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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빈 손으로 다시 모여 다시 시작해보자 <컴, 투게더> [리뷰] 오랜만에 한국 독립영화를 본다. 세상을 보는 온전한 하나의 눈, 상대적으로나마 누군가의 입맛에 종속되거나 손질되지 않은 날것의 묘미, 그 안에서 일관된 무엇을 발견할 때의 희열, 모두들 거기가 문제라고 잘못 되었다고 말하고자 하지만 결국 보여지는 건 다르게 손질되고 마는구나 생각할 때의 씁쓸함. 나는 그런 독립영화를 사랑한다. 일찍이 그 맛을 알아 독립영화의 맥을 짚어 보려 노력했고 그중에서 괜찮은 작품을 골라 소개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는 이전보다 저조했다. 독립영화 자체가 저조했던 건지, 나의 관심과 반응이 저조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2월에 정도를 소개했을 뿐이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신작 영화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저조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문으로 위로해본다. 그럼에도, 올해.. 더보기
흩어져 있는 작은 힘들이 모여 소소한 혁명을 일으킨다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리뷰] 2014년 의 성공으로 2016년 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그리고 2017년 초 급기야 (이상 '장기왕')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는데, 독립영화계의 한 축을 이루는 듯하다. 비단 제목뿐만 아니라,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코미디 요소를 듬뿍 품은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이들은 우중충하고 직설적으로 사회 고발을 하는 기존의 독립 영화와 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장기'와 '가락시장'과 '레볼루션'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나열이 이 영화의 제목을 이루는데, 아마 그대로 영화를 구성할 듯하다. 아마 주인공은 장기를 엄청나게 잘 둘 것이고, 배경은 가락시장일 것이며, 일상의 소소한 혁명을 이루며 끝날 것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엔 일단 성공, 끝까지 잘 이어나갈 .. 더보기
조금 떨어지지만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고생> [리뷰] 한국영화아카데미, 일명 'KAFA'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교육기관으로 2009년을 시작으로 매년 기획전을 연다. 장편영화제작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를 선보이는 자리로, 일종의 졸업 작품 전시회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린 은근히 이 기획전에 선보인 영화들을 많이 봐왔다. 작년에는 홍석재 감독이 SNS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 를 선보였다. 한국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안국진 감독이 를 선보였다. 이 영화는 한국 독립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기며, 흥행과 비평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연배우 이정현은 이 영화로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11년에는 윤성현 감독이 이라는 한국영화계에 길이남을 명작을 남기며 그해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20.. 더보기
홍상수표 영화가 생각나지만 또 다른 진리를 보여주다 <낮술> [오래된 리뷰] 실연당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혁진을 위로 하기 위해 친구들이 뭉쳤다. 의미 없는 말이 오가고 혁진은 여전히 실의에 빠져 있다. 기상이가 제안을 하나 한다. 내일 당장 강원도 정선으로 여행을 떠나자는 것. 아는 형이 폔션을 하고 있으니 몸만 가면 된다는 것. 마침 장날이기도 하단다. 폔션 잡고 놀다가 강릉 해수욕장에 가서 겨울바다를 마주하며 컵라면에 소주 한잔 들이키자는 것. 술김에 생각할 것도 없이 모두 승낙한다. 혁진은 홀로 정선에 도착한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지나도 친구들은 오지 않았다. 장은 어제 끝났다고 한다. 혁진은 점심을 먹는다. 기상한테 전화가 왔는데 서울이란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내일모레나 갈 수 있다고 한다. 혁진은 기상을 욕하며 반주를 한다. 기상이가 계속 전화를 건.. 더보기
보편적인 사랑조차 포기해야 하는 청춘을 위해! <사돈의 팔촌> [리뷰] 영화는 종종 금기시된 사랑을 건드린다. 부모님이 반대하는 사랑, 이성이 아닌 동성 간의 사랑, (알고 보니) 이복형제 간의 사랑, 결혼한 이들 간의 사랑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이들 간의 사랑, 친구 엄마 또는 아빠와의 사랑, 죽은 이와의 사랑까지. 이밖에도 수많은 금기된 사랑들이 있을 것이다. 억지로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이니, 사랑은 참 하기 힘든 것 같다. 영화 은 금기시된, 아니 금지된 사랑을 다룬다. 친척이지만 남이나 다름 없는 관계를 뜻하는 '사돈의 팔촌'은, 주인공들이 원하는 그들 간의 관계이다. 그들은 사돈의 팔촌이 아니라 사촌 사이이기 때문이다. '사촌 간의 사랑', 많은 금지된 사랑이 조금씩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음에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랑이다. 서정적이고 감정이 풍부.. 더보기
이보다 불편한 영화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완벽하다 <마돈나> [리뷰] 2002년 으로 나의 독립 영화 사랑이 시작되었다. 2005년엔 이, 2008년엔 가, 2011년엔 이, 2013년엔 이, 2014년엔 이 즐거움을 주었다. 지극히 상업적인 '영화'라는 채널을 이용함에도,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려는 감독들이 있어 매년이 행복했다. 2015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라는 작품이다. 기존에 보았던 독립 영화들과 결을 같이 하는, 잘 된 작품들의 전철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강렬한 작품이다. 단단한 내공이 엿보인다. 독립 영화를 거론할 때 빠짐 없이 리스트에 오를 영화이다. 위에서 거론한 영화들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좋은 독립 영화들만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통점들은 스포일러라고 할 수 없다. 끝.. 더보기
<거인> 도둑질 하며 신부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아이 [리뷰] 독립영화란 상업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 본인의 의도에 따라 제작한 영화를 뜻한다. 개 중에는 의도적으로 상업 자본을 배척한 경우도 있지만, 소재나 주제 때문에 상업 자본으로부터 배척 당한 경우도 있다. 상업 자본이 꺼려 하는 소재나 주제는 무엇일까? 대중이 받아들이기엔 힘든 기상천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주제와 소재를 채택한 영화도 있고, 대중으로 하여금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도 있다. 여기서 대중으로 하여금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메시지는, 여지없이 대중을 불편하게 한다.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들춰내는 이런 영화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엔 힘들고 자연스레 상업 자본으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것이다. 그 사회의 성숙도를 이런 영화들이 대중으로부터 얼마나 사랑을 받는 가.. 더보기
<파수꾼> 미성숙한 소통이 이끈 파멸, 과연 당신은? [리뷰] 좁혀지는 미간, 꿈틀대는 눈썹, 뿜어져 나오는 한숨, 쯥쯥거리는 입술, 바싹 당겨지는 뒷목. 영화 을 보고 난 후 남겨진 것들이다. 10대 친구들을 그린 이 '성장영화'를 보며 이런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서 나의 오욕의 학창시절을 투영했기 때문일까. 영화 자체가 소름끼치게 하였던 것일까. 영화 은 독립영화에 속한다.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소규모의 자본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눈을 속이는 현란한 특수효과나 가슴을 뻥뚫리게 하는 거대하고 스펙터클한 장면을 볼 수는 없다. 대신 디테일하기 그지없는 미시적 심리묘사와 짜임새있는 스토리가 송곳에 찔린 것처럼 가슴을 파고들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필자가 독립영화를 처음 본 기억은 2005년으로 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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