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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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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시대적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그린 신화적 로맨스 <조> 2019.07.24
  • 복수를 생각하는 전신마비 환자에게 다가온 최첨단 기술의 유혹 <업그레이드> 2018.09.07
  • <바이센테니얼 맨> 고귀하게 죽는 길을 택한 '로봇'(11) 2014.05.16
  • 로봇에게 위로받는 인간...이 얼마나 불행한가!(6) 2013.07.15

현시대적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그린 신화적 로맨스 <조>

모모 큐레이터'S PICK 2019. 7. 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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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조>


영화 <조>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그리스 신화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의 이야기가 전한다. 그는 키프로스의 여인들을 경멸했다고 하는데, 매춘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는 게 그 이유였다. 현실 여성을 멀리한 채 조각에만 몰두한 피그말리온, 너무나도 아름답고 이상적인 여인 조각상을 만들고는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는 그것에게 정성을 쏟으며 사람 같은 대우를 해주었고 급기야 아프로디테 신에게 간청해 그것은 그녀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피그말리온은 그녀 갈라테이아와 결혼해 자식까지 두면서 잘 먹고 잘 살았다.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수많은 예술 작품으로 리메이크되었고 또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다.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고,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좋은 영향을 미처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도 유명하다. 여기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모티브로 쓰인 또 하나의 작품이 우리를 찾아왔다. 영화 <조>, 특별한 로맨스에 천착해오고 있는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신작이다. 그의 작품들은 지난 2011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작 <라이크 크레이지>를 시작으로 국내에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후 꾸준히 선보인 작품들은 다름 아닌 로맨스물, 하나 같이 영상과 음악의 톤앤매너가 굉장히 감각적이다. 최신 로맨스 영화의 첨단이자 한 축을 이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다만, 그에 비해 한없이 떨어지는 스토리의 빈약함이 큰 단점이다. 보는 맛과 듣는 맛은 출중하지만, 영화가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지 않은가. 꾸준히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을 연작처럼 내놓고 있는데, <조> 이후 힘든 갈림길에 봉착하지 않을까 싶다. 균형을 찾길 바라며 영화로 들어가본다. 


로봇 조와 인간 콜의 사랑


영화 <조>의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조(레아 세이두 분)는 커플의 연애성공률을 분석·예측해 제공하는 연구소에 일한다. 커플들은 관계의 갈림길에서 고민하지 않고 수치로 결정한다. 그녀가 눈길을 두고 있는 이가 연구소에 있으니, 로봇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콜(이완 맥그리거 분)이다. 그는 일에 파묻혀 살다가 이혼하고는 혼자 살고 있다. 왠지 모르게 그의 조를 향한 시선도 남다르다. 그들의 대화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서로 관심을 두고 끌린다면 알지 못할 이유가 없고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법, 하지만 조는 콜과의 연애성공률이 0%가 나온 걸 보고 의아할 수밖에 없다. 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뒤로 한 채 조는 콜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이내 콜이 조에게 고백한다. 사실 넌 내가 만든 로봇이라고. 네가 이렇게 인간과 대등하게 진화할 줄은 몰랐다고. 진작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럼에도 그들의 연애전선에 이상은 없어 보인다. 그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꾸준하고 순도 높은 사랑의 모습을 함께 한다. 조의 로봇 동료 애쉬도 응원하고, 콜의 전 부인 엠마도 응원한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조가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망가진 것이다. 콜은 조를 수술시켜 회복하게끔 하지만, 그들 사이는 멀어져 버렸다... 인간 아닌 '로봇'으로서의 조가 너무도 날 것으로 드러나버린 것이다. 한편 잠깐 동안 첫사랑 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신약 베니솔이 출시된다. 


신화적 로맨스, 진짜와 가짜


영화 <조>의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조>는 현시대적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신화적 '로맨스'를 그렸다. 그 중심엔 '사랑'이 있고, 그 이면엔 '진짜와 가짜'가 있다. 디스토피아라 하면 가공의 완벽한 이상향을 가리키는 유토피아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유토피아를 꿈꿨다가 실패하여 정반대로 가버린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극중에서도 콜의 회사가 추구하는 게 유토피아다. 로봇이 단순히 인간이 편리해지기 위한 존재를 넘어서 인간을 위한 인간의 완벽한 대체제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처럼 진화를 하는 로봇이 나타나는데, 그게 조이다. 


영화는 흔히 생각하는 디스토피아의 파괴적 단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피폐한 단상을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인지 시각적으로 단번에 다가오지 않고 정신적으로 천천히 깊숙히 다가온다. 로봇을 비롯 연애성공률을 예측해준다느니 베니솔을 출시한다느니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자연스럽지 않은 인위적인 역행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면 유토피아인 것처럼 보였던 세상은 점점 디스토피아적 양상을 띤다.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조>는 일련의 양상들 그 시작을 주지했다시피 피그말리온 신화의 로맨스에서 따왔다. 다만 신화에서 주체가 창조적 주체인 진짜 인간 피그말리온이었다면, 영화에서 주체는 창조적 객체인 가짜 로봇 조이다. 앞엣것이 인간의 모든 걸 뛰어넘는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한다면, 뒤엣것은 로봇의 모든 걸 뛰어넘는 섬뜩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진짜가 가짜를 진짜로 만들고자 한다면, 그건 아직까진 진짜의 컨트롤 안에 있는 것이다. 그 손아귀 안에서 바운더리를 치고 나름 안전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가 가짜를 진짜로 만들고자 했다가 실패했는데 가짜 스스로 진짜가 되고자 한다면, 그건 '아웃 오브 컨트롤'이다. 세상을 이루는 금기가 깨진 것으로, 바운더리는 존재하지 않고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는지도 알 수 없다. <조>의 세상이 그렇다. 


예쁜 디스토피아


영화 <조>의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조>는 로맨스 영화이다. 사랑이 주된 내용인 것이다. 앞서 말했든 <조>의 세상은 금기도 깨지고 경계도 존재하지 않고 안전하지도 않은 디스토피아이지만, 영화의 외형은 철저히 '예쁘다'. 감독의 단순한 취향이라면 실망이다. 순간의 끌림을 위한 CF의 한 장면이 영화의 외형적 텍스트를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를 의도한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정도이다. 영화의 내형적 컨텍스트를 담는 그릇으로 훌륭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디스토피아 SF 로맨스 연작을 생각해보면, 완벽하진 않지만 후자에 가깝다. 


사랑에 천착하는 로맨스의 환상과 거의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색감, 빨려들어갈 것 같은 빛의 향연과 그에 조우하는 반사적 아련함과 뿌연 입체감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기까지 하는 것이다.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으로 패션 디자이너로서 세계적 명성을 쌓고는 영화 감독으로 전향해 그만의 색감과 미장셴으로 독보적 명성을 쌓고 있는 톰 포드의 영화들이 연상된다. <싱글맨>과 <녹터널 애니멀스> 말이다. <조>는 그보다 훨씬 예쁘다. 


음악은 또 어떤가. 그 자신이 아직 30대 후반의 영화 감독으로선 너무나도 젊은 나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느낌의 세련되고 힙한 음악을 예쁜 색감의 영상과 딱 맞아떨어지게 보여주는 것이다. 사랑을 속삭일 때면 여지없이 오글거리는 대사의 연속과 나른함까지 동반되게 하는 낮고 중후한 목소리들의 향연이 계속된다. 녹아내린다는 표현이면 적절할까. <조>는 보고 있으면 한없이 아련해지며 몽롱해지는 마법을 부린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준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두려움이 끼쳐온다. 편안한 듯 균열이 감지되는 불편함이 시종일관 함께 한다. 


영화는, 결국 진짜 인간에게서 진짜 사랑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힘들고 어렵기에 가짜 로봇에게서 진짜 사랑을 찾으려 하고 약을 통해 가짜 사랑이라도 찾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고 찾으려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게 되며 진짜가 진짜일 필요가 있는지 가짜가 가짜여도 상관없지 않은지 근원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런데, 진짜란 무엇이고 가짜란 무엇인가. 이 지극히 철학적인 명제 앞에서 나는 말문이 막히지만, 영화는 개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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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가짜, 드레이크 도리머스, 디스토피아, 로봇, 사랑, 인간, 조, 진짜, 피그말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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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생각하는 전신마비 환자에게 다가온 최첨단 기술의 유혹 <업그레이드>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8. 9.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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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업그레이드>


영화 <업그레이드> 포스터. ⓒUPI코리아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지난 2003년 개봉한 <매트릭스2-리로디드>의 메인 광고 문구이다. 1999년 세기말에 개봉해 가히 액션 패러다임의 신기원을 이룩하며 지금까지도 그 이상을 선보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영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매트릭스>의 후속편이자 위대한 매트릭스 트롤리지의 한 편으로 그 가치는 충분함 이상이다. 


21세기 들어 <매트릭스>의 액션을 이어받으려는 또는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매트릭스는 잊어라!'며 당당하게 SF 액션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퀼리브리엄>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 잔인함의 미학을 새로 새운 <킬 빌> 시리즈, 부드러운 강함의 영원한 판타지를 실현시킨 <와호장룡>, 면대면 맨몸 액션의 새로운 장을 연 <본> 시리즈, 아크로바틱 100% 리얼 액션을 표방한 <옹박> 시리즈 등. 이밖에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들이 부지기수이다. 


최근 이 계보를 이을 만한 액션영화로는 <존 윅> 시리즈 정도가 생각난다. <이퀼리브리엄>과 <킬 빌>과 <본>을 투박하게 합쳐놓은 듯한 영화로, 더할 나위 없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이 영화 <업그레이드>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겟 아웃> 등으로 유명한 공포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의 첫 액션 영화라고 한다. '공포음악' 영화라는 새장르를 개척한 <위플래쉬>를 만든 제작사이기도 한 바, 어떤 액션을 선보일지 한껏 기대된다. 


전신마비 환자에게 다가온 최첨단 기술의 유혹


영화 <업그레이드>의 한 장면. ⓒUPI코리아



하루종일 집에서 차를 가지고 노는 그레이는 아내와 함께 차 주인에게 차를 돌려주러 간다. 차 주인은 다름 아닌 유명한 베슬컴퓨터사의 주인 베론 킨이다. 그는 온 김에 그들에게 스템이라 불리는 칩을 보여준다. 그것은 말그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새롭고 더 나은 두뇌이다. 


그레이와 아내는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자동주행 차가 오류를 일으켜 집이랑 정반대인 뉴크라운이라는 빈민도시로 향한다. 사고를 당하는 그들에게 네 명의 괴한이 들이닥치고 그들은 죽임을 당한다. 전신마비로 살아난 그레이와 결국 죽은 아내. 그레이는 최첨단 로봇기술 덕분에 누워만 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런 그 앞에 베론 킨이 나타나 뭐든지 할 수 있는 스템을 들이댄다. 그건 그레이를 다시 걷게 해줄 수도 있다. 그레이는 아내를 생각하며 극비수술을 받아들이고 몸에 스템을 이식한다. 스템은 그를 걷게 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첨단 기술과 시스템을 이용해 그의 몸뿐 아니라 머릿속에 들어와 최선의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해준다. 그레이는 자의 혹은 스템에 의해 아내의 복수를 시작하는데... 


신선한 로봇 액션


영화 <업그레이드>의 한 장면. ⓒUPI코리아



영화는 그레이의 은근 코믹 말빨과 스템에 의한 로봇(컴퓨터) 액션이 외양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근미래를 배경으로 최첨단 로봇이 아날로그적 인간을 잠식해 들어가는 디스토피아적 메시지가 내용을 진중하게 채운다. 새로운 양식의 액션을 관람하면서, 오래된 SF적 두려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100% 액션 영화라 할 만한 이 영화에, 그것도 은근한 잔인함을 내세우는 와중에 '코믹'이 들어갈 소지는 없어보이는데, 그레이와 스탬의 케미가 주는 재미가 툭툭 튀어나온다. 대놓고 코믹이 아닌 은근한 코믹, 지배하려는 스템과 지배당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그레이의 밀당이 주는 재미도 은근하다. 


그래도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쾌감은 뭐니뭐니 해도 스템에 의한 그레이의 로봇 액션이다. 완벽한 각본과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에 저절로 따라올 절대적인 연습, 그리고 카메라의 환상적인 워킹이 혼연일체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레이는 상대방과 약속된 행동을 완벽히 하는 와중에, 카메라는 카메라대로 정밀하게 움직인다. 


애드리브가 있을 수 없는 액션이란, 아무리 영화에서 액션이라는 것이 각본에 완벽히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 정말 힘든 것이다. 이 영화가 비록 리얼 액션과는 거리가 조금 멀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신기하고 반갑고 신선하다. 현 액션 영화의 대세가 리얼 액션 아닌가. 그에 당당하게 반기를 들었다고 할까. <업그레이드> 액션의 신선함은 '로봇 액션'에서, 로봇 액션의 신선함은 '리얼 액션'의 반감에서 오는 것이다. 


아날로그적 인간에 침투한 최첨단 시스템


영화 <업그레이드>의 한 장면. ⓒUPI코리아



신선한 액션만 가지고는 앞에 'SF'를 붙이기에 민망하다. SF가 물론 이제는 마니아 아닌 대중지향적인 장르가 되어 보다 볼 거리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 기반은 여전히 인간세계에 대한 진중한 철학이다. 그리고 SF의 배경은 주로 미래, 거기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상천외한 것들이 부지기수인 바 개중에는 꼭 인간을 위협하는 것이 있다. 그것들이 노리는 인간은 최첨단을 달리던지 가장 아날로그적이던지. 


괴한의 습격으로 아내는 죽고 전신마비가 된 그레이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첨단두뇌 스템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절대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가 비록 가장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 할지라도. 아마 스템은 그런 그이기에 그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육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들 한다. 그게 맞을지 모른다. 아니, 맞다. 괜히 외계생명체들이 뇌에 침투해 육체를 조종하겠는가. 이 영화는 그 명제를 조금 비튼다. 정신은 나의 것이지만, 정신의 반과 온전한 육체는 너의 것이라면? 그것도 육체가 가진 능력을 온전히 끌어올리게 해준다면? 


그런 공존이 가능하다면 무서워진다. 나는 육체를 가질 수 없지만, 너는 육체'까지'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정신까지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육체는 껍데기이기 때문에 가지는 비사고성으로 정신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가진다. 육체는 주체가 될 순 없겠지만 주체에 의한 절대성이 고스란히 침유된다면 못할 게 없다. 인간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육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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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로봇, 블룸하우스, 아날로그, 액션, 업그레이드, 인간, 최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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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센테니얼 맨> 고귀하게 죽는 길을 택한 '로봇'

오래된 리뷰 2014. 5. 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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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바이센테니얼 맨>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소니/콜럼비아 픽쳐스


리처드 마틴(샘 닐 분)은 가족들을 위한 깜짝 선물로 획기적인 '가전 제품'을 구입해 선보인다. 그 가전 제품은 다름 아닌 '로봇'. 정확한 명칭은 로봇 NDR-114. 말 그대로 가정의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가전 제품이다. 그것은 로봇 3 원칙에 입각해,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인간에 명령에 절대 복종하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가족들의 놀라움을 뒤로 한 채, 그것은 착실히 해야 할 일을 한다. 언제나 '봉사는 저의 기쁨이죠'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그것은 가끔 기계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곤 한다. 예를 들어, 인간들이 하는 식사나 체스 게임에 관심을 가진다든지, 인간이 창조한 음악을 듣고 명상에 잠겨 있다든지 하는 행동들 말이다. 


결정적으로 어느 날 그것은 실수로 리처드 마틴의 막내가 제일 아끼던 말 모형 인형을 부수게 된다. 슬퍼하는 막내 아씨의 모습을 보고 그것은 연구를 통해 막내 아씨가 좋아할 만한 목각 인형을 직접 만들어낸다. 모방이 아닌 창조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목격한 리처드 마틴은 그것을 '그'로 격상 시킨다. 그를 한 가족으로 생각하며,  '특별한 로봇'으로 취급했다. 그리고 그는 '앤드류 마틴' (로빈 윌리엄스 분)이 된다. 바야흐로 200년을 살게 되는 <바이센테니얼 맨>의 진정한 시작이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한 장면. ⓒ소니/콜럼비아 픽쳐스

 


"계획을 세우자. 우선, 하루 몇 시간은 창작에 몰두해. 너무 예술적이면 인간이 시기하니까, 적당한 걸 찾아보자. 시계 같은 걸로. 그리고 저녁 땐 나랑 공부하는 거야. 자네에게 프로그램 되지 않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자네는 특별해. 인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지만 넌 우리와 완전히 달라. 네게 시간은 영원해."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은 엔지니어의 실수로 신경 계통에 이상이 생겨 인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로봇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그가 되고, 그는 인간처럼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종국에는 인간의 역사, 적어도 미국의 역사를 의미하는 생각과 행동까지 한다. 


'바이센테니얼'은 200년이라는 뜻이다. 극 중에서 앤드류 마틴(로봇 NDR-114)은 리처드 마틴의 증손녀와 결혼하고 함께 죽음을 맞게 되는데, 그때까지 20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는 인간처럼 죽음을 맞게 될 때까지 투쟁과 쟁취를 계속해왔다. 


최초의 가전 제품에서 앤드류라는 이름을 얻고 리처드 마틴 가족의 일원이 되었으며 그의 이름을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시계를 판돈으로 돈을 벌어 들였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명령을 받지 않기 위해 '자유'를 원했고 쟁취했다. 이후 자신의 동족(인간이 되고자 하는 불량 로봇)을 찾아 여행을 하던 도중, 자신을 창조한 이의 아들을 만나게 되어 인간의 가죽을 얻게 된다. 그는 '자유'를 원했을 당시 이미 자신이 인간임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후의 행동은 더 나은 인간으로 진화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온 것이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한 장면. ⓒ소니/콜럼비아 픽쳐스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수백 만의 사람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쟁취하려 한 것은, 자유예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 만큼... 너무나 소중한 것."


이는 미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한 단면인 '흑인 민권 운동'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1776년 문을 연 미국에서 흑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백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가전 제품과 다를 바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로봇 3 원칙의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조차 해당되지 않는 삶이었다. 


이후 흑인들의 분노와 저항은 1960년대 대규모로 증폭된다. 그 중심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있었다. 그는 1963년 8월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자명한 진리의 의미를 깨달으며 살아가는 그런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로 시작되는 역사적인 연설을 펼친다. 결국 1965년에는 흑인들에게도 투표권이 인정되어 적어도 정치적 평등이 실현되었고, 2009년에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탄생해 재선까지 성공하였다. 


한편 앤드류는 인간의 피부를 얻었지만, 인간일 수 없었다. 그에게는 인간의 감정이 없었던 것이다. 작은 아씨의 죽음 앞에서 슬퍼할 수 없었고, 결국 그는 혼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한 발자국 더 내디딘다. 모든 의학지식을 총동원해 기계를 생명체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실현한다. 


죽지 않는 것만 빼고 완전한 인간이 된 앤드류. 그는 작은 아씨의 손녀인 포샤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법적으로 인간일 수 없었다. 비록 그의 겉모습이 인간이고 그의 마음이 인간이며 인간들도 그와 같이 인공적인 장기를 달고 살아가기에 그도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지만, 전자 두뇌로 인해 그는 영원히 죽지 않았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한 장면. ⓒ소니/콜럼비아 픽쳐스



결국 앤드류는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한 최후의 도전을 하기에 이른다. 진일보된 기술을 이용해 그에게 유한한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처럼 죽을 수 있게 되었다. 과연 그는 법적으로 완전한 인간으로 인정받게 될까?


"전 항상 모든 걸 이해하고 싶었죠. 저의 존재 이유 같은 거 말입니다. 전 점점 늙어서 쇠약해지고 있어요. 곧 기능이 정지 할 겁니다. 로봇이라면 영원히 살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영원히 기계로 사느니, 인간으로 죽고 싶습니다. 저는 인정받길 원해요. 제가 누구인가에 대해, 있는 그대로. 찬사나 평가가 아니라 단순한 진실을 인정받는 것, 이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걸 이루기 위해 전 택했습니다. 고귀하게 죽는 길을."


이 영화를 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고 앤드류를 통해 단순히 겉모습만 인간이 진정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파한다. 엄청난 논란이 일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인간의 기준을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와 같이 멀지 않은 미래에 로봇이 인간과 굉장히 가깝게 지내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생명'이라고 이름 붙일 수조차 없는 그것을 말이다. 


앞으로는 점차 모든 기준이 철폐되고 정해져 있는 것들이 해체될 것이 분명하다. 계속되는 변화는 우리네 삶과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바꿀 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 또한 그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기계 없이는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시간이 갈수록 그것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기계의 역사는 '바이센테니얼'이다. 머지않아 기계는 역사는 사라지고 '바이센테니얼 맨'의 역사가 시작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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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200년, 로봇, 바이센테니얼 맨, 사랑, 생명, 역사, 인간, 죽음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5.16 07:33 신고

    참 ..의미심장하게..봤던 영화였던듯해요~~

    • BlogIcon singenv
      2014.05.16 18:42 신고

      다시 봐도 새롭게 재밌더라구요ㅋ
      말씀하신대로, 의미싱장하게 다가 왔구요!

  • BlogIcon 에스델 ♥
    2014.05.16 09:59 신고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도 다시금 생각해보게되네요.
    행복한 금요일 보내세요!

    • BlogIcon singenv
      2014.05.16 18:43 신고

      그쵸, 인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나 할까요?

  • BlogIcon mindman
    2014.05.16 11:35 신고

    맞아요. 2 세기를 사는 사람.....
    재미있게 보았지요.

    • BlogIcon singenv
      2014.05.16 18:43 신고

      이번에 리뷰쓰면서 조사해보고 알게 되었어요ㅋ

  • BlogIcon 음
    2014.05.16 15:10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는 인간은 기계화되고,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은 인간의 권리를 얻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늙어가고, 죽는데, 자신만은 죽지않고 살아서 그 모든 것을 보아야 하는 슬픔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겠지요. 마틴은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슬픔을 회피하려했던 것일까요?

    • BlogIcon singenv
      2014.05.16 18:43 신고

      흠...일리 있는 해석이세요.
      미처 그런 생각은 못해봤네요?ㅋ

  • 음....
    2014.08.02 16:42

    정말 감명깊게 봤던 영환데 엔지니어의 실수가 아니고 딸래미가 홧김에 2층에서 떨어져서 논리회로가 고장나는 바람에 진화하게 되던거 아닌가요? ㅜㅜ 너무 옛날에 봐서

  • 1
    2014.08.02 19:46

    마지막에 역사상 가장 오래산 인간으로 판결로 인정받고 생을 마감할때의 전율..!

  • BlogIcon mindman
    2015.11.18 07:02

    맞아요. 6 세기를 사는 사람.....
    재미있게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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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게 위로받는 인간...이 얼마나 불행한가!

제9의 예술, 만화 2013. 7. 1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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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영진의 <어덜트 파크>

만화 <어덜트 파크> ⓒ 창비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두 손이 자유롭게 되었다. 두 손을 사용해서 도구를 만들고, 도구를 사용해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데 이바지하였다. 결정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인간 생활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편리해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기계가 대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편리하게 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게 되면서 누군가는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누군가는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계보다 더 기계처럼 살아가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같은 생각은 아무도 모르게 사회 전반에 침식해 들어갔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게 되어, 마치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정답인 양 되어버렸다. 그렇게 기계는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편리와 풍요를 주고 행복과 인간다움을 빼앗아 갔다. 현대 사회가 가지는 아주 작은 불행과 폐해를 보여줬을 뿐이다. 

위와 같은 고민의 흔적은 그동안 소설·영화·만화 등의 수많은 콘텐츠에서 다뤄져왔다. 더 이상 다룰 게 없을 것만 같은 이 시장에, 송곳처럼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오는 만화가 한 편 나왔다. 오영진 작가의 <어덜트 파크>(창비). 어른들의 공원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만화는 한 명의 주인공에 얽힌 세 갈래 이야기로 진행된다. 하나는 주인공 이야기. 주인공 용배는 배터리 제조회사에서 차장으로 있다. 평생을 바친 회사인데, 회사 측에서 일정 사업을 정리한다며 주인공을 지방으로 발령 내려 한다. 그는 아내와의 휴가를 떠나고, 우회하지도 유턴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삶을 한탄한다. 

하나는 용배의 친구 강모 이야기. 강모는 폐인 신세로 길거리를 전전하다가 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는 선배를 통해 신장을 팔아 가게를 차린다. 축하할 겸 친구들을 만나고 오는 길에 용배는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선배에게 "니가 인간이냐?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이라며 쏘아붙인다. 하지만 선배가 외려 용배에게 "너는 강모가 힘들 때 뭘 해줬느냐"면서 몰아붙이고 돌아선다. 

하나는 용배의 회사 동기 준호 이야기. 준호는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5년 동안 보살폈다. 그 사이 준호는 개인, 가족, 사회에서 너무나 큰 고통을 당한다. 그렇게 아내를 보낸 준호는 회사를 옮기고 재혼을 한다. 준호가 잘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용배는 부러움과 멸시의 말을 보낸다. 

하나같이 제대로 된 삶이 아닌, 실패와 절망 그리고 좌절로 점철된 삶의 주인공들이다. 주위를 보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들 자신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현실. 하지만 실상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현실이다. 

"인마 넌 어떻게...꼭 생각하는 것이 기계 같냐! 인간미가 없어. 넌 매뉴얼대로 인생사냐 기계 같은 놈." "내가 뭘? 사람이든 기계든 고장난 데가 있으면 고쳐야지."(본문 속에서)

만화는 또 하나의 큰 축에 이 비현실적 요소를 가미해 현실과 믹스시킨다. 주인공 용배가 휴가차 들른 목포에 '어덜트 파크'라는 곳이 있다. 들어가 보니 로봇이 말 상대를 해준다고 한다. 일종의 '대화 도우미'인 것이다. 매일 최신의 정보를 업데이트 해주어, 어느 누구하고도 다양한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장치로 상대의 감정을 알아내 깊고 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용배는 이곳에서 요기라는 이름의 로봇에게 뜻밖의 말을 듣고 나온다. 회사 동기였던 준호를 아느냐며 어떤 말을 전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용배는 준호에게 말을 전한다. 

이때부터 만화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강모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열었던 가게마저 잘 되지 않자 결국 심장마저 팔아넘기게 되어 죽고 만다. 용배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고 만다. 준호는 5년간 간호했던 아내 정희의 뇌를 육아 로봇 개발 회사에 팔아 넘겼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만다. 

<어덜트 파크>의 한 장면. 흑백의 절묘한 조화가 만화를 더욱 극적이게 한다. ⓒ 창비


육아 로봇 개발업자는 정희의 뇌를 이용해 육아 로봇을 만드는 중에 경찰에게 들킬 위기에 처하게 되어 어덜트 파크에 맡기게 되었고, 때마침 폭우가 내려 정희의 뇌 로봇은 물에 잠겨 쓸모가 없게 되었다. 정희는 마지막 직전에 자신의 모든 기억을 요기에게 넘겨주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정희의 기억을 가진 요기가 준호를 만나게 된다. 준호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선택을 즉, 자신이 살기위한 비열한 선택을 하게 된다. 

만화는 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지만 장기 브로커이기도 한 주인공의 선배와 비열하고 악랄한 선택을 반복하는 준호의 비인간적인 처사를 드러내며, 인간의 치부를 건드린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살기 위해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라서 서글프다.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기계 문명을 선택했지만 그로 인해 점점 비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지금의 인간들이 고스란히 투영된다. 

여기서 비인간적인 것은 기계적인 것과 동일하지 않는다. 기계적인 것이라는 의미에 부정적인 면모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만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인간적인 대화를 하는 기계들이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이다. 그에 반해 인간은 비열한 짓을 넘어서 인간으로 하면 안 되고 할 수도 없을 것만 같은 파렴치한 짓을 서슴없이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비인간적이게 된다는 뜻일까. 그것이 삶의 본령인가. 각기 다른 의미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인공의 삶은 인간적인가. 누구하고도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없을 때 '어덜트 파크'로 가 대화 도우미 로봇과의 대화로 위로와 위안을 받는 모습 또한 어떤가.

길지 않고 단편적이며 뭔가 흩뿌려 놓은 듯한 느낌의 스토리가 끝을 향할수록 날카롭게 깎여 서릿발처럼 달려든다. 이 답답함을 풀길이 없다. 흑백의 절묘한 조화가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을 단칼에 갈라버리는 것 같다. 

"하여간 인간들은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어. 모든 걸 자의적으로 해석해 버린다니까.... 뭐가 그리 좋은 건지."(본문중에서) 


"오마이뉴스" 2013.7.12일자 기사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기계, 로봇, 만화, 비인간적인, 어덜트 파크, 책으로 책하다, 파국, 현대 사회
  • BlogIcon 포장지기
    2013.07.15 07:29 신고

    오늘도 좋은일 가득 하시기를...
    기계로인해 설 자리를 잃은 이들의 아픔은 경제 발전과 과학 발전 뒤에 보이는
    암울한 그림자이기도 합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7.15 09:11 신고

      본의 아니게,
      우울하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월요일 아침에
      우울한 주제의 만화를 리뷰하게 되었네요.ㅋ
      그럼에도 좋은 하루 되시길~

  •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2013.07.15 08:47

    사뭇 우리 인간들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큰 것같군요^^
    인간의 무분별한 죄악과 탐욕으로 행복과 불행이 시작되어
    이제는 로봇에게마져 우리의 행복을 맡기는 신세,
    어떤 이는 애완동물들에게...어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를 의탁한 채
    오늘도 우리는 무엇이 행복인 지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은 것 같군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해버나이스 데이하세요^^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드림

    • BlogIcon singenv
      2013.07.15 09:18 신고

      점점 불행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럴수록 더 힘을 내도록 하죠!
      좋은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 BlogIcon 지팡
    2013.07.15 20:53 신고

    프로그램된대로 생각하는 로봇과 감정을 가진 불완전한 인간의 대조가
    볼만하네요. 나쁜 인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착하고 아름다운 인간도
    보기드물게 있습니다. ^^

    • BlogIcon singenv
      2013.07.15 21:03 신고

      인간적인 로봇과 비인간적인 인간...
      그래도 인간적인 인간이 훨씬 많기에 이 세계가 돌아가는 거겠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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