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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갖고 싶었을 뿐인데, 미친 도시 홍콩이 낳은 비극

singenv 2026. 1. 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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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드림 홈>

 

영화 <드림 홈> 포스터. ⓒ오싹엔터테인먼트

 

2007년 조사에 의하면, 홍콩인들의 월 평균소득은 1만 홍콩달러 남짓이었다. 그중 24%는 평균소득에도 미치지 못했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후 10년 동안 홍콩인들의 소득은 1% 증가했지만, 집값은 15% 올랐다. 17평 가격이 700만 홍콩달러를 넘어섰고 항구가 보이는 아파트의 평당가는 3만 홍콩달러에 이르렀다. 이 미친 도시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은 도시보다 더 미쳐야 했다. 
 
2010년 작 <드림 홈>은 미친 도시 홍콩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실감을 더했는 바, 2000년대 홍콩 영화계의 재목으로 인정받았던 펑하오샹 감독의 작품이다. 2010년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화제를 뿌렸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에야 국내에서 최초로 개봉한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또 치솟고 있는 집값의 현실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집 마련이라는 이름의 집착
 
라이는 돈을 벌어 집을 사고자 악착같이 투 잡을 뛴다. 낮에는 은행 콜센터에서 일하고 밤에는 가방 가게에서 일한다. 동료들의 여행 제안도 뿌리친다. 그녀가 사려고 하는 집은 침사추이에 있는 No.1 빅토리아 베이, 홍콩섬과 바다가 훤히 보이는 홍콩 최고의 아파트였다. 그녀의 집착은 어릴 적부터 켜켜이 쌓아 왔다. 
 
1990년대 초 홍콩인들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침공으로 시달렸다. 정부는 폭력조직과 얽혀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짜고 기존의 사람들을 쫓아낸 후 건물을 허물고 초거대 단지를 조성하려 했다. 라이의 가족은 버티고 버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라이는 '영끌'로 No.1 빅토리아 베이 8B호 구입 계약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오래된 꿈,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까지 얽혀 있는 꿈인 '내 집 마련'에 가닿으려는 찰나 집주인이 집값을 터무니없이 올려달라고 한다. 더구나 아버지가 심각한 병에 걸렸고, 당신의 잘못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다. 라이는 충격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그녀는 집 장만에 성공할 수 있을까? 충격적인 계획이라는 건 뭘까? 

살인으로 시작해 연민으로


<드림 홈>은 시작부터 치닫는다. 일단 죽이고 나서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의 충격적인 계획 실행과 라이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교차 편집한다. 자칫 혼란스럽고 지저분해질 수 있는데, 현재의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보여주고 과거의 이야기는 차분하게 보여주며 철저히 분리시켰다.

현재를 들여다보면, 라이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 행각이 매우 잔인하다. 야하기도 하다. 그녀가 살인의 프로가 아닌 만큼 지저분하고 처절한 행각을 벌일 수밖에 없는데, 공교롭게도 살인 대상이 그리 좋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그 시절, 그곳의 사람들이라 그런 걸까. 하여 미약하게나마 통쾌함을 동반한다.

과거를 들여다보면, 연민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불어닥친 비극, 강제 이주의 위기, 위기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삶, 그렇게 뿌리내린 ‘집’을 향한 집착. 라이의 이야기는 비단 한 개인이 아닌 당대를 살아간 대다수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다.

집값이 사람을 죽일 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게 충격에 충격을 가미한다. 라이는 왜 2007년 10월 30일 그날 그 아파트의 경비원을 죽이고 이내 아파트 주민들을 죽였는가. ‘집값’ 때문이 아닐까, 유추 가능하다. 2020년대 들어 꺾이고 있다지만 그때까지 홍콩 집값은 세계 최고를 자랑했다. 그러니 평범한 이들에겐 그림의 떡, 하지만 라이는 무조건 그 집을 사야 했으니 직접 큰 문제를 일으켜 집값을 떨어트리려 했던 게 아닐까.

영화는 라이의 살인 행각에 상당히 힘을 실는다. 스스로 목을 그을 수밖에 없게 만들고, 두 눈으로 자신의 창자가 흘러내리는 걸 보게 만들며, 칼, 막대기, 총알 등이 몸을 관통한다. 살인자가 주인공이니 공포감 아닌 스릴감이 출중하다. 어딘지 어설픈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이상한 감정이 한몫한다.

그런데 2007년 하반기면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른바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영향력을 뻗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경제 침체가 이어지며 고용 불안에 집값도 요동칠 것이었다. 라이의 미래가 여러모로 불투명하다는 이야기. <드림 홈>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하기 짝이 없으니 언제 어디서나의 현실을 너무나도 잘 담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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