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너질 때, 집도 함께 붕괴된다
[영화 리뷰] <더 로즈: 완벽한 이혼>

건축가 테오와 셰프 아이비는 우연히 만난다. 테오가 다니는 회사가 큰 일을 치르고 회식 겸 들른 레스토랑, 왠지 불만에 차 있는 테오는 부지불식간에 주방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요리하고 있던 아이비와 마주치고, 그녀가 건네는 기막힌 요리에 황홀결에 빠진다. 그렇게 그들은 첫눈에 반해 결혼한다.
10년이 지나 두 아이와 함께 여전한 두 사람, 소위 잘나가는 건축가 테오는 큰 프로젝트를 맡는다. 한편 그는 아이비를 위해, 아이비가 주인이자 총괄 셰프로 일할 수 있게 폐가를 매입해 레스토랑을 만든다. 하지만 레스토랑은 파리만 날린다. 테오는 훌륭한 건축물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어느 날 초대형 허리케인이 상륙한다. 그날 테오와 아이비의 운명이 완벽하게 반대로 갈린다. 허리케인은 테오의 멋진 건축물을 완벽히 박살낸다. 한편 허리케인을 피해 우연히 아이비의 레스토랑에 들른 사람들 중 유명 음식 평론가가 있었고 그녀는 아이비의 요리에 반해 버린다. 그렇게 테오는 망하고 아이비는 성공한다. 공고하기만 할 것 같던 둘의 관계는 그 시점부터 조금씩 흔들리고 급기야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우리의 사랑은 완벽했을까
영화 <더 로즈: 완벽한 이혼>은 명배우이기도 한 대니 드비토 감독의 1981년 작 <장미의 전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오스틴 파워> <미트 페어런츠> <밤쉘> 등으로 유명한 제이 로치가 연출을, <더 페이버릿> <가여운 것들> 등으로 유명한 토미 맥나마라가 각본을,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올리비아 콜먼이 주연을 맡았다.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45년 전 작품과 연달아 보며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텐데, 작품성으로는 <더 로즈>가 조금 후달려 보인다. 45년 전에는 ‘이혼’이라는 게 지금보다는 훨씬 더 터부시되었지 않는가. 그런 와중에 이혼 과정의 날것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으니 그 자체로 신선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이혼이란 과연?
부부는 비록 피가 섞이지 않았으나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규정한다. 그만큼 서로가 잘될수록 내가 잘되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또 그러길 바랄 테고 말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그렇지 않나 보다. 부부는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숙명이 있는가 보다.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사랑보다 현실이 앞선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아이비와 언제 재취업이 가능할지 모르는 테오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진다. 자연스레 아이비가 돈을 벌어오고 테오는 집과 아이들을 책임지는 구조가 되었는데, 얼굴을 맞댈 때마다 문제가 생긴다. 하루종일 또는 며칠씩 각자의 일터에서 일하다가 만나면 서로를 보듬어줘야 하는데 서로 자기를 봐주라고만 하는 것이다.
밖에서 안에서 최선을 다했건만 서로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아내를 남편을 만나면 힘들었던 걸 다 풀어내야지, 보살핌을 받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만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 기브 앤 테이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영화 속 부부뿐만 아니라 실제로 잘 되지 않는 게 실정이다. 매우 이상적인 부부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극 중에서 테오는 일해서 돈을 벌어오는 역할을 했던 적이 있고 아이비는 집과 아이를 책임지는 역할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보듬어줄 수 있는 경험을 해 본 것이다. 그럼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는 건 ‘부부 생활‘이라는 게 얼마나 어렵고 또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지 알 수 있다.
완벽한 이혼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그들은 부제처럼 정녕 이혼으로 향할까? 그 방법밖에는 답이 없는 걸까? 분명 서로를 원하고 위하고 사랑하는 것 같은데, 생각과 다르게 말과 행동이 막 나오고 후회하고 뻘쭘해하고 사과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다시 후회하는 걸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을 뿐인데 도대체 왜 다시 잘 되지 못하는 걸까?
‘부부 싸움은 물 베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부부는 자주 싸우지만 곧 다시 봉합되어 언제 그랬냐는 듯 생활하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물도 베어지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세균이 침투하면 오염되는 것처럼 부부도 어떻게 싸우고, 싸우고 나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인신 공격을 남발하거나 제대로 풀지 않고 회피하거나 마음속에 묻어두면, 그게 계속되면 언젠가 탈이 나게 되어 있다. 그때나마 스스로를 내려놓고 현상을 직시하며 문제를 풀면 괜찮겠지만, 그조차 안 되면 나락이다. 이혼이 더 이상 남의 사정만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완벽한 이혼’이라는 게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