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열전/신작 영화

두 마녀의 운명이 노래로 폭발한다, 신화가 된 뮤지컬의 황홀한 재탄생

singenv 2025. 11. 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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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위키드 1, 2>

 

영화 <위키드> 포스터. ⓒUPI 코리아

 

미국의 소설가 그레고리 맥과이어가 1995년에 출간한 연작 소설 <위키드>는 1900년에 나온 고전 판타지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 격이다. 하지만 정식은 아니기에 2차 창작이랄 수 있는데, 2003년 시작된 뮤지컬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오리지널리티를 부여받았다. 미국 브로드웨이 역사상에 남을 흥행을 기록하고 있으니 말이다.

의외로 오랫동안 영상화되지 않았는데 2024년 존 추 감독이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영화 <위키드>를 들고 나왔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4차 창작물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뮤지컬 <위키드>의 작사 작곡을 맡은 스티븐 스워츠를 데려와 음악을 맡긴 만큼 확실한 외형을 갖췄다.

1편은 대성공, 전 세계 7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여들였고 크리스틱초이스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10개 부문 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편의 경우 전작보다 약간의 저평가를 받고 있지만 ‘뮤지컬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단의 영상과 음악을 선보이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작 영화 글로벌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월등한 차이로 갈아치웠다. 앞으로 얼마나 뻗어나갈지 기대된다.

차별, 욕망, 우정이 뒤얽힌 서사

먼치킨랜드 영주의 큰딸 엘파바는 녹색 피부를 갖고 태어나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하며 컸다. 때문에 분노로 점철되며 엄청난 마법의 힘까지 갖게 되었으나 심성은 정의롭다. 그녀는 쉬즈 대학교에 입학하는데, 착하지만 권력에 심취한 공주병 이기주의자 글린다와 한 방을 쓴다. 처음에 그들은 그리 친하지 않았으나, 일련의 일을 겪으며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한편 그녀가 스스로도 제어하기 힘든 마법의 힘을 종종 선보일 때가 있는데, 마담 모리블 총장의 추천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얼떨결에 글린다도 엘파바와 함께 가는데, 마법에 소질이 전혀 없는 글린다로선 별 의미가 없는 방문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와 조우하는 그녀들.

하지만 곧 마법사의 실체와 맞닥뜨리고 이후 둘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알고보니 마법사와 모리블이 한통속으로, 동물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드려는 데 엘파바를 이용하려 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엘파바는 어딘가로 날아가버린다. 모리블은 마법을 부리지는 못하나 권력에 심취한 글린다를 내세워, 사악한 마녀(엘파바)와 착한 마녀(글린다)의 구도를 세우는데…

<위키드>는 단순한 뮤지컬 영화가 아니다

뮤지컬 영화 <위키드>는 여러모로 범상치 않다. 외면으로 내보이는 폭발적 흥행 성적은 둘째치고, 토니상에 빛나는 신시아 에리보와 현존 최고의 디바 중 하나인 아리아나 그란데의 수준 높은 노래들이 극을 이끈다. 이미 한가닥 한다는 그들이지만 이 작품을 위해, 이 작품에 맞게 따로 보컬트레이닝을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엘파바가 ‘서쪽의 사악한 마녀’가 되고 글린다가 ‘남쪽의 착한 마녀’가 되는 과정이 기괴하다. 둘은 그저 평범한 대학생들이었으나, 각각 자격지심이 많은 와중에 한 명은 정의감에 불타고 다른 한 명은 권력을 탐한다. 그들의 특성을 간파한 간악한 자들이 순식간에, 그들 스스로가 의도치 않게 나뉘어져 버린 것이다.

간악한 자들의 중심, 능력 없는 오즈의 마법사와 언론부 장괌이기도 한 대학 총장은 사람들을 조종해 종국에 자신들의 뜻대로 나라를 주무르려는 심보다. 그러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을 각각 사악한 마녀와 착한 마녀에게 분산시키려는 수작이다. 딱히 뭘 하는 것 같지 않지만 실로 교묘하게 움직이고 있다.

노래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가 마법이 되는 순간들

이 영화, 또는 시리즈는 상당히 입체적이고 촘촘한 편이지만 종종 고개를 갸웃하게 하곤 한다. 스토리라인의 매무새가 조금 엉성해 보인다. 그럼에도 한 번만으로는 충분히 즐길 수 없을 것이다. 뮤지컬 영화인 만큼 노래도 노래지만 원작에 변주를 가한 작품이라 이것저것 찾아봐야 제맛이다. 원작과 이어지거나 연관되는 점 또는 다른 점을 찾는 재미가 한몫한다.

한편 ‘엘파바’로 대변되는 차별, 소외, 정의, 자유 등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름이 어떻게 차별과 소외로 나아가는지, 정의가 어떻게 사악함으로 둔갑하는지, 진정한 자유란 무엇이고 어떻게 쟁취해야 하는지 등 한 번만 봐선 그 깊은 뜻을 제대로 맛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다 제쳐두고 이 영화, 재밌다. 두 편 다 2시간을 훌쩍 넘기니 만큼 러닝타임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약간의 민망함도 없이 뮤지컬 무대 이상의 단체 군무 노래를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다. 이야기가 종결을 맺었으나 할리우드라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위키드>가 계속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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