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썸네일형 리스트형 수명 이식이 가능한 시대, 낙원인가 지옥인가 <패러다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생명공학 회사 에온의 시간 기증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공여한 수명에 따라 풍부한 보상이 주어진다. 다만 18세 이상만 기증이 가능하고 DNA 호환성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건강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시술을 실시한다. 기부한 수명에 따른 풍요로운 인생을 보장하고자 한다. 그야말로 인류 역사상 획기적인 진보일 것이다. 시간 기증 매니저 또는 공여자 스카우터가 찾아다니는 이들은 주로 가난한 어린 친구들이다. 그들의 수명을 가져와 돈 많은 노인한테 큰돈을 받고 판다. 겉으론 '기증'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말이다. 베를린에 있는 으리으리한 에온 본사 앞에는 '내 시간의 주인은 나!'라는 피켓을 든 시위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막스는 올해의 기증 매니저로 뽑힌 유능한 인재다. 그런데 아내 엘.. 더보기 보이스피싱으로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사기를 이룩한 사연 <가면 사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전기통신금융사기'라는 법적 용어로 통일한, 통상적으로 '보이스피싱'으로 불리는 통신매체금융사기는 어느새 가장 경계해야 하는 범죄로 성장(?)했다. 피해건수와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까닭인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전에 비할 데 없이 급증했다. 또한 수법도 다양해져서 제대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여기, 보이스피싱 하나로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사기를 이룩한 범죄자가 있다. 이스라엘계 프랑스인 '질베르 시클린', 그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사기로 1억 유로 이상을 횡령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1천억 원 이상이니 왠만한 중견 기업의 1년 매출과 맞먹는 수치다. 수백 수천 명이 1년 동안 피땀 흘려 이룩한 일의 결과와 그가 혼.. 더보기 가난한 이들에겐 죽음조차도 사치일 수 있겠구나... <축복의 집> [신작 영화 리뷰] 젊은 여성 해수는 공장에서 온몸이 땀에 쩌들 만큼 일하곤 빠르게 어디론가 향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 어느새 그녀는 식당에서 불판을 닦고는 잔반을 정리한다. 일을 끈내곤 늦은 밤 다시 빠르게 어디론가 향한다. 이번엔 집앞이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선뜻 들어가지 못한다. 집 근처 계단에서 다시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어 보지만 받지 않는다. 집으로 들어선 해수는 녹물이 충분히 나오게끔 한 후 샤워를 한다. 다음 날 아침 현금을 두둑히 챙겨 집을 나선다. 그녀가 사는 동네는 지구 전체가 재개발이 한창인 듯하다. 일을 하러 가지 않고 의사를 찾아가 25만 원을 주고 시체검안서를 뗀 해수, 어느 중년 남성의 차에 올라 타 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해수 어.. 더보기 참담하고 악랄한 브라질의 현실을 100% 반영한 수작 <7명의 포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브라질 상파울루주의 시골 지역 카탄두바 외곽에서 밭일을 하며 사는 마테우스네 가족, 마테우스는 학교를 중퇴하고 아는 아저씨의 소개로 상파울루에 가서 돈을 벌기로 한다.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할 거란 꿈에 부풀어, 고향 친구 한 명 그리고 타 지역 출신 두 명과 함께 5시간 거리에 있는 상파울루로 향하는 마테우스. 그곳에서 고철상 사장 루카를 만나 숙식하며 열심히 일을 한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야근까지 하며 열심히 일하는데 돈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마테우스가 루카에게 따지고 대든다. 그때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눈을 뜬다. 정당하게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성공하고자 이곳에 온 거라 생각할 테지만, 실상은 인신매매로 팔려온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에겐 말도 안 되는 엄청난 .. 더보기 가난한 여성 노동자와 지체장애자의 잔혹사 <파란입이 달린 얼굴> [리뷰] 마트에서 일하는 서영(장리우 분), 고객한테 거짓말로 홍보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그녀가 찾아간 곳은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 원무과에서 병원비 독촉을 심하게 받고 병실로 간 그녀는 엄마에게 이제 그만 사라져버리라고 말한다. 그래야 자기와 오빠가 편할 것 같다고 말이다. 무표정, 무감정, 무책임... 서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지체장애가 있는 오빠 영준(진용욱 분)이 있다. 그는 봉제공장에서 나름 건실하게 일을 하고 집에서는 나름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서영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스님에게로 가 도움을 청한다. 어디 일할만 한 데 없냐고. 스님은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구두도 신고 다니는 땡중이다. 서영에게 제법 괜찮은 일을 .. 더보기 가난한 이에게 섹스는 돈이 안드는 최고의 놀이? <핸드 투 마우스> [서평] 35여 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잘' 산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여기서 '잘'은 부유하다는 말이니, 정확하게는 부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겠다. 그 생각이 깊이 박히게 된 연유는 다름 아닌 'IMF', 당시 중학생이었기에 피부에 와닿진 않았지만 엄마가 사주는 신발 브랜드가 바뀌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내가 '가난'했을까? 가난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다만, 부모님 직업이 친구들 대다수의 부모님과는 달랐기에(동네 구멍가게), 거기서 느껴지는 기시감은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래도 전혀 모자람 없이 컸다. '잘' 살진 못했지만 '가난'하진 않았던 거다. 뭐, 가난하면 어떠랴. 나중에 부자되면 되는 거지. 가난이란 뭘까. 이제 가난은 .. 더보기 악마와 같은 '자본', 그것이 만들어낸 슬프고 외로운 괴물 <로스트 인 더스트> [리뷰] 태평하기 짝이 없는 동네, 고객이 거의 없는 은행, 느닷없이 복면을 뒤집어 쓴 두 사람이 총을 들이대며 들이닥친다. 그런데 그들 뭔가 어설프다. 반면 강도 습격을 당한 은행 직원은 태연하다. 돈은 금고에 있고 자신은 열쇠가 없다는 것. 조금 기다리니 상급자가 온다. 그들은 그를 가격해 쓰러뜨리고 돈을 훔쳐 달아난다. 강도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그들이, 고객이 없으니 돈도 별로 없을 이 동네의 은행을 왜 털었을까? 이곳은 미국 텍사스의 어느 마을이다. 한편, 신고 전화를 받고 온 텍사스 레인저스 둘. 북미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주 관할 법 집행 조직인 그들은, 그러나 굉장히 태평해 보인다. 시시껄렁 농담이나 주고받고 은퇴를 일주일 앞둔 상사는 부하를 놀려먹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그런 그들.. 더보기 <서푼짜리 오페라>서글픈 한 마디... "돈이 세상을 지배하니까요" [지나간 책 다시읽기]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1988년에 일어났던 일명 '지강헌 사건'은 올림픽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 일어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샀다. 사건의 대략은 이렇다. 당시 전두환의 동생인 전경환은 수십억 원의 사기와 횡령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나 2년 정도 실형을 살다가 풀려났다. 반면 지강헌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죄질의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10~20년의 형량을 받았다. 이에 지강헌을 비롯한 12명의 미결수는 집단으로 탈주해 인질극을 벌이다가 자살하거나 경찰에게 사살당했다. 12명의 미결수 중 마지막 인질범이었던 지강헌은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으면서 깨진 유리로 자기 목을 그었다. 그리고 곧바로 경찰의 총에 맞고 죽었다.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