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영웅이 된 유일한 사건, 한 사람만 사라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굿뉴스>

지난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공개된 <굿뉴스>는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설경구를 페르소나로 내세워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을 연달아 히트시킨 장본인, 하지만 작품 안팎으로 논란도 잦은 편이었다.
2020년대 들어 연출뿐만 아니라 타 작품의 각본, 각색까지 참여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이번에 선보인 <굿뉴스>가 정점이라 할 만하다. 화제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겸비했다고 할까.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니 믿기 힘들 정도다. 도대체 무슨 작품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말이다.
영화가 모티브로 삼은 실화는 1970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이다. '요도호 사건'으로도 유명한대, 일본의 신좌파 계열 범죄 조직인 '공산주의 동맹 적군파(적군파)'가 저질렀다. 그들은 누구이고 왜 비행기를 납치했으며 무엇을 하려 했을까. 자그마치 55년 전의 일인데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을 전할까.
하늘 위의 인질극, 냉전의 한가운데서 벌어진 ‘요도호 사건’
1970년 3월 31일 적군파 요원 9명이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는 일본항공 351편 요도호를 공중에서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들은 "지금 일본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고도 자본주의에 다다랐으니, 견고한 자본주의 부르주아 권력을 분쇄하려면 무장혁명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며 북조선 평양으로 갈 것을 요구한다. 일본 정부는 당장 대책 논의에 들어간다.
연료 문제로 이타즈케 공항에 착륙할 수밖에 없었는데, 기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그곳에서 여성, 노인, 어린이, 환자들이 풀려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평양으로 출발한 비행기, 그때 한국 측으로 미국의 첩보가 날아든다. 일본 적군파가 공중 납치한 비행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경유해 북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이다. 한국은 중간에서 수를 써 비행기를 김포공항으로 앉히려 한다. 한편 북한도 비행기를 평양으로 이끌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다.
결국 납치된 비행기를 김포공항으로 이끄는 데 성공하는 한국, 이제 적군파 요원들을 포함해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김포공항이 마치 평양공항인 것처럼 철저하게 준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완벽했을 것 같았던 준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으니, 적군파 요원들이 알아채고 마는데... 이 사상 초유의 사건은 어떻게 흘러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 것인가? 일본, 한국, 북한, 미국 등이 따로 또 같이 꿈꾸는 상황은 과연 벌어질까?
‘영웅’ 없는 국가들의 블랙 유머
영화는 요도호 사건의 뒷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그렸다. 당대를 뒤흔들고 또 관통하는 대사건이지만 당사자들인 적군파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사건을 수습하는 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 실화와 허구가 교묘히 섞여 있으니 감상하는 데 유의가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얼개와 주요 결정적 결과물들을 빼고 과정은 전부 허구라고 보면 되겠다.
이 사건을 대하는 일본, 한국, 북한, 미국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들의 모습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일본은 운수정무차관만 제정신을 차렸을 뿐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에게 잘 보이고 북한을 욕보이려 굳이 사건에 끼어든다. 북한은 굴러들어오려는 복덩이를 잘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소련과의 패권 전쟁에서 이 사건이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한국을 이용하려 한다.
물론 대사건이지만 일본의 일개 대학생들(미성년자 포함)이 저지른 사건 하나에 도대체 몇 개국이 휘둘리는 건가 싶다. 중간에 2번이나 공항에 착륙했음에도 확실하고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
인질들의 안위를 가장 우선시한다지만 정작 절실한 이는 전무한 것 같거니와 사실은 '타도 자본주의'를 외치는 공산주의 동맹 적군파가 중요한 것일 테다. 나아가 문제 해결보다 중요한 건 '우리 땅'에서 혹여 인질이 죽어 나가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웃으며 끝내는 비극의 아이러니
<굿뉴스>의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요도호를 김포공항으로 유인하는 한국의 공군 중위 서고명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기획자 아무개다. 그리고 한국의 중정부장 박상현이 있다. 그들이 사건 해결의 핵심이다. 문제는 사건이 해결되든 어그러지든 부풀려지든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것이다.
아무개는 사건 해결에서 없어선 안 되는 인물이었으나 이름도 없고, 서고명 역시 절대적인 역할을 했으나 중위에 불과하다. 그런가 하면 박상현은 사건을 두고 이리저리 제다가 더 높으신 분의 말 한마디로 현장에서 도망친다. 책임자 따윈 없거니와 한국의 개입 자체가 아예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린 것.
결국 적군파는 목적을 이뤘고 인질들은 모두 무사히 풀려났으며 일본의 운수정무차관과 요도호 기장, 부기장 등 영웅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일본, 북한, 미국 그리고 한국 모두 원하는 바를 얻었다. 그야말로 '굿뉴스' 아닌가? 서고명과 아무개라는 숨은 영웅 또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제외하곤 말이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가짜 명언을 전한다. 트루먼 셰이디라는 허구인의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라는 말. 그렅싸 해보이지만 달은 그냥 달일 뿐이다.