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리스트: 한국 영화 1000만 관객
정확히 20년 전인 1993년, 한국 영화 흥행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영화가 나타납니다. 거장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한국 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죠. 당시에는 서울 관객만을 집계했기 때문에, 더더욱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수치를 지금으로 옮겨보자면 400만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죠. 대표적인 예로, 올해 초에 개봉해 450만 급 흥행을 달성한 <신세계>가 서울 관객이 140만 명 정도였으니까요. 이를 북미로 치환하면, 1930년대 개봉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당시에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지만 그 수익을 지금의 가치로 환원하면 역대급 흥행의 반열에 오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과 10년 후인 2003년, 역시나 한국 영화 흥행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영화가 나타납니다. 아슬아슬하게 2003년도 끄트머리에 개봉해 무지막지한 흥행을 올렸던 <실미도>. '전무후유'한 1000만 명 관객 돌파였습니다. 지금이야 한 해에 몇 편이 1000만 관객을 달성하지만, 당시만 해도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사실 이런 흥행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가 1999년입니다.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200위 권 안에 드는 유일한 2000년도 전의 영화 두 편 <쉬리>와 <주유소 습격 사건>. 이 두 영화는 각각 500만, 200만 이상의 흥행을 올립니다. <쉬리> 같은 경우는 지금까지도 흥행 30위권에 위치해 있죠. 마치 1997년에 개봉해 지금까지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2위에 위치해 있는 <타이타닉> 처럼 말이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한 때 숫자에 빠져 영화를 흥행 성적으로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죠. 그 영향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북미, 한국 박스오피스 순위를 어느 정도 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퇴색했고, 심지어 안 본 영화들도 많습니다. 훗날에는 흥행할수록 오히려 보지 않을 수도 있을지도요?
그럼에도 엄연히 문화산업의 최정점에 서 있는 영화의 흥행 역사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또한 이를 궁극의 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의 일환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에 노벨문학상 시즌에 맞춰 역대 노벨문학상을 총정리하는 리스트 업로드처럼 말이죠. 앞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저만의 궁극 리스트를 올려볼 생각입니다. (문학으로 인류에 공헌하다, 노벨 문학상의 모든 것)
한국 영화 1000만 관객 리스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를 참고했으며, 흥행 순위 순입니다.)
특이한 점이 눈에 띕니다.
1. 총 9개의 작품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였는데, 1위 <아바타>를 제외하곤 전부 한국 영화.
2. 9개의 작품 중 단 한 편도 감독이 겹치는 경우는 없지만, 주연 배우는 몇몇 겹친다.
(설경구-<해운대>와 <실미도>, 류승룡-<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3.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매년 1편씩,
2009년 이후에는 한 해에 2편이 나오던가 아예 나오지 않던가.
4. 논외로, 2013년에는 1000만 관객에 가장 가까이 갔던 3편의 영화가 있었다.
<아이언맨3>, <설국열차>, <관상>. 모두 센세이션에 가까운 관심을 받았지만, 기묘하게 1000만 관객에 도달하지 못하고 900만에 머물렀다.
아바타(Avatar) [13,624,328명]
2009년 12월 17일 개봉/SF, 액션, 어드벤처/162분/12세이상관람가/미국
감독: 제임스 카메론/주연: 샘 워싱턴, 시고니 위버
괴물 [13,019,740명]
2006년 7월 27일 개봉/SF, 가족, 드라마/119분/12세관람가/한국
감독: 봉준호, 주연: 송강호, 박해일, 고아성, 변희봉, 배두나
도둑들 [12,983,330명]
2012년 7월 25일 개봉/액션, 범죄/135분/15세이상관람가/한국
감독: 최동훈, 주연: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임달화,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7번방의 선물 [12,807,677명]
2013년 1월 23일/코미디, 드라마/127분/15세이상관람가/한국
감독: 이환경, 주연: 류승룡, 박신혜, 갈소원, 오달수, 김정태, 정만식
광해, 왕이 된 남자 [12,319,542명]
2012년 9월 13일 개봉/사극, 드라마/131분/15세이상관람가/한국
감독: 추창민, 주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왕의 남자 [12,302,831명]
2005년 12월 29일 개봉/사극, 드라마/119분/15세이상관람가/한국
감독: 이준익, 주연: 감우성, 이준기, 정진영
태극기 휘날리며 [11,746,135명]
2004년 2월 5일 개봉/전쟁, 드라마/148분/15세관람가/한국
감독: 강제규, 주연: 장동건, 원빈, 이은주
해운대 [11,453,338명]
2009년 7월 22일 개봉/액션, 드라마, 어드벤처/129분/12세이상관람가/한국
감독: 윤제균, 주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실미도 [11,081,000명]
2003년 12월 24일/전쟁, 액션/135분/15세관람가/한국
감독: 강우석, 주연: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2013.11.30 07:26
그래도 거의 보았네요.
도둑들 빼고요.
2013.12.01 14:00 신고
보고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어지더라구요ㅋ
2013.11.30 07:39 신고
전부 최근 몇년간 천만이 돌파한 영화군요. 영화를 자주보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천만 영화는 다 본 것 같네요.^^
2013.12.01 14:00 신고
천만영화는 재미나 감동, 완성도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마케팅을ㅋㅋ
2013.11.30 16:40 신고
영화 역사의 한 단면을 보네요..잘보고 갑니다^^
2013.12.01 14:01 신고
감사합니다. 더욱 알찬 기획을 하고 싶은데 말이죠ㅠ
2013.11.30 19:43 신고
오타 조심스레 알려드립니다. 세번째 문단에서 타이타닉이 타이타익으로 기재되었네요.
궁극의 여러가지는 상당히 좋은 콘텐츠네요. 언젠가 가장 많이 팔린 만화 순위도 기대해도 되려나요. ...물론 이건 신뢰할 만한자료가 적다는 게 글을 쓰는데 있어 굉장히 곤란한 요소가 될 듯 하네요.
사실 1000만이 기록적인 흥행의 마지노선처럼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 있긴 한데- 이론상으로는 한국 극장영화 시장에서 천만이라는 숫자 자체가 나올 수 없는 수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런 영화가 몇편이나 되니 내심 대단하단 생각도 듭니다.
2013.12.01 14:03 신고
헛, 감사합니다ㅋ 바로 고칠게요!
저도 만화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서 대충은 알고 있는데,
정확한 근거에 의한 데이터가 없어서 아쉽네요ㅠ
그러게요. 수없이 쏟아지는 영화들 중에서 한 영화만 인구의 1/5 이상 본다는 것이 가능할런지ㅋ 대단한 수치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