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놓친 단 한 번의 기회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

1970년대 말 미국은 심각한 기후 변화를 실감하고 있었다. 대통령도 인지하고 있었는데, 기후학자 스티븐 슈나이더 박사가 입을 연다. 20세기 말쯤 되면 엄청난 변화가 부정적으로 일어날 거라고 말이다. 이에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한다. 에너지 보존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그때 이미 태양열 에너지 사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제2차 석유 파동이 일어난다. 안 그래도 정부의 기조가 에너지 보존인데 외부에서 더 큰 파도가 밀려든 것이다. 지미 카터의 민주당은 정부를 공화당에게 넘겨줘야 했다. 그렇게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들어섰고 그는 곧바로 규제 철폐를 실시한다. 에너지 보존은커녕 에너지 대기업 ‘엑손’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며 슈퍼 메이저로 올라선다.
그렇게 1980년대를 작은 정부에 의한 민영화로 성장과 발전을 향해 치달은 미국, 하지만 환경 문제는 더 가파르게 임계점을 향해 치달았다. 그의 후임자 조지 H. W. 부시는 대선 출마 때부터 환경 문제 해결을 주요 기조로 내세운다. 심각한 온실 효과 해결을 장담하며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를 언급한다. 백악관의 영향력을 극대화시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천명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는 미국, 아니 인류의 환경 문제 혹은 기후 변화에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의 한때를 다룬다. 당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의 주요 인물들의 행태까지 보여준다.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저질렀는가.
백악관 내부 권력의 충돌
1989년 네덜란드 노르트베이크에 전 세계 67개국의 환경부 장관과 11개 국제기관 대표가 모인다. ‘대기오염과 기후변동에 관한 환경상 회의’라고 이름 붙여진 회의.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가 주요 의제였다. 대부분의 국가 및 기관이 당연한 듯 찬성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반대했다.
결국 선언문 초안의 ‘산업 국가들은 200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현 수준으로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 인정’이 ‘산업 국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세계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며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 인정’으로 확정되었다. 초안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시기도 수준도 불분명한 가운데 경제 발전이 담보된 것이다.
사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환경 보호국장으로 저명한 환경 운동가 윌리엄 라일리를 앉히며 열의를 보인 바 있다.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환경 문제 해결에 빠르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백악관 비서실장에 정치적으로 극보수적인 이념적 인물 존 수누누를 앉히며 상황은 달라진다. 그는 개발과 발전을 외치며 석유 업체들과 긴밀함을 유지했고 라일리와 각을 세웠다.
기후 회의론의 배후와 이라크 전쟁이라는 전환점
1990년대 들어 과학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구 온난화, 온실 효과, 기후 변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지와 얼마나 심각한지와 지구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등. 그런데 회의론자들 중 상당수가 정부, 석유 업체들과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그때 부시는 전쟁을 일으킨다.
기가 막힌 타이밍,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다는 걸 빌미로 미국 주도하의 다국적군이 전격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한다. 그 유명한 ‘사막의 여우’ 작전으로 결정적 승리를 만끽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석유 자원 통제와 공급 장악 관련 이슈가 있었다. 즉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위한 참전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그리고 이후 부시 대통령의 모순이 드러난다. 그는 시종일관 친환경 정부를 표명했지만 실상 전쟁을 하면서까지 석유가 중요했다. 하지만 대선 기간이 되자 다시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듯 행동했다. 그는 물론 손사래를 쳤지만 지지율 때문이었던 게 확실하다.
세계가 움직였지만, 미국은 망설였다
시간이 지나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열렸다. 제1회 지구 정상 회의라고도 하는 회의에서 ‘리우 협약’, 즉 기후변화협약이 선언된다. 전 지구가 모여 처음으로 개발과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자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부시 대통령은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으려 했다. 참석해서도 서명하지 않으려 했다. 세계 리더라고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기후 변화는 2020년대 중반, 이미 현실이 되었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해 ‘역대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고 화재, 허리케인 등의 빈도가 늘어나는 한편 강도가 세지고 있다.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는 모두 기후 변화 때문이고 발전과 성장을 중요시하는 세태에 따른 결과이리라.
1859년 최초의 상업 유정 시추 이후 160여 년간 이산화탄소 수치는 끝 모르게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면 정말 오래지 않아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와 같은 사실을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걸 폭로하고 있다. 그 중심에 미국 정부가 있었고, 이른바 ‘백악관 효과’를 잘못 써먹었다고 말하고 있다. 환경보다 발전과 성장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