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무라이의 마지막 불꽃,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피 냄새

singenv 2025. 12. 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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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쿠사가미> 포스터.

 

보신전쟁 10년 후, 신정부의 근대화 정책으로 사무라이는 특권과 업을 잃었다. 2년 전의 폐도령으로 검은 더 이상 필요없어졌다. 호열자(콜레라)까지 발병해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사무라이 사가 슈지로의 처자식도 심각한 상태, 전포에 들러 간신히 먹을 걸 얻어올 수 있었다. 그는 결국 아이를 잃는다.

와중에 우연히 소식을 듣기를, 교토에 십대는 먹고살 수 있는 10만 엔을 얻을 기회가 있다고 한다. 이른바 무예 대회. 5월 5일 자정, 교토 텐류지에서 모인다고 했다. 사가는 뭐라도 해야 하는 심전으로 ‘코도쿠’라는 이름의 무예 대회에 참가한다. 하지만 그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었으니, 보신전쟁에 참가했다가 다 이긴 전투에서 생각지도 못한 폭격을 맞아 전멸당한 경험이 있었다. 검만 들면 덜덜 떨 정도였다.

첫 번째 단계는 한 달 내로 도쿄(이제 사라져버린 에도)에 도착하는 것. 가는 길에 7곳을 통과해야 하고 그때마다 더 높은 목패 점수가 필요하다. 결국 30점을 따야 한다. 시작은 목패 한 개로 1점이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타인의 점수를 따내야 하는 것이다. 텐류지는 곧 아수라장이 된다. 사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그의 정체는 뭘까?

끝없이 이어지는 명품 사무라이 액션

코도쿠를 개최한 주최 측은 무사들에게 말한다. "어지러운 시대에서 살아남은 무사야말로 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부디 무사의 긍지와 강인함을 보려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속내는 칼만 휘두를 줄 알지 아무런 재주도 없는 무사들은 권위를 내세우며 강하다는 착각에 빠져 시대에 뒤처진 사실도 깨닫지 못하고 헛되이 사는 어리석은 자들니 무사라는 이름의 망령을 완전히 뿌리뽑자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은 <아리스 인 보더랜드 3>가 최초로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이후 2번째로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일본 작품이다. 950년 사무라이의 역사가 단 한 번의 전쟁(보신전쟁)으로 막을 내린 상황에서의 대혼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보신전쟁은 일본 막부 말기 1868~1869년까지 일본 전역에서 일어난 내전이다. 막부 세력과 천황 세력의 오래된 세력 분쟁의 마침표를 찍은 전쟁으로, 천황 세력이 승리하며 메이지 유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구 막부 세력이 완전히 멸망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대회 밖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드라마

시종일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무라이 액션, 쓰임이 없어진 사무라이들의 자기 존재 증명, 먹고살 길이 없어진 사무라이들의 현실적 고민까지 다양하게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10만 엔이라는 큰돈이 걸려 있는 코도쿠라는 무예 대회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 뒤에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와중에 방향성이 다른 이들의 암투도 도시라고 있다.

그 시대, 그러니까 19세기 중반 무렵의 에도 막부 말기를 배경으로 사무라이가 주인공인 콘텐츠는 무수히 나왔다. 평화 시대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근대화까지 추진되고 있으니 검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또 잘 먹고 잘 살기까지 하는 사무라이가 설 자리는 없다. 하지만 사무라이야말로 일본 정신의 뿌리와도 같으니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 혼란상이 한 세기 동안 계속되었다.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신센구미(신선조)가 활동했던 시기가 1860년대로 대표적인 친막부 세력 중 하나였다. 보신전쟁의 막부 세력 쪽 핵심으로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사라졌다. <이쿠사가미> 속 사무라이들, 즉 사족들은 아직 검을 들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시대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있거나 할 줄 아는 게 검을 드는 것뿐이라 어쩔 수 없이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사무라이 액션 × 서바이벌 스릴러 × 정치 드라마

<이쿠사가미>는 기대한 대로, 아니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292명이 한데 모여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끊임없는 목숨 건 싸움을 이어간다. 서바이벌 데스 게임의 외피다. 참가자들은 ‘10만 엔’이라는 숫자만 보고 참가했지만, 누구는 죽고 누구는 죽이고 누구는 대회의 진상을 밝히려 한다.

한편 이 작품은 주최측을 상당히 일찍 보여준다. 대회 밖의 일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뉘앙스다. 그런가 하면 도쿄 내무성 고위 관료들은 사족(무사)들이 한데 모여 모종의 일을 꾸미고 있는 모습을 포착하고 긴급 대책을 세운다. 새 정부에 불만을 품은 사족들에 돈이 붙으면 겉잡을 수 없어질 테니까. 과연 주최측의 정체는?

사무라이 액션 서바이벌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 정도의 액션을 찍으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다음 시즌을 사실상 예정하며 끝났기 때문에 시즌 2가 너무나도 기다려지지만 꽤 오랜 시간 뒤에 공개될 듯하다. 유일한 아쉬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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