞춰 재번역해 애초에 아주 싼 값에 출간하였다. 페이지 수를 살펴보았을 때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값이다. 아무래도 기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출판사들의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료된다. 다른 출판사는 애초에 실용서로 포진해 출간하였다. 실용서는 정가제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맹점을 이용한 '꼼수'라도 해도 무방하다. 출간 즉시 50% 할인 판매를 실시하였다. 또한 2013년 3월부터 지금까지 약 2개월 동안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 관련 서적만 거의 30종에 이르고 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먼저 원작 <위대한 개츠비>가 갖는 '위대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30년대의 '재즈시대', '잃어버린 시대'를 배경으로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과 상실을 그려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저없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로 꼽는다. 기본적으로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0만부 이상이 팔린다는 이 소설이 30년만에 리메이크된다니, 출판사에서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는 것이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여기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작용한 것이리라. 2013년 6월 10일 현재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전 세계 2억 8천 만불, 북미 1억 3천 5백 만불, 한국 14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개봉 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소설 판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그동안의 '스크린셀러'의 일생(?)을 관찰하며 습득한 것이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스크린셀러 열풍에 대한 시선이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점점 축소되고 있는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의견과 한 쪽으로 너무 치우쳐 출판의 다양성을 해치고 특정 출판사에 부(副)가 쏠린다는 의견. 솔직히 어느 의견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영화계가 언제까지나 소설에서만 콘텐츠를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경우, 이미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활개를 치고 있고 애니매이션 또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얼마 전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크게 성공하고 있다. 크게 보면 대부분의 웹툰이 책으로 출간되기에 출판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웹툰이 출간되는 것보다 영화로 직행하는 경우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자명하다. 앞으로 출판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본다. 


"오마이뉴스" 2013.6.13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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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반지의 제왕, 베스트셀러, 스크린셀러, 영상 콘텐츠, 영화, 영화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위대한 개츠비, 은밀하게 위대하게, 책으로 책하다, 출판계, 태백산맥, 해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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